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투자 전문 번역가’ 이건 인터뷰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번역 고전은 모든 독자들이 함께 향유할 문화유산” 증권 투자 분야의 고전과 양서 골라 40여 종 번역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각 분야의 고전은 수많은 사람의 앞길을 밝혀줄 등대와도 같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한두 번 읽고 말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거듭 읽어 익혀야 할 책을 만들 때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증권 투자 분야에서 명저로 꼽히는 책을 여러 권 읽은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이름이 ‘투자 전문 번역가 이건’이다. 십 수 년 동안 투자 관련 책만 약 40종, 그것도 스스로 양서라고 판단해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만 골라 번역해온 덕이다. 그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일하며 국내외 주식 및 채권시장을 경험한 투자 분야의 ‘고수’인 데다, 매끄럽고 깔끔한 글 솜씨까지 갖춰 상당한 독자 팬을 확보하고 있다. 주요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믿고 보는 이건 선생 번역서’라는 말이 관용어처럼 쓰일 정도. 요즘에는 투자 분야의 고전을 읽기 쉽게 재번역하는 일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건 선생을 만났다.

 

이건-1_2.jpg

 

번역가로서는 드물게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독자들과 소통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투자 커뮤니티, 블로그, 페이스북, 이메일 등을 통해서 독자들의 의견이나 제안을 받아들여 최대한 번역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독서클럽 같은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해 함께 토론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모아진 독자 의견이 출판 기획으로 이어져 책이 나오기도 합니다.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내용의 고전을 간결하게 정리한 신간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핵심 요약판』이 그런 사례입니다. 이 책이 요약본인데도 반응이 꽤 좋은 것은 독자들의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독자는 저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투자 실무 경험이 많은 편이고, 오랫동안 투자 분야 양서를 번역했다는 점도 독자들이 인정해주신 듯합니다.

 

투자 서적만 전문적으로 번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번은 예스24에서 투자 서적을 찾던 중 유명한 고전을 발견했습니다. 서평도 칭찬 일색이어서, 별 고민 없이 책을 주문했지요. 그런데 몇 페이지 읽고 나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국내 주식에 수천억 원을 운용했었고, 외국 주식, 채권, 파생상품도 거래했으며, 영국에서 국제증권 딜러 자격증도 땄습니다. 대형 증권사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했고, 자산운용사에서는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도 유명한 투자 번역서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아서 원서를 사서 읽어보니 의미가 명확해졌습니다. 서로 대조해본 결과 번역서는 원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구난방으로 옮긴 부실한 책이었습니다. 저처럼 투자 번역서를 읽고서 충격 받은 사람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칭찬 일색의 서평에 “남들은 다 이해하는데, 나만 머리가 나빠서 이해하지 못하나?”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다시는 투자의 고전을 읽지 않겠다고 작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 좋은 투자 서적을 정성 들여 쉽게 번역한다면, 이런 충격과 고통을 덜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한몫 거들고 싶었습니다.

 

투자 전문가이자 번역가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책에 담긴 거장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사람들의 투자 실적이 개선되거나, 마음의 고통이 감소하거나, 생활이 더 지혜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를 위해 좋은 투자 서적을 쉽고 간결하게 번역해서 많은 분이 큰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읽도록 돕고 싶습니다. 근래에는 국내에서 절판된 양서를 다시 살려내거나, 번역이 난해한 고전을 쉽게 재번역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번역가로서 그런 목표를 이루기에 어려움도 있을 텐데요.


번역서 출판의 독점 제도가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번역서는 외국 저작권자로부터 판권을 사 온 출판사만 독점적으로 출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번역서에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그 출판사가 품질을 높이려는 생각이 없으면 번역가나 독자들에게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출판사는 품질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덕분에 일부 투자의 고전을 제가 재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증권분석』,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등이 그런 예입니다.

 

