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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곽도원의 액션과 리액션

‘김태훈의 편견’ ③ 영화배우 곽도원 관심을 갖게 되면 캐릭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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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배우 곽도원을 만났다. 낯설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우리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던 그 남자가 아니다.

곽도원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홍보를 위한 인터뷰 릴레이에 조금은 지쳐보였다. 그러나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끝까지 성실함을 잃지 않았다. 자칫 길어지는 인터뷰에 미안한 마음을 가질까봐, 기분 좋은 농담으로 슬쩍 인터뷰어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 남자와는 커피잔을 사이에 두기보단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 너무 거칠지 않은 투명한 영화

김태훈 : 그동안 곽도원 씨가 출연한 영화들, 재밌게 봤습니다. 이번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어때요? 제가 아직 못 봐서요. 시사회가 있었나요?

곽도원 : 엊그제, 있었는데요. 너무 재밌게 봤어요.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더라고요. 내가 출연한 영화에 이렇게 감정이 빠지기가 쉽지 않은데요. 직업병처럼 ‘아, 연기가 왜 저랬지? 왜 저런 식으로 하고. 아, 저 연기 죽인다’ 이렇게 봐지는 게 대부분인데, 감정이입이 너무 됐어요. 집안 얘기도 그렇고, 제 동생 역으로 나오는 황정민 씨의 캐릭터에도 제 모습이 약간씩 보여 져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데, 단상으로 올라가자마자 제가 ‘기자님들, 잘 보셨죠? 재밌죠?’ 이래서 깜짝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무슨 배우가 저렇게 등장하냐고요. 저는 너무 재밌게 봤어요.

김태훈 : 아마 남자 관객들이 <남자가 사랑할 때>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웬만하면 여자 말을 다 들어주는데, 극장에서는 조금 고집을 피우는 경향이 있잖아요.

곽도원 : 그런가요? 저희 영화가 너무 거칠지 않고 투명한, 때 묻지 않은, 순수하다고 그래야 하나요? 요즘에 연애할 때 보면 로맨틱한 게 많은데, <남자가 사랑할 때>에는 훅훅 다가가는 남자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거든요.

김태훈 : 예고편을 봤는데 약간 거칠게 보이더라고요.

곽도원 : 네. 태일(황정민 역)이 모텔 앞에서 슥 밀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웃음).

김태훈 : 그런 장면이 있어요?

곽도원 : 예, 예고편에 있어요. 그리고 은행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다가 깡충깡충 뛰는 모습. 그게 진짜 태일이의 가장 순수한 면이고 깨끗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돼요.

김태훈 : 만약에 주인공을 그렇게 설정했다면, 설정 자체가 굉장히 지금의 트렌드하고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작년 한국 영화를 보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중에서 절반이 북한인이 주인공이에요.

곽도원 : 아, 간첩 영화.

김태훈 : <베를린>부터 시작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영화들인데. 재밌는 사실이 뭐냐 하면, 다 멜로예요. <베를린>도 결국에는 자기 아내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남자 이야기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식스팩 있는 바보와의 멜로 이야기고요. <동창생>도 그랬고 <용의자> 역시 자기 아내와 아이에 대한 복수 이야기인데요. 재밌는 건, 한국의 여성분들이 더 이상 한국 남자들이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북한이라는 낯선 공간, 그런데 그곳에서 버림받은 인물들이죠. 도덕적으로도 흠 잡을 데 없고, 북한에서 버림받았으니까 모성애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고, 그 와중에 굉장히 지고지순한 순정파들이고. 남자들은 그 영화들을 대부분 액션 영화로 보는데, 여자들은 그 영화를 대개 멜로로 보는 경향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남자가 사랑할 때> 예고편과 줄거리를 대충 듣고 나서, 이런 멜로라면 시장에서 나름의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곽도원 : 정말 그 예상이 맞기를 바랍니다, 진짜.




투명에 가까운 남자가 사랑하는 방법

김태훈 : 최근에 바쁘시죠? 어떠세요, 바쁜 걸 즐기세요?

곽도원 : 바쁜 걸 즐기진 않아요. 노는 걸 즐겨요(웃음). 일할 땐 또 일을 해야죠. 지금 <타짜 2>도 크랭크인을 해서 그것도 준비해야 되고요. <변호인>도 천만 관객 돌파 무대 인사도 해야 되고, <남자가 사랑할 때> 홍보도 해야 해서 약간 정신없기도 하네요.

