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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혹(惑)하지 아니한다하여, 붙여진 마흔(사십대)의 또 다른 이름. 삶에 대한 자신만의 깨달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옛 이야기다. 사십의 나이, 도처가 허방이다. 한 발만 헛디디면 낭떠러지다. 그러니 마흔이라고 흔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지만, 마흔의 추락은 날갯짓만 요란하다.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에서 신정근 교수는 불혹을, 사십이라는 변곡점을 말했다. 그는 장 레옹 제롬(Jean-Leon Gerome)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0)를 보여주면서 이야길 꺼냈다. 그는 이 그림을 책에 넣고 싶었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이 온기가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해서 (조각이) 사람이 되고 결혼을 한다. 조각일 때는 늙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가 되면 노화가 시작된다. 마흔, 사십년 동안 노력에 의해 얻은 게 있다. 사십이 되고 잃은 것도 있다. 마흔은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는 묘한 시기다. 그런 측면에서 얻기만 하고 잃지 않으려고 하면 힘겨워진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사십이라는 나이다.”
“내가 피그말리온이라면 갈라테이아를 인간이 되게 하여 늙어서 죽게 했을까, 아니면 조각상의 상태로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진 젊은 상태로 있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의 열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늙고 병들어 죽게 하는 것도 몹쓸 짓이다.”(p.224)
이어 꺼낸 것이 공자의 후손들이 사는 곳을 ‘공부(孔府)’에 있는 벽화로, 용머리, 기린 몸, 소발로 된 상상의 동물이 그려져 있다. 그 동물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해를 먹으려고 한다. 배가 불러 먹을 수도 없는데도 먹으려는 이 동물의 이름은 ‘탐(貪)’이다. 즉, 탐욕을 경계하는 그림인 것.
“이 벽화를 보면 내가 과욕을 부리는 게 아닌가 반성을 한다. 피그말리온은 사랑을 얻었지만 아름다움은 노화를 향한다. 둘 모두를 얻을 순 없다. 하나를 놓아야 한다. 공자는 더 가지려는 습성을 경계했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의 인간유형과 마찬가진데, 이 그림은 탐욕을 경계한다. 내려놓아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을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내려놓기를 거부하면 짐이 점점 더 늘어난다. 그러니 멀리 못 뛰고 뛰어도 뒤로 넘어진다. 사십을 경계로, 혹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정리할 때 가져가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이 뭔지 알아보자.”
“사실 노화는 성장이 멈추는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마흔 즈음이 아니라 20대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마흔은 20대부터 진행되어 온 노화가 축적되어 더 이상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기이다.”(p.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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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산석영정중월 山夕詠井中月>
산승탐월색 산에 사는 손님이 달빛이 좋아 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도사방응가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병경월역공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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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과 진심
신 교수, 입설구도(立雪求道)와 단비구도(斷臂求道) 두 그림을 꺼낸다.
“두 그림에서 달마스님과 혜가스님의 관계가 다르다. 입설구도에서는 서로 쳐다보지 않으나 단비구도에서는 서로를 향하고 있다. 돌아보지 않고 있던 사람을 어떻게 돌아보게 만들었을까. 인간은 12월과 1월에 가장 착하다. 2월은 후회하기 시작하고 9~10월이면 내년에 보자고 한다. 되돌이표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뭔가 하나를 한다는 건 다른 하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달마스님을 마주보도록 만든 것은 혜가스님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뭔가 내놓지 않고 다 가지려 하면 아무 것도 못 가진다. 혜가스님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달마스님과 만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다른 하나를 가질 수 있다. 스스로 답을 해야 하는 과제다. 자, 당신에게 묻는다. 무엇을 내려놓고 희생할 수 있는가.
