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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쥐었다 놨다, 절묘한 완급 조절 『파란만장 태자호위담』

재미진 e연재 이야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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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태자호위담』은 여자로 태어나 여자임을 숨기고 일국의 호위대장으로 살아가는 자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談’인 동시에 ‘담’이라는 절세미인이 주나라의 유일한 적통후계자인 홍운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예정된 엔딩으로 달려가는 연애담이다.

절대로 숨길 수 없는 것이 감기 그리고 사랑이라 했던가. 애정이 담긴 눈빛은 부러 꼭꼭 감추려 해도 어느새 시선으로 움직임으로 표정으로 틈새를 비집고 나와 상대에게 도달하고야 만다. 사랑을 받는 상대가 너무 눈치가 없어 한 칸짜리 와이파이로 동영상 내려 받는 속도로 마음을 캐치하는 속 터지는 경우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히 보이는 괴로운 경우라도 어쨌든 사랑은, 최고로 좋다.

 

<파란만장 태자호위담>은 여자로 태어나 여자임을 숨기고 일국의 호위대장으로 살아가는 자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談’인 동시에 ‘담’이라는 절세미인이 주나라의 유일한 적통후계자인 홍운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예정된 엔딩으로 달려가는 연애담이다. 담, 풀네임 ‘기소담’은 <베르사유의 장미>의 근위대장 오스칼 프랑소와를 떠올리면 되겠다. 어느 여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미모와 검술과 훈련으로 다져진 아름다운 육체의 소유자로 묘사되는 기소담은 우습게도 누구도 그를 여자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 황실에서 남자 행세를 하며 이미 수년째 태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대륙의 강국이며 기후가 좋아 ‘홍매화가 아름답고 장미가 눈부신’ 주朱나라의 인적관리 시스템은 생각보다 허술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살짝 모른 척 넘어가자. 시대적 지리적 배경도 모호한 이 나라는 동양의 주술과 서양의 흑마술이 교차하고 산에는 산신령이, 강에는 물고기 신령이 두루 보살피는 영적 기운 충만한 땅이다.

 

담 보다 한 살 어린 태자 ‘운휘’는 왕위를 이을 적통후계자답게 명석한 두뇌와 주변을 다스리는 카리스마를 갖춘 존재다. 열일곱 나이다운 장난 끼 넘치는 일면도 가졌으며 로맨스 소설 필수요소인 ‘아름다운 미모’는 물론, 기본 탑재했다. 꽃다운 그들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것은 담의 남자 포지션. 원래 태자를 보필해야 하는 명문 무가, 기 씨氏 가문의 남자아이가 생각보다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남동생이 장성할 때까지만 호위 일을 맡기로 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니, 기회였나? 태자 운휘는 잠든 담에게 속삭인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은애하고… 동시에 존경하고 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왕위에 오른 후를 염두에 둔 태자의 여러 차례 지방원정길에도 담은 언제나 함께다. 부녀자들의 반짝이는 장신구를 훔쳐간 까마귀(진짜, 까마귀)를 추적 검거하는 아기자기한(?)스케일의 사건도, 선대의 정치싸움에서 퇴출된 가문의 목숨을 건 대규모 복수전에도 태자의 그림자처럼 담은 여자임을 지우고 오로지 주나라의 운명을 위해 몸을 내던진다. 담의 아름다움은 한 꺼풀 외모가 아닌 바로 여기서 나온다. 지켜야 할 상대를 위해서만 드러내는 강인함.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전에 담의 ‘실종’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장벽을 만나지만 신령의 도움으로 운휘의 꿈속에 들어가고, 암흑뿐인 꿈속에서 담과 만난 운휘의 힘겹지만 단호한 한 마디는 담도, 보는 이도 같이 울먹이게 만든다. “난 말이지, 꼭 알아볼 거다. 네가 어디에서 무슨 모습을 하고 있어도. 꼭 알아볼 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사랑의 조건은 간단하다. 그 사이에 어떤 것들이 가로막고 있든, 설사 요단강이 흐르고 있든. 제멋대로 비집고 나오는 애틋한 감정은 서로에게 닿았을까? 클라이맥스에 도달해서도 너무 심각일로를 걷지 않고 위트 섞인 담담한 필치로 독자를 쥐었다 놨다,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작가의 완급은 <파란만장 호위무사>를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이다.

 

[추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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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마지막 행보, 아디오스 노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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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태자호위담 양효진 저
기소담과 홍운휘, 이 둘이 만들어나가는 좌충우돌, 시끌벅적,
하지만 가끔은 붉은 동백처럼 화려한 동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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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지희

스물다섯 살 이전에는 한 번도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생존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음악, 소설, 만화, 스포츠 등에 관한 글을 쓰며 생존해왔다. 한 가지를 파고들어 지식과 애정을 갖는 걸 좋아하므로 무언가의 애호가라는 말이 적합하나, 지인들은 그냥 오타쿠라 칭한다. 「스쿱」, 「브뤼트」 등을 거쳐 현재 ‘만화 없는 만화 웹진’ 「ACOMICS」 에디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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