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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 다시 무대에 선, 연극배우 박정복

2인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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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을 오픈하고, 자신의 아픔을 얘기해주고. 인간적으로 먼저 교류하고 그 다음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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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 미> 이후 대학로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새롭게 생산되고 있는 남성 2인극. 관객들에게 2인극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단 두 명의 배우만으로 두 시간의 극이 완성될 수 있는 무대예술의 매력은 물론, 그 무대 위 배우들의 철철 넘치는 매력을 좀 더 깊게 확인하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데요. 기자에게는 한 가지 확인 절차가 더 있습니다. 바로 최근 제작사들이 눈 여겨 본, 대학로에서 새롭게 관객몰이에 나설 ‘뉴 페이스’를 확인하는 거죠. 2인극은 엄청난 무게의 책임감을 지고 무대를 끌고 갈 준비가 돼 있거나 그 훈련을 시킬 배우에게 주어지는 기회, 즉 대학로의 스타거나 스타로 떠오를 배우가 서는 무대인 셈입니다. 그래서 남성 2인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 박정복 씨의 무대를 보면서도 자연스레 그의 ‘미래’를 그려보게 되더군요. 일단 무대 밖의 그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레드>의 켄보다는 <올드 위키드 송>의 스티븐과 더 비슷한 면은 있어요. 저도 누구한테든 할 말은 하고, 이해될 때까지 물어보고, 좀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편이거든요. 스티븐을 연기하는 4명의 배우가 무척 다른데, 유심히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성향이 나오는 것 같아요.”

 

테크닉이 뛰어난 피아니스트 스티븐과 그에게 기술보다는 음악을 느끼게 하려는 교수 마슈칸이 만나 좌충우돌 끝에 서로의 상처와 마음을 나누는 <올드 위키드 송>. 할 말 다하고, 무언가 항변하고 싶을 때면 한 마디 한 마디 꼭꼭 씹어 말하는 스티븐의 모습에 실제로도 꽤 성깔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박정복 씨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네요. 공연계에서는 아직 낯선 그는 한예종 졸업 후 단편영화 등 주로 영상매체에서 활동하다 뮤지컬 <고스트>로 무대에 선 뒤 지난해 연극 <레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2인극 <올드 위키드 송>으로 대학로 입성에 방점을 찍은 셈이죠.


“저는 처음부터 연극을 하려고 연극원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졸업할 때쯤 길에서 연극 <벚꽃동산>의 포스터를 봤는데, 어떤 가수가 로빠힌으로 캐스팅돼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극 중에 한 편이고, 30대 후반이나 40대에는 꼭 로빠힌을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공연들도 탤런트나 가수들이 주인공을 많이 하더라고요. 결국 인지도가 필요한가? 그래서 영상 쪽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고스트>에 참여하게 됐는데,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아, 무대에서 살아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무대에 선다는 게 정말 감사한데, 남들이 <올드 위키드 송> 포스터에서 저를 보면 <벚꽃동산> 포스터에서 가수를 봤던 제 기분이 들겠죠. 오랜 시간 돈도 못 받고 바닥부터 시작한 친구들도 있는데. 그래서 미안하고, 무대에서 더 치열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척 치열해 보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독일어에 피아노 연주, 노래까지 연기 외에 준비할 게 많았을 텐데, 독일어 발음도 좋고, 피아노 연주도 모션이라 하기에는 자연스럽더라고요.


“준비할 게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연습 기간도 길었고, 처음에 대사 리딩을 한두 번 한 뒤에는 독일어, 피아노, 성악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독어이긴 했는데, 안나라는 독일인 친구가 한 달 정도 매일 연습실에서 세 시간씩 독일어를 봐줬어요. 상대적으로 마슈칸이 독일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송)영창 선생님은 독일어를 부전공하셨더라고요. 피아노는 저희가 몇 곡을 치고 몇 곡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일단 모든 곡을 연습은 했지만 프로처럼 전달할 수는 없어서요. 그래도 어릴 때 피아노를 좀 배워서 아무래도 익숙한 면은 있어요. 가장 어려웠던 건 성악이었어요.”

 

[올송]박정복.jpg

 

‘일부러 저렇게 부르나?’ 생각했어요(웃음). 스티븐은 피아니스트이지 성악가는 아니니까요.