의미를 찾는 삶신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의미를 좀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시황이 책의 제작?판매?유통 등을 금지하는 협서률(挾書律)을 발표한다. 그러다 한나라가 들어선 뒤 서적을 수집한다. 문예부흥을 생각하고 공묘(공자에게 제사를 올리는 사당)의 노벽을 허무는데 책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30~40년을 사면 노하우나 교양, 소양이 생기는데, 그것을 통해 스쳐가는 것에 의미를 찾는 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다.”“의미는 느끼는 것으로 부족하고 만들 때 충만해진다. 의미가 충만한 삶은 그다지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40~50대라면 의미를 만드는 나이라 생각한다. 의미를 찾느라 혹하지만(흔들리지만) 의미를 만드느라 불혹하게(흔들리지 않게) 된다.”(p.239)
상상, 나의 세계를 키우는 것명나라 왕가의 후손인 ‘팔대산인’의 그림은 간결하다. 그는 순간에서 사물의 핵심을 꼽아낸다.
“그의 많은 그림 중에 물고기가 날고 있는 것 같은 그림도 있다. 틀 속에 갇혀 있는 것을 파괴한 것이다. 한 세계에 갇혀 있으면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한다. 팔대산인의 그림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를 해야 할 상황인데 안 한다. 수수방관이다. 악을 행하지 않았으나 선을 한 것도 아닌. 보통사람의 특징이다. 살아가면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신 교수는 카드와 자선냄비를 결합한 구세군 디지털 자선냄비의 예를 꺼냈다. 이 덕분에 올해 전체 모금이 늘었다. 이전 상황을 내버려두지 않고 좋게 풀어냈다. 노숙인 자활잡지 <빅이슈>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 잡지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 길을 만든 예.
“사십뿐 아니라 인생 후반기에 가장 후회할 것이 있다. 뚜렷하게 나쁜 일을 하진 않았지만 뭔가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데 한 게 없는 거. 그것이 사람을 슬프게 만든다. 큰일이 아니어도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엇이라도 했느냐. 나빠서 안 한 게 아니라 방법이 없어서 낯설어서 수수방관한다. 수수방관보다 일을 풀어나갈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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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지각절구 池覺絶句>
중화인지해간화 꽃 심은 사람들 꽃구경할 줄만 알지 불해화쇠엽경사 다시 화사한 잎펴짐은 모른다네 파애일번림수후 한 차례 장맛비 그친 뒤에 약지제도눈황아 가는 가지마다 연노랑 새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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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들의 방식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기며 억지를 부리게 된다. 이런 이들은 새가 죽은 뒤에도 자신의 잘못과 한계를 돌아보지 못할 수 있다.”(p.93)
마흔, 내려놓아야 할 짐과 챙겨야 할 짐‘내려놓기’의 예로 신 교수는 진시황의 ‘천지구장(天地久場)’을 꺼낸다. 진시황은 노화에 저항하고자 했다. 영생을 바랐다. 인간의 조건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내려놓아야 한다.
“진시황의 ‘천지구장’은 『노자』의 ‘천장지구’를 완전히 비틀어서 받아들인 것이다. 『노자』는 천지가 노화에 저항하는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에 영생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지만 「진시황본기」의 천지는 인간의 욕망을 투사시켜서 실현하게 하는 기호일 뿐이다.”(p.23)
주 려왕의 ‘오능미방(吾能?謗)’이 따른다. 주나라 려왕은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을 가차 없이 죽였다. 그러니, 백성들은 눈짓으로만 의사전달을 했을 정도였다. 폭군처럼 남의 입을 틀어막는 것에 대한 경계다. 신 교수는 인간은 안 좋은 소리를 막으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놓고 진실한 자세와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이불사(死而不死)’. 죽어도 죽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이순신 장군을 꺼낸다.
“그 사람하면 어떤 사람이라고 연상할 수 있는 것. 그 사람이 한 것에 대해 총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이지의 ‘동심전심(童心眞心)’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진심은 자기 자신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사회화된 진심도 있다. 약간 거짓이 섞인 진심이다. 어쩔 수 없이 거짓이 섞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지는 아이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에 한 번 더 주목할 것을 권한다. 남을 따라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다른 것을 끼워놓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본, 사회적 규범 등에 몸이 길들여져 있다. 그것을 벗어나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한다. 자기 삶에 대해 자기 식의 도전을 않고 사회나 자본의 포로가 돼 있다. 동심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한 번씩 발동시켜야 한다.”
