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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전문기자가 전하는 생존비법

『노기자의 창업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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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5년과 2016년의 다점포율 변화는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 트렌드를 생각보다 선명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내 기억에 어머니는 지금까지 열다섯 번 가게를 옮겼다. 내가 33년을 살아오며 본 것만 그렇다.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더하면 열여섯 번일지 열일곱 번일지 모르겠다. 알려면 알 수 있지만 여쭙지 않았다. 좋은 기억은 아니니까. 대부분은 식당이었고 중간에 1년 남짓 아동복 가게를 했다. 고된 식 당일이 안쓰러워 아버지가 몰래 계약한 가게다. 내가 열두 살 때는데 아버지, 어머니, 누나, 나 네 식구가 새벽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옷을 떼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늘 내게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단 한 번도 근심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어리고 순진했던 나는 ‘곧 부자가 되겠지’ 하며 그대로 믿었다. 며칠에 한 번씩 15만~20만 원 정도를 모르는 사람에게 송금하고 오라는 어머니 심부름을 하면서도 그게 ‘일수’인지 몰랐다.

 

20여 년간 경기도 성남에서 동네를 옮겨가며 식당을 하던 어머니는 급기야 외가가 있는 구미로 또 수원으로 가게를 옮겼다. 1년 정도 서울에 가게를 차린 적도 있었지만 이내 접고 시집간 누나 곁으로 옮겼다. 지금은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된다는데 모를 일이다. 언제나 내겐 그리 얘기하는걸. 계산해보면 창업 후 생존 기간이 평균 2.2년이다. 어머니는 3년을 못 버티고 식당 문을 닫았다. 창업비용도 3,000만 원을 넘은 적이 손가락에 꼽는다. 비단 내 어머니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통계를 보면 국내 자영업자 태반이 이와 비슷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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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일까.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이코노미〉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생각지도 않던 창업 기사를 쓰게 됐다. 당시 나는 창업 외에도 IT와 증권을 함께 출입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증권과 창업은 시장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증권 시장에선 상장사가 수시로 공시를 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물론 주주 구성, 사업의 내용, 임원 학력 및 경력, 계열사 실적, 심지어 ‘풍문(소문)에 대한 해명’까지 아주 빽빽하게 써서 알린다. IFRS라는 국제회계기준이 있어 재무제표 역시 엄격한 기준에 맞춰 작성된다. 덕분에 주식, 펀드, 채권 투자자는 투자에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다. 상장사가 작성한 분기, 반기, 사업 보고서와 각종 공시, 증권정보업체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기업과 시장에 대한 각종 매체의 분석 기사 등…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투자자는 어느 회사의 성장성이 돋보이는지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다.

 

창업시장은 정반대다. 증권 시장의 ‘투자자’에 해당하는 점주(예비 창업자)가 참고할 만한 정보가 너무도 부족하다. 통계청 자료에는 제조업, 도소매 업, 건설업, 금융보험업,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으로만 자업 유형이 나뉜다. 업종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트렌드를 알기 어렵다. 특히 도매업과 소매업, 음식업(외식업)과 숙박업은 엄연히 성격이 다른데도 묶어서 발표하니 혼란스럽다. 통계청 조사에서 음식숙박업 창업이 전년 대비 늘었을 때 우리 국민은 식당이 많이 늘어서인지 모텔이 많이 늘어서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나마 유의미한 정보가 제공되는 건 프랜차이즈 창업시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 본사로부터 접수 받아 매년 발표하는 정보공개서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1년에 한 번, 그것도 하반기에 발표해 시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국내 550만 자영업자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불과 3년을 못 버티고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자영업자 악순환 의 몇 할은 이런 정보 부족 때문임이 틀림없다.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조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창업시장 트렌드 조사를 언론이 대신해보자 싶었다. 가맹 본사에 직접 요청해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를 알아낸다면 해당 브랜드는 물론 관련 업종으로 창업하려는 예비 점주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 기대했다. 2015년과 2016년 초,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20여 개 업종 70여 개 브랜드의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 다점포율을 조사했다. 〈매경이코노미〉가 조사한 브랜드의 가맹점수를 모두 더하면 약 7만 개에 달한다. 공정위에 등록된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수가 20만 개에 좀 못 미치니(2014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직접 조사한 셈이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점포율이란 개념부터 생소했던 데다, 경쟁 사보다 다점포율이 낮을 것을 우려한 가맹 본사들이 하나같이 자료 공개를 꺼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했다. 점주와 예비창업자에게 창업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을 상기시켰다. 그로 인해 ‘묻지마 창업’을 한 점주가 얼마 못 가 폐점하면 가맹 본사도 타격이 크지 않겠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가맹 본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만 300여 통.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건 셀 수도 없다. 담당 직원들은 기사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책임 추궁을 우려해 계속 자료 공개를 꺼렸다. 그런 경우에는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가능한 가맹본사 대표나 임원진을 찾아가 다시 설득했다. 끈질긴 취재 결과 끝내 자료 공개를 거부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료를 받아낼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5년과 2016년의 다점포율 변화는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 트렌드를 생각보다 선명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매경 이코노미〉는 2016년 2월 ‘다점포 비율로 알아보는 2016 프랜차이즈 트렌드’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 책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썼다. 여기에 내가 5년 4개월간 기자 생활을 하며 쓴 경제?창업 기사들과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 또 프랜차이즈 대표와 임?직원, 점주, 업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를 만나 들은 저마다의 목소리, 그리고 내가 33년간 어머니 곁에서 지켜본 세 자업자의 민낯을 모두 망라한 결과물이다. 다른 욕심은 없다.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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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의 창업트렌드노승욱 저 | 매일경제신문사
이 책은 창업전문기자가 발로 뛰며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해 과학적으로 시장 트렌드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기존 책들과 차별화된다. 굳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숫자로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창업전문기자가 5년 넘게 수천 명의 업계 종사자를 만나 얻은 생생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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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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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의 창업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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