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탐욕으로 가득찬 세상에 닥친 심판의 날…
세상의 종말, 그것은 또다른 시작에 불과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영화 〈블랙 스완〉의 천재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에 의해 만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래전부터 ‘노아’라는 인물에 매료되었다는 감독은 4년여 전부터 이야기를 구상했고, 벨기에 만화 전문 출판사 ‘르 롱바르드’에서 2011년 그래픽노블 『노아』 의 첫 권을 출간했다.
2014 최고의 영화 기대작 <노아>를 기다리던 중, 그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스케치 구상을 하며 만들어낸 그래픽노블의 출간소식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아의 방주”라는 사건에 13살 때부터 매료되었다고 밝힌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수많은 수정을 해야만 했던 영화와는 달리 이 책에는 온전한 자신의 생각과 결말을 담아냈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던 “노아의 방주”는 세계의 멸망 속 모든 생명들을 한 쌍 씩 방주에 태우는 동화같은 이야기였지만, 이 책은 그 과정 속 노아가 겪어야했던 전쟁 같았던 고뇌와 갈등에 주목한다. 노아가 심판을 경고하지만 노아를 믿지 않았던 인간과 노아를 돕는 지구에 떨어진 타락천사들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그래픽 노블로 완성되었다.
책 속 배경은 고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미래의 모습에 가깝다. 노아의 생활 터전은 문명의 이기에 물들어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놓아버린 욕심에 가득찬 인간들을 보여준다. 생존에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노아는 자신의 운명이 그들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을 쓸어버리는 심판 속 새로운 시작을 위한 생명의 씨앗을 모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이후 펼쳐지는 모든 지구의 동식물이 종당 한 쌍 씩 방주에 타는 장면은 이미 알고 있는 데에도 어쩐지 모를 뭉클함을 전해준다. 그리고 시작된 비 속 노아를 믿지 않던 인간들이 방주에 타고자 벌이는 노아와의 마지막 결전으로 1권은 끝이 난다. 온 몸을 적시는 종말의 빗 속 타락천사와 노아 vs 심판 속 살고자 발버둥치는 인간들이 방주를 두고 대치하는 마지막 장면의 엄숙함은 2권을 더 기다려지게 한다.
노아 NOE 1대런 아로노프스키,아리 헨델 글/니코 앙리숑 그림/이현희 역 | 문학동네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새롭게 해석한 『노아』 에는 노아의 방주 건설을 돕는 거인 ‘천사’와 방주를 놓고 노아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안타고니스트인 ‘아카드’가 등장한다. 성서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들은 작품에 판타지성을 부여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철학적 주제의식을 보여주었던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번에도 노아라는 캐릭터를 심화시켜, 조물주가 내린 임무와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복잡한 인물로 구현해냈다.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