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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가 김치는 뼈를 약하게 만든다고 말했다던데…”- 『방랑식객』 임지호

건강의 모든 열쇠는 밥상에 있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약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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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에서 음식을 공부한 사람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 음식을 공부했고, 약초연구가를 찾아가 그 밑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나는 길에서 음식을 공부한 사람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로 음식을 공부했고, 약초연구가를 찾아가 그 밑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그 지역에서 예부터 내려오던 민간처방들을 주의 깊게 조사하고 기록해왔다. 그 세월이 20여 년이다. 스스로 그 시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먹는 것이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나의 앎과 재주로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p.175)

경기도 양평에 자리한 산당(山堂)은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연요리를 제공한다. 산당은 ‘산에 집 짓고 자연에서 산다’는 뜻으로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선생의 호다. 선생의 음식철학이자, 세상을 향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있다. 양평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산당 임지호요리연구소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사람들을 반긴다.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

그는 음식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의 모든 열쇠는 밥상에 있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약이 된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자연과 길(흙)에서 음식을 공부하면서 터득한 이치다. 낯선 식재료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그 모든 식재료가 하필 그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자연을 건네는 사람의 책임이 막중하다. 깨어있어야 할 이유다. 요리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죽이는 일이니까.

커피를 만드는 나는, 커피도 역시 사람이 먹는 것임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믿는다. 커피를 만든다는 것 역시 마음과 영혼을 담는 일이요, 자연과 세계를 전달하는 일이다. 좋은 재료가 좋은 맛과 향을, 먹는 즐거움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임지호 선생의 이야기를 허투루 들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한편으로 커피가 세계 교역의 불공정함을 대변하는 상품임을 감안하면, 어떤 커피를 고르고 마셔야하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방랑식객’이라는 타이틀로 익히 알려진 임지호 선생의 음식 방랑과 철학을 담은 책, 『방랑식객』(SBS스페셜 제작팀 지음|문학동네 펴냄)이 최근 나왔다. 지난 2009년 시작된 SBS스페셜 <방랑식객>은 7편까지 방영됐는데, 책은 1편부터 5편의 여정을 담았다. 음식에서 모든 것이 비롯됨을 아는 임지호 선생이 지난 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에서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가위는 지났지만, 우리의 밥상이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는 법. 그의 이야기는 계속 유효하다.


방랑식객의 시작


방랑식객, 그 시작은 어떻게? PD가 꼬드겨서 얼떨결에 한 것이 현재 7편까지 했다는 그는, 다양한 장르의 경험을 했다. 임지호 선생에 의하면, 음식은 모름지기 굶주렸을 때 먹는 게 가장 맛있고, 굶어본 사람만이 음식의 진미를 안다. 허나 지금은 모든 것이 풍성한 시대. 그러나 그 풍성함은 옹골차지 못하고 허하다. 외래의 것을 비판 없이 들여와 편의 위주로 포장된 것만 먹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방랑식객은 지역마다 특색을 가진 다양한 음식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 민중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이전만 해도 주변의 것이 식탁에 올라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장형 식품산업의 창궐은 음식패턴을 급하게 만들고, 먹는 것조차 ‘빨리, 편하게’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급하게 하다 보니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나왔다. 보기 편하고, 먹어서 기분 좋은 것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천천히 만들면 본래의 영양소나 맛이 살아있다. 은은하고 부드럽다.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끌고 간다. 가정에서도 그래야 한다. 기본(재료)을 은은하게 천천히 뽑아서 준비해뒀다가 모든 요리에 접목하면 좋다.”

그가 이런 철학을 가지게 된 데는 12살, 집을 나가면서부터다. 소년 임지호는 일본에 밀항하고자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가 목포로 다시 향했다.

열두 살, 알 수 없는 역마살에 홀린 듯 집을 떠난 소년 임지호는 일본으로 가고 싶었다. 무작정 일본으로 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p.76)

그러나 결국 밀항에 성공하지 못하고, 걸렸다. 부둣가에서 6개월가량 심부름과 청소 등을 하다가 수금 받은 7천원으로 도망을 갔다. 그걸 밑천으로 극장 앞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했고, 식당에도 들어갔다. 첫 식당의 경험은, 아귀탕 집이었다. 소년은 제주도에 있었다.

물론 제주도에서 혈혈단신이던 소년은 잘 데도 없고 며칠을 굶었다. 그래도 눈은 있어서 뭐든지 새로운 건 봐야 했다. 제주도 생활이 좋았다. 요리인생도 그때 시작됐고, <방랑식객>을 찍으면서 제주도에 다시 발을 디뎠다. 식재료가 풍부하고 다양한 것이 어릴 때 본 것과 또 달랐다. 천혜의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곳이 제주도였다.


