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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라흐마니노프> 연출가 오세혁을 만나다

위로, 그 이상의 행복을 주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연출가 오세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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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이미 사랑 받는 사람입니다.”

라흐마니노프2.jpg

 

지난 초연, 아름다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 찬사를 받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다시 돌아왔다. ‘조금 부족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위로의 메시지와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를 연출한 오세혁 연출은 극단 ‘걸판’의 대표이자 연기, 극작, 각색 그리고 연출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이다. 진심을 다해 공연을 대하는 오세혁 연출,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플레이어가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라흐마니노프, 부족함 깨닫는 계기가 되길

 

첫 뮤지컬 연출작으로 <라흐마니노프>를 택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뮤지컬은 노래를 통해 극적 이야기를 나타내는 장르에요. 대학 때부터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고, 실제로 작품을 써서 지원도 해봤어요. 그러던 중 지금 <라흐마니노프>를 함께 하는 HJ컬쳐를 방문하게 됐는데, 대표님께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어요. 무척 감동받아 이 회사와 꼭 한 번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일정이 맞지 않아 기회가 미뤄졌는데, 작품을 찾던 중 <라흐마니노프>가 눈에 띄었어요. 라흐마니노프라니! 제가 어려서 피아노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웃음) 그런데 이야기가 정말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상처받은 예술가가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공감됐고요.


 오세혁 연출가.jpg
ⓒ한아름

 

연출님께서도 라흐마니노프처럼 어려움을 견뎌야 했던 시절이 있었나요? 만약 있었다면, (라흐마니노프의 슬럼프 극복을 도와준) 달 박사 같은 존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갔지만 공연이 너무 좋아 극단을 만들어 연극을 시작했어요. 선생님도 없이 학생끼리 일을 진행하니 그땐 참 힘들었죠. 그러다 신춘문예에 당선돼 이윤택 선생님을 뵙게 됐어요. 잠도 거의 안 주무시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가만히 앉아서 살아가시는 모습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윤택 선생님은 제게 스승님이자, 큰 어른 같은, 그런 분이에요.

 

초연에 이어 1년 만에 <라흐마니노프>가 돌아왔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관객분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라흐마니노프>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거든요. 3년간 은둔하던 라흐마니노프를 3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보낸 달 박사는 완벽한 정신의학자인 듯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 역시 스승의 또 다른 제자인 프로이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그가 라흐마니노프에게 자신의 힘든 점과 불안한 점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천재라는 시선에 억눌려있던 라흐마니노프도 비로소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극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람의 마음은 깊고, 넓고, 복잡하니까. 그래서 아름답다.”라는 대사처럼,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닌 복잡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공연은 내 베이스 캠프

 

라흐마니노프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오는 작곡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저도 어려웠어요. ‘어떤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소화해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얼마나 어렵기에 곡을 ‘소화’한다고 표현할까 싶었죠. 하지만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만든 노래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라흐마니노프는 슬퍼하지 않았을까? 음악이 좋아서 만들었을 뿐인데, 그것을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무척 슬픈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라흐마니노프 노래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이 라흐마니노프는 ‘어려운 곡을 만든 사람’이 아닌 ‘아름다운 곡을 만든 사람’임을 깨닫고 그의 음악에 공감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라흐마니노프>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제일 난감했던 건 제가 그 분야를 잘 모른다는 거였죠. 다행히 음악감독님께서 라흐마니노프 곡 안에 있는 멜로디를 가져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주셨어요. 라흐마니노프가 뮤지컬을 만들었다면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냥 듣기 어려운 곡을 뮤지컬 넘버로 만드니 비로소 라흐마니노프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어요. 이 작업이 의미가 있는 이유죠.

 

라흐마니노프.jpg

 

반대로 좋았던 순간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매일 즐겁고 좋은 순간이 많았지만, 굳이 한순간을 꼽자면…. 공연 마지막 부분에 라흐마니노프의 긴 독백이 있어요. 이 독백을 연주에 맞춰 연습하고 있었는데, 배우들이 우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뮤지컬을 하면서 독백으로 긴말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생겨 무대에서 오롯이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작가, 배우, 연출로서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오셨어요. 또 도전해보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뮤지컬은 새롭게 도전해보는 분야에요. 작년을 기점으로 3년 정도 집중해보겠다 생각했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쓰기도 하고, 영화도 준비해보고요. 그렇지만 제 베이스 캠프는 확실히 공연이에요. 여기로 가보고, 저기로 올라가 보기도 하고, 그렇지만 역시 공연이 제일 좋아요. 관객들이 극장 밖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가는 걸 볼 때면 가장 행복하죠. 어떤 장르를 하더라도 공연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특히 박수! 박수는 인간만의 표현이라고 하잖아요. 그 어떤 동물도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손뼉을 치지는 않죠. 박수라는 건 공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연출님께서 생각하시는 공연의 매력은 뭔가요?

 
유일하다는 거요. 공연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르예요. 눈앞에서 사람을 보고, 직접 만날 수도 있죠. 공연을 본다 해서 누군가의 인생 전체가 바뀌진 않겠지만, 눈앞의 사람을 보면 ‘여기서 한 발짝만 더 가볼까’라는 고민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요. 사랑이든, 정의든, 그 어떤 것이든 좋으니 극장 밖으로 나섰을 때 단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웃음)

 

관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공연을 어려워하세요. 처음 본 공연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그 이후론 공연 자체를 찾지 않는 경우도 많죠. 그런 점이 무척 아쉬워요. 공연에 부담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과 친숙해질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그런 점에서) <라흐마니노프>를 만들 때 이 공연이 심심, 담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의 방향과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편안한 공연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라흐마니노프 음악이 워낙 좋잖아요. 2시간 동안 그냥 앉아 있으면서 졸기도 하고, 힐링도 하고. 뭐 어때요. 그냥 편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사랑 받는 사람이다


연출님만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외길을 가기보다는 경계를 오가는 사람이에요. 한 가지를 굉장히 잘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두세 가지를 오가며 해보는 것도 즐겁게 살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도 가보고, 그것도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죠. 답이 없음을 아는 것도 답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정한 결과물을 내거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요즘 대학생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힘든 상황에 대해서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대학을 그만두고 연극을 한다 했을 때 모두 반대했어요. 그런데 그들 인생도 사실 다 불안하더라고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이 길을 갈 수 있을진 확신할 수 없지만, 내 옆 사람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몰라요. 그래서 저는 제 미래를 스스로 결정했어요. 미래는 모두에게 불확실한 거니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따라가보세요. 저도 지금 제가 잘살고 있는지 모르는걸요. (웃음) 라흐마니노프도 결국 그런 얘기에요. 잘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사는 거죠.

 

대학생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당신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주변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인간은 모두 부족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요. 날 좋아하고, 사랑해주는 누군가. 분명 있어요. 그 사실을 깨닫고,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대학생뿐만이 아니라, <라흐마니노프>를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시길 바라요. 서로가 서로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고, 사랑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꼭 알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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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9기

예스24를 다채롭게 만들어줄 9기 서포터즈 15명, 차준렬(아주대 경영학과), 김준호(가톨릭대 경영학과), 이다송(인천대 문헌정보학과), 이승미(서강대 심리학과), 이지영(한국외대 광고PR브랜딩), 정연주(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태혜송(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박선우(숭실대 철학과), 김민지(안양대 국문학과), 박서정(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신수인(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이창호(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김선빈(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안다연(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전미진(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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