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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언론을 꿈꾸다

물뚝심송 박성호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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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빨간 책방에서는 <물뚝심송 박성호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 강연이 열렸다. 세 번째 시간에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는, 제대로 정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네 번째 시간의 주제는 언론. 그가 전하는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과 현실 속 언론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언론, 사회의 고발자

 

 어느새 여덟 번의 기획 강연 중 반을 마친 때문일까. 수강생들을 바라보는 물뚝심송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그는 우리가 낸 세금 중 많은 부분이 언론을 지원하는데 쓰이는데 이렇게 언론에 사회적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언론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던져야할 질문은 언론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이라며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현재 언론은 티브이는 시청률을, 종이신문은 구독률을, 인터넷 신문은 클릭수와 트래픽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 숫자들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그 숫자들이 지상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어쨌거나 이 상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진단하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 기본적으로 고발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권력에 맞서다

 

 처음에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만해도 언론형태는 아주 단순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엄청난 숫자의 대중에게 소식을 알리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많은 수의 대중에게 어떤 정보를 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에 권력이 개입하기도 하고, 그 자체가 돈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권력과 자본의 개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상적인 언론은 모든 유권자들이 조금씩 돈을 내서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언론이 미치는 영향이 넓다보니 점차 이를 세금으로 운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권력이 세금을 집행하다 보니 점점 권력의 간섭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곧 다수의 언론들은 권력의 간섭을 피해 자본으로 도피한다. 편집권의 독립을 위해 국가의 지배를 피해 광고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한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정희시절 유명했던 동아일보의 백지 광고 사태다. 권력이 말을 안 듣는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광고주들을 협박해 광고를 끊어버린 것이다. 동아일보는 광고 면이 비어버린 백지 신문을 발행했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분개해 동아일보에 조각 광고를 모아주면서 독자들이 낸 광고로 이루어진 신문이 탄생했다.


 물뚝심송은 여기서 흔히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독재자와 굴종하는 자본가, 그리고 이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이 언론을 지키는 모습이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 구도가 오래지 않아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이 서서히 자본 앞에 엎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 언론은 자본의 간섭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스스로 자본이 되고자 노력할 뿐이다.

 

 그는 오늘날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을 닫지 않고 스스로 존속하는 것인 듯 보인다고 평했다. 언론조차 상업성 짙은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삼국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황산벌>이라는 영화를 보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물뚝심송은 이 이야기를 오늘날 언론에 대입해보면 ‘올바른 언론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언론이 옳은 언론이다.’라는 말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점차 자신들이 가져야했던 목적, 사회가 자신들에게 준 역할, 고발자의 역할을 방기한다. 모든 것은 생존, 즉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로 결정이 나게 된다.

 

지금-여기, 언론의 현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물뚝심송은 주변 언론들을 예로 들며 우리 현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던진 떡밥은 조중동이었다. 그는 조중동이 정권의 편도, 가진 자들의 편도 아니라며 그들은 아주 일관되게 자신들의 편일뿐이며, 그저 오너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홍석현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던 날, 길가에 늘어서서 “회장님, 힘내세요.”를 외치던 중앙일보 기자들이나 장모씨 사건에 자사 오너 가족이 연루되자 아예 보도를 하지 않은 조선일보의 모습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모여 박정희 정권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다. 이때, 요구했던 것들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해서 황당한 것들이 많다. 정권이 신문잡지 발행에 간섭하지 말 것, 언론사에 기관원 출입하지 말 것, 언론인 불법 연행을 하지 말 것. 이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인해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가 벌어지는데, 얼마가지 못해 75년 3월 17일 동아일보사는 정권에 굴복해 농성 중이던 기자들을 모두 해고한다. 그렇게 동아투위가 결성된다. 그리고 5년 뒤, 박정희의 뒤를 이어 전두환이라는 독재자가 나타나서 언론통폐합조치라는 걸 단행한다.

 

동아일보 백지 광고.gif

동아일보 백지 광고 (*출처: 서울 역사 박물관)
1974년 유신정부의 긴급조치에 저항하는 동아일보 백지광고는 1974년 말부터 시작하여 1975년까지 계속되었다.

 

 언론 통폐합으로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등이 합쳐지고, 조직마다 전두환 전대통령 측 사람들이 자리를 장악한다. 그러면서 동아일보에서는 또 무더기로 해고가 된다. 이 사람들이 동아투위에 합류하고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한 것이 1984년이다. 한겨레신문 역시 이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론은 권력과만 싸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권력과의 싸움에서도 한번 이겨보지 못한 상태로 그 싸움의 상대는 자본으로 바뀌어 버린다. 


