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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학생은 피어싱을 하고 도덕경을 읽는다 - 『도덕경』 오강남

도덕경을 통해 12월 대선의 길을 찾는다 기독교에도 도덕경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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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6일, 서울 마포구 함석헌기념사업회에서 오강남 교수의 『도덕경』 주석을 듣기 위해 독자들이 향학열을 불태웠다. 총 10강으로 구성된 ‘노자와 함께 생각하다 : 오강남 교수의 노자강의’의 첫 번째 시간, ‘노자와 『도덕경』’이 물처럼 흐른 시간. 중학교 3학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풍경 속, 사람들은 세상을 사유하고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고전을 읽는 것 또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 그 중에 노자(老子)가 있다. 더구나 지금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 지난 5년 전의 선택이 이 땅에 사는 보통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고 황폐하게 만들었는지 안다면, 더욱 신중한 선택과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지혜를 묻고 싶고 길을 찾고 싶은 사람들, 노자를 찾는다. 『도덕경』이라는 이름의 고전을 만난다.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 노자가 남긴 글로 알려진 『도덕경』. 노자가 직접 쓴 글, 아니다. 한문 5천 자 남짓, 즉 200자 원고지 25매 분량의 철학서. 그러나 주석서가 많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각양각색의 해석이 가능할 만큼 풍부하고 넓은 맥락을 자랑한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래된 침전물로서 걷어내야 할 대상으로서 고전(古澱) 아닌 시대를 넘는 가치를 가진 문헌으로서 고전(古典)으로 『도덕경』은 살아있다. 고전도 현재성을 띨 때에야 그 가치가 더 빛나는 법. 단재 신채호의 말씀을 되씹어보자. 1925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낭객의 신년만필>의 일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고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그렇다면,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도덕경』이 지닌 의미를 읽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안성재 교수는 『노자, 정치를 깨우다』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아는 ‘무위자연(無爲自然)’보다 ‘대동(大同)’으로 봤다. 즉, 백성의 뜻을 지도자의 뜻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동의 통치이념으로 주석한 것. 물론, 그것은 『도덕경』을 읽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이다.

‘도와 덕에 관한 경전’으로서 『도덕경』의 기본 메시지는 간단하면서 심오하다. 우주의 기본 원리인 ‘도(道)’의 흐름을 체득하고, 그 흐름에 따라 살아감으로 참다운 자유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덕’을 보라는 것이다. 노자는 참자아의 완성을 위해 자기를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오강남 교수가 풀어낸 『도덕경』(노자 원전ㆍ오강남 풀이|현암사 펴냄)은 시절을 건너 젊은 세대에게 가장 사랑받은 『도덕경』주석서이다. 1995년 초판이 나온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2010년 개정판을 냈고, 올해 다시 노자를 호명하는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고 있다.

지난 9월6일, 서울 마포구 함석헌기념사업회에서 오강남 교수의 『도덕경』 주석을 듣기 위해 독자들이 향학열을 불태웠다. 총 10강으로 구성된 ‘노자와 함께 생각하다 : 오강남 교수의 노자강의’의 첫 번째 시간, ‘노자와 『도덕경』’이 물처럼 흐른 시간. 중학교 3학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도덕경의 높은 위상




오 교수, 『도덕경』에 대한 동서고금의 관심을 말머리로 꺼낸다. 특히 서양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단다. 환경운동,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서양적 사유방식에서 탈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덕경』이 어필하고 있다는 것.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서양의 노자로 불린 하이데거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국학자와 『도덕경』번역을 시도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서양에서도 『도덕경』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다. 헤겔이나 하이데거 같은 거장 철학자나 톨스토이 같은 사상가가 읽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 도가 사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대학에서 도가 사상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양에서 많이 논의되는 환경 문제나 여성학 등과 관련하여 『도덕경』에 나타난 세계관이나 자연관, 여성관이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p.7)



오 교수가 18년 전, 이 책을 처음 썼을 때, 영어로 된 『도덕경』은 100여권이 있었다. 지금은 200권이 넘을 정도라는 것. 그렇다면 『도덕경』은 이렇게 많이 번역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오 교수가 가장 먼저 든 이유는, 짧다. 5천자,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분량으로 부담이 없다는 것. 둘째, 한문의 특성상 영어로 번역이 쉽다. 셋째,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 성경과 비슷한 말씀이 많다. 심지어, 성경과 도덕경을 대구 시킨 책도 있단다.

오 교수가 보기에 『도덕경』이 지닌 매력 혹은 묘미는,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깬다는 데 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세계관을 깨는 재미. 그것이 서양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이데거가 매력을 느낀 동양고전이 도가사상이다. 선불교는 젠이라고 말하는데, 인도의 불교를 아버지로, 중국의 도가사상을 어머니로 해서 생긴 아이라고 볼 수 있다. 선불교는 선적 요소가 많다. 장자를 보면 알겠지만, 의식의 변화를 주된 것으로 한다. 불교로 보면 깨친 것, 깨달음인데, 의식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 장자다. 장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의 나에서 새로운 의식으로의 전환이다. 이것을 실천적으로 한 것이 선불교다. 깨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노장사상의 참된 계승자는, 그런 면에서 선불교다. 하이데거가는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을 도가사상과 선불교로 꼽았다. 오 교수,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를 꺼낸다. 이 책은 동양사상이 서양에 끼친 영향을 시시콜콜 얘기한다. 도가사상이 서양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책도 있다.

