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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듣고’ 싶으면 책을 ‘들어라’ – 비밀을 폭로하는 고발서적 속속 출간

수없이 넘치는 정보사회, 우리는 어떻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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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에서 막으려는 자와 알려는 자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한 풍경이다.

 

[기획기사]
비밀을 폭로하는 고발서적들
[인터뷰]
김용진 기자


  “우리만 모르는”, “마침내 드러나는”, “비밀”, “말해주지 않는”…. 최근 출간된 사회 분야 신간들의 제목 중 일부이다. 매우 소수만 조용히 알도록 묻혀진 사실들을 책으로 알려주겠다고 팔 겆고 나선 책들이 눈에 띈다는 것인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아 책으로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며, 폭로된 사실을 기꺼이 돈을 내고 알려는 독자층이 형성 되었다고 출판사가 파악했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그 책의 풍경을 채널예스가 살펴보았다.
 

 

 

 

한국 미디어 신뢰도, 4년째 추락

 

세상을 알려면 신문과 뉴스를 보라고 했다. 진실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예전에는 신문과 뉴스가 썩 괜찮은 방법이었다. 지금 당신은 신문과 뉴스를 믿는가?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 따르면 한국미디어 신뢰도는 2008년 이후 4년째 떨어져 ‘믿지 못하는 지역(district)으로 분류됐다. 현재 YTN, MBC, KBS 방송 3사 초유의 파업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의 김용진 KBS 기자는 “위키리크스 같은 대단한 비밀이 폭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하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서” 블로그에 내용을 올리고, 책을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모든 책은 기본적으로 진실에 접근하고, 본질을 파헤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까닭 역시 더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진실’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출간되는 책이 눈에 띈다. 몇 사람의 이익을 보장위해 거짓말로 감춰진 진실을 폭로하고자 한다.

수없이 넘치는 정보사회, 우리는 어떻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책은 말한다. 진실을 듣고 싶으면, 책을 들어라. 책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비밀을 폭로한다.


한국을 뒤흔든 폭로서



1인 미디어인 책이 폭로, 고발의 역할을 한 것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몇 권의 고발서는 사회를 놀라게 하고,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껏 가장 뜨거웠던 폭로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폭로는 개인적인 폭로와 국가적 차원의 폭로가 있다. 자서전 형태를 띤 개인적인 폭로는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을 주로 폭로한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스캔들이었던 신정아의 자서전이 바로 그랬다. 다만, 이런 폭로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저술되기 때문에 진실을 보장할 수는 없다. 신정아의 『4001』은 사건과 긴밀하지 않은 술자리 일화를 실명으로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적 폭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다. 사회평론에서 2010년 2월 출간된 이 책은, 삼성 법무 팀에서 7년간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 당시 고백한 내용과 삼성에서 일하면서 목격한 비리를 고발한다. 초법적 기업운영과 이건희의 황당한 경영 사례가 밝혀져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언론에서 일제히 광고를 거부해서, 그에 맞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책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김용철 변호사는 한때 삼성에서 자행되는 비리에 연루된 사실까지 고백하며 ‘감옥 갈 각오’로 이 책을 썼지만, 삼성의 몇 가지 후속 보도와 논란이 있었을 뿐, 김용철의 일신에도 삼성의 운영에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의 비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규모부터 달랐다. “여러 명의 상근 활동가와 전세계 수백 명의 자원 활동가들이 결합해 운영되던, 일정의 정보공개 네트워크이자 새로운 유형의 인터넷 언론매체”(『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인 위키리크스는 미국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며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전 전쟁일지, 포로수용소 고문 스캔들, 외교문건을 폭로한 호주의 해커출신 줄리언 어산지를 두고 한편에서는 사이버 테러리스트로 명명하고, 한편에서는 정보 민주화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꼽기도 한다.

위키리크스 폭로가 있은 후, 후속 도서가 출간되었는데, 그 중 독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책은 2011년 초에 출간된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이었다. 줄리안 어산지와 파트너로 일했던,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가 쓴 이 책은, 위키리크스라는 조직을 폭로한 책이라 관심을 끌긴 했지만, 이 역시 워낙 주관적인 진술이라 내용을 그대로 납득하기는 어렵다.

KBS 탐사보도팀장이었던 김용진 기자가 쓴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건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외교 문서를 통해 믿기 힘든 외교적 진실이 폭로되었는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보도하지 않아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는 김용진 기자는, 여전히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위키리크스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blog.naver.com/rkaa21.do)

위키리크스를 설립하고, 폭로하는 데에 앞장선 줄리언 어산지에 관해 알고 싶다면,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이라는 책을 권한다. 줄리언 어산지는 폭로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권위있는 신문사 ‘가디언’과 손을 잡고 정보를 독점적으로 제공했는데, ‘가디언’ 탐사보도기자인 데이비드 리 등의 목소리로 그 과정과 줄리언 어산지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위의 책이 줄리언 어산지와의 접촉부터 폭로의 과정을 담고 있다면, ‘슈피겔’의 기자 마르셀 로젠바흐가 쓴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는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줄리언 어산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접근한 책이다.


언론이 말하지 않는 국가의 거짓말



언론은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저자 임승수와 경인일보 기자 이유리는 『국가의 거짓말』을 폭로한다. 북파간첩사건에서 반값 등록금까지 합법적 거짓말의 실체를 밝히는 책이다. 감세정책,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눈속임하는 국가의 거짓말부터 루머로 떠돌던 미국의 도청 시스템 에셜론, 9.11테러의 음모론까지 전방위적으로 펼쳐진, 국가적 배신 사건 23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제적인 ‘불편한 진실’에 대해 폭넓게 접근하고 싶다면 경향일보 박종성 기자가 쓴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권한다.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 종교, 민족, 환경적 문제를 다룬다. 한쪽의 이야기가 아닌 다각도의 주장을 검토해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또 그들이 대처하는 방법, 미국이 세계 언론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접근하는지 유념해 살펴본다면, 언론이 말하지 않아도 더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이슈, 검찰 권력을 폭로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 권력의 폭로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한겨레 10년차 이순혁 기자는 『검사님의 속사정』을 통해 대한민국 검찰이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는지, 다년간의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검사가 조직에 매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검찰이라는 조직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스템을 문제 삼는다.

『대한민국 검찰을 말하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역시 검찰의 고질적인 시스템을 고발하는 책이다. <피디수첩>에 보도되면서 이슈가 된 검사의 스폰서 세계에 대한 폭로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역시 방송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검사들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다소 '위험한' 책의 출간에 대해 저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제 트위터나 소위 해적방송이라고 일컫는 팟캐스트에서 사실을 확인한다. 정보화시대에서 막으려는 자와 알려는 자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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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김용진 저 | 개마고원

위키리크스가 2011년 9월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25만 건)의 충격파는 전세계를 뒤흔들었지만, 유독 한국만은 그 파장에서 비껴나 잠잠했다. ‘KOREA’란 단어가 들어간 비밀전문이 1만4165건이고, 주한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것만도 1980건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몇몇 전문들만 단편적으로 기사화됐을 뿐, 기초적인 조사분석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직접 그 비밀전문들을 번역해 알리려는 시민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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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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