김태훈 :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할 때 보면 굉장히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변호인> 때도 굉장히 화제가 됐어요(웃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많이 됐었고. 최근에 언론 시사회 때 공개적으로 연인에게 고백을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느낌이셨어요? 공적인 공간에서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하는 게?

곽도원 : 그렇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요. 그래야 나 스스로에게도 더 책임감이 생기고 사귀는 친구한테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영화에 감정이 너무 몰입돼서, 너무 재밌게 봐서요. 제가 느꼈던 게 그거였어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보면서, ‘투명에 가까운 남자가 사랑하는 방법’ 이런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보고서 진짜 반성 많이 했어요. 여자친구한테 바라는 것도 많고, 기대는 것도 많고, 못해준 것도 많아서, 영화를 보고 나니까 갑자기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에서 태일의 아버지(남일우)가 치매에 걸리는데, 실제로 제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에 한 7년 동안 치매를 앓으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 때 연극 처음 시작해서 20대 초반에도 연극한답시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래서 태일이가 사고치고 이런 부분들이 너무 저한테 감정 이입됐어요.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은 상태가 되니까 갑자기 여자 친구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기도하다가 방언 터지듯이, ‘미연아, 사랑한다’ 이렇게 터져버렸어요(웃음).

김태훈 : 영화 한 편에서 온전히 느꼈던 감정이 결국 무대 위에서 터진 거군요. 여자친구가 뭐라고 하던가요?

곽도원 : 뭐하는 짓이냐고 하죠(웃음). 그렇게 하려고 준비했던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랬던 거 아니라고, 그런데 터져버렸다고 말했죠. 그러니까 고맙다고,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여자친구한테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오히려 ‘오빠는 괜찮아?’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저는 괜찮다고 했죠. 본인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김태훈 : 오래 사귄 분이세요?

곽도원 : 이제 7개월 됐어요.

김태훈 : 7개월이면 가장 낭만적인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곽도원 : 아뇨, 가장 많이 싸울 시기죠(웃음).

김태훈 : 그런가요? 싸움이 많아지면서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을 텐데, 이번 무대에서의 공개 고백으로 완전히 낙관적인 분위기로 돌아서지 않았습니까?

곽도원 : 그런 것 같아요. 둘의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저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요(웃음).

김태훈 : 여자친구가 곽도원 씨를 처음 봤을 때 첫인상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해요? 제가 오늘 곽도원 씨 실물은 처음 뵙는데, 의외로 샤프한 이미지여서 깜짝 놀랐어요. 영화 속에서의 느낌,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잔상은, 왠지 사각턱에 굉장히 둔중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잖아요.

곽도원 : 처음에 몰라보더라고요. TV도 잘 안 봐서 몰라보다가, 옆에 앉아 계신 분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데 정작 여자친구는 몰라서 제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글쎄,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 봤냐고 했더니 ‘아, 맞네. 그 분이네’ 그러더라고요. 얘기하다가 보니까 ‘와, 예쁘다’(웃음), 제 눈엔 그렇게 보였어요.

김태훈 : 그래서 말을 거신 거예요?

곽도원 : 예쁘다고 그랬죠(웃음). ‘진짜 예쁘시네요, 정말 예쁘세요’ 라고.




황정민 형님 덕분에 착한 캐릭터 도전했어요

김태훈 : 실제 여자친구와의 만남이라든지 또는 7개월 정도까지의 마음의 변화 같은 게, 영화에서 태일(황정민)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무대에서 터져나온 거군요.

곽도원 : 저도 약간 태일과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하는 짓도, 평상시 사는 것도 그렇고요.

김태훈 : 커브가 별로 없으실 것 같은데요. 다 직구로 던지실 것 같아요.

곽도원 : 싫은 건 조금 참는 편인데 좋은 건 다 좋다고 막 얘기하는 편이에요.