기술을 넘어선 자유


임지호 선생의 아버지는 약재 분야에 능통하셨다. 한의원을 차려서 한 것은 아녔지만, 아픈 사람이 오면 약재 등을 통해 치료해줬다. 이때 소년 임지호는 자연의 것을 약으로 사용하기 위한 처리과정인 법제(法製)를 익혔는데, 음식에도 이것을 적용했다.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섬세하고 깊게 바라보는 훈련이 이때 비롯됐다.

그러나 가출한 소년은 미래가 불확실했고, 어느 날은 소주를 사들고 거지를 찾아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답변은 이랬다. 기술을 배워라. 당시 소년에게 기술을 배우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 한 깨달음이 왔다. 기술을 넘어서야겠다. 자신을 넘어서야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음식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전국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파티를 열어주는 일도 벌렸다.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몇 가지를 깨달았다. 우선, 껍질부터 속까지 모든 식재료를 먹어야 한다. 완전한 음식이어야 쌓이지 않는다는 것. 완전하게 먹으면 내 몸에 남는 것 없이 비우게 된다. 좋은 것만 먹으면 몸에 쌓이고, 그것이 병의 근원이 된다. 그리고 생식과 화식의 조화가 필요하고, 오래된 것과 신선한 것을 섞어서 먹어야 한다는 것.

음식을 차려낼 때 생식과 화식을 섞는 것이 좋다. 재료를 완전히 익히면 이미 맛있는 즙들은 다 나와버린 후다. 불을 꺼서 남은 불로 익혀보자. 그러면 아삭함이 살아 있고 즙은 살아 입안을 향기롭게 할 것이다. 여러 개의 요리를 할 때 몇 가지는 생식요리를, 몇 가지는 화식요리를 해서 나눠 먹으면 속도 편해지고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p.142)

자유는 밥상에서 구현된다. 그가 요리를 계속 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됐다. 그는 살기 위해서, 좋아서 요리를 했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그는 음식을 즐거워서 만들었고, 그것을 기분 좋게 먹은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일하는데서 펼칠 수 있게 된다.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고민이 쌓인 뒤에는 행하면 된다. 음식을 만들다보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아도, 그것 자체로 새롭다. 절대적인 것이 없다. 나는 항상 시대를 반영해서 새롭게 만든다.”

선생은 밥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거기에는 사계절이 있고, 가족의 마음이 있다. 그러니 가족이 한상에서 밥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음식이 우리 몸을 다치게 하는 건 둘째 치고, 심성을 다치고, 심성이 머무를 곳이 없어진다.


감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것들을 언급했다. 우선, 불을 사용하게 될 경우, 은은한 불에서 천천히 할 것을 권했다. 하루 한 끼는 그렇게 불의 속도와 열량을 조절한다면, 시간은 많이 걸려도 음식에 내포된 정신세계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뿌리 종류에 대한 미덕 또한 빠질 수 없다. 고구마, 우엉, 더덕 등 뿌리를 많이 먹는 게 좋다는 것. 우리 몸속 모두가 공간이고, 하늘에 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가을에 뿌리를 많이 먹으면 좋단다.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는 조미료다. 그는 자연의 맛으로 조미료를 능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한 위주로, 손쉽게 하려다보니 어디든 조미료를 넣었으나, 조미료 의존은 좋지 않은 요리 습관임을 지적했다. 『미각의 제국』을 낸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도 이리 말한 바 있다.

화학조미료의 가장 큰 해악은 식재료의 질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하질의 재료이든 최고급의 재료이든 이 화학조미료 한 방이면 맛을 다 비슷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그러니 좋은 음식 먹자면 화학조미료부터 없애야 한다.( 『미각의 제국』, p.39)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졌나. 일반 대중의 혓바닥에서 맛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게 힘들어졌다. 그만큼 감각을 잃었다. 남들 맛있다면 몰려가기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맛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훈련이다. 요리사들은 맛을 볼 필요가 없다. 맛을 보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집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맛을 만들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진 하늘의 마음, 그 마음이라는 양념을 집어넣어서 환상을 연출해내는 거다.”

그에 의하면, 사람이 병을 만든다. 치료는 자연이 몫이다. 죽을병에 걸렸다가도 산속에서 아무거나 먹다가 살아나는 경우, 그것은 우리 몸이 자연이라서 가능하단다. 그렇다면 가족력이라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도 가능할까?

