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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은 무효다

토론은 찬반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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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가 이상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유대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만장일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은 ‘의견이란 대립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한다. 그것도 A안에 대해 B안이 있다고 하는 양자 대립이 아니다. B안이 나오기가 무섭게 즉각 그것에 반대하는 C안이 나온다. C안에 대해서는 또 다른 각도에서 D안이 제시된다. 이렇게 제시되는 의견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름지기 하늘을 위해 전개되는 논쟁은 최종적으로 불후의 명작이 된다. 그러나 하늘을 위해 전개되지 않는 논쟁은 최종적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어떠한 것이 하늘을 위한 논쟁인가? 그것은 힐렐의 샴마이의 논쟁이다. 하늘을 위하지 않는 논쟁이란 무엇인가?
모세에 대한 고라(Korah)와 그 일당의 논쟁이다.
미쉬나 「아보트」 편, 5,17

모든 가능성을 끝까지 모색한 후 최선의 안을 채택한다

《탈무드》의 규정에 의하면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재판에 있어서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관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처음부터 피고의 무죄를 변론하도록 되어 있다. 그 이외의 재판관들 또한 처음에 피고의 유죄를 주장했더라도 심리 도중 자신의 견해를 뒤집어 피고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피고의 무죄를 주장한 재판관이 도중에 유죄를 주장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따라서 사형이라는 극형을 언도할 때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는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피고의 유죄를 결정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즉 사형 판결을 내릴 경우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형은 무효라고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 까닭은 재판에 대해서는 언제나 두 가지 견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견밖에 나오지 않을 경우 공정한 재판이 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장일치가 이상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유대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만장일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은 ‘의견이란 대립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여 논의를 한다. 그것도 A안에 대해 B안이 있다고 하는 양자 대립이 아니다. B안이 나오기가 무섭게 즉각 그것에 반대하는 C안이 나온다. C안에 대해서는 또 다른 각도에서 D안이 제시된다. 이렇게 제시되는 의견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든 가능성을 끝까지 모색한 후에 그들은 최선의 안을 채택한다. 또는 제한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최후에 남은 두 개의 안 중 하나를 채택한다.


토론은 찬반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

그렇다면 왜 유대인은 의견 대립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나 토론을 전개해가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앞에서 제시한 “모름지기 하늘을 위해 전개되는 논쟁은 최종적으로 불후의 명작이 된다”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예로서 「아보트」 편은 힐렐과 샴마이의 논쟁을 소개하고 있다.

1세기 전후에 활약한 유대의 2대 현인은 역시 힐렐과 샴마이다. 힐렐은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쳤고, 샴마이는 “말을 삼가고 크게 실행하라”고 가르쳤다. 힐렐은 율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편이었고 샴마이는 대단히 엄격했다.

그러나 “안식일 직전에 항해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힐렐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한 반면 샴마이는 일몰 전에만 귀항할 수 있다고 안식일 직전의 항해도 인정했다.

왜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힐렐은 엄격파, 샴마이는 유연파로 바뀐 것일까? 그 배경에는 두 사람이 살아온 환경의 차이가 있다. 상인 출신인 힐렐은 민법 해석에는 대단히 탄력적이고 유연한 편이었지만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이해의 폭이 좁았다. 한편 장인 출신인 샴마이는 상법 해석에 있어서는 대단히 엄격했지만 기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기술자 자신들의 판단을 존중했다.

《탈무드》가 말하는 ‘하늘을 위해’란 공공 이익과 사회복지를 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확신할 수 있는 발언이라면 절대로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양보하지 않을 정도의 기개도 있어야 한다. 설령 쌍방이 서로 양보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공공 이익을 위한 의견들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치 세력의 확장을 노리고 예언자 모세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고라(Korah)와 그 일당이 제기한 이의는 하늘을 위한 논쟁이 아니었다. 파벌 확장과 관련된 대립은 엄히 삼가야 한다고 《탈무드》는 경고한다. 파벌 확장을 위한 의견 대립과 사회를 위한 의견 대립은 엄격히 구별하기 때문에 전자는 부정하고 후자는 긍정하는 것이다.


