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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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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야기이지만 소설은 아니다. 나는 파인만에 대한 경외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메모도 하고 녹음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길게 인용한 대목들은 이런 메모와 녹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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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계에서는 해마다 약 8백 명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의 미국인이 박사학위를 받는다. 전 세계로 보자면 그 숫자는 아마 수천 명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수의 집단으로부터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발견이나 혁신이 나온다. 엑스레이, 레이저, 전파, 트랜지스터, 원자력, 우주관이나 시간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관점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이 헌신적인 사람들의 노력으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물리학자가 된다는 것은 세계를 바꿀 만한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공유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물리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대학원 시절과 그 직후다. 이때 물리학도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이 할 일의 기초를 닦는다. 이 책은 1981년에 학부를 졸업한 직후 나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로 꼽히는 칼텍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칼텍으로 갔을 무렵 나는 풀이 죽어 방황하고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내 연구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의 연구실 근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1986년 우주왕복선위원회의 위원으로 일할 때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폭발 원인이었던 부서진 오링(O-ring)의 수수께끼를 명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바로 그 파인만이다. 그는 오링을 얼음물에 담갔다가 탁자 위에서 산산조각 내어, 그것이 저온에서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컴퓨터에 대한 상식의 승리, 방정식에 대한 통찰력의 승리를 보여주는 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전에는 그의 매혹적인 회고록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가 출간되어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파인만은 1988년에 사망한 이후 대중의 마음속에 현대의 아인슈타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내가 칼텍으로 간 1981년에는 아직 바깥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물리학계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내가 쓴 무한차원에서의 양자이론을 다룬 박사논문이 몇몇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눈길을 끈 덕분에 칼텍의 특별연구원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내 연구실과 같은 복도에 노벨상 수상자 두 명의 연구실이 있고, 전국 최고의 학생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곳에 맞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연구실로 출근을 했고,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물리학의 큰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전에 내가 거둔 성과는 요행이었으며,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칼텍이 전국의 대학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파인만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놀랍게도 파인만은 나를 환영해주었다. 그는 막 2차 암 수술을 끝낸 참이었다. 결국 나중에 이 암 때문에 죽게 되지만. 이후 2년간 우리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나는 그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아이디어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과학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창조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결국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유명한 과학자로부터 과학 및 과학자의 본질과 관련하여 내가 궁금해하던 문제들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내가 그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삶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1981년 겨울부터 이듬해까지, 칼텍에서 보낸 나의 첫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젊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며, 인생의 끝에 다가선 상태에서 깊은 지혜로 그를 도와준 한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또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년, 역시 노벨상 수상자였던 머레이 겔만과 파인만의 경쟁, 지금은 물리학과 우주론을 개척해나가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은 끈이론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야기이지만 소설은 아니다. 나는 파인만에 대한 경외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메모도 하고 녹음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길게 인용한 대목들은 이런 메모와 녹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토대로 쓰여졌다. 그러나 나는 나의 경험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사건들을 조합하고 바꾸었으며, 역사적 인물들이나 내가 구체적인 연구 작업을 언급한 인물들, 즉 파인만, 머레이 겔만, 헬렌 터크, 존 슈워츠, 마크 힐러리, 니코스 파파니콜로 이외의 등장인물들은 이름과 성격을 바꾸어놓았다.

 

나는 칼텍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칼텍은 활기차고 열띤 분위기로 연구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였으며, 또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나를 신뢰해주기도 했다. 더불어 삶에 대하여 많은 가르침을 준, 이제는 고인이 된 리처드 파인만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리고 싶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레너드 믈로디노프 저/정영목 역 | 더숲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FEYNMAN'S RAINBOW)』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이 그의 제자와 나눈 학문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장이 열린 20세기 후반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국내외 많은 과학책 독자들에게 과학 분야의 명저로 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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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레너드 믈로디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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