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넘은 여자들의 하소연 “좋은 남자는 어디에?”
“남자란 존재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남자, 여자하기 나름인 분명한 이유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남인숙
지난달 8일. 일부러 날을 그렇게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서울 합정동의 자음과모음 1층 카페에선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의 남인숙 저자와 독자들의 부킹이 이뤄졌다. 이름 하여, ‘남인숙 작가의 커플상담소’. 평소 못난 수컷이었던 나는 이날 아침 동료 여자사람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 건넸고, 밤에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 대한 강연에 귀를 세웠다.
어린 날 봤던 영화 <내겐 너무 예쁜 당신>. 그땐 당최 이해하지 못할 텍스트였다. 중소기업 사장 베르나르라는 남자, 미모와 지성, 우아함까지 겸비한 아내를 마다하고, 뚱뚱하고 못생긴 비서에 빠져든다. 거참, 저 남자 왜 저러나 싶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싶었다. 나이 먹으면서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아내 플로랑스는 그의 ‘남자(라는 정체성)’를 무시한 반면, 비서 꼴레뜨는 반대였다. 내 안의 남자가 상처 입는 꼴을 보느니 고개를 돌려 내 안의 남자의 기를 살리고 싶은 베르나르. 플로랑스 아닌 꼴레뜨가 ‘내겐 너무 예쁜 당신’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 거짓이 아니다.
“남자들은 스스로 멋진 남자라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에게 끌린다.”(p.21) |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의 적이 아니다. 결코 인간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오랜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달라 서로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다름이 종의 존속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에도 기여해야 할 때가 되었다.”(p.309) |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리 모두가 벽돌 한 장씩을 올려 쌓아온 성과 같다. 배울 만큼 배웠고, 깨일 만큼 깨었다고 자부하는 요즘 어머니들조차 아들을 낳아 ‘남자답게’ 키우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성이 얼마나 오래고 견고한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p.75)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비록 여자들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알 수 없을지라도, 남자들이 변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나비 더듬이 털 만큼의 노력의 기미를 알아챌 때쯤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p.208) |
“남자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남자다움’이라는 단 한 개의 열쇠다.”(p.72) |
“좌절한 남자들은 못나게 굴며 자신의 나약함을 위장하려 하기에 가장 위로받아야 할 순간에 오히려 미움을 자초한다.”(p.290) |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다시 말해서,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p.244) |
“친구의 정의가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관계’라면 남자들에게는 진짜 친구가 없는 셈이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과 장동건이 터놓고 대화를 했다면 서로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상황까지 치달았을까?”(p.88) |
“남자들은 ‘남자답지 못하다’, ‘속 좁다’, ‘쪼잔하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자기 파괴도 서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음의 혼란이나 고통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남자답지 못한 이유로 고통받는 그 마음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비밀이다.”(p.66) |
남자친구가 별 일 아닌 것 같은데, 살이 떨릴 정도로 화를 내더라. 왜 그럴까?
남자의 화의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평균적인 인격임을 전제로, 남자가 화를 내는 패턴이 있다. 사실 별거 아닌데 화를 내는 것 같은데, 한 번의 작은 사건 때문에 내는 게 아니다. 남자도 한 마디 말이나 행동에서 상처를 받는데, 그걸 표현하는데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 기분 나쁘다는 게 남자답지 못한 짓 같아서 말을 안 한다. 그러다 다른 상황에서 비슷하게 화를 내게 하면, 버럭한다. 어떤 시점에서 화가 쌓인 건지 여자는 알 도리가 없다. 여자들은 모를 수 있지만, 남자들은 정체성에 상처 받은 일이 분명 있었을 거다. 남자의 정체성에 상처가 되겠다 싶으면 피하고, 그랬다면 미안하다고 해라. 그러면 더 이상 화를 안 낸다.
요즘엔 남자들이 화장실 앞에서 여자 백을 들고 기다리고 그런다. 나는 그런 게 별로더라.
