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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은 왜 싸우는가

치명적이고 달콤한 특허 『특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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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에서는 “이 싸움을 건 애플에 전쟁의 이유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아이폰의 충격적 등장 이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ios 운영체제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단순화됐었다.

1976년, 코닥 VS 폴라로이드,
특허는 있지만 비즈니스는 없었다

“코닥, 당신들의 즉석 카메라가 우리의 특허 12건을 침해하였소.”

책장을 펼치자마자 『특허전쟁』은 불현듯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 과거는 1976년 4월, 폴라로이드가 코닥에게 특허전쟁을 선포하는 현장이다. 당시의 코닥은 연매출 50억 달러의 거대기업이다. 즉석카메라의 대명사였던 폴라로이드는 자신들의 독점 시장에 코닥이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특허침해 소송’이라는 신속하고 강력한 한 수를 둔다.

결과부터 말하자. 이 소송은 협상되지 않았다. 매출의 5퍼센트를 지급하라는 폴라로이드의 제안을 코닥이 거절한 것이다. 결국 두 기업은 치열하게 싸워야 했고, 결국 소송의 승자는 폴라로이드였다. 그것도 아주 큰 승리였다.

이후 코닥은 즉석 카메라 시장에서 완벽히 손을 떼야 했으며 손해배상액은 무려 8억 7300달러에 이르렀다. 게다가 사업 손실 6억 달러, 공장 폐쇄와 재고처리 등이 약 5억 달러, 변호사 비용, 15년에 이르는 기나긴 소송 기간까지. 그리하여 이 소송은 특허가 비즈니스의 숨통을 끊어놓은 역사적이고 전형적인 사례로 특허 관련도서의 주요 소재가 되고 만다.

『특허전쟁』에서는 이 전쟁을 ‘비타협적인 특허권 행사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반면교사다. 왜? “특허는 있지만 비즈니스는 없었다”. 그들 기업은 눈에 보이는 현재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폭파시켜 버렸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폴라로이드도 결국 진정한 승자는 되지 못했다. 특허권자로서 양보하지 않았던 폴라로이드는 8억 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지만, 경쟁에 의한 시장 성숙의 가능성을 닫아걸은 채 자기 분야만 고집했고, 마침내 파산했다.


35년 후 캘리포니아, 애플 VS 삼성

 

다음 장에서 책은 2011년 현재로 돌아온다. 2011년 4월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장을 접수한다. 애플의 연매출액은 76년 당시 코닥의 10배가 넘는 약 70조원이며 삼성의 연매출액은 당시 코닥의 20배 이상, 게다가 기술특허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전반에 걸친 소송이다. 두 기업의 규모, 소송결과에 따른 후폭풍 등을 감안할 때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허전쟁』에서는 “이 싸움을 건 애플에 전쟁의 이유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아이폰의 충격적 등장 이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ios 운영체제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단순화됐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삼성은 신속히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의 경쟁자로 두드러진 성공을 거두었다. 애플은 자신들의 상품 외관을 삼성이 모방했고, 디자인 특허, 상표권, 트레이드 드레스 등이 침해됐다며 전면전을 걸었다. 곧 전쟁은 여러 대륙으로 확전됐고, 현재 양사 간의 소송만도 19건에 이른다. (2011년 9월 기준)


애플은 소송의 단순화를 꾀하고,
삼성은 불확실성을 증대하고자 할 것

 

비즈니스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한다. 반면 특허전쟁은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시장 외적인, 법률적인 요소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라면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싸움을 시작한 장본인이 애플은 어떨까. 애플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 않은 기술과 외관 등의 비기술적인 쟁점을 통해, 판단하기 쉬운 쟁점으로 소송을 단순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애플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이 책은 예상한다. 무선 데이터 통신 등의 특허 침해를 주장해 기술 쟁점으로 확산시키고 분쟁지역을 넓혀간다.


“우리가 질 수도 있지만 당신들이 더 크게 질 수도 있죠.”


즉 삼성은 애플의 불안감의 현실화하고 나아가 그것이 가져오는 불확실성의 파급력을 믿는 것이다.


도대체 애플은 무엇을 원하는가

애플은 왜 싸우는가.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원론적인 답은 ‘특허가 있기 때문에’. 그러나 삼성은 애플보다 더 많은 특허가 있다. 결국 애플로서는 사업을 할수록 삼성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제품 내적으로는 부품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고 외적으로는 삼성의 특허에 더욱 빨려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불확실성에 잡려 먹히기 전에, 삼성이 비즈니스 주도권을 쥐기 전데, 안드로이드 진영이 더 거세지기 전에, 그리고 잡스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 책은 잡스 사망 전에 발행됐다) 전쟁을 감행할 필요가 있었다. 즉 삼성과 싸우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과 싸워야 했던 것. 또한 애플의 선명한 차별성에 관련되는 제품의 외관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과 헤어지기 위한 수순이다.”
“구글과의 싸움을 준비하기 위한 전초전이다.”
전문가들의 말은 모두 틀릴 수도 모두 맞을 수도 있다.두 회사 경영진의 서랍 속 메모를 입수하지 않는 이상 이 일급비밀을 알 방법은 없다고
『특허전쟁』은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의 목적이 ‘끝장’은 아니라는 것. 애플은 76년의 코닥이 아니다. ‘협상은 언제나 최종 판결보다는 유리하다’.


이 전쟁을 지켜 볼 이유 - 특허는 달콤하고 치명적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비즈니스와 특허’라는 밀접한 세계에 빠져들기에 가장 매력적인 텍스트다. 이 두 거대공룡의 싸움은 기술특허, 브랜드특허, 디자인 특허라는 특허의 세 가지 핵심분야를 모두 포괄한 텍스트기 때문이다.”

이 특허전쟁이 파국을 맞으면 주가는 폭락하고 경영진은 해임되며 급기야 거대공룡기업이 몰락하는 광경을 보게 될지 모른다. 냉철한 비즈니스를 감정적으로 유혹하는 특허, 그러므로 특허는 치명적이다. 그리고 이 치명적 속성을 잘 활용한다면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특허는 달콤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관전자로서 감정적인 자세를 버릴 것’을 당부한다. 팬이 많은 애플과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인 삼성. 관전자로서 흥분할 수 있지만 그런 태도로는 특허전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놓치게 된다고 조언한다.

대신 이 세기의 전쟁은 우리가 가진 ‘특허’에 대한 낡은 시각을 교정할 좋은 기회라고 제안한다. 특허는 대단한 것이 아니며 엄청난 기술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이라는 텍스트로 포문을 연 이 책은 ‘특허 인 비즈니스’라는 프리즘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쉽게 읽을 만한 내용은 분명 아닌데, 의외로 쉽게 읽힌다. 역사 속의 흥미진진한 사례들, 여러 클라이언트를 도와 일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장마다 녹아있는 덕이다. ‘누가 이상한 사람인가’,‘특허망상증’,‘특허는 언어 표현에서 나온다’등의 흥미로운 소제들도 특허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의 이목을 끄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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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은성

특허전쟁

<정우성>,<윤락근> 공저17,820원(1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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