김태훈 : 이 영화를 선택한 여러 가지 얘기 중에, ‘착한 역할을 좀 맡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곽도원 :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황정민 형님의 혜안이 정말 많이 작용했어요. 한재덕 대표(영화 제작사 사나이픽쳐스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황정민 선배가 이 영화를 한다. 시나리오 한 번 읽어봐라. 네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한 번 골라봐라’ 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읽어 봤더니 ‘이거 뭐 두철 역할 하라는 얘기네. 나쁜 놈 하라는 것 같은데’ 싶어서 두철 역할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신세계>의 쫑파티 장에 갔어요. 최민식 선배님도 계시고 황정민 형님도 계셔서 인사드리려고 갔었는데요. 정민이 형님께서 옆자리에 오시더니 손을 끌어당겨서 잡으시더라고요. 두철이 역할을 하기로 했냐고 물으시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도원아, 네 얼굴을 봐라. 넌 악역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그러시는 거예요(웃음). 그러면서 ‘왜 또 악역을 하려고 그래, 이번엔 착한 역할을 해’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 알겠습니다’ 했죠. 그래서 착한 역할을 하게 된 거예요.

김태훈 : 그래도 처음에 영일 역할이 마음에 있지 않으셨어요?

곽도원 : 있었죠.

김태훈 : 그런데 혹시라도 그렇게 영일 역할을 제안하면 그 쪽에서 거절할까봐, 두철 역을 맡겠다고 하신거죠?

곽도원악한 역할, 강한 역할도 했었으니까 스스로도 요령 피우듯이 안전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황정민 형님 덕분에 <변호인> 이후에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남자가 사랑할 때>를 선보일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 드리고요.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변호인>, 정치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김태훈 : <변호인> 무대 인사 때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신 게, 원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라고도 생각은 했습니다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곽도원 씨 자체도 <변호인>에서 나오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부담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그걸 빨리 털어버리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것이 무대 인사나 이런 쪽에서 조금 더 활발한 모습으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곽도원 : 털어버린다는 생각보다, 관객들에게 정치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에 작품을 봤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얘기들이 많이 나오니까요. 정치적인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한 인간이 그가 생각하는 정의라는 것을 맞닥뜨렸을 때 신념을 갖고 헤쳐 나가는 강한 모습을 영화에 많이 담고 싶어 했던 거고요. 차동영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면서 고문 씬이 없을 수는 없지만, 촬영했던 것보다 많이 편집됐거든요. 임시완 씨가 거의 죽도록 맞았는데 많이 편집된 거예요.

김태훈 : 임시완 씨의 고문 장면이 많이 나왔으면 안티 팬들이 확 늘어났을 거예요(웃음).

곽도원 : 어마어마했을 거예요(웃음). 고문 장면이 많이 편집된 이유는 이런 거예요. 육체적으로 고문을 하고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잘못된 신념과 사상 때문에 벌어지는 그 다음의 일들이 엄청나게 또 인간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거거든요. 법정에서 4차 공판 때 송우석 변호사와 둘이 맞닥뜨리는 씬에서도, 두 사람이 멱살을 잡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런 물리적인 행동들 보다 신념과 신념이 만났을 때, 정의로운 신념과 잘못된 신념이 서로 부딪힐 때 느껴지는 것들을 관객들이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잘못된 신념, 철학성이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서 꼭 얘기하고 싶었던 거죠.

김태훈<변호인>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송우석 변호사 역할을 맡고 있는 송강호 씨의 캐릭터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틀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만약에 곽도원 씨가 연기하는 상대 쪽의 캐릭터들이 그냥 일반적으로 보기에도 ‘뼛속까지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생각됐다면, 오히려 신파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기 이전에 인물들에서 벌써 선과 악이 결정돼 버리면, 어느 한 쪽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되잖아요. 그런데 <변호인>에서 곽도원 씨의 캐릭터를 보게 되면, 차동영은 그 시간대에서 분명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에요. 법정에서의 송우석 변호사와의 언쟁 중에도 볼 수 있듯이, 연기에서의 표정이 뭐냐 하면 ‘나는 옳은 일을 했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는 당혹스러움 혹은 상대에게 내 말이 도저히 통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당혹함 같은 것들을 많이 표현하고 있거든요. 캐릭터를 잡을 때 정말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곽도원 : <변호인>을 촬영할 때 쯤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영화 <남영동 1985>를 볼까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보지 마세요. 우리는 그런 영화 아닙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집에 와서 봤어요(웃음). 그리고 실존 인물(이근안)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됐어요. 그 인물이 종교에 심취하게 됐고, (목사 직을 박탈당하고, 공판을 받고 내려오는 길에 피해자들이 그에게 던진 한 마디에 반응하는 모습,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태훈 :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냥 ‘뻔뻔스럽다’는 단어로는 해석이 안 되죠?

