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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시스 :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

호메시스, 과연 사기꾼의 과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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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부는 평범한 교수이자 연구자로 살고 있었던 제가 어떠한 과정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하는 다양한 질병들의 원인으로 이러한 화학물질을 지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간간히 조금 복잡한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추리소설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는 이야기니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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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에서나 잊어버릴 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단골 뉴스거리가 있습니다. 우리 건강과 관련하여 이러한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독성화학물질 혹은 발암화학물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성이나 발암 같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일단 기분이 좋지 않죠. 이런 유쾌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해가면서 어제는 여기서 뭐가 검출되었고 오늘은 저기서 뭐가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소위 공신력이 있다고 소문난 단체에서 만들어놓았다는 허용기준치라는 숫자들이 등장합니다. 허용기준보다 높지 않다면? 대중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허용 기준치 아래의 아주 낮은 농도를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대한 만성적인 노출, 특히 우리 몸에서 축적되는 성질을 가진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화학물질들에 대한 노출이 어떻게 만성 질병 발생과 깊숙이 연관이 되어 있는지, 왜 첨단을 달린다는 현재의 과학은 여태껏 이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이것이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이유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많은 건강관련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지용성 화학물질 혼합체에 대한 만성노출은 30~4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몰두했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눈을 다른 곳에 돌릴 수 없을 제 필생의 화두입니다. 저는 원래 화학물질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가 아니었어요. 그 누구한테 영감을 받아서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도 아니었고요.

 

이 책의 1부는 평범한 교수이자 연구자로 살고 있었던 제가 어떠한 과정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하는 다양한 질병들의 원인으로 이러한 화학물질을 지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간간히 조금 복잡한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추리소설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는 이야기니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뒤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이해가 되고 아귀가 맞아 떨어지거든요. 모든 등장인물, 모든 사건이 100% 논픽션입니다.


현재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두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찾기 위하여 긴 시간을 보낸 후, “아주 낮은 농도의 지용성 화학물질 혼합체”가 만성질환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의 제 마음은 “아~ 드디어 블랙박스를 찾았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든 블랙박스를 찾고 나면 그 전의 많은 의문점들이 설명되고 갑론을박이 잦아듭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제가 찾았다고 생각한 블랙박스는 그렇지가 못했어요. 블랙박스를 찾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제 인생은 여러 가지로 꼬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찾았다고 해서 바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2부에서는 제가 고민하고 회의했던 그 모든 과정들을 또 글로 고스란히 옮겼습니다. 대충 대충 읽지 마시고 꼭꼭 씹어가면서 읽으시면 그 당시 제가 느꼈던 절망감, 무력감, 그리고 결국은 찾게 된 작은 희망까지도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까지 제가 교육받은 많은 교과서적인 지식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의문이란 것이 뿌리는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줄기와 잎만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겠지만 불행히도 상당부분이 현재 지식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서 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 속은 온갖 의문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는 듯 말간 얼굴로 포장한 채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것이 저한테는 아주 괴로운 일이었어요. 다른 영역의 학문과는 달리 의사를 만들어 내는 의과대학의 교육이라는 것은 그 내용이 표준화가 되어 있고 정해진 시간 내에 그 표준화된 내용을 가르쳐야 합니다. 제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 생각들을 학생들과 같이 나누고 토론할 만한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일단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가르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들 집단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죠. 미적분, 기하벡터를 푸는 수업에 들어와서 사칙연산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 수업에서 쫓겨 나기 딱 알맞은 신세가 되었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역학분야뿐 아니라 수많은 연구들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갔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든, 동물이나 세포를 가지고 하는 연구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거의 모든 연구들은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화학물질 혼합체에 대한 만성적인 노출”이 우리 인체 내에 존재한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진행되거든요. 엄청난 연구비와 첨단의 연구장비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수 많은 연구들, 과연 이러한 연구들이 얼마나 문제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 오르더군요. 그리고 거기에 기반하여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현대의학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그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어떤 종교에서 의심의 끝은 사망이라고 그렇게 외치더니만 날이 갈수록 저의 정신세계와 사회생활은 황폐해지더군요.


지금도 연구논문을 쓰는 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어떤 보상이 없다 하더라도 기꺼이 밤새워 할 수 있는 제 인생에 몇 안 되는 즐거운 일들 중 하나죠. 그런데 이런 즐거운 일을 하면서 월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저는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최고의 직업을 가진 행복한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연구논문은 아무리 많이 써대도 늘 저한테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남겨주었어요. 왜냐하면 연구로 검증할 수 있는 가설, 그리고 논문에 제가 쓸 수 있는 내용과 주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제가 발표한 많은 연구결과들은 현재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논문에 적어두면 어김없이 그 논문을 심사하는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태클이 들어오죠. 본인의 연구결과를 과장해서 해석했다고요. 그런 주장을 삭제하지 않으면 그 논문은 학술지에 싣기가 힘듭니다. 처음에는 멋 모르고 다른 연구자들과 신랄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태클 걸어오면 금방 납작 엎드립니다. “그래, 다시 읽어보니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좀 정신이 없어 과장한 것 같네. 네 맘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 네 말대로 삭제했다. 이제 좀 실어다오. 오케이?”


그러나 정작 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눈물을 머금고 다 삭제한다고 해서 제 생각을 바꿀 리는 만무하죠. 지구가 돈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이단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갈릴레오가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중얼거렸다는 유명한 전설이 있죠. 제가 이 책에서 쓰고 싶은 내용이 바로 그 갈릴레오의 중얼거림입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았으니 어딘가에서는 이 생각을 떠들고 싶었답니다. 3부에서는 이런 생각들에 기반하여 다양한 건강관련 이슈들에 대한 저의 견해를 솔직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건조하게 사실관계만을 기술해야 하는 논문과는 달리 제가 제일 잘 하는 우리 말로 쓰는 책은 색다른 묘미가 있더군요. 논문 쓰는 일 만큼 책 쓰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아니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면서 써야 하는 논문보다 생각과 주장을 자유롭게, 때로는 거칠게 쏟아낼 수 있는 책 쓰는 일이 훨씬 적성에 맞더군요. 평소 품위 있는 언어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지라 가끔씩은 표현하는 방식이 다소 거슬리기도 하겠지만 그냥 가장 정직한 제 맘이라고 이해해주세요.


제가 찾은 것이 진정한 블랙박스인지 아니면 현실감이 결여된 저만의 착각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겨두겠습니다. 저의 생각과 결론만이 맞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논리의 비약도 있을 것이고 제가 잘못된 추론을 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제가 아는 지식, 더구나 현재 아는 지식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혹시나 이 책의 개정판까지 나오는 행운이 따른다면 그때는 결론들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현 시점에 제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여러분들께 차근차근 설명 드리는 것뿐입니다. 그 다음 저의 결론에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다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블랙박스를 찾았다는 제 결론에 동의하시게 된다면 블랙박스를 찾은 이후의 제 삶이 바뀔 수밖에 없었듯이 이 책이 여러분들의 삶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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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시스 :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이덕희 저 | MID 엠아이디
이 책은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허용 기준치 아래의 아주 낮은 농도를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대한 만성적인 노출, 특히 우리 몸에서 축적되는 성질을 가진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화학물질들에 대한 노출이 어떻게 만성 질병 발생과 깊숙이 연관이 되어 있는지, 왜 첨단을 달린다는 현재의 과학은 여태껏 이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이것이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이유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많은 건강관련 이슈와 음모론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저자의 평생에 걸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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