“내가 의사도 아니고. (웃음) 암의 병력은 가족생활에서도 오고 영적으로도 온다. 음식과 관계없이. 화목하고, 좋은 것을 먹는데도 암에 걸렸다면,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선 지나치거나 넘치기 때문이다. 좋다는 것만 먹는 건, 밸런스가 깨진다. 저항력이 떨어지면 암이 발병한다. 우리 인체는 만물의 무덤이다. 생물은 자연에 그대로 있음 자연이 무덤인데, 인간이 입으로 넣어서 만물의 무덤이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은 긴장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김치에 반드시 청각을 넣어라!


임지호 선생의 요리비기(秘技) 중 하나. 좋은 물로 담근 조선간장을 많이 써라! 그는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자연이 담긴 물로 된장, 간장을 담으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라면, 김치를 담글 때, 반드시 청각을 넣어라. 청각은 열기를 내리는 해열식품으로, 보존(신선)도 잘 해주고, 뭣보다 향기가 기가 막히다.

다만, 마늘은 남발하지 말 것. 마늘은 화를 일으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정 먹고 싶다면 껍질 채 굽고 갈아 먹는 것이 좋단다. 김치에 될 수 있는 한 마늘을 넣지 않는 게 좋다. 대신 배추와 무의 독은 생강이 해독시켜주는데, 서해안 생강이 좋다. 향신료는 국산일 것.

“한 일본 학자가 김치가 뼈를 약하게 한다는데, 그건 아니고 소금 때문이다. 김치에 들어간 소금이 뼈를 약하게 한다. 옛날엔 김장할 때 하룻밤을 재워서 밤새 소금을 빠지게 한 뒤 양념을 버무렸다. 나쁜 건 빠지게 하고 순수를 담는 거다. 그게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다. 옛날 것, 잊히는 것, 할머니의 노하우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자연의 변화가 심해지는데, 우리가 살아갈 방법은 할머니가 갖고 있다. 아무리 창작이 뛰어나도 옛것이 없으면 아니다. 항상 같이 가는 게 좋다.”

발효에 대한 이야기도 잇는다. 음식이 못 먹을 것으로 변하면 100일 정도 둬 보란다. 놀라운 것을 발견하는데, 발효가 완벽하게 썩으면 유익한 쪽으로 돌아선다. 발효는 곧, 유익한 곰팡이를 먹는 것으로, 곰팡이도 약이 될 수 있다. 어떻게 곰팡이가 났느냐에 따라서.

또 하나의 팁. 방사능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산죽가루다. 일상의 방사능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산에 있는 대나무 가지를 조금씩 잘라 이를 말린 다음, 갈아서 음식에 넣어줄 것. “정말 놀라운 발견을 할 거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마다 쓴다.”


설탕으로부터 멀어지기

임지호 선생에겐 모든 것이 소스의 재료가 된다. 그는 인체 구조가 자연에 그대로 있다고 여기며, 거기에 맞춰 먹을 것을 권한다. 뭣보다 재료들을 함부로 버리지 말 것. 모든 것은 모든 것의 쓰임이 있다. 말려서 파우더를 만들거나 조려서 국물을 진하게 만들어놨다가, 다른 재료와 믹싱해서 써도 좋다.

한가위에 전 등을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는 식용유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알려준다. 간단하다. 좋은 물에 소금 10%를 타서 정제하면 그것으로 끝. 기름 대용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담백하고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계란 프라이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선생은 묻는다. “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자고로 요리는 창조의 세계임을 잊지 말 것.

그는 소금, 된장, 곶감, 설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선 소금. 식품학자들에 의하면 소금은 200~300도가 되면 발암물질이 생성돼서 1200도가 넘어야 괜찮다. 5년 정도 숙성된 소금이 또한 좋고, 된장도 마찬가지다. 대개 노란 된장을 선호하는데, 이건 발효가 덜 된 거란다. 5년 정도 숙성되면 제일 위는 검은색을 띠고, 이후 9단계를 거치는데, 단계마다 쓰임이 다르다.

“요즘 곶감은 설탕 범벅을 해서 비싸게 팔던데, 몰라서 그렇지, 곶감이 기가 막힌 효과가 있다. 가을에 사서 밀폐를 시켜 저온냉장고에 2~3년 놔둔다. 나중에 열어보면 하얀 분이 두껍게 나 있다. 그 분만 긁어서 먹으면 해소기침이 멈춘다. 기가 막힌 명약이다.”

