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연재종료 > 최민석의 영사기(映思記)
살아간다는 것 <노예 12년>
하루를 살았다는 건 점차 자유에 가까워졌다는 것
모든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어쩔 수 없는 노예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원고 마감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솔직한 나의 생각을 쓰려고 한다. 모든 걸 부정하려는 의도도, 근거 빈약한 낙관에 기대려는 생각도 없다. 나는 단지, 이 글을 비관으로 점철된 글로 오해하지 말아주길 바랄 뿐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주로 한심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글을 써 밥을 먹는다. 이는 내가 글쓰기에 관해 품고 있는 철칙 때문이다.
간혹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글이 있다. 그 중엔 저자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피해의식에 젖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형태를 빌리면서, 실은 자기 불만과 짜증만 쏟아놓는 경우가 있다. 아마 저자는 그 글을 쓰며 자기 내면에 있던 응어리가 원고지로 옮겨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원고를 다 쓰고 나면 내면에서 냄새를 피우던 응어리는 완벽히 원고지로 분리수거 되어 있고, 어느새 스스로 정화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원고’라는 유형의 산물까지 창조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 비판을 가장한 저자들이 고약한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 즉, 그 짜증을 독자들에게 전가하면서도 - 자신은 글을 쓰는 동안 하나의 해결점을 찾았다며, 그렇기에 글쓰기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다.
이런 저자들은 변명거리로 “판매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은 오로지 “글을 쓰는 동안 누렸던 내면이 담백해지는 기쁨으로 만족했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글쟁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지만, 실상은 이 거대한 변명 속에 그들 자신을 편입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심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글을 쓸 때마다, (기쁘면서도) 괴롭다. 가급적이면 이런 소재를 피하고, 다소 우스꽝스럽더라도 독자와 저자가 함께 웃길 바란다. 그 중에 약간은 생각해볼 거리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물론, 아무런 사유의 여지가 없더라도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노예 12년>을 본 오늘만큼은 이런 생각을 접기로 했다. 하고픈 말을 하겠다.
관련태그: 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스티브 맥퀸,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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