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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 The Art of Communication

'그분'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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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업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을 세상에 내놓는 방법도 사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벨타사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Baltasar Gracián y Morales) -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는 '글로벌마케팅실'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일어나는 상업행위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실로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는 수많은 기획 및 광고 대행사를 잘 선택하고 활용하는 일입니다.

 

 

깐깐한 광고주가 히트작을 만든다

 

광고대행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금과옥조와 같이 회자되는데 이는 '실제 의뢰된 업무의 최종 결과물 수준은 광고주에게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광고주의 요구수준이 높고 디테일하며 구체적인 지시를 명확하게 하면 할수록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는 확실하게 달라집니다. 그 결과물이 광고의 creative이건 copy문구이건 아니면 현장 행사 운영에 관한 performance이건 간에 그 수준이 현격하게 높아지는 것입니다.

 

제가 현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동 광고대행사의 부사장이 되었지만 당시는 상무였던 K모 임원에게 "당신이 업무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저는 세상을 광고주의 눈을 통하여 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한 의미심장한 말이었고 그 후 저는 이러한 시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위한 맞춤형 표현

 

결국 영어도 communication의 수단이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최종 결과물은 상대방에게 자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설득을 유도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때 모든 표현은 항상 상대방의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communication'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강의한다면 몇 프로나 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도 대중 관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잘 가공하고 배려한 기획과 연출의 힘일 것입니다.

 

인터편집.jpg

 

 

상황에 따라 가공하라
Using Alternatives to Words, Words, and Words

 

보통 커뮤니케이션을 서술적, 기술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하면 내용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글을 읽는 상대방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언어기술적인 설명에 대응하여 네 가지 정도의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는데 1)Plain English Version, 2)Listing, 3)Questions and Answers, 4) Table 사용하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Official Language Version'의 통신문이 있다고 생각해 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각각의 표현 방법을 통하여 다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Hiring fee of $100.00 or less must be paid in full at the time of booking. In the case of all hiring fees in excess of $100.00 the hirer agrees to pay $100.00 deposit at once on all bookings valued up to $200.00 in value. The balance of the cost of each hiring must be paid at least 21 days before the date of the event"


1. Plain English Version - 플레인 잉글리쉬형

 

앞서 연재했던 'Plain English'로 위의 예문을 쉽게 풀어서 써 보겠습니다.

 

"If a hiring fee is less than $100, please pay it in full when you book. If the hiring fee is from $101 to $199, please pay $100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 days before the event. If the hiring fee is $200 or over, please pay half the hiring fee as a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 days before the event."

 

훨씬 평이한 영어로 상세하게 설명하였지만 여전히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2. List Version - 리스트형

 

If the hiring fee is:


 ● $100 or less, please pay it in full when you book.
  $101 to $199, please pay $100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days before the event.
 ●$200 or over, please pay half the hiring fee as a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 days before the event.

 

덩어리로 되어있는 description을 내용별로 구분하여 리스트로 표현했습니다.

 

3. Questions and Answers - Q&A형

 

Is the hiring fee $100 or less?

Please pay it in full when you book.

 

Is the hiring fee $101 to 199?

Please pay $100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 days before the event

 

Is the hiring fee $200 or over?
Please pay half the hiring fee as a deposit when you book, then pay the rest at least 21 days before the event.
 
상대방이 궁금해할 포인트를 미리 짚어서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4. Table - 도표형

 

Hiring Fee

 Deposit

 Balance to be paid

$100 or less

None

pay fee in full on booking

$101 to $199

$100 deposit, pay on booking

At least 21 days before event

$200 or over

Half hiring fee, pay on booking

At least 21 days before event

인건비

착수금

잔금

$100 미만

없음

계약 시 전액 지급

$101 ~ $199

계약 시 $100 지급

행사 21(3) 전까지 지급

$200 이상

계약 시 50% 지급

행사 21(3) 전까지 지급

 

프리젠테이션처럼 제한된 시간에 목표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경우 필요한 도표 형식입니다.

 

인터8편집.jpg

 

이렇게 바꿔서 표현해 보니 처음의 예문보다 그 의미가 한눈에 들어옴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알고 보면 사실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단지 리듬감 없이 나열하는 단순 서술문 형식은 일단 복잡하게 보이기 때문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이것을 네 가지의 대안적 의사 전달을 통하여 표현함으로써 현격히 이해하기 쉬운 통신문으로 재가공해 보았습니다.

 

더욱더 복잡한 내용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경우에는 위의 방법 이외에도 논리학이나 공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알고리즘(Algorithms)을 사용하는 것도 적극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화살표와 도표를 한눈에 들어오게 작성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보다 용이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소통의 본질은 배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생각 않고 주어진 'Official Version'을 쓰면 편하겠지만,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했을 때는 '상대방이 누구냐'를 염두에 두고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과 함께 평이한 이해가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중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하여 독자에 대응한 눈높이 커뮤니케이션의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가이드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Today's Choice]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Love Actually Lake Scene

 

영국인 작가 제이미와 포르투갈인 가정부 아우렐리아는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진심을 담은 말들을 쉽게 꺼내기도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듯 제이미의 눈을 쳐다보며 "당신과 헤어지는 이 시간이 하루 중에서 가장 슬픈 시간이에요."라는 식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이 깊어지고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각자 상대방의 언어를 배웁니다. 그리고 제이미가 아우렐리아를 찾아가 청혼을 하지요. 말을 통하지 않고서도 진실한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요?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위에 소통의 기술이 더해져야 할 것이고요.

 

[추천 기사]

 

- 결국 단어, 올바른 단어의 강력한 힘
- 서로 다른 남과 여, 배려하는 영어 표현
- 매드 포 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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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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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계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영사, 주네덜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법률의제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 상무, 글로벌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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