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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러분에게 합격과 출세의 복을 가져다줄 그림입니다”

정병모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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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미술 연구가 베트릭스 럼포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이다. 무명화가들은 전통의 틀을 깨뜨리고, 자연의 느낌을 질박하게 드러내며, 서민의 친근한 정감을 화폭에 담았다.

미국 민간미술 연구가 베트릭스 럼포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이다. 무명화가들은 전통의 틀을 깨뜨리고, 자연의 느낌을 질박하게 드러내며, 서민의 친근한 정감을 화폭에 담았다. 그들은 천진난만한 그림을 통해 정통화가들과 다른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보였다. 민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위대한 예술이다.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저자 강연회는 인사동의 ‘The Four Gallery’에서 열렸다. 평일 저녁 퇴근길. 인사동 거리는 여기저기서 고소한 파전 굽는 냄새가 풍겨오고 막걸리 한잔의 유혹은 행인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하지만 막걸리보다 더 그윽한 향을 풍기는 정병모 교수의 강연이 있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적한 ‘The Four Gallery’에는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온 독자들과 한국 민화의 일인자라 불리는 ‘송규태 화백’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규태 화백은 정병모 교수의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책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기존에 민화의 해석되지 못했던 부분까지 해석해 놓았더군요. 그간 정병모 교수가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는가가 여실히 드러나는 책입니다. 고전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는 민화의 가능성을 넓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송규태 화백)

(왼쪽부터) 정병모 교수와 송규태 화백

우리가 모르고 있는 90%의 가치!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병모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 박물관뿐 아니라 전 세계 박물관, 개인수집가 등을 찾아다니며 민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병모 교수는 민화가 현대의 각광을 받는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통 미술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화에 숨겨진 보석 같은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고자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를 집필하게 되었다.


“지금 보시는 것은 빙산입니다. 빙산은 10%만 수면 위로 나와 있고 나머지 90%는 물에 잠겨 있습니다. 이를 화단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김홍도나 안견, 김정희 같은 유명화가는 위의 10%에 해당하죠. 그리고 보이지 않는 화단을 지탱하는 것이 90%의 무명화가입니다. 역사는 물 위의 부분을 더 중요시하지만, 물 아래의 숨겨진 예술에도 놀라울 정도의 보석 같은 가치가 있습니다. 예술을 떠받치고 있는 민화의 보이지 않는 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민화는 자유다!

자유로움, 그것은 예술에서 가장 소중한 덕목이다. 우리 미술 가운데 자유로움이 한껏 발산된 것이 민화다. 민화는 그물을 뚫고 나온 물고기처럼 어떤 형식에도 구애되지 않고 어떤 규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환상처럼 펼쳐져 있다.

<닭과 모란> 일본 구라시키민예관 소장

“삼지창처럼 생긴 잎이 모란 잎입니다. 모란꽃 없이 잎만 있는 화병에 닭이 슬며시 머리를 가져다 댑니다. 닭의 볏이 모란꽃 역할을 하는 거죠. 식물과 동물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습니다. 이름 없는 무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이지만 대담한 상상력과 재치가 유쾌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기린과 책거리> 파리 기메박물관(좌)
<신자도> 일본 민예관(우)

“왼편의 그림을 보시면 산속의 기린이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산 뒤로 마치 UFO가 떠오르듯이 책거리와 꽃병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민화가의 상상력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오른쪽의 그림은 책거리와 문자도가 결합한 것입니다. ‘믿을 신(信)’을 표현한 것이죠. 이런 그림들은 당대의 민화가들에게만 가능했던 자유로운 상상력의 표현입니다.”


민화의 해학 : 맹수에서 바보 호랑이로

높은 것은 깎아내리고 낮은 곳은 돋우어 누구나 평등하게 느끼는 세상. 그것이 서민과 민화가 꿈꾸는 세상이다.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고 맹수성을 대표하는 동물이죠. 왼쪽에 보시는 호랑이가 김홍도가 그린 호랑이고, 오른쪽은 민화가가 그린 호랑이입니다. 김홍도의 호랑이는 맹수성이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된 데 반해, 민화가의 호랑이는 약간 바보스럽게 그려졌죠. 눈이 사팔뜨기고 그런 호랑이 옆에 까치가 당당하게 앉아 있습니다. 다른 그림을 더 보시겠습니다.”