곽도원 : 그렇죠. ‘저 사람 뭘까’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더라고요. <변호인>에 보면 이런 장면이 있죠.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 송우석 변호사가 찾아왔다가 발각이 돼서 제가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나서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국기가 있는 위치를 찾아요. 그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예전에 우리가 국민 학생일 때 경찰서나 동사무소 방향으로, 태극기가 있는 방향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라고 배웠죠.

김태훈 : 그렇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리면 공을 세워놓고 국기 게양대를 향해서 경례를 하라고 배웠죠.

곽도원 : 네. 그게 차동영의 사상인 거죠.

김태훈 : 그 시대에 철저히 교육된 인물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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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 그렇죠. 그게 차동영의 신념이고, 애국이고, 그랬던 거죠. 저도 애국가에 맞춰서 경례를 한 다음에 이 디테일이 차동영의 일상의 철학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 신념을 가지고 차동영을 연기했던 것 같아요.

김태훈 :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좀 더 논쟁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곽도원 : 더 열 받게 할 수도 있고요.

김태훈 : 한 번쯤 더 생각해 보게 할 수도 있는, 입체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영화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대 배우에 대한 좋은 리액션이 좋은 연기를 만든다

김태훈 : 요새 배우로서 굉장히 즐거우실 것 같아요. 출연한 작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또는 계속해서 다음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같이 연기하셨던 분들이 만만한 분들이 아닙니다. 일단 최민식 씨 있으셨고, 또 송강호 씨 있었고, 이번에 황정민 씨까지.

곽도원 : 한석규 선배님도 계셨고, 김윤석 선배님도 계셨고요.

김태훈 : 대한민국에서 소위 가장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들과 함께 하셨어요. 그런데 <변호인>에 대한 평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곽도원이 밀리지 않는다’라는 한 줄이었어요. 저 역시도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쟁쟁한 배우들과 현장에서 만났을 때 어떤 분들은 조금 움츠러드는 기분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곽도원 씨는 조금 즐기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런 빅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 같은 걸 느끼면서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요. 현장에서의 느낌은 어떠십니까?

곽도원 : 연극할 때도 공연을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 한 적이 굉장히 많거든요. 관객이 얼마나 중요하고 배우는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못 한다는 걸, 정말 섬뜩하게 받아들인 적이 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배우는 관객이 즐겁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배우의 가치와 존재의 타당성은 관객의 즐거움에 있는 거예요. 선배님들도 관객을 위해서 연기하고 있다는 걸 저는 알아요. 그걸 믿어요. 관객이 즐겁기만을 바라면서 연기하고 있고, 그걸 누구보다 절실히 아실 분들이라고 저는 믿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이 하시는 게 경쟁을 한다거나 기 싸움을 한다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연기하는 거에 대해서 제가 반응하고 리액션 하면 이 분들이 행복해하실 거라는 걸 알아요. 저도 그걸 받는 게 행복해요. 진실 되게, 강력하게 주시거든요. 그러면 강력하게 받아서 강력하게 얘기하면 돼요. 아니면 의외성으로 던지든지. 그렇게 하고 나면 둘이 행복해해요. 우리가 잘됐다고 느끼고 관객들이 행복해할 걸 아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 싸움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선배님들을 만나면 행복해요. 그렇지 않고 후배님들을 만나 뵈면 자기 것만 준비해서 자기 것만 하는 분들이 있어요.

김태훈 : 그렇게 될 경우에는 리액션 나오기가 어렵지 않나요? 연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상대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로 받아줘야 그걸 받아서 다시 내 에너지로 끌고 가는데 그 만큼의 에너지가 나오지 않으면 약간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곽도원 : 그렇죠, 정말 당혹스럽죠. 그럴 때는 미쳐버릴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화를 내고 욕할 수가 없는 게, 제가 얼만 전에 그랬거든요.

김태훈 : 얼마 전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언제일까요?

곽도원 : 연극할 때도 그랬고요. 그게 욕심이거든요.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안한 거예요. 연습을 안 하면 집에서 잠이 안 오고, 대본을 보게 되거든요. 대본을 보다 보면 발화를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내 귀로 듣게 되면서 습관이 돼 버리고, 고정이 돼 버려서 현장에 오게 돼요. 그렇게 안 하면 또 불안하고, 마음을 비워야 되는데 비워지지 않고요. 낯선 환경 속에서 긴장한 채로 모르는 사람들과 사랑도 해야 하고 미움도 해야 되잖아요. 그러한 것들 때문에 그렇게 자기 것만 하게 된다는 걸 연극할 때도 느꼈고, 영화 시작할 때도 느꼈고요. 지금도 내 스스로 안에 욕심이 생기는 찰나를 경험하고 있거든요. 계속 비워내야죠. 그런데 녹록치 않고요.




