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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권위에 순복했는가? - 존 비비어 『순종』

하나님의 뜻은 우리 뜻보다 높고 깊으니 무조건 받아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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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는 위에 있는 권위에 순복하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베푼 것이 나에게 한 것과 같다는 예수의 말씀과 이것은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들을 일일이 구명한다면 그것은 그저 자선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서울을 떠난 지 좀 되었다. 최근에는 어머니가 봉사 때문에 서울에서 천안까지 이사를 감행하며 머무르고 계신 곳인 천안에 함께 있는데, 워낙 좁은 원룸이라 책을 거의 다 버리고 평소 즐겨 읽으시는 책 몇 권만 달랑 있었다. 그 중에 ‘존 비비어’라는 사람의 이름이 유독 많이 보였다. 어머니가 이 책 읽어 봤니? 이 사람 책 참 좋은데, 라고 말씀하셔서 『순종』 이라는 제목의 책을 한 권 꺼내 읽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사사건건 불순종한다고 책망의 말을 많이 들은데다, 워낙 오랫동안 기독교에 대해 반항적이었기 때문에 뭐가 순종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독서의 끝은 『긍정의 힘』 다음으로 우웩, 소리가 나는 책들에게 부여하는 나의 ‘우웩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참담함으로 맺어져 버렸다.

초반에는 읽을 만했다. 그런데 초반을 지나면 책 전체에 계속되는 권위에 복종하라는 말이 심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모든 권위는 하나님이 세운 것이니 다 뜻이 있고,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하나님의 뜻은 우리 뜻보다 높고 깊으니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벽돌 안에 넣을 짚도 주지 않고 지푸라기를 공급할 때만큼 생산하라며 이스라엘 백성을 학대하고 열 가지에 이르는 재앙을 겪을 때까지 “내 백성을 가게 하라Let my people go!”라는 모세의 요구에 독하게 대응했던 바로 왕 같은 경우에도 하나님이 세웠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가 하나님이 세운 권위이니 그에게 순종하기는커녕 10가지 재앙을 흩뿌리면서까지 대항했는데 권위에 순복하라니 어느 논리를 믿어야 할지? 저자가 처음부터 빌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시절을 회고하며 그가 절대 대통령을 되지 않기를 바랬고 그가 믿고 있던 것들이 다 악한 것들이라 믿었다(다시 말해, 민주당이 상징하는 가치를 부정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는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낌새를 챌 수 있었지만, 굉장히 친공화당적 인물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는 있었지만 갈수록 냥냥이라는 충청도 사투리가 있던데 정말이지 읽을수록 냥냥이었다. 사도 베드로가 자신을 붙잡아 간 로마에 순복하라고 말했고, 성서에 관원에게 반항하지 말라는 말이 나와 있으며, 모든 권위가 하나님에게로부터 나왔다는 말이 맞긴 하다. 그런데...

존 비비어는 한 기독교 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적는다. 그날의 궂은 날씨에 빗대어 한창 무능하다고 비판받던 그 지역 주지사를 프로그램 사회자가 가볍게 조롱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면으로 기독교 방송국이라는 곳에서 주지사라는 자리는 엄연히 하나님이 주신 권위인데 이렇게 모독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사회자는 존 비비어 목사님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능란하게 넘어가 버린 모양이다. 그는 이 사실이 매우 유감스러웠던 듯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자신이 순종하지 않았다가 순종으로 돌이킨 이야기들은 뭐랄까 지금처럼 거물이 되기 전에, 담임 목사 밑에서 일하는 살짝 잔챙이 교역자 시절 뿐이고 그 이야기들의 내용도 하나같이 똑같다. 담임 목사의 목회 방침이나 당회의 결정 사항에 반발하여 그 말을 듣지 않으려 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권위에 순복할 것을 말씀하시어 무조건 담임 목사에게, 그러니까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 순종했을 때 하나님이 큰 복과 은혜를 주시더라는 것이다. 지금 존 비비어에게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목사가 없다. 자기 재단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그는 하나님 외에 특별히 순종할 존재가 없다. 이 부분은 다소 의미심장하게 읽혀진다. 그렇다면 예수는 권위에 순복했는가?

