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아쉬움과 대견함이 교차하는 순간
자식 크는 걸 보면서 세월이 흐르는 걸 실감한다더니, 너를 만난 게 바로 어제인 것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혼자 걷고 뛰는 너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코를 푼다거나, 말을 꽤 유창하게 한다거나, 걸음마를 스스로 떼는 것처럼 아이가 훌쩍 큰 걸 보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모두 뜻깊은 순간이지만,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면서 ‘문을 좀 닫아 달라’는 아이의 말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지만, 4살 아이의 프라이버시는 조금 섭섭하게 빠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큰다더니…. 언제 이렇게 컸을까.
너를 만난 후 매일 놀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을 잡아줘야 가까스로 계단을 밟았는데, 이제는 스스로 제 몫을 챙기는 너를 보면 흐뭇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든다. 언제나 “아빠~” 하고 매달릴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 고민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화장실도 혼자 잘 가고, 옷도 잘 입고, 양치질도 혼자 척척 해내는 너를 보면 유난히 너의 시간만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아쉽다.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될까?
어제보다 오늘 더 키가 크고, 뼈마디가 단단해지는 걸 느낄 때보다 매일 거리낌 없이 타던 미끄럼틀 위에서 갑자기 주저하면서 “아빠, 바지가 더러워지면 어떡해?” 하고 물을 때 네가 더 자랐음을 느낀다. 미끄럼틀을 보면서 바지에 때가 탈까 봐 걱정하는 건 내가 대신 할 테니, 아직은 그런 걱정하지 마.
너와 함께 나도 자란다
말하지 않아도 너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손발이 커지고,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너는 매일 달라졌다. 너만큼은 아니지만 네가 달라지는 만큼 나도 참 많이 달라졌다.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모든 걸 양보하고, 잘 통하지 않는 대화로도 너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희생정신이 높아졌으며, 오지랖도 넓어져서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게 됐다.
너를 따라 나도 참 많이 자랐다.
근심이 많아진 만큼 웃음도 많아졌고, 너를 향한 참을성이 강해진 만큼 네가 계속 살아갈 이 땅이 조금이라도 더 정의롭기를 바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육아라는 게 아이와 부모가 함께 크는 거라는 걸 변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다. 그래서 너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참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너를 따라 열심히 크고 있다.
집으로 출근전희성 저 | 북클라우드
아이를 키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인터넷 만화가 ‘육아툰’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빠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엄마보다 아빠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집으로 출근
출판사 | 북클라우드

전희성
1980년 여름에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 학원을 다니다가 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게임 회사와 에이전시를 거쳐 현재 신문사에서 10년차 인포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외벌이 가장이다. 집 안 청소와 생활비 충전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이와 놀아주다가 이겨먹는 것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한다. 현재 두 살 터울의 1호기 아들과 2호기 딸을 키우고 있다.
서유당
201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