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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디자이너 석윤이 "결국에는 디자인이 가장 먼저 보인다"

넘치기보다 편안한 디자인 석윤이 미메시스 북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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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종이와 인쇄뿐인 평면 디자인이잖아요. 제작물 중에서는 가장 단순한 제작 형태기 때문에 디자인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이 판 안에만 갇혀서 보다 보면 계속 디자인이 똑같아요.

<채널예스>에서 매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번에는 독자가 책을 만나는 데 가장 중요한 표지와 그 안의 내용을 솜씨 있게 버무리는 ‘북디자이너’의 세계를 알아본다

 

북디자이너는 출간 계획이 잡힌 책의 표지를 구상하고 그와 동시에 본문 배열을 진행한다. 편집자, 저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의,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은 필수다. 표지를 포함한 책의 시안 뿐만 아니라 책의 광고, 띠지, 기타 디자인도 모두 디자이너의 몫이다. 독자가 서점에서 만나는 책의 얼굴은 북디자이너의 하루가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눈에 익은 책을 작업한 디자이너 석윤이 팀장은 “모든 걸 조화롭게 디자인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며 북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학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하고 열린책들과 예술 전문 출판사 미메시스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석윤이 팀장에게 북디자인의 세계에 관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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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양미술학과를 다니다가 나중에 작가로 살 수 없으면 다른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4학년 때 디자인 편집 프로그램을 배웠어요. 그러다 열린책들 디자인 채용 공고를 보고 책 디자인을 준비해서 취직했죠. 사실상 그 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북디자이너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글자 크기에서부터 시작해 표지, 광고 작업, 재판 수정 작업 등 다양한 작업에 걸쳐 있어요. 디자이너만의 세계에 빠져서 표지 작업을 하는 일도 있지만, 요새는 책의 겉과 속을 하나로 생각하다 보니 본문과 표지를 연관해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획에서부터 편집, 인쇄까지의 작업 중에 디자이너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여하게 되나요?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디자이너가 모든 회의에 거의 참석해요. 돌아가는 상황을 알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요.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기획, 편집, 작가에 대한 정보 등 주변 정보를 알고 있는 게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안목을 더 높이는 방법 같아요. 일할 때 어떤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의 폭도 넓혀지고요. 책의 내용을 담을 때 유용한 것들을 끄집어내는 게 빨라지죠.


다른 디자인 영역과 비교했을 때 북디자인만의 매력이나 특징이 있나요?


원고와 편집 등 너무 중요한 게 많다 보니까 디자인은 이 결과물을 꾸미는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의미를 부여하자면 결국에는 디자인이 가장 먼저 보이는 거잖아요. 작가,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인쇄된 실제 물건을 만드는데 그 모든 결과물을 가리고 포장하는 게 표지인 거죠. 광고 일을 하거나 다른 업체 일을 맡는 디자인보다 이런 의미를 담는 디자인을 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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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물 중에 순수미술이나 회화를 이용한 표지가 많이 눈에 띕니다.


그림 그리는 게 익숙하기도 했고, 웬만하면 삽화가를 고용하거나 하는 절차 없이 다 내부에서 해결하고자 했어요. 아무래도 인문서나 예술서, 실용서에는 느낌이 잘 맞지 않아서 요즘에는 그래픽 등 다른 방법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회화가 잘 맞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게 재밌고 좋았는데 그렇게만 갈 수는 없으니까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죠.


해외 판권의 경우 사용권이 걸려 있거나, 국내 저자는 디자인에 직접 관여하는 등 디자인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서는 오히려 작업하기가 편해요. 계약서에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고, 아주 까다로운 출판사가 아닌 이상 디자인의 역할을 많이 존중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국내 저자분이라면 먼저 선수를 쳐서(웃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해요. 가제본 상태에서 대략 디자인을 잡은 다음에 왜 이렇게 했고 어느 면이 좋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디자인을 존중해 주죠. 작가분들도 그 출판사가 좋아서 원고를 투고하시는 거라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저자가 어느 정도 디자인에 관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역시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책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화려하게 보이는 건 싫다”, 이런 의견은 어쩌면 작가가 의도하는 부분이잖아요. 그건 거의 100% 반영을 하죠. 사진과 글을 줬는데 사진이 돋보였으면 좋겠다고 하면 부속적인 요소는 다 제거하고 사진집처럼 디자인하는 게 맞고요. 『미술철학사』 같은 경우 저자분이 도판이 최대한 많이 들어갔으면 해서 연관된 도판을 조율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도 다시는 이런 책을 못 만든다는 저자의 마음이 있으니까 정말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사진은 다 담아 내면서도, 독자를 생각하면 또 책이 무거워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죠.