“하하하하. 노래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중학교 이후로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어요. 스티븐은 음악과 친한 캐릭터인데, 저는 음악 자체와 친하지 않아서 그게 가장 어려웠죠.  저는 사실 연기로 극복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피아니스트이니까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타협이더라고요. 연습 때 성악 선생님이 슈만 노래를 불러주시는데 노래 한곡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는 거예요. 제가 2막4장 정도에서는 노래로서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데, 정말 많이 연습을 했는데도 감동을 줄 수는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노래가 되면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도 더 많아지죠. 공연을 보니 수트도 잘 어울리시고, 수트와 남성 2인극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도 있잖아요(웃음).


“안 그래도 영창 선생님이 노래 레슨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배우로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훨씬 많다면서요. 조금씩 배워두는 게 좋겠다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배운다면 뮤지컬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올드 위키드 송>처럼 노래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를 위해서일 거예요. 일단은 연극 위주로 하고 싶거든요. 배고프겠죠, 각오해야죠. 제가 20대 때 못했던 거니까 좀 힘들어보려고요. 그래야 안 창피할 것 같아요.”
 
안 하시던 노래까지, 정말 준비할 게 많았던 작품인데, 노력에 비해 반응은 어떤가요? 슈만의 음악까지 더해져서 좀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던데요.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하셨는데, 전체적으로는 좋게 봐주세요. 유태인이라는 장치를 따라가려 하지 마시고, 그냥 인물의 아픔, 그 아픔의 깊이를 위한 장치로 보시면 좀 편하실 거예요. 대사들이 워낙 좋아서, 가슴을 파는 대사들이 있거든요. 그렇게 걸리는 한두 포인트만 느끼셔도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슈만의 곡을 라이브로 듣는 재미도 있고요.”

 

전작도 2인극이었는데, 2인극은 상대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분명히 어렵죠. 둘이서 모든 극을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니까. 그런데 둘만 보이기 때문에 그 인물이 모두 관객들에게 설득이 된다는 게 장점이기도 해요. 행동과 감정의 변화를 다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두 작품 연속 선생님들과 하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완급 조절을 해주셔서 마음대로 놀기만 하면 됐어요. <레드> 때는 정보석 선생님과만 페어였는데, <올드 위키드 송>에서는 두 선생님과 번갈아 하니까 그때마다 스티븐도 달라지기는 해요. (송)영창 선생님은 워낙 강해서 저도 송곳처럼 더 찌르는 편이고, (김)세동 선생님은 완전히 괴짜라서 저까지 강하면 안 되니까 좀 다르게 가죠. 개인적으로는 영창 선생님과 공연할 때 슈만의 음악은 좀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래할 때도 더 편하고요. 세동 선생님도 연극을 주로 하셔서 선생님 공연에서는 음악이 좀 빠지거든요. 반면 선생님과는 함께 드라마를 많이 팠어요. 그래서 언제 무대에서 만나든 두렵지 않아요.”

 

스티븐이 연주자로서 노래를 배우는 과정이 배우들이 연기 배우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비슷해요. 마슈칸이 왜 피아니스트한테 노래를 가르치느냐? 음악을 느끼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만 빠져들었기 때문이죠. 노래와 음악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음악적으로 소통할 수 있겠나...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자신을 오픈하고, 자신의 아픔을 얘기해주고. 인간적으로 먼저 교류하고 그 다음 연기에 대해 얘기하는 거죠. 저는 다행히 그렇게 배워왔고, 그래서 스티븐보다는 마음을 열고 무대에 서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에 마슈칸과 스티븐이 피아노 앞에서 함께 웃으며 노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앞으로 대학로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길 바라세요?


“글쎄요, 아직 걸음마 단계라서. <레드> 때 출발선이라 생각했고, 이번이 두 번째 발걸음이죠. <레드> 때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조금 있어서 두 번째 발을 떼기가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발은 어떻게 떼야 할까... ‘저게 박정복이구나!’를 보여 줬나?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직은 위태위태한 것 같아요(웃음).”

 

이제 두 번째 작품이니 ‘저게 박정복이구나!’를 확인할 수는 없었어도 앞으로 ‘어떤 게 박정복이야?’를 궁금해 할 관객들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연극배우’라는 타이틀을 먼 길을 돌아 다시 얻게 된 무대 위 새로운 얼굴 박정복 씨를 비롯해 이미 입증된 배우들, 송영창, 김세동, 김재범, 이창용, 조강현 씨가 참신한 소재와 장치들로 무대에 서는 2인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은 11월 22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됩니다. 박정복 씨가 무대에서 어떻게 커나갈 배우인지, 독일어로 듣는 슈만의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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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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