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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눈 티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은 없어요

『런던, 티룸』 프롤로그
런던 생활자가 안내하는 ‘나만의 티룸’ 63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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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과 ‘티타임’ 두 가지 키워드로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분명 런던을 사랑하고 티타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나와 취향이 아주 비슷한 분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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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남편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배웅을 하고 집안 정리를 한 뒤 개운한 마음으로 앉으면 오전 11시. 바쁜 오전 일과를 끝낸 후 한가하게 즐기는 모닝 티타임은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일상이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백을 하나 꺼내 진하게 스트레이트로 우려내 한 잔 마시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Breakfast Tea’라는 이름답게 카페인이 아침잠을 쫓아내주는 것 같다. 세컨드 브렉퍼스트와 런치 사이의 모닝 티타임을 일컫는 일레븐시즈(Elevenses). “내가 지금 일레븐시즈를 즐기고 있구나!” 영국 생활 6년차, 이제 나도 영국의 마담이 다 되었나 하는 착각에 ‘우아하게 진주목걸이라도 걸칠 것을 그랬나!’ 오버까지.

 

 

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면 날씨의 우울함을 상큼하게 씻어줄 티타임을 온몸이 원하게 된다. 진한 홍차를 택했던 아침과는 달리 은은한 캐러멜 향의 홍차에 살짝 데운 우유와 라 페르슈(La Perruche) 설탕 하나를 넣어 달콤한 밀크티를 만든다. 갓 구워낸 따끈한 스콘을 손으로 조금 뜯어 진한 크림과 잼을 듬뿍 발라 한입에 쏙 넣고 티와 함께 즐기는 순간, 묘약이라도 마신 듯 궂은 날씨 따위는 잊은 단순한 여자가 된다.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실내, 초를 켜놓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따뜻하게 데운 잔을 두 손으로 잡고 창 밖을 바라본다. 내리는 비가 오히려 티를 더 맛있게 느끼도록 해준다.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렇게 극복하는 걸까.

 

집안 가득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맑은 날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삶은 달걀에 마요네즈와 버터를 넣어 촉촉하게 으깨고 어린 새싹을 잘라 한데 섞어 샌드위치 속을 만든다. 식빵 양쪽에 버터를 바르고 만들어둔 속재료를 가득 채우면 에그 샌드위치 완성. 그렇게 점심 대용 티푸드를 만든 날에는 남편에게 배달도 하고 같이 벤치에서 미니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마트나 티 전문 상점에 가면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나이트 티(Night Tea)를 찾아볼 수 있는데, 홍차뿐 아니라 커피도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저녁시간에 카페인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편과 하루 일과를 얘기하거나 블로그에 오늘의 일들을 기록하며 티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고요한 시간을 갖는다.

 

티타임으로 하루를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들의 나라, 영국. 나도 점차 아침 점심 저녁, 하루 동안 여러 잔의 티를 마시는 습관이 생기면서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구나!’ 하는 위안이 들었다. 긴장된 영국 생활의 적응기가 끝난 듯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자연스럽게 영국의 티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겨 영국인 아주머니의 티 수업을 들어보기도 하고, 유명한 티룸을 찾아 다니는 재미에도 빠져들었다.

 

애프터눈 티는 제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인 애나 마리아 스텐호프(Anna Maria Stanhope, 1788~1861)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오후 5시, 베드포드 공작부인은 ‘축 가라앉는 기분(sinking feeling)’이 든다며 하녀에게 차를 포함한 다과를 준비시킨다. 이를 통해 오후에 마시는 차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후부터 다과회에 친구들을 초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임은 런던 전역으로 퍼져나가 애프터눈 티의 출발점이 되는데, 그 유래와 더불어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에 초청되는 것은 우정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말도 함께 전해 들었다.

 

이 이야기에서 다른 무엇보다 ‘우정의 시작’이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낯선 타국 땅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진 것도 런던의 맛있는 티룸을 같이 찾아다니면서부터였으니 말이다. 점심을 조금 먹어 오후가 되면 허기를 느꼈다는 영국의 공작부인과 달리 아침도 푸짐하게 점심도 푸짐하게 먹는데도 오후엔 배가 고파지는 한국 마담들. 취향이 맞는 그녀들과 런던에서 예쁘고 맛있고 유명하다는 티룸을 찾아다니는 ‘티룸 데이트’를 즐기다 보니 런던 구석구석 많은 곳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나만의 런던 이야기가 담긴 티 한잔의 추억이 쌓여갔다.

 

‘런던’과 ‘티타임’ 두 가지 키워드로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분명 런던을 사랑하고 티타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나와 취향이 아주 비슷한 분이리라 기대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년간의 영국 생활, 그 다양한 에피소드가 녹아들어 있는 나의 티룸 방문기가 “나도 이럴 때 이곳을 가면 좋겠구나!”, “나도 이런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식의 동기를 안겨줄 수 있는 ‘감성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지면상의 만남이지만 또다른 ‘우정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이 책이 단순한 가이드가 아니라 ‘티 한잔의 추억’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까지 가져본다. 내가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마주보고 같이 티타임을 즐긴다는 느낌까지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도!


 

 

런던, 티룸김소윤 저 | 이봄
저자는 런던에 살면서 단지 차를 즐겨 마시는 것을 넘어 현지인들로부터 차의 문화적 배경을 배우고, 직접 여러 티룸에 방문하면서 영국의 차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런던의 차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을 현지인들이 어떻게 즐기며 지내는지에 관한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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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소윤

런던, 티룸

<김소윤> 저 13,500원(10% + 5%)

“차를 좋아하는 당신. 차의 도시 런던에 대해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홍차의 도시 런던에서 제대로 된 차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런더너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티룸에서의 티타임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티타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런더너들에게 티룸은 일상의 장소다. 다시 말해, 티룸은 단순히 차문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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