논의나 토론의 장(場)이라고 하는 것은 찬반양론으로 갈리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부담 없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다. 찬반을 논하는 것이라면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과감히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일단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점에서 새로운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움이 창조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람부터 발언해야 발전한다

유대인이 두 사람이 모이면 세 가지 의견이 나오고 세 사람이 모이면 다섯 가지, 아니 일곱 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발언하는 도중에도 머릿속으로는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원칙적으로 유대인 사회에서는 젊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발언권을 준다. 그 원형은 고대 유대 대법원이라 할 수 있는 산헤드린(Sanhedrin, 신약 시대까지 예루살렘에 있었던 고대 유대인의 최고 의결 기관)이다. 《탈무드》는 “산헤드린에서는 사건 심리 때 젊은 법관부터 순서대로 발언해야 한다”고 명한다.

젊고 미숙하다는 이유로 선배나 장로 앞에서 사양하거나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젊기 때문에 더욱 기발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접근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여겼다. 또 젊은 생각을 차단해버린다면 진보도 출구도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연장자나 장로는 젊은 사람들의 발언을 공평하게 평가하는 분별력을 발휘하여 최후에 발언해야 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 풍토가 오늘날까지도 유대인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와 의견이 유감없이 개진될 수 있는 원천이 된 것이다.

보통의 유대인과 명석한 유대인의 차이는 전자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데 비해 후자는 충분히 음미하지 않고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대인들 사이에서 ‘침묵이 금’이 되는 이유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심사숙고하고 마지막에 무게 있는 발언으로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유학 시절에 교수와 학생 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한 교수가 필자에게 첫 번째로 의견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훌륭하신 교수님들을 제쳐놓고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먼저 의견을 말하겠습니까. 저는 그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정중히 사양하자 교수는 말했다.

“여기는 미국이다. 겸손은 필요 없어. 미국에서는 20대에서 50대까지는 나이로 구별하지 않아. 물론 60대 중반이 지난 사람은 연장자로서 존경하지. 그 이하는 나이와 상관없는 실력의 세계다. 그 사람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양할 필요 없어. 기회가 올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해. 자, 발표해라.”

학문의 세계에서 진리 앞에 나이는 무의미하다. 정치 세계에서 또한 정책과 확실한 비전과 지도력이 연장자의 권위를 초월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및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판단력과 행동력이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부를 형성해간다.

유대인의 피를 이어받는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최초로 제안했다. 그런데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등’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 당사자에게 있어야 한다.

연장자로서 존경받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누구나 평등하다. 평등하기에 젊은 사람으로서는 연장자와 똑같은 참가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기성 권위에 대한 부정이나 기존 질서에 대한 무시도 가능하다.

창조적 파괴는 결과적인 것이며 창조를 위해 파괴하는 것도 파괴를 위해 창조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것에 대한 겸손한 자세나 배려 없이 오로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주변에 있는 기존의 모든 것을 모조리 붕괴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존의 것에 대한 겸손한 자세’라는 말에는 선배나 주위 사람들의 인격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탈무드》 또한 “그 어떤 사람도 경멸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개인적인 인격의 존엄성과 존재 의의는 그 어떤 사람에 의해서도 박탈될 수 없으며 침해당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사형

사형을 언도할 경우, 판사들이 만장일치로 판결한 경우는 무효다. 그 까닭은 재판에서는 언제나 두 가지 견해가 있어야지 한쪽의 의견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특히 사형이라는 극형을 언도할 때만큼은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면 사형을 언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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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테시마 유로 저/한양심 역 | 가디언
이 책의 저자 테시마 유로는 “유대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서 부자가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천 년 동안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해져 내려온 《탈무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유대인처럼 《탈무드》를 공부하고 실천하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 테시마 유로는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으로 방대한 《탈무드》로부터 ‘돈과 비즈니스 핵심’만 가려 뽑아 우리에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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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테시마 유로

1942년 한국 부산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철학 및 구약성서학을 전공했고, 뉴욕의 아메리카 유대신학교 대학원에서 유대 철학을 연구하고 히브리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부터 3년간 로스앤젤레스의 유대대학교에서 유대 철학을 강의했다. 1985년 <길보아 연구소>를 설립하고, ‘토라 연구회’를 조직하여 매월 도쿄에서 구약성서를 토대로 유대 사상을 연구하였으며, 오사카에서 경제인을 위한 ‘도주쿠(道塾)’를 주재하기도 했다. 지금도 뉴스칼럼을 통해 유대 철학을 소개하고, 유대인 비즈니스맨들과 깊이 교류하며 탈무드 비즈니스 지혜를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대인은 왜 우수한가』,『선종과 하시디즘(Zen Buddhism and hasidism)』 등이 있다.

유대인의 비즈니스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테시마 유로> 저/<한양심> 역12,1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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