예수는 자기를 잡아가려 온 사람들에게 순순히 붙잡혀 갔고 그 와중에 다친 사람을 고쳐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그가 세상 권위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메시아라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끝까지 순종하는 것으로 읽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예수는 안식일을 걸핏하면 어겼다. 그 당시의 유대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율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계명 중 하나였지만 그는 병도 고치고 이삭도 따먹었다.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예수가 자신이 안식일의 주인임을 나타냈다는 의미로 설명한다. 그 날이 바로 하나님이신 예수를 위한 날이므로 그분은 안식일에도 율법에 매이지 아니하고 옳다고 보시는 대로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있는 권위가 자신이므로 예수는 자유로웠지만, 위에 있는 존 비비어가 말하는 권위에 순복한 모습은 아니다. 빌라도의 법정에서도 그는 권위에 순복하기는커녕 영 비협조적이었다. 하도 비협조적이라 입을 꾹 다물고 별 말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답답한 빌라도가 내가 너를 놓아 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음을 알지 못하느냐? 라고 묻자 위에서 주지 않았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크다, 라고 대꾸한다. 한 마디로 네 권한은 내가 보기에는 영 별로라는 것이다. 심지어 예수가 성전을 깨끗하게 한 사건은 비신자들도 모두 알 만큼 유명한 사건이다. 성전이 유대인들에게 그토록 권위가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 번만 들어가서 하나님을 만나는 곳, 즉 하나님의 집이었고 하니님이 그 안에 계셨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장사치들이 제물로 바쳐야 할 동물들을 팔면서 폭리를 취했고 환전상들도 어마어마한 환전 이득을 보았다. 이것을 보신 예수는 채찍으로 그것들을 모두 흩으셨다, 속시원한 장면이지만 비비어가 말하는 위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아버지의 집이 강도의 소굴이 되어 있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는 아들의 거룩한 분노이지만, 성전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예수는 권위 그 자체이니까 일단 빼고, 성경 전반에 나오는 좋지 않은 지도자들의 공통점을 보자. 현대의 독재자들도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를 박해한다. 그런데 가서 못 살게 굴고 때리고 괴롭히고 쥐어박는 것만이 박해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일일이 돌아가야 할 인간의 기초적 권리, 공교육이나 급식 등 빈곤 계급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안전장치에 대하여 가난을 맛본 적이 없고 일생에 실패를 맛본 적이 없는 자들이 그것들을 거지에게 적선하는 꼴로 여기고 그러한 제도를 없애려 할 때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존 비비어는 위에 있는 권위에 순복하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베푼 것이 나에게 한 것과 같다는 예수의 말씀과 이것은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들을 일일이 구명한다면 그것은 그저 자선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무상급식이나 기초교육의 권리 같은 것을 뺏어버리는 위에 있는 자들에게 항의하고 그들을 저지하는 것도 존 비비어의 기준에서 보면 맞지 않다. 그는 우리가 민주주의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위에 있는 질서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부와 고아와 가난한 자를 핍박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를 하는 위에 있는 자들에 대해서도 그저 축복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의 전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아직 양반들의 땅을 죽도록 소작하고 있어야 하는 게 맞단 말인가? 노예계급이 실제로 존재할 때 그들은 결코 봉기하지 않고 노예로 태어난 신분에 자족하며 위에서 주신 권위인 백인 주인에게 영원히 순종하고 살았어야 했나? 역시 위에서 준 권위인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그들을 자유케 하기 전까지는 죽도록 순종만 했어야 되는 것인가? 하긴 노예 상인이었던 아주 유명한 목사도 있었지, 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은 어떤가? 모든 권위는 위에서 온 것이니 미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권위로 행해지는 이 일을 응원했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정서야말로 닥치고 헌금이나 하고 무급 봉사를 자청하는 교인 말고는 별 필요, 혹은 쓸모가 없다고 외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닌가? 순종하라(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전교조를 해체하라고 지시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어떤가? 무덤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자기 아빠 친구들로 주변을 채우는 것은? 친일파로 잘 알려진 자기 아빠 친구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서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엿먹은 기분으로 만드는 것은?

나는 이 책에 순종하여 그 대통령을 위해 기도했다. 그 자신과 달리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을 깊이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통치를 하는 대통령이 되게 해 주십사 기도를 올렸지만 역겨운 기분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이 책을 쓴 사람이 예를 들어 파푸아뉴기니에서 온 빈곤계급으로 자라난 그리스도인 존 비비어였다면 감회가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 비비어는 백인 남성이며, 그가 지금까지 해 왔던 ‘순종’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회 정치에서 담임목사에게 조금 숙여서 체면을 살려 주고 자기의 사회적 위치를 강화하는 매우 현명한 처신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들이다. 순종을 실행했을 때 당장 분명한 이득이 있는 그런 것들. 게다가 지금 그가 순종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나님께 순종할 일이야 있겠지만 사람에게는 글쎄, 언제나 ‘갑’이지 않을까.

갑이 말하는 순종은 영 맛이 떨어진다. 게다가 더 많은 순종을 얻으면 얻을수록 유리한 자리에서 순종을 말하는 모습이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유교적 풍토가 있는 극동아시아에서 자라난 비교적 젊은 여자인 나는 이 책에 몹시 비위가 상했다. 어머니께 항의했더니 ‘아니 나는 『은혜』 라는 책을 권했다’라며 재빠르게 방어했다. 좋게 보려 해도 그는 순종하기 쉬운 입장이었을뿐더러, 그의 재단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내 말을 들어라!’ 라는 뜻이 아닐까. 아니, 그의 ‘목사’라는 권위에 의하여 나처럼 어째 찜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역시 ‘내 말을 들어라!’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겨우 완독하고 났더니 온갖 반항심이 드는 것이, 내가 마귀이거나 존 비비어가 재수탱이거나 어쨌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존 비비어의 『끈질김』 이라는 책도 있던데, 제목을 보자마자 아이구 끈질긴 건 비비어 씨 당신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한 권 써 볼까. 김현진의 『비위』 나 『재수털림』 이나 『밥맛』 이랄까, 뭐 그런 제목으로... 유치하긴 하지만 어린 아이와 같이 되어야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성경에 나와 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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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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