검색

‘쇼미더머니’의 성공 뒤에는?

화나 〈FANACONDA〉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쇼미더머니6>의 방영을 앞둔 시점에서, 상당한 가격을 호가하는 본 앨범이 초판 품절된 현상은 힙합 고유의 가치를 상업주의 원칙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을 방증한다.

3.jpg

 

아나콘다로 빙의한 ‘화나콘다’가 허영으로 뒤덮인 힙합 신에 일침을 가한다. 사태를 초래한 주범은 힙합을 상업과 영합시킨 <쇼미더머니>. 지난 2006년, 힙합의 부흥을 꿈꾸며 「그날이 오면」을 노래하던 화나는 이번 「가족계획」에서 ‘여전히 오지 않을 그 날’이라 외치며 ‘그 날’에 대한 회한을 드러낸다. 힙합에 대한 편견이 비교적 사그라지고 많은 대중에게 랩의 작법이 친숙해진 것이 언뜻 힙합의 성공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힙합의 성공’이 아닌 ‘<쇼미더머니>의 성공’임을 들추고 있다.

 

진작 현란한 랩으로 인정받은 그는 <FANACONDA>라는 뱀 콘셉트에 알맞은 표독스런 래핑과 다채로운 은유를 통하여 앨범의 소구력을 배가해낸다. 형이상학적인 단어를 이용해 시각화한 스토리텔링이 공감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현 힙합 업계의 부패를 구체적으로 꼬집어 통쾌함을 주는 「가족계획」과 세태를 배격하는 순수 래퍼 종파를 순교자에 비유한 「순교자찬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한편 라이밍 구성이 아쉬움을 남긴다. 2음절 혹은 3음절의 낱말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끝음절 라임이 듣는 즐거움을 저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앨범의 가장 큰 핵심은 메시지.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을 올곧이 구가하는 순수종을 포괄하기에 더욱 대중적으로 기능한다. 전반부 힙합 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여 「POWER」에서 그가 겪은 고초를 개인의 시점 안으로 회귀한 후, 후반부 「대면」, 「세상이 어디로」를 통해 각종 문제의식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킨다. 이센스 「독」의 감상을 연상시키는 「대면」이 인상적이다.

 

이 모든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프로듀서 김박첼라의 빼어난 성취가 돋보인다. 록의 타격감을 기반으로 각 곡의 성격에 맞춰 얼터너티브하게 변용한 사운드가 특정 장르에 구속되지 않은 개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화나콘다(fanaconda)를 형상화한 셈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악기를 활용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태평소와 해금 등을 사용한 「FANACONDA」, 「진실은 저 너머」와 같은 곡들이 한국 힙합 고유 정체성의 단초를 영민히 싹틔워낸다.

 

자본의 권위에 굴복한 온갖 거짓과 폐해를 꼬집는 화나. 4년 만에 신보로 찾아온 그는 전작보다 더욱 시의적이고 사회적이며, 예술적인 지점에서 그만의 목소리를 낸다. <쇼미더머니6>의 방영을 앞둔 시점에서, 상당한 가격을 호가하는 본 앨범이 초판 품절된 현상은 힙합 고유의 가치를 상업주의 원칙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을 방증한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답사기, 드디어 서울에 입성하다!

38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독보적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돌아왔다. 새로 공개된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는 서울의 5대 궁궐과 한양도성을 비롯, 도시 곳곳에 살아숨쉬는 조선의 유산들을 그만의 시각으로 읽어낸다. 또 한 편, 놓치지 말아야 할 이야기의 탄생이다.

내성적인 사람에게도 한 방이 있다

성공을 위해 무한 긍정, 과잉 노력, 셀프 마케팅을 강요 받고, 모두가 세계 최고를 꿈꾸는 시대. 저자는 오히려 절제된 말과 태도가 성공 전략이라고 역설한다. 조용히 한 발 뒤에서 영향력과 진가를 드러내면서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삶을 지키는 법을 소개한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의문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신작.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의심해온 그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더 이상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는 세계’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결혼과 출산, 가족이라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스템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지치지 않고, 나를 지키는 연습

바보 같은 실수를 한 날이면 유난히 부족해 보이는 내 모습. 잘해야 해, 변해야 해. 내면의 속삭임이 당신을 소진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이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도 좋다. 필요한 건 채찍질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은 내 모습과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일 준비니까.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