고등학생 때 처음 본 연극, ‘나 저런 거 하고 싶다’

김태훈 : 대부분의 배우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연극반에 들어가게 되거나 이런 경우들이 있는데 곽도원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시작하셨어요.

곽도원 : 아니에요. 정확하게는 고등학교 때 연극을 시작한 게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을 처음 보러 갔죠. 연극을 처음 봤죠. 지금은 없어졌는데 종로에 있는 하나방 소극장에서 <바쁘다 바뻐>라는 연극을 봤어요.

김태훈 : 당시에 최고의 코미디였죠? 대학로에서도 계속 시리즈로 공연됐죠. 저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곽도원 : 제가 태어나서 열여덟 해를 살면서, 그렇게 한 곳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웃고 우는 걸 처음 본 거예요. 난생 처음. 그래서 ‘와, 나 저런 거 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죠.

김태훈 : 무대와 공간에 확 세례를 받으셨군요.

곽도원 : 네. ‘나도 저렇게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울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하다가 1년 후에 대학도 떨어지고(웃음), 그래서 바로 극단을 들어갔죠. 스무 살 때 ‘가가의회’라고 <품바>를 공연하던 극단에 들어갔어요. 극단 ‘가가의회’에 들어가서 그때부터 포스터 붙이고 음향, 조명 하고 청소하고 밥하는 것부터 하면서 시작했죠.

김태훈 : 행복하셨어요? 연극이란 게 가난한 생활이지만.

곽도원 : 처음에 극단에서 받아줘서 너무 행복했는데 정말 깜짝 놀란 게 있었어요. 제가 생애 첫 공연을 한 편 본 다음에 입소문 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을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스무 살에 극단에 들어갔는데, 그때 극단(가가의회 극단)에서 <품바> 말고 다른 작품을 하나 하고 있었어요. 거기에 가서 스태프 일을 배우고 공연하는 걸 보라고 해서 극장에 갔어요. 그런데 제가 간 첫 날,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안 하는 거예요(웃음). 그때가 화요일인가 그랬는데 수요일도 관객이 없어요. 목요일도 없어요. 금요일도 없어요.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김태훈 : 당시만 해도 연극이 활황기였던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곽도원 : 그런데 관객이 없어요.

김태훈 : 충격적이지 않았어요?

곽도원 : 완전 충격이었죠.

김태훈 : 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웃음).

곽도원 : 아침에 해가 뜰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잠을 자잖아요. 극장에 가면 공연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런 일을 아예 생각을 못했다는 거예요. 집에 부모가 계시다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김태훈 : 그래서 어떠셨어요?

곽도원 : ‘아, 이거 해야 되나? 이거 맞나?’ 그랬죠(웃음). 그렇게 토요일도 공연을 못 하고 일요일이 되니까 극단 분들이 ‘쟤한테 공연하는 거 한 번 보여줘야 되는데 어떻게 하냐.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봐’ 그래서 여섯 명인가 여덟 명이가 선배님들이 오셔서 공연을 올렸어요. 그때 처음으로 극단의 공연을 봤죠. 그리고 난 다음에 고생이 시작됐죠(웃음). 그런데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 연극도 많이 보러 다닐 수 있었고요. 지금은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다른 극장에 가서 ‘어느 극단에서 왔는데 공연 좀 볼 수 있습니까’ 하면 들여보내줬어요.

김태훈 : 당시의 대학로가 생각나요. 제일 처음에 봤던 연극이 <카덴자>였어요. 그게 아마 최원일 씨 연출이었던 것으로 생각이 나고요. 그 다음에 <관객모독>이나 <바쁘다 바뻐> 시리즈도 봤고요. 저는 또 2대 품바였던 정승호 씨를 좋아했어요. 그 당시에는 그래도 대학로가 활기가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20대를 온전히 그 공간에서 보내셨는데 어떠셨습니까?

곽도원 : 연극하면서 단 한 번도 돈이 없어서 술을 못 마신 적은 없었어요. 형들도 그렇게 돈을 못 버는데, 항상 술을 마셔요(웃음). 돈은 어디에서 나요(생겨요) (웃음).

