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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유화열, 멕시코에서 보낸 7년

『색의 나라 멕시코』 멕시코의 예술과 문화를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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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나라 멕시코』는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멕시코에서 7년을 머물며 그곳의 삶을 정면으로 부딪친 한 여성 도예가의 기록이다. 멕시코에 관심이 있지만, 평면적인 멕시코 안내서에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도 멀지만, 정서적으로도 멀다.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 월드컵 단골 출전국, 정도가 생각나지만 아직까지는 멕시코의 역사나 문화에 친숙하지는 않다. 이런 멕시코로 한 여성 도예가가 공부를 위해 떠났다. 여전히 유학이라 하면 유럽이나 미국을 떠올리는 한국에서 그녀의 선택이 예사롭지는 않은데, 좀 더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선택이다.

 

멕시코는 유명 화가 프라다 칼로를 배출한 곳이다. 원주민과 백인 정복자의 역사가 뒤엉키고 초강대국 미국과 복잡한 관계 속에 발전한 멕시코는 문화적으로도 독특하면서도 풍성한 나라다. 『색의 나라 멕시코』는 멕시코에서 머문 7년 간의 경험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인 유화열 도예가는 멕시코 역사를 공부허러 간 남편을 만날 생각으로 멕시코로 건너갔다.

 

대책 없이 시작된 이국땅에서 신혼생활을 겪고 두 아이를 낳으면서 여러 고비도 맞았지만 멕시코의 자연과 문화, 예술에서 위안을 얻고 도취됐다. 도예가가 겪은 멕시코는 책 제목처럼 색이 강한 곳이었다.

 

유화열

 

어떻게 지내셨나요.


요즘에는 브라질 현대미술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올 가을까지 마무리를 하려고 생각 중인데, 걱정은 잔뜩인데 진행이 더디네요. 『색의 나라 멕시코』 때도 그랬지만 늘 마감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허우적대며 살았던 것 같아요.

 

멕시코로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멕시코에 가게 된 건 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였어요. 책의 서두에도 썼지만, 결혼 때문이었어요. 대학 때 한 남자를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은 스페인어과를 전공했고 그 쪽에선 스페인어권 나라로 유학이나 해외파견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책의 전반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셨고, 나머지 절반은 멕시코의 예술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서술하셨는데요. 독자들이 어떻게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나요.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멕시코 미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편견 없이 봐 주었으면 해요. 흔히 뉴스 사회면에서 나오는 사건사고를 통해 멕시코에 편견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편견에 가려지지 않고 그들의 미술을 봐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산을 전후로 작품 세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만 해도 갓난아이를 키우는 것은, 한가로이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하고 싶은 걸 포기해야 하는 거였어요. 특히나 외국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인터넷도 없었던 그땐 더더욱 그랬죠. 그렇다보니 나에게서 물러서서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그것이 멕시코의 길거리, 시장, 공원, 미술관이 됐던 것 같네요. 

 

책에 실은 사진을 보면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으셨는지 이해가 가는데요. 멕시코가 색의 나라가 되었던 역사 문화적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마 멕시코 여행을 계획한다든가, 아니면 멕시코 여행에 대한 책을 몇 장만 봐도 멕시코의 선명한 색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색이 뇌리에 강하게 남게 되죠. 보통 어떤 대상을 색으로 떠올리면 대개는 한두 가지 색으로 범위가 한정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멕시코는 예외였어요. 마치 잔칫상에 가득 올린 음식처럼, 꽉꽉 차 있는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나라거든요. 어느 색 하나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자기 얘기를 하고 있지요.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자면 직물과 염색의 발전으로 접근을 해야겠네요. 16세기 스페인 정복자가 아즈텍에 왔을 때 가장 놀랬던 것이 당시 유럽에선 한 번도 못 봤던 인디고(청바지)와 같은 색이었다고 해요. 또 하나는 ‘아술 마야’라는 광물인데, 터키 블루보다 조금은 밝은 파란색을 냅니다. 이 색은 도자기나 건물 벽면 등에서 널리 볼 수 있는 색으로 유적지 어디를 가나 흔적이 남아 있지요.
 