마흔, 자기주도적 존재가 돼야 할 나이“나는 『예기』 「옥조」에 나오는 구용을 잘 닦고 『논어』 「계씨」에 나오는 구사를 챙겨서 『중용』에 나오는 구경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이도 『격몽요결』에서 구용과 구사를 익혀야 할 것으로 꼽았는데, 우리는 구용, 구사에 구경까지 더해서 40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나침반으로 삼았으면 좋겠다.”(p.277)
신 교수는 구용(九容), 구사(九思), 구경(九經)을 사십대의 미덕으로 꼽았다. 구용은 『예기(禮記)』의 구절을 소학에 옮긴 것으로 ‘아홉 가지 올바른 태도’를 뜻한다. 족용, 수용, 목용, 구용, 성용, 두용, 기용, 입용, 색용 등이 그것이다.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하게 되지만, 주의해야 하는 행동거지다.
“첫째는 족용중으로 걸음걸이는 무게 있게, 둘째는 수용공으로 손놀림은 공손하게, 셋째는 목용단으로 눈 모양은 단정하게, 넷째는 구용지로 입 모양은 꾹 다물며, 다섯째는 성용정으로 목소리는 조용조용하게, 여섯째는 두용직으로 머리(고개)모양은 똑바르게, 일곱째는 기용숙으로 호흡(기상)은 정중하게, 여덟째는 입용덕으로 선 자세는 점잖게, 아홉째는 색용장으로 낯빛은 엄숙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구용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 아니라 생각해 봐야 할 체크 포인트이다. 초점은 근엄한 모습을 하라는 데 있지 않다.”(p.277~278)
신 교수는 중요한 것만 꼽으면 된다고 언급한다. 관계맺음에서 의미 있는 것만 추리면 된다는 것. 발걸음은 무거운 것이 바람직하고, 손동작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 상하지 않게 공손하게 하며, 목용은 단정하게, 입 모양은 늘 걸쳐있게, 소리는 조용하고, 머리는 단정하게, 목소리는 정숙하게, 서 있는 모양은 가볍게, 낯빛은 가볍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용은 간단한 듯하지만, 첨예한 의견 결정 사안에선 간단하지 않다. 신뢰성 있는 자세와 태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구용이다.
구사(九思)는 『논어』 계씨(季氏)에 나오는데, ‘군자가 지켜야 할 아흡 가지 올바른 생각’을 가리킨다. 시사, 청사, 색사, 모사, 언사, 사사, 의사, 분사, 견득사의 등이 그것이다.
“구사는 사고 판단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아홉 가지의 초점이다. 첫재는 시사명으로 볼 때는 분명한지, 둘째는 청사총으로 들을 때는 확실한지, 셋째는 색사온으로 표정(낯빛)은 따뜻한지, 넷째는 모사공으로 태도가 공손한지, 다섯째는 언사충으로 말이 진실한지, 여섯째는 사사경으로 일에는 신중하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일곱째는 의사문으로 헷갈릴 때는 물어보고, 여덟째는 분사난으로 화가 치밀 때는 이후에 닥칠 어려움을 떠올리며, 아홉째는 견득사의로 얻을 일이 생기면 옳은지에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구사는 계율이자 원칙이 될 만하다 초점은 사람이 신경 쓰고 집중해서 이루어야 할 상태를 한두 번만 해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굳게 지키는 데 있다.”(p.278)
『중용』에 나오는 ‘구경(九經)’은 위정자의 도를 제시한 것이다. 수신(修身), 존현(尊賢), 친친(親親), 경대신(敬大臣), 체군신(體群臣), 자서민(子庶民), 래백공(來百工), 유원인(柔遠人), 회제후(懷諸候) 등이 구경이다.