“일본 사람인 스즈키(『선불교에 관한 에세이』)가 1960년대 서양에 선을 소개해서 서양을 풍미했었다. 그때, 서양 사람은 두 부류로 분류됐었다. 하나는 스즈키를 읽은 사람, 다른 하나는 스즈키를 못 읽은 사람. 하이데거는 스즈키에 대해, 그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 사람이 다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존재와 시간』이라는 하이데거의 책을 보면, 도교와 선에 대한 명상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


기독교에도 도덕경 있다!




오 교수, 1970년대 초 캐나다에 유학을 갔다. 종교학과 학위를 딴 뒤,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니 양심에 꺼림칙한 것이 있었다. 하이데거, 니체 등 많은 서양 철학자들의 것을 서양사상이라고 봤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동양사상을 근간으로 자신의 것을 말한 것이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통해 불교를 접했다. 근본적으로 불교사상에 가깝다는 것. 초인, 영원한 회귀 등이 불교에 의해 촉발된 사상이었다.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도 작품의 2/3가 불교적 테마였을 정도로 당시에도 동양사상의 영향력은 컸다.

『도덕경』이 오히려 생소했을 정도였다. 캐나다에 가서 『도덕경』을 처음으로 1장부터 읽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2가지를 공통적으로 한다고 하더라. 하나는 피어싱이고, 또 하나는 도덕경을 읽는다. 하버드대에서 『도덕경』을 안 읽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지. 미국학회 동향을 보면, 1960년대 히피문화, 반전사상 등이 널리 퍼졌을 때, 동양사상이 무척 인기 있었다.”

그는 불교, 도교, 유교 등 동양사상의 깊이가 동양사상이나 동양종교에만 있지 않음을 발견했다. 기독교에도 깊이 들어가면 동양사상이 심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모든 종교에 표층과 심층이 있다고 본다. 도덕경은 심층을 이야기한 책이다. 도덕경 덕분에 생긴 종교가 도교다. 노자, 장자의 사상은, 도교의 사상은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이다. 도덕경이 5천자 정도니까, 200자 원고지 25장이다. 15분 걸릴까? 그런데 읽기에 따라 30분 혹은 한 평생 걸려서 읽을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하루에 1장씩 읽다가,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뒤에서 1장씩도 읽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읽었을 때는 아무렇게나 펼쳐서 나오는 장을 1장씩 읽었다. 임어당은 동양문헌 가운데 어느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유학을 가서 읽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오 교수가 풀이한 『도덕경』은 중학교 필독도서로도 선정됐다. 처음 쓸 때는 중학생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현실은 중학생도 읽는 책이 됐다. 『도덕경』은 동양인이라면 봐야 하는 동시에 지금은 서양인에게도 친숙한 경전이 됐다.


도가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




“도가에서는 여성이 중요하다. 기독교의 영향에 익숙한 사람에겐 ‘하나님 아버지’인데, 도가에선 절대적 존재를 어머니로 본다. 어머니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모든 것을 주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도는 어머니요, 여성이다. 도덕경은 여성운동가의 바이블이고, 장자는 장애인의 바이블이다. 장자의 한 챕터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로만 채운다. 그 장애자들이 보통 사람보다 위대함을 알려준다.”

오 교수에 의하면, 기독교 신학이 지금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동양사상의 접합 때문이라고 한다. 도가나 불교 사상이 새롭게 등장한 종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신학도 도가의 영향을 받아 절대자를 남자로만 여기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없다. 도는 어떤 범주에도 넣을 수가 없다. 여자이면서 남자고, 남자이면서 여자인,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닌, 서양기독교가 그런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도덕경은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길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되어가는 길, 원리를 뜻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바탕임을 드러낸다. 즉,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이자 근간이 도(道)이며, 이 도에 맞춰 살면 힘이 생긴다. 덧붙여 덕(德)을 볼 수 있다. 덕이라는 말은 힘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도덕경』을 ‘길과 그 힘에 대한 책’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도덕경』은 우주의 원리를 깨닫고 우주의 원리에 따라 살 때 덕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도덕경』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백성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까를 다룬 매뉴얼이다. 우주의 원리가 이러니까, 사람을 다스리고 백성을 잘 다뤄야 하고, 그래야만 임금이든 나라든 잘 될 거라고 말한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노자가, 『도덕경』이 ‘뜨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헌데, 많은 인민들이 길을 찾기 위해서라는 명목 등으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다르다고 오 교수는 지적한다. 그들은 『도덕경』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안중에 인민이나 국민은 없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 교수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진다.

“도와 함께 춤춰라. 그러면 삶이 펴지고 자연스러워지며 자발적이 된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도교와 도가가 있다. 도가는 절대자유를 추구한다. 속박되지 않은 자유, 삶과 죽음이라는 구분에도 초월하는 절대 자유. 이게 도가사상이다. 노자와 장자는 노장사상으로 도교는 육체적인 삶,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불로장생도 나온다.”

오강남 교수의 노장 강의는 11월8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목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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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노자 저/오강남 풀이 | 현암사

모두 8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덕경의 내용은 때로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요, 때로는 우리의 심혼을 일깨우는 통찰이요, 자기 혼자서 읊는 독백이요, 그윽한 명상이요, 해학이요, 역설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시처럼 잠언처럼 들려주는 81편의 짤막한 글 속에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는 道의 길, 진리의 길을 담고 있다. 물질 문명에 대해 지나친 믿음을 갖고 사는 현대인에게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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