남자들은 손바닥만 한 핸드백 잡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연애를 해 본 남자는 경험상으로 쪽팔리지 않다고 말하고. 여자는 연애 안 해 본 사람들도 서른이 넘어도 잘 할 수 있는데, 남자는 서른 넘으면 정말 갑갑하다. 남자들은 차이고 상처 받아도 연애 하는 게 재산이다. 우리나라 보수적이라는데, 가방 들어주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남자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어주는 거다. 그런 걸 어느 정도 이해해주고 조금만 배려해도 되게 고마워할 거다.
환상처럼 멋진 남자는 없다. 그런 척 연기하는 남자만 존재한다. 단순해서 귀여운 면도 있다. 한쪽은 예민하고 한쪽은 둔감하면, 아닌 것 같아도 그게 잘 맞는 측면도 있다. 노처녀의 가장 큰 적은 엄마다. 여자와 여자의 관계도 외려 힘든 측면이 있다. 남자가 미치게 만드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너무 마초적이면 힘들다. 중성적인 쪽으로 발달해야 인정받는데, 그걸 만드는 것이 여자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부드럽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남자가 되레 내면을 보면 ‘나는 남자다’라는 정체성이 너무 단단한 경우가 많다. 내 남자, 내 남편을 남자로 인정해줄수록 겉으로는 점점 더 부드러워진다. 자신 없는 사람이 욕을 하고 거칠다. 내 남자가 거칠어지고 화를 자꾸 내면, 남자 내면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걸 캐치해서 보듬어줘야 한다. 남자들은 아프면 정말 아픈 척 한다. 여자들은 아프다고 그냥 쉬는데, 남자들은 죽어간다. 그렇게 오버한다. (웃음) ‘내 약한 모습이 내 여자에겐 수용 되는구나’하고 확인하고 싶은 거지. 관심을 가진 남자가 있으면 아플 때 잘해줘라. 그러면 훅 갈 거다. 진짜 남자로 생각한다는 표시만 해주면 어렵지 않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다.
중성적 인간형을 실현하려면 다음 세대에서나 기대해야한다. 이미 그렇게 키워진 사람을 어떻게 바꾸겠나. 남편이 가사분담을 안 해준다고 불평하면서 아들이 눈물을 보인다고 나무라거나 남자가 부엌에 오면 고추 떨어진다고 키우는 모습을 보인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다른 면도 생각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의 재미있는 성향 중 하나가 자신이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면서도 여자가 그 약점을 알고 보살펴주는 것은 또 즐긴다는 것이다. 남자를 애라고들 하지만 애 보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p.283) |
동네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시길, 남자들은 연애할 때 잘해주다가 결혼해서 바뀐다는 얘길 많이 하더라. 결혼해야 돼, 말아야 돼, 이런 생각까지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결혼)괴담이 많다. 80%가 결혼하고 불행하다는데, 80%의 이야기를 들은 거다. 잘하면 된다. 결혼은 20%만 행복하다는 상대평가가 아니다. 연애할 때 남자도 연기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거지. 그래서 결혼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이는 거다. 남자들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보이면 아무도 결혼을 안 해준다. 그런 모습을 한꺼번에 풀지는 않을 거다. 조금씩 풀 텐데, 그럴 때마다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때마다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포기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도 있다. 내 경우 그걸 대화라고 생각해서 뜯어고쳐야겠다고 생각했고 노력했다. 그것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도 닦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가 결혼 후 4년째다. 남자의 진짜 모습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거지. 결혼 3년 후 제대로 적응만 하면 그 이후는 대부분 괜찮다. 신혼 때 깨가 쏟아진다는 건 성적 호기심이 큰 몫을 차지한다. 3년까지는 다들 너무 힘들어한다. 사이가 좋은 집들은 공통적으로, 3년 지나고 나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고 한다.
결혼을 너무 두려워하진 마라. 사회생활하면서 우리는 많이 참지 않나? 그런 노력의 1/10만 해도 결혼생활, 성공할 수 있다. 좋은 남자만 만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노력의 시작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대접할 줄 아는 여성은 이상한 인격의 남자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누누이 말한다. 서른 살 넘은 여자들이 남자를 못 찾는 건, 남자 보는 눈이 생겨서 그렇다. 서른을 넘어 남자 보는 눈이 생긴 여자가 결혼하기는 힘들어도, 결혼하면 잘 산다.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
관련태그: 남인숙,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남인숙> 저11,250원(10% + 5%)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