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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의 하정우, 현실에서는 난민 - 욤비 토나 『내 이름은 욤비』

난민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언제든지 난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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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정우와 한석규, 전지현 등이 출연한 영화 「베를린」이 화제다. 영화에서 하정우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다, 모국에 배신당하며 한때 동료였던 사람들에게 쫓긴다. 세세한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욤비 토나 씨의 인생은 「베를린」에서의 하정우와 비슷하다. 콩고 공화국 출신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이라 할 수 있는 콩고비밀정보국(ANR) 요원으로 일한다.

영화 베를린의 「하정우」, 현실이라면 난민 신청했을 터

 

2월 1일 금요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욤비 토나 씨와 박진숙 씨가 독자와 만났다. 욤비 토나 씨와 박진숙 씨는 최근에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을 함께 썼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욤비 씨의 인생을 담았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욤비 씨의 이야기를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박진숙 씨가 한국어로 옮겼다. 박진숙 씨는 이주여성의 자립을 추구하는 NGO 단체 에코팜므를 이끌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하정우와 한석규, 전지현 등이 출연한 영화 「베를린」이 화제다. 영화에서 하정우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다, 모국에 배신당하며 한때 동료였던 사람들에게 쫓긴다. 세세한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욤비 토나 씨의 인생은 「베를린」에서의 하정우와 비슷하다. 콩고 공화국 출신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이라 할 수 있는 콩고비밀정보국(ANR) 요원으로 일한다.

 

콩고 공화국은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식민지 시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립했다. 기쁨도 잠시, 주변국과 분쟁에 휘말린다. 아프리카 국가 중 많은 나라가 독립한 뒤 내전을 겪었다.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어진 국경선 탓도 있다. 르완다 내전도 그중 하나다. 수적으로는 소수이나 지배층인 투치족과 다수이나 피지배계층인 후투족 사이에 벌어진 르완다 내전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친다.

 

르완다 내전에서 많은 난민이 발생하며, 이중 일부가 콩고 공화국으로 이동한다. 후투족 출신의 구 르완다 정부군은 콩고 공화국 내 반군과 합세하여 콩고 공화국 내전에 개입했다. 콩고 공화국은 모부뚜 대통령의 오랜 독재를 막 끝낸 뒤였다. 자신이 집권하게 도와준 대가로 리스 까빌라 대통령은 르완다 출신 인사를 대거 요직에 앉혔다. 이런 와중에 리스 까발라 대통령은 임기 중 살해되고, 콩고 공화국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요원으로 활동하던 욤비 씨는 이런 시기에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겉으로 정부를 반대하는 반군이 실제로는 정부와 모종의 협상을 벌였고, 이는 콩고 공화국의 앞으로 존망을 결정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다. 집권 정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내용이었다. 사실대로 상부에 보고한다면 위험에 처하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한다. 이 사건으로 욤비 씨는 체포되지만 기적적으로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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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난민 처우에 관해서는 후진국

 

중국을 거쳐 그가 도착한 곳은 한국. 콩고 공화국의 감시로부터 멀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에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민 처우에 관해서는 후진국인 이곳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가 어려웠다.

 

1992년 '난민협약'을 비준한 이래, 한국 정부에서 난민 신청자 수 대비 난민 인정비율은 10%도 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난민을 바라보는 인식도 문제다. 한국에서 난민은 빈곤, 기아 등의 단어와 연결된다. 즉, 난민은 가난한 사람이라는 인식. 실제로 난민이 되는 경우는 훨씬 복잡하다. 정치나 종교적인 문제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다. 욤비 씨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날 강연회의 플래카드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난민은 불쌍한 사람도, 죄를 지은 사람도 아닙니다. 난민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가 난민을 인정받기까지 걸린 세월은 무려 6년.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에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었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몰래 일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처지. 월급을 못 받을 때도 있었고, 손찌검을 당할 때도 있었다. 차라리 난민 인정을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캐나다와 같은 곳으로 갈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욤비 씨는 버텼다. 자기가 무너지면 다른 사람이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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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자립하도록 도와달라

 

독자와 만난 자리에서 욤비 씨는 책에 적힌 내용을 영어로 이야기했고 박진숙 씨가 한국어로 통역했다. 강연회에서 박진숙 씨는 그가 운이 좋았던 사례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수차례 하기도 했고, 결국 난민으로 인정받은 덕택이다. 욤비 씨도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나처럼 운 좋은 난민이 다시없기를 바란다. 나처럼 운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이 한국 사회가 바뀌길 바라기 때문이다. 후원금 몇 푼 주는 것보다 난민 스스로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가 더 건강하고 유연한 사회라고 믿는다. 그리고 난민 역시 그런 사회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늘 내 경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난다.
“난민들이 스스로를 돕도록 도와주세요!” - 307쪽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도 그는 독자에게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당부했다. 물질적인 원조도 좋지만, 자립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난민이 발생하던 곳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곳으로 변했다. 한국전쟁 때, 난민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난민으로 대접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 다른 나라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환경 난민이다. 이렇듯 난민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국제 사회가 난민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지구 공동체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도 이제는 난민을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볼 게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할 때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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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욤비
욤비 토나,박진숙 공저 | 이후
‘난민’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렇다. 구호물품을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앙상하게 뼈마디만 남은 아이와 그 아이를 안고 눈물 흘리는 어머니, 얼기설기 만들어진 텐트 아래에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젊은이들…….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이미지에 갇혀 우리는 우리 곁에 살아가는 난민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무관심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지내야 하는 한국의 난민,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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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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