“왼쪽 그림부터 보시면, 어미 호랑이와 새끼호랑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어미 호랑이는 무슨 약을 먹은 것처럼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고 치아가 부실해요. 그런데 새끼호랑이도 어미를 닮아 눈이 뱅글뱅글 돌고 치아가 부실합니다. 모전자전인 거죠. 그리고 가운데 호랑이 가족은 밝은 웃음을 띠고 까치와 사이좋게 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의 발톱은 모두 뽑혀서 위협적인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죠. 그리고 오른쪽의 호랑이는 도리어 까치한테 겁을 먹고 있군요. 까치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요. 보신 그림들은 다소 소박하고 거칠게 표현되었지만, 사실적인 호랑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그림들에 숨겨진 뜻은 무엇일까요? 다음 그림을 보시면 그 의도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보시는 그림은 관우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관우는 중국에서 신적인 존재입니다. 왼쪽은 그런 관우를 그린 중국의 그림이고 오른쪽은 우리나라의 민화입니다. 둘 다 삼고초려를 표현한 것입니다. 왼쪽 그림에서는 위엄 있는 관우가 동자에게 깍듯하게 안내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그림에서 관우는 어디에 있을까요? 아래쪽에 그려진 두 명 중 오른쪽이 관우입니다. 자고 있는 제갈량이 건방지다고 장비가 화를 내자 관우가 장비를 말리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그림들에 숨겨진 민화의 사상은 ‘평등’이다. ‘평등’이야말로 ‘자유’와 함께 민화가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그림의 주제다. 이러한 평등의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높은 지위의 사람이나 동물은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민초를 대표하는 까치는 당당하게 표현한 것이다.


유쾌, 통쾌, 상쾌한 그림

민화가 춤을 춘다. 흥에 겨워 춤을 춘다. 민화에 흥취가 듬뿍 배어 있다. 이것은 민화 속에 흐르는 중요한 정서다. 구수한 가락을 들으면 어깨춤이 절로 나오고 한바탕 벌인 사물놀이를 보면 신명 나듯이, 민화에는 서민의 흥취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봉황> 삼성미술관 리움(좌)
<제자도> 선문대학교 박물관(우)

“왼쪽 그림엔 봉황 두 마리가 웨이브를 하듯 X자로 교차해있습니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매화가지 위에는 닭 한 마리가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죠. 그리고 오른쪽의 그림에는 꽃과 나무와 글자의 획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습니다. 민화 속에는 이렇게 밝고 명랑한 모습과 색채가 두드러집니다. 그림 자체가 마치 흥겹고 즐거운 노래를 합창하는 듯한 분위기죠.”

이러한 민화의 유쾌함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침울한 역사적 시기에 이러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민화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유행했다. 당시는 강화도조약을 시작으로 열강의 등쌀에 시달리다 조선은 멸망하고, 일제에 의해 식민지 지배가 이루어진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민화가들은 밝고 명랑한 그림으로 서민들의 고통과 애환을 달래주었다.


“왼쪽의 그림은 병인양요를 그린 그림입니다. 프랑스 함대를 향해서 대포를 쏘고 있는 모습이죠. 그리고 오른쪽은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 사람을 서로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그림이죠. 열강의 등쌀에 숨통이 조여 오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정병모 교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여행할 때의 일을 떠올리며 민화가 가진 시대적인 힘을 설명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답사를 가서 만난 위구르족과 한바탕 노래 경연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 척박한 땅에 사는 위구르족은 춤과 노래를 통해 긍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예술적인 위안이 없었다면 위구르족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죠. 민화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그림입니다. 험난한 전쟁 속에서도 긍정성을 찾게 해주었죠.”


세계로 뻗어 가는 한국 민화의 힘

그동안 우리는 작가가 김홍도나 안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화를 무시하고 낮추어 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민화를 주목하고 있다.


“보시는 박물관이 프랑스 파리의 ‘기메박물관’입니다. 이곳에서 2001년 10월부터 석 달간 ‘한국의 향수’라는 이름으로 민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반응도 뜨거웠고 유럽 각지의 매스컴이 앞다투어 한국의 민화를 소개했죠. 그 전시회를 통해 제가 자신감을 얻고 한국의 민화를 세계화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위 그림은 일본 평범사라는 유명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선회화’라는 책입니다. 표지에 민화의 까치호랑이가 그려져 있죠. 한국회화 전반을 다룬 책에서 민화를 한국의 대표적인 그림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이곳은 세계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입니다. 이곳에서 2008년에 처음으로 한국 회화사를 소개하며 전시한 것이 민화의 책거리 그림입니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보다 서민적인 감성이 드러난 민화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로 인정한 사례죠.”


“독자 여러분, 복된 2012년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약리도(躍鯉圖)>를 보면, 붉게 달아오른 해의 위용이 겹겹이 물결 진 바다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붉은 햇빛에 몸이 물든 잉어가 U자형으로 몸을 꺾어 파도 위로 솟구치고 있다.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한껏 받아들인 잉어가 드디어 용으로 변하게 되는 ‘엄숙한’ 순간이다. <약리도>는 합격과 출세를 가져다주는 그림이다.

<약리도> 개인소장

“보시는 그림은 3,600마리의 잉어 중에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한 마리의 잉어를 그린 것입니다. 나머지의 잉어는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 버렸죠. 끝까지 목표에 이른 이 한 마리의 잉어는 용이 됩니다. 몸의 아래쪽에 난 36장의 비늘이 거꾸로 돋으며 몸을 흔들어 용으로 변하는데, 그 비늘에 닿으면 뭐든지 부서져 버립니다. 2012년은 위 그림의 잉어처럼 용이 되는 기적이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일어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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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석

http://blog.yes24.com/musician79

채널예스에서 작가와 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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