제일 애정이 가는 책은요?


아무래도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마음에 남아요. 2009년도에 나왔으니 제가 3년 차일 때 작업한 결과물인데, 오히려 지금 작업했다면 더 굳어진 디자인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때는 잘 모르기도 했고, 자유로웠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작업할 수 있었죠. 중요한 책이기도 해서 그때 관련한 팀원과 상황, 모든 게 다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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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과 같이 일하는 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팀원들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혼자 모든 영역을 다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게 목표예요. 디자이너 한 사람이 적당히 책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려면 여러 가지 분야를 알아야 하잖아요. 팀장 혼자서 다 관여해서 봐주는 것보다, 디자이너 스스로 겪을 거 다 겪고 사고도 내고 커뮤니케이션 안 되던 사람과도 하다 보면 늘어요. 자신이 맡은 편집자나 원저자, 책의 성격을 빨리 파악해서 알아서 잘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고 그걸 즐기게 되면 일이 편해지죠.


요새 유행하는 북디자인은 무엇인가요?


가끔 북디자인의 흐름이 뭘까 돌아보면 그 사이 굉장히 많이 변해 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복고적인 느낌, 동양에서만 나올 수 있는 서체도 붐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짜임새 있는 그래픽을 했다면 요즘은 짜임을 벗어나서 촌스러울 정도로 만들기도 하고요.


책 디자인이 유행 따라서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에 다른 데서 표지 디자인을 너무 따라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냐는 식으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사실은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게 엄연히 다르거든요. 스타일이 같을 뿐인 거지, 한정된 표지 안에서 표현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는데 모방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비슷한 느낌을 가져가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띠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광고용 띠지가 아니라 디자인으로서의 띠지라면 좋아해요. 홍보용 띠지는 디자이너라면 아마 모두 내켜 하지 않을 거예요. 독자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책이 뭘 담은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문구를 추가로 넣어야 한다면, 그런 것들도 최대한 튀지 않게 만들고 싶죠. 그렇다고 띠지가 튀지 않으면 또 안되잖아요.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기존의 디자인 선에 어떻게든 맞춰서 디자인하려고 해요.


좋은 책이나 좋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뭐든지 넘치기보다 봤을 때 편안한 디자인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렇게도 넣고 싶고 저렇게도 넣고 싶은데 모든 걸 조화롭게 디자인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어렵더라고요. 평면인 책을 다른 효과로 부각하는 것도 싫고요. 제목을 강조할 거라면 그것만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묻힌다든지, 색채가 강조 포인트라면 색채만 확실하다든지, 메인 주인공과 엑스트라의 균형이 맞아야 결국에는 사람들도 좋다고 느낄 것 같아요. 또 책의 성격과 디자인이 맞아야 하겠죠.


북디자이너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너무 책에 국한되어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예술적인 영역이라든지, 디자인의 다양한 영역을 훨씬 넓게 봐야 스타일을 생각할 수 있어요. 책은 종이와 인쇄뿐인 평면 디자인이잖아요. 제작물 중에서는 가장 단순한 제작 형태기 때문에 디자인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이 판 안에만 갇혀서 보다 보면 계속 디자인이 똑같아요. 그리고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텍스트를 좋아하는 감성이 없으면 책 디자인은 안 하는 게 맞아요. 좋아하지 않는다면 출판사는 그만큼 재미를 느끼기 힘든 직장이거든요.


앞으로 나올 책을 소개해 주세요.


열린책들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열린책들이 걸어온 길에서 의미 있는 작가들 12인을 추려서 독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어요. 화려하고 비싸게 만들기보다 정말 다르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으니, 곧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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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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