그러나 번역 품질에 무관심한 출판사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책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의 고전은 모든 독자가 함께 향유할 문화유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장이 남긴 걸작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런 책은 수많은 사람의 앞길을 밝혀줄 등대와도 같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한두 번 읽고 말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거듭 읽어 익혀야 할 책이라면, 출판사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선생님의 번역 글은 참 읽기 쉽다는 평이 많습니다. 평소에 지키는 번역 원칙 같은 것이 있습니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번역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는 더 이해하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해 부족이야말로 오역과 악역을 낳는 근본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번역에 앞서 독자로서 정확한 내용 파악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다행히 주로 투자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덕분에 전보다 이해하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두 번째는 ‘원문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번역가는 자신이 없을수록 원문에 매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투자 분야 원서는 흔히 문장 구조가 부실하고 군더더기가 많아서, 원문에 충실하면 핵심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먼저 저자의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저자가 한국인이라면 어떻게 표현할지 상상해봅니다. 그러면 원문 중 불필요한 표현 상당 부분을 덜어내고, 핵심을 추려서 간결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오역과 악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계속 개선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오역과 악역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지적해주신 오역과 악역 등을 제 블로그에 공개하고, 다음 인쇄에 반영합니다. 처음에는 결함이 많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번역을 마치면 원고에 대한 ‘전문가 감수’를 거칩니다. 제가 투자 분야 경험이 풍부한 편이지만, 그래도 투자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감수자는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신진오 밸류리더스 회장입니다. 가치투자의 종가 신영증권에서 주식운용 담당 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국내외의 웬만한 투자서는 모두 섭렵한 분입니다. 신 회장께서 원고의 오류를 수정하고 표현을 다듬어주시면서 번역서 품질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게다가 탁월한 감수 후기 덕분에 독자들이 더욱 쉽게 책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번역자보다도 원고에 애정을 더 쏟는 진정한 감수자입니다.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맺어진 특별한 인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온?오프라인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독자들의 요구 사항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간혹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들의 모임에 초대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번역서를 통해 많은 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늘 제게 큰 도움을 주시는 실력자가 많이 생겼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는 홍춘욱 박사는 탁월한 추천 서문을 자주 써주십니다. 컴퓨터 알고리즘 투자의 세계적인 권위자 서울대 문병로 교수는 자주 제 번역서에 큰 힘을 실어주십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도 제 번역서에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국내보다 국제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가치투자회사 페트라투자자문의 용환석 대표도 빠짐없이 도와주십니다. 법무법인 담우의 심혜섭 변호사는 법률 문제로 고민스러울 때마다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해주십니다.

 

훌륭한 저서를 여러 권 내놓은 고영성 작가, 국내 최대 가치투자 커뮤니티인 ‘가치투자연구소’,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현명한 투자자들의 모임’의 카페 매니저 김태석, 김철광, 구도형 님도 항상 큰 도움을 주십니다. 모두 책을 사랑하면서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가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모두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합니다. 투자의 고전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투자의 대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실력이 입증된 극소수로서, 평생 쌓은 값진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분들입니다. 우리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거절하는 법 없이 항상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줍니다. 우리는 그저 손을 뻗어 책장을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책을 통해서 현명한 투자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img_book_bot.jpg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스티그 브라더선,프레스턴 피시 공저/이건 역/신진오 감수
이 책은 미국의 투자 분야 전문가들이 요약했고, 국내 전문가들이 엮고 옮기고 감수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최고 고전의 정수를 파악하게 한다. 또한 그레이엄의 투자 전략을 국내 주식시장에 맞게 재해석한 글을 더해 일반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추천 기사]

- 여행은 열애와 비슷한 것 같아요
- 정세미 “강원도 산골 소녀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 간혹 보이는 빈틈은 매력적이다 
- 실패에 관대한 사회가 제2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내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오늘의 책

은희경의 뉴욕-여행자 소설 4부작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한 네 편의 연작 소설. 각 작품의 인물들은 뉴욕으로 떠나고,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났을 때 그 곁에 선 이는 타인이거나 한때 친밀하다고 느꼈던 낯선 존재다. 알 수 없는 얼굴들을 바라보다 문득 나와 마주하게 되는 새롭고도 반가운 이야기

성공적인 한국형 투자 전략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전해 준 홍춘욱 박사의 신간이다. 이메일, 유튜브를 통해 받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실제 테스트 결과들로 보여준다. 한국의 경제현실과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저자의 실전 투자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시한다.

상상된 공동체, 기원과 역사

베네딕트 엔더슨에 따르면,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다. 상상된 공동체인 민족이 어떻게 국가로 이어지고, 민족주의가 지배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었을까? 『만들어진 유대인』은 유대인 서사의 기원과 발전을 추적하며 통합과 배제라는 민족주의의 모순을 드러냈다.

소설가 조해진이 건네는 여덟 편의 안부

SF적 상상력을 더해 담아낸 조해진의 짧은 소설집. 앞선 작품들을 통해 여기 가장 가까운 곳을 이야기해온 작가는 이제 더 나아간 미래, 지구 너머 우주를 그리며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말한다. 이 ‘허락하고 싶지 않은 미래’ 앞에 선 모두에게 한줌의 빛을 건넨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