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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누구에게나 구세주가 필요하다

“당신이었군요. 찢어진 내 몸 위해 눈물 흘린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피 흘리는 나의 상처를 닦아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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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마리아>는 종교극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마리아에게 예수가 그러했듯, 누구에게나 ‘구세주’가 필요하다. 상처 받은 나를 위해 아파해 주고 조건 없이 끌어안아 줄 존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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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예수를 만나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한마디의 말로 구원을 얻은 여인, 막달라 마리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그녀와 예수의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이다. 비참한 삶의 한복판에서 예수와 만난 마리아가 그의 뒤를 따르며 죽음의 순간까지 곁을 지키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마리아의 시선으로 되살아난 이 오래된 이야기 속에는 예수가 전하려 한 깨달음과 사랑, 꿈꾸었던 세상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마리아 마리아>는 종교극이라는 한정된 틀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종교와 관계없이, 설령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구세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조건 없는 사랑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 놓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러니 작품이 띄는 종교적인 색채로 인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면, 그런 기우는 일찌감치 접어두어도 좋다.

 

‘패션 오브 지저스 크라이스트’라는 부제와 함께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성전의 노예이자 이스라엘 최고의 무희로 등장한다. 그녀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성전의 주인 노릇을 하는 대제사장 무리에게 ‘한낱 도구에 불과한 존재’로 이용될 뿐이다. 대제사장과 제사장, 성전의 경비대장인 사독으로 대표되는 이들 무리는 신의 이름을 파는 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 재물을 바쳐야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성전 안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비싼 값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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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시장바닥으로 전락한 아버지의 성전”을 보며 분노하고, 대제사장 무리는 예수를 위험인물로 여겨 감시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기적을 행하는 예수의 곁에 제자들이 모여들자,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직감한 것이다. 그들은 추악한 본 모습이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로마에서 부임해 온 안티바스 장군을 찾아간다. 그리고 “예수는 하나님을 팔고 다니는 귀신 씌인 자”라고 모함하며 잡아들이라 말한다. 그러나 안티바스는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초조해진 대제사장 무리는 마리아를 찾아간다.

 

예수를 유혹하라는 지시를 받은 마리아는 그 대가로 자유를 약속 받는다. 예수가 추문에 휩싸이도록 돕는다면 자유의 몸이 되어 로마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수를 유혹하는 데 실패하고, 간음했다는 누명을 쓴 채 돌팔매질을 당하게 된다. 그때 그녀의 앞에 예수가 나타난다. 사독은 ‘율법에 따라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하지만,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로 마리아를 구한다.

 

마리아에게 있어 예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편에 서 준 존재였다. 사람들의 멸시 속에 버려져 있던 자신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존재였다. 그녀가 힘겹게 짊어졌던 무게를,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 짐을, 예수는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 앞에 내려놓아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이전의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를 향해 마리아는 노래한다. “당신이었군요. 찢어진 내 몸 위해 눈물 흘린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피 흘리는 나의 상처를 닦아준 사람이”

 

그녀의 목소리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구세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예수처럼, 상처 받은 나를 위해 아파해 줄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든 조건 없이 끌어안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편견 속에 가려진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해주었기에, 마리아는 그의 뒤를 따라 걷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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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되지 않을 위로를 남기는 작품

 

2003년 초연 이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도 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로 거듭났다. 무대와 의상, 드라마, 음악 모두 탄탄하게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 ‘역대 가장 막강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눈길을 끈다.

 

‘8대 마리아’를 연기한 바 있는 소냐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며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을 통해 실력을 입증한 배우 이영미가 합류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도 마리아를 연기했던 이영미는 “유다와 예수의 관계가 재조명되는 과정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는 예수를 위안하고 구원받는 존재였다. 마리아의 삶이 보여지지 않았고 하고 싶은 말과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 작품에서는 (마리아의) 삶에 들어가 얼마나 갈급했고 구원에 절실했는지, 그 변화된 삶이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 이 여자에게 예수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친절하게 보여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예수 역에는 <곤, 더 버스커>, <광화문 연가>, <마마 돈 크라이>의 배우 허규와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더블 캐스팅됐다. <머더 발라드>, <락 오브 에이지>, <록키호러쇼> 등 다수의 뮤지컬을 통해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신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를 연기하기도 했던 인물. 그는 “유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하면서 왜 마리아가 예수를 사랑하게 되고 못 박혀 죽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지에 대해 충족하지 못했는데 그 부분을 <마리아 마리아>에서 볼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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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드라마, 음악으로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힘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작품으로, 휘발되지 않을 위로를 남긴다. 공연은 4월 17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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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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