 실제로 한겨레가 권력에 맞서 싸우고 제 아무리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약자를 보호하길 원한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한 달 치 전면광고를 준다고 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최근 한겨레는 호남지역 지방판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집단이 낸 하단 통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한겨레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하지만, 사실 당장 재정이 부실하기 때문에 이런 반인권적 광고를 실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견도 있음을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뚝심송은 이게 오늘날 언론이라 말하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대한민국 조폭신문의 진실

 

 그는 신문들에 관해서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이었던 정연주씨가 했던 이야기를 되새겨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연주는 한국의 신문, 그러니까 조중동의 특질은 재벌언론과 언론재벌로 구분을 둘 수 있는데, 양자를 모두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조폭신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뚝심송은  이들이 왜 조폭인지를 설명해나갔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종이신문의 광고효과는 놀라울만큼 감소했다. 그런데 조중동은 아직도 엄청난 광고 수입을 자랑한다. 광고효과도 없는데 왜 광고비를 줄까? 그게 바로 조폭논리다. 광고를 안내면 기사로 광고주의 회사를 비난하기 때문이다. 이건 조폭에게 내는 보호비와 다를 게 없다.

 

 종이신문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힌 것은 인터넷의 등장이었다. 그나마 PC로 인터넷을 하던 시절에는 출퇴근 시간 동안이라도 읽을거리가 필요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나마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뚝심송은 어차피 인터넷 기사들도 다 언론사에서 만드는데 마찬가지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수익구조가 사라졌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신문사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변화였고, 실제로 외국에서도 전통적인 신문사들은 거의 대부분 타격을 받고 존립근거를 잃어버린 상태다. 인터넷 강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마존이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신문중 하나로 꼽히던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다.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어뷰징과 허핑턴포스트

 

 그러면 뉴미디어는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물뚝심송은 그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자체가 자본의 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일단, 인터넷 라인을 자체가 통신거대기업의 것이고, 그 안에 돌아다니는 콘텐츠가 저작권을 보유한 거대기업의 것이며, 거기에 흘러 다니는 기사들은 자본의 이익에 영합하는 낚시기사가 많다. 이어 물뚝심송은 인터넷으로 전이된 뉴미디어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가지 떡밥으로 어뷰징과 허핑턴포스트를 짚었다.

 

 어뷰징이란 말은 원래 오남용, 학대의 뜻을 가지는데, 주어진 시스템 속에서 시스템을 완전히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취지를 벗어난 기법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이야기한다. 지금 뜨는 검색어가 있으면, 그 검색어를 담은 기사를 급조해서 띄우고 사람들이 이 기사를 클릭을 하게 한다. 그리고 연관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사 사이트로 걸린 링크를 누르면 트래픽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용은 없고 검색어들로 가득 찬 기사들이 무한반복 게재 된다.

 

 거기에 조금 더 차원이 높은 다른 현상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은 좋은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 대신 글을 많이 읽고, 특정 주제에 대해 좋은 글을 모아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뚝심송은 여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흩어진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 정리하는 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지만, 그 글들은 자신의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가 이와 유사한 사이트인데, 전통적인 언론 사이트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트래픽을 올려 돈을 번 다국적기업이다. 이들의 수익은 광고인데, 지출은 거의 없다. 서버 운영비나 사이트 편집자의 월급은 지불하지만 기사에 원고료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사를 가져와 싣고, 자유기고가들의 원고료는 엄청난 조회 수로 대신한다. 트래픽이 모이는 사이트의 힘으로 원고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을 큐레이션하는 것이다.

 

 

미국 허핑턴 포스트 이미지.jpg

미국 허핑턴포스트 2015년 2월 3일 화면 
 


 과연 이런 곳을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뚝심송은 이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답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사이트의 목표가 트래픽을 올리는 데 있다 보니 가십을 상단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할 정보를 주는 것은 당연히 뒷전이 된다. 뿐만 아니라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다보니 젊은 기자들을 생산할 동력을 제공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진짜 미래의 언론에 대해 당분간은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몇몇 소명의식이 넘치는 젊은 사람들이 대안언론을 구성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나 국민티브이 등이 있지만, 뉴스타파는 기존 언론시스템에서 권력과 자본에 의해 밀려난 유능한 전문가들이 만든 전문뉴스라 특수한 경우이고, 국민티브이나 국민라디오는 언론이라기보다는 협동조합이라는 특수성이 부각된다.

 

새로운 언론을 꿈꾸며

 

 물뚝심송은 굳이 가능성을 찾아보자면, 조직을 구성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콘텐츠 생산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양질의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만들어 내고, 그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품질을 음미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소비해주면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들이 콘텐츠를 소액에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널리 생산되면서 찾기 힘들어지면 그때, 제대로 된 큐레이션 사이트가 등장하면 된다. 그는 지금은 큐레이션이 필요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앞으로 그런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고, 모일 수 있고, 소비될 수 있다는 미약한 희망을 말했다.

 

 물뚝심송은 강연을 마치며 우리 사회가 필요한 언론, 그 언론을 대신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을 유사언론인이라 칭하는 한편, 끊임없이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의 모습이 미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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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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