김태훈 : 대학이나 연극판에서의 문화가 참 신기하죠. 분명히 돈은 하나도 없는데 매일 술자리가 벌어져요(웃음).

곽도원 : 그 자리에서 연기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얘기하고 듣는데 저는 너무나 재밌었어요. 저희 형님 중에 지금 극단 ‘필통’의 대표님으로 계신 선욱현 이라는 분이 계세요. 그 형님이 술자리에서의 규칙이 있었어요. ‘술자리에서는 욕하지 마라, 험담하지 마라, 뒷담화 하지 말고 욕할 거면 너희끼리 따로 나가서 해라, 없는 돈에 마시는데 즐거운 얘기만 해라’ 이게 규칙이었어요.

김태훈 : 힘든 현실이라든지 남의 안 좋은 얘기는 하지 말고 유쾌하게 먹자. 멋진 규칙이네요.

곽도원 : 네. 그리고 ‘안관위’가 있었어요. 안주 관리 위원장이 있었어요(웃음). 어느 날은 조금씩이나마 월급을 받은 거예요. 형님이 갑자기 소고기를 쏘겠다고 하셔서 소고기집을 갔어요. 육회를 시키시더니 가위로 막 자르시더라고요. 그리고 젓가락을 나눠주시는데 한 개씩만 주시는 거예요. 한 번 푹 찔러서 떠지는 만큼만 먹는 거죠(웃음). 육회가 밤새도록 먹어도 없어지지는 않지만 웃음은 끝이 없었어요. 계속 웃으면서 먹으니까 술도 안 취하고요. 그래서 서로 험담도 하지 않고 칭찬만 하고, 서로 다독이면서 연극 얘기를 하니까 너무나 행복했어요. 술자리가 항상 그랬어요. 연극도 너무 기쁘게, 즐겁게 했고요.

김태훈 : 당시 분위기는 다 비슷했나 봐요. 기억이 나는 게, 예전에 맥주는 참 비싼 술이잖아요. 선배들이 맥주를 사준다고 해서 가면 항상 오징어 안주가 하나 나와요. 땅콩하고요. 땅콩은 선배들 몫이고 저희는 오징어를 먹죠. 그런데 오징어를 관리하는 선배가 따로 있었어요. 여자 선배님인데, 그 분이 오징어를 손보신 다음에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분이 대단하신 게, 오징어를 정말 실처럼 만들어 놓는 거죠. 오징어 한 마리면 열댓 명은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했어요. 그때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육회 이야기도 정말 재밌네요.




관심을 갖게 되면 캐릭터가 보인다

김태훈 : <황해>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에 데뷔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몇 장면밖에 나오지 않지만 굉장히 강렬했어요. 작은 역할이었습니다만 그걸 정말 곽도원 씨만의 개성으로 살려냄으로써 지금까지 영화가 승승장구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드라마도 하셨어요? 사실 충무로에서 가장 핫하게 팔리고 있는 배우가 드라마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것도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닌데요. 드라마로 눈을 돌리신 것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효도를 해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곽도원 : 첫 번째, 두 번째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한글도 모르고 돌아가셨는데, 그렇다 보니까 사기도 많이 당하시고, 어머니가 경동시장에서 좌판을 하셨어요. 어느 날은 단속반 때문에 눈이 시퍼렇게 돼서 오실 때도 있고, 무릎이 다 까져서 오실 때도 있어요. 그리고 집에 오셔서 계란으로 마사지 하다가 남은 것 정리하고, 저녁 드라마를 보시죠. 9시 전에 하는 드라마 하나 보고, 9시 뉴스 끝나고 미니시리즈 하나 보시다가 항상 그거 끝나기 전에 주무세요. 우리 어머니가 웃을 때는 드라마 볼 때하고 제가 뒤에서 애교 부릴 때 말고는 별로 없더라고요. 어머니가 드라마 보면서 웃을 때 정말 해맑게 웃으셨어요. TV하고 대화하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영화를 보는 특정 계층이 있잖아요. 지금도.

김태훈 : 보는 사람들이 또 보죠, 극장에서.

곽도원 : 그 분들 말고 우리 엄마 같이 장사하시는 분은 극장을 간다는 건 일 년에 한 번 무슨 기념일이라든지, 아니면 자식들이 효도하는 마음으로 모시고 가서 보지 않으면 극장가기 정말 힘들거든요. 배우라는 존재 가치 자체가 그런 분들 즐겁게 해드리는 게 이유고, 그걸 하면서 어머니들이 재밌어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런 마음이 많죠.

