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만화로 보는 우리 시대의 내부고발자, 스노든

『스노든』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가 스노든 시리즈를 출간한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농담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책이 대박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책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제목 없음.jpg

 

“뉴욕에서 이런 책을 봤어요.”

 

2015년 11월 3일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편집자 A가 페이스북 메시지로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A는 출판사 일을 잠시 그만두고 캐나다와 미국을 여행 중이었다. 사진 속에는 뉴욕의 한 서점에서 발견한 『스노든』이 있었다. 내가 스노든 폭로 사건을 다룬 책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낸 적이 있다는 걸 알고는 관련 도서를 제보해준 것이었다.

 

아마존닷컴에서 도서 정보를 확인했다. 2015년 8월에 출간된 만화였다.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흥미로웠다. 책은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오웰은 가까운 미래에 국가가 국민의 모든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무차별 사찰이 폭로된 스노든 게이트는 소설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화되었음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만화 『스노든』은 이런 중요한 사건을 촉발시킨 인물을 특유의 캐리커처와 함께 재밌게 설명하고 있었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는 저자의 이력도 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에이전시에 본문 원고를 요청해 좀 더 자세히 검토를 했다. 『스노든』은 사건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사건과 인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저자 테드 롤은 책에서 ‘도대체 왜 스노든은 내부고발을 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스노든에게 내부고발은 고액 연봉이 보장된 직장과 사랑하는 여자친구, 천국 같은 하와이에서의 삶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화제가 된 고영태나 노영일의 사례와는 달랐다. 상대는 탄핵을 앞둔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아니었다. 재선이 유력한 오바마 정부였다.

 

스노든은 폭로 뒤 러시아에서 살고 있다. 원래 에콰도르로 가려 했지만 러시아 환승공황에 있는 동안 여권이 말소되자, 어쩔 수 없이 임시 망명을 신청한 것이다. 최근 그런 스노든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선물'로 주는 걸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 취임한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스노든 '처형'을 공공연하게 밝힌 인물이다. 스노든이 트럼프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공익을 위해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스노든의 삶이 완전히 망가질 게 뻔하다.

 

내가 스노든 시리즈를 출간한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농담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책이 대박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책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막말왕 트럼프가 누적된 실정으로 탄핵된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그러고는 "스노든은 미국인의 시민적 자유와 헌법적 권리가 얼마나 침해받는지 깨달게 했다"고 평가했던 버니 샌더스 대통령이 스노든을 사면하는 거다. 내가 버니 샌더스를 다룬 만화 『버니』도 낸 적이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수민(모던아카이브 대표)

1인 출판사 모던아카이브의 대표. 우리 시대 인물, 사건, 토론이 있는 책을 만든다. 10년 이상 군 생활을 한 뒤 출판번역에 입문했다가 겁도 없이 출판사를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기획, 번역, 편집, 북디자인까지 도맡아하다 차츰 한계를 깨닫고 지금은 많은 부분을 실력 있는 외주자와 함께 책을 만든다. 그 덕분에 책 퀄러티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기획 출간한 책으로 『사피엔스의 미래』, 『스노든 게이트』, 『스노든』, 『0시 1분 전』 등이 있다.

  • 버니 <테드 롤> 저/<박수민> 역

    12,42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스노든 <테드 롤> 저/<박수민> 역

    12,60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1984 <조지 오웰> 저/<정회성> 역

    9,90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