“구경은 책임자가 자신의 조직을 잘 이끌고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 원칙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다. 첫째는 수신으로 몸을 닦고, 둘째는 존현으로 전문가를 높이며, 셋째는 친친으로 친척(이너서클)을 살갑게 대하고, 넷째는 경대신으로 의사결정권자를 우대하며, 다섯째는 체군신으로 실무자를 포용하고, 여섯째는 자서민으로 시민(동료)을 사랑하며, 일곱째는 내백공으로 전문가(기술자)를 초빙하고, 여덟째는 유원인으로 외국인을 회유하며, 아홉째는 회제후로 지도자와 연대해야 한다. 구경은 40대가 각 분야의 의사결정권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입지를 굳히기 위해 실천해야 할 과제이자 목표이다.”(p.279)
신 교수,
“구용, 구사, 구경을 제대로 섞으면 자기 주도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가족, 회사 등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데, 당장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얼마나 적실하게 구분하는가에 대한 문제. 그는 ‘라잇놔우(지금당장)’를 다음으로 미루지 말라고 권한다. 죽게 될 때는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단수이지만, 많은 경우 복수로 산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부모, 어떤 직급 등 나를 이루는 요소는 꽤나 많다. 완전한 단수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단수로 살 수 있는 것과 복수로 살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남을 대신해서 사는 삶이 되고, 사십 넘어 오십이 될 때 찾아오는 것이 허무다. 날 위해 무엇을 했나, 하는. 허무에서 벗어나는 법? 그는 욕망이 아닌 ‘의미’를 권한다. 의미가 충만한 삶으로 살게 한다는 것이다. 수수방관이 아닌 묘안을 짜야 한단다.
“남자들에게 특히 당부하고 싶은 말인데, 부장으로 살지 마라. 스스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사회적 역할, 친구와의 관계 등 부족하거나 충동할 수 있지만, 그 무엇으로도 흔들릴 수 없는 것이 부장, 과장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을 키워야 행복이 찾아오고 새로운 것을 가꿀 수 있다. 어머니, 아버지도 틀이다. 아버지로만, 어머니로만 살지는 마라. 사람이라는 측면을 늘 인식해야 한다.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고 그것 자체로 소중한 것에 대해 묘안을 짜내면 주변의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것이 노년의 에너지원이 된다. 할 수 있는 것의 이유를 찾고 움직여 나가자.”“정약용은 남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는 자칫 미화와 허영, 왜곡과 오만의 결기일 수도 있지만 고백과 용기, 자기반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자신을 심판하는 자세는 결국 후회, 아쉬움, 절망, 흥분, 도취 등으로부터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고, 그 속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p.31~32)
신정근 교수에게 묻다동양철학이 서양철학과 다른 이유와 동양철학 공부를 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서양철학의 첫 번째 물음은 앎(지식)이다. 최초의 근원에 대한 탐구. 그것을 아르테라는 말로 탐구했다. 중국에서 최초의 탐구는 관계맺음 방식이다. 물리적인 관계, 덕에 의한 관계인데, 어떻게 사람을 나의 의지와 연합해서 함께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했다. 덕 있게 살라는 탐구였다. 최초의 출발점에서 두 개가 다르고, 동양철학은 관계를 놓고 바라보기 때문에 자유로워지고,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 등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기독교는 성선을 믿지 못했다. 기독교는 인간을 신이 구원하나, 성선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한다. 다른 존재에 기대지 않는다. 유학에서 가장 오랜 전통은 자신의 맨 얼굴을 대면하는 것인데, 서양에서는 고백 전통이 근대에 와서 사라졌다. 자기변명은 늘어나지만 자기 고백의 전통은 없다.내 안에는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어둠과 빛이 교차한다. 이런 삶에서 부동의 삶, 주인 되는 삶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흔들리며 사는 삶이 인간적인 삶이 아닐까?중심을 부동의 축으로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접시를 돌리는 서커스를 할 때, 접시가 아무 움직임 없이 도는 것이 아니다. 기우뚱거리면서 중심을 돈다. 우리의 중심도 그런 기우뚱한 중심이다. 중심축이 있고, 흔들리면서 무너지지 않는 축인 거지. 中도 깃발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흔들리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인생에서 40대는 전환기이다.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 4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미지의 세계로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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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 신정근 저 | 21세기북스
이 책은 고전의 해석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들로부터 주제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저마다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양고전의 고사들은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여기에 소설, 영화, 노래 등 주제와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맞물려 글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또한 독자와 함께 40대를 보내고 있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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