김태훈 :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시작했고, 그 이전 과정, 이후의 과정에서 일반적인 삶의 패턴이라고 볼 수 없잖아요. 예스24 <채널예스>에서 ‘김태훈의 편견’이라는 인터뷰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뭐냐 하면 ‘세상의 속도가 어떻게 가든지 내 방식대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라는 게 처음의 기획 의도예요. 나만의 리듬을 가지고 내 방식대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것. 곽도원 씨가 생각하기에 내 삶의 태도라든가, 물론 그것이 처음부터 ‘난 이렇게 살겠다’라고 정해진 건 아니겠습니다만, 살아가면서 그것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거꾸로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살면서 어떤 생각들을 많이 하십니까? 쉽게 풀자면 이런 거죠. 남의 얘기를 잘 들으시는 편인가요?

곽도원 : 예전에 신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연기는 도 닦는 거다. 왜 저 말씀을 하실까 생각해 봤는데, 제 나름대로의 답을 갖고 있는데, 이게 오답인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액션이 아니고 리액션이라는 걸 어느 순간 느끼고, 리액션을 하려면 어느 순간에 무대에서 해야 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또 깨닫게 되고요. 누군가를 관찰하게 된다는 거죠. 누군가의 얘기를 듣게 되고, 그거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무턱대고 좋을 때가 있고 어떤 사람이 무턱대고 싫을 때가 있거든요. 나한테 해코지도 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그냥 싫을 때가 있어요.

곽도원 : 나한테 준 것도 없는데 그냥 좋을 때도 있거든요. 나의 어떤 부분과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맞기 때문에 내가 저 사람이 좋고, 어떤 부분이 안 맞기 때문에 나는 그냥 저 사람이 싫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자아 발견이 중요하다는 거죠. 자아 발견을 한 다음에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싫구나, 저런 사람이 좋구나’라는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좋고 나쁘고를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나라는 사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게 되고, 나라는 사람의 장점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걸 드러내려고 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고, 관심을 갖다 보면 그게 내 머릿속에 어떤 캐릭터로 남게 되고, 그걸 카메라 앞에서나 무대 위에서 쓸 수 있는 나만의 재산이 된다는 거죠. 그러려면 일상에서부터 겸손해져 있어야 되고, 허심해 있어야 되고, 그것들을 향상심 해야 되고,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는 삶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데 잘 안 돼요(웃음). 잘 안 되는데 노력을 해보려고 해요.

김태훈 : 연기에 대해서 애정을 느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제가 마이클 케인의 자서전을 보는데 재밌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배우는 커피 잔 하나를 들어 올릴 때도 연기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아야 된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보니 지금 이야기해주신 것처럼 삶에 있어서 결국 남을 관찰하면서 나를 쳐다본다는 의미가 될 텐데요.

김태훈 : 이제 시작이라고 얘기해야 될 것 같아요. 앞으로 가실 길도 더 멀고 하고 싶은 것도 본격화 될 텐데, 너무 먼 질문 같습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연기라든지 모든 것으로부터 조금 편해지는 날 영화나 연기가 아닌 또 다른 뭔가를 해보고 싶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곽도원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을 거예요. 처음에 일반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시면서 만났을 땐 나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조금씩 이제는 ‘그냥 놔두면 안 되나’ 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고. 만약 10년 후에 제가 그런 것들도 내려놓을 수 있고 그런 것에 감사할 수 있는 큰 그릇이 되어 있다면, 게스트 하우스를 차려서 외롭게 나를 찾아오는 아니면 힐링 하러 오시는 분들하고 편안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릇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태훈 :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네요. 긴 시간 동안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아쉽게도 1시간을 조금 넘기면서 끝이 났다. 다음 인터뷰를 기다리는 다른 팀을 위한 배려였다. 미진한 이야기와 던지지 못한 질문이 남았다. 그래도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와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린 꽤 오랫동안, 그리고 더 자주 그의 얼굴을 영화와 TV에서 볼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획: 엄지혜 기자
정리: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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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듣고, 보고, 읽고를 통해 세상을 생각해본다. 삐딱한 편견으로 40여 년을 살았고,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나머지 시간을 쓰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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