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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가 건네는 질문, What do you want

작가가 되려면 20년을 버틸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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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는 한국에는 다소 늦게 소개되었으나 단시간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빅 픽처』가 성공한 뒤 그의 작품이 하나둘씩 번역되었는데, 최근에는 『파이브 데이즈』가 출간됐다. 그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수많은 독자가 케네디를 기다렸다.

12월 6일 밝은세상이 주최하고 예스24와 KT&G 상상Univ.가 후원한 <상상북토크>에서 케네디를 향한 한국 독자의 사랑이 여실히 나타났다. 20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운 이날 행사에서 청중은 작가의 강의를 경청하고, 강의가 끝난 뒤 작가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1부 강의에서 더글라스 케네디는 ‘나의 삶,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등장한 화제는 부모님. 케네디가 쓴 소설에는 불행한 부부가 자주 등장한다. 그의 개인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케네디 부모님도 사이가 안 좋았다.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렇다고 불쌍한 아이는 아니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님 덕택에 독립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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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케네디의 아버지가 70세 생신 직후였고, 『빅 픽처』가 나온 시점이었다. 케네디에게도 거의 끝나긴 했으나 힘든 시기였고, 아버지도 사업이 잘 안 되던 시기때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살기 힘들다”라고 고백했다. 아들도 동의하며, 따로 살고 다른 여성을 만나보는 것을 권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버지는 매우 언짢아하며 신 앞에서 맹세한 결혼을 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원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나에게 강요한 삶을 사는 것,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의 가치를 지켜야 하기에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다. 그마저 이런 점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자신의 딸에게 장난스럽게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은 회계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character is destiny'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물이 운명을 결정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여기서 운명이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케네디는 운명이란 선택이고, 인생에서는 모든 게 해석이라고 규정했다. 과학에서 말하는 경험적 진리는 있겠으나, 인생에서 진리는 없고 나머지는 모두 스토리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그는 개인사를 공개한다.

 

“이혼할 때였다. 이혼한 뒤에 보니 결혼은 하나였는데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두 개더라. 어떤 이야기가 맞을까? 내 얘기가 바르다고 주장했지만, 어느 것도 진실은 아니다.”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지만 좋은 일로 만들고 나쁜 일도 만드는 건 해석이다. 어떤 해석을 취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케네디는 자신의 이모와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이모는 평소에 재치있고 이혼한 뒤에도 남자 친구가 끊이지 않으며 밝게 살았다. 그런데 하루는 케네디의 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30대에 수술로 죽은 이모의 딸이 생각난 것이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으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어나가기로 한 건 결국 본인의 선택이었다.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인생에서 어려운 일 2가지를 꼽으라면 선택하기와 변하기라는 더글라스 케네디. 그는 글쓰기를 선택했고 20여 년 무명생활을 견뎠다. 극단에서 극본을 쓰기도 했고, 라디오나 신문 등 여러 곳에 기고했다. 중간에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39살에 첫 소설이 나왔다. 그 시기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 자신은 가죽잠바와 청바지를 입고 기차에서 내렸는데, 그때 비싼 양복을 입은 사람이 비싼 카메라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장면이 『빅 픽처』를 탄생하게 했다.



 

최근작인 『파이브 데이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What do you want?', 이 질문을 던지면 모든 사람이 움찔한다. 답이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로라는 40대 여성으로 재미없는 삶을 산다. 남편은 실직 상태, 두 아이의 어머니, 영상의학과 촬영 기사, 여행은 거의 하지 못하고 책 읽기는 좋아하는 중년 여성. 그녀는 우연히 리처드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서로 불행하고 외롭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연애소설로 이 작품을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케네디를 따르면 『파이브 데이즈』“왜 행복하기는 어려운데 불행을 잘 받아들일까에 관한 소설”이다. 1부 강연을 끝내며 케네디는 “가장 큰 미스터리는 나 자신”이라며 질문은 많고, 답은 없다는 걸 소설로써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케네디와 독자가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도시, 사람 묘사가 탁월하다. 비결은?

 

도시에서 자랐다. 10대부터 문화적 소양을 갖췄던 곳이 도시다. 엽서에 그려진 2차원적 도시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한다.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

 

소설을 쓰면서 처음부터 결말을 생각하고 쓰는 편인가?

 

매일매일 조금씩 써가는 스타일. 오늘도 비무장지대에 가는 길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계속 썼다. 소설 시작 전에 전체 내용을 잡고 시작하는 편은 아니다. 소설에서 다뤄야 할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를 배경으로 할지 정도를 정해놓고 시작한다. 좋은 작가는 많이 쓰는 작가라 생각한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3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혼자 있는 걸 즐기나? 물리적으로도 존재론적으로 혼자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거부당하는 걸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셋째, 20년이 넘는 시간을 견딜 자신이 있는지. 나 자신이 작가로 성공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소설가가 된 계기는?

 

8살 때 뉴욕에서 초등학교 다녔다. 선생님께 짧은 이야기를 써서 보여줬다. 꼬마가 슈퍼마켓에 갔는데, 엄마를 잃어버리고 매우 기뻐하는 줄거리다. 선생님이 보고 작가로서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는 대학잡지에 내 글을 싣고 싶었는데 실리지 않았다. 재밌는 게 그때 편집장은 졸업 후 부동산 중개인이 됐다. 글이 좋은 게, 실제 생활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글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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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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