멕시코 예술을 논하려면 원주민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서구 현대 예술과는 다소 다른 느낌인 게 대륙에 원래 있었던 원주민 문명 덕택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원주민 예술이 있었기에 오늘날 멕시코의 현대 미술가들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거예요. 프리다 칼로의 옷도 오하카 원주민 전통의상이고, 그녀가 부엌에 모은 살림들도 모두 원주민 도자기였어요. 그녀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가 벽화를 그려서 번 돈으로 사들인 것도 원주민 미술이었지요. 현대 멕시코 미술가들의 뿌리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원주민 미술에 닿아 있어요. 멕시코 원주민 미술은 그렇다고 북미의 인디언처럼 보호 구역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서 멕시코 사람들의 일상에 섞여 들어가 있어요. 멕시코 사람들의 일상에는 여전히 원주민 미술이 있어요. 잘 사는 사람 집을 가도, 가난한 사람 집을 가도, 어디든 원주민 미술이 숨 쉬고 있어요. 멕시코 원주민 미술은 전통미술이면서 현대미술인 셈이지요. 
 
멕시코에서 좋았던 기억도 많았겠지만,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책에서는 집 렌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는데요.

 

낯선 땅에서 살게 되면, 의식주 모든 게 문제가 되죠.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더 이상 통용 되지 않으니까요. 일단 집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집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시름 놓은 거겠죠. 제가 멕시코에서 살았던 때가 1991년부터였으니까, 오래전이라 힘들었던 것도 좋았던 것도 멕시코 이미지에 다 희석되어 버렸네요. 
 
멕시코 예술가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는? 제가 읽기에는 얼핏,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예, 맞아요. 저에게 가장 감명 깊게 다가왔던 예술가는 마리아 이스키에르도였어요. 한국에서 멕시코 미술을 흠모하면서 산다는 것은, 스스로 왕따가 되어 사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멕시코 미술에 대한 특강도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는데, 요구와 필요가 제한적이다 보니 지레 지쳐갔어요. 그 무렵 마리아 이스키에르도가 많은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프리다 칼로보다 더 많은 노력과 부침을 겼었는데도, 세상에선 프리다 만큼의 인정은 못 받았으니까요.

 

7년간 멕시코에서의 경험을 세 단어로 요약하실 수 있을까요?

 

소칼로 광장(멕시코시티의 광장, 아즈텍 신전이 있었던 곳, 산 카를로스 미술학교에서 가까웠던 곳, 멕시코 서민들의 집합소, 독립기념일에 “비바 메히꼬”를 외치는 곳, 역사 문화 예술의 현장) 올라, 꼬모 에스따스(멕시코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첫 인사. 따뜻하고 푸근한, 인정이 넘치는 인사말) 산본스 레스토랑(혼자서 책 읽기 좋고, 친구와 만나서 수다 떨기도 좋고, 누군가 멕시코 간다면 한 번 들러 보라고 추천하는 레스토랑 겸 미니 백화점)

 

이 책 외에도 멕시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이성형 교수님의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대홍수: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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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나라 멕시코 유화열 저 | 미술문화
『색의 나라 멕시코』는 한 여성 도예가의 멕시코 생활 에세이면서 멕시코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안내서다. 저자는 멕시코에서 ‘유학했다’기 보다는 ‘살았다’라고 말하는데, 살았다는 것은 공부했다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눈에 닿는 일상의 모든 곳에 미술이 녹아들어 있는 놀라운 땅이었으며,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술에 대한 개념이 뒤바뀌는 충격적인 곳이었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이 같이 쓰이고, 글보다 그림이 정보를 전달하며, 고대의 미적 전통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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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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