그는 뭣보다 설탕의 폐해를 지적한다. 매실청, 산머루, 오미자, 오디 등에 설탕을 잔뜩 넣으니 열꽃이 생긴단다. “설탕은 어떻게든 설탕이다.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맛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나 가능하면 설탕의 공습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다.


방랑식객에게 묻고, 방랑식객이 답하다


<방랑식객>을 보니, 솔방울을 넣은 국수가 맛있어 보이더라.

송진을 그냥 먹으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솔방울을 1~2개 넣으면 좋다. 아토피, 염증, 뼈에도 좋다. 솔방울을 끓이면 송진이 많이 나온다. 그 물로 반죽을 하고, 멸치, 소고기 등을 넣고 만든다. 솔향기가 많이 난다. 솔방울을 우려서 국수나 스파게티를 만들어도 좋다.

뼈에 좋은 것이 잡초다. 모든 게 독이 다 있다. 말이 힘이 좋고 근육이 튼실하잖나. 말이 먹는 걸 가만히 봤다. 잡초를 먹고, 그렇게 튼튼?진다. 말은 버릴 게 없다. 말기름은 에너지, 힘을 준다. 잡초를 깨끗이 씻고 갈아서 국수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만들거나 곱게 걸러서 만주피를 만들 수도 있다. 생즙으로 먹어도 좋다. 우리가 소나 말과 다를 바가 뭐 있나. 모든 생물은 연결돼 있다. 자연에서 응용하면 우리 몸이 자동으로 좋아진다.


안동식혜에 땅콩을 넣나? 그 전에는 안동 양반집에서는 잣을 넣었다.

옛날에도 땅콩을 넣었다. 잣은 모세혈관의 기를 터주고, 땅콩은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형편에 따라 달리 넣었을 수도 있다. 음식은 양반, 상놈을 떠나 형편에 맞게 하는 거다. 음식은 절대적인 것이 없다.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형편과 상황에 맞춰 우리 음식은 발달해 왔다. 궁중음식은 왕을 위한 음식이지, 백성을 위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러니 궁중음식이 절대적인 음식이 아니다. 음식의 주목적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마음으로 먹고 지혜롭게 견뎌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풍요로워져도 자연을 가까이 하고 소중히 해야 병든 몸을 치유할 수 있다.

후학양성도 생각하고 있나? 어떤 제자를 생각하고 있나?

제자를 데리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배고파 풀 뜯어먹다가 여기까지 온 거다. (웃음) 우리나라 음식문화사를 보면,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고, 백성들을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요리서였다. 같이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돌아다니면 되고, 대신 더치페이해야 한다. (웃음)

돈받고 장사를 하는 것이니 가게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많이 준다. 많이 줘야 한다. 젊은이들도 움직이는데 돈이 많이 드는데, 많은 가게들이 너무 적게 준다. 배우는 것도 최소한의 삶이 돼야 한다. 기업이 학생들을 데리고 갈 때도, 사는 데 지장이 없게 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재료비가 계속 치솟는다. 비가 많이 오고, 구제역 등으로 먹을 것이 없다. 어쨌든 심장이 멈추는 순간, 모든 특권은 사라진다. 음식은 나눔이다. 심장이 뛰어서 우리는 싸울 수도 있고, 욕심을 부릴 수도 있는 거지. 심장이 멈추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저자의 친필그림

선생이 생각하는 음식의 근본은 무엇인가?

일기가 있고, 절기가 있고, 벌레가 있고, 새들이 있다. 각자의 시한마다 땅을 해석하는 내용이 다르다. 같은 땅에서 향, 색깔, 모양이 다르고, 뿌리, 열매, 전체 다 먹는 게 있다. 식재료를 잘 이해해야 한다. 연륜과 시간이 흘러야 하고, 바보처럼 계산하지 말고 오래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몇 십 년이 흐른 뒤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런 경험을 했다.

내가 걷는 길은 칼날 위와 같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세상사는 게 무섭긴 해도 모두가 사랑받고 존중돼야 하는 게, 사회고 삶이다. 음식은 생명을 살리는 원천이고, 만물의 순환법칙에 어긋나선 안 된다. 음식을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나, 밥장사도 진짜 하기 싫다. 형편 되면 돈 주고, 아니면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집을 꼭 할 거다. 그래서 자연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만물의 움직임을 잘 읽고, 재료를 이해하면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에 맞는 음식을 만들게 된다. 모두가 자기를 위해 산다. 자기를 진짜 위했을 때, 주변에 피해가 안 간다. 자기를 위하지 못해서 주변에 피해가 간다. 자신을 잘 추스르고 사는 게 현명한 삶이다. 이번 생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좌중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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