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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이 한국에서 읽혀서 놀라워!” -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짜릿한 반전의 묘미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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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SBS 수목드라마 <49일>이 종영했다. 마지막 회로 갈수록 반전과 반전이 더해져 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방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반전을 생각하다

지난 주 SBS 수목드라마 <49일>이 종영했다. 마지막 회로 갈수록 반전과 반전이 더해져 많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방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여자가 주인공으로, 그녀를 진실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을 받으면 회생할 수 있다는 판타지한 설정의 이야기였다. 주인공 신지현(남규리)은 우여곡절 끝에 세 방울의 눈물을 모으지만, 그럼에도 결국 목숨을 잃어 많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게다가 반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회에 갑작스레 신지현에게 잃어버린 친언니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송이경(이요원)이었다. 드라마에 떠도는 다스 베이더의 망령. “내가 니 언니다.” 반전이었다. 역시나 다음날, 인터넷 게시판에는 드라마의 결말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다. ‘마지막 회가 드라마의 격을 떨어뜨렸다’는둥 ‘그래도 <파리의 연인>의 반전보다야 낫다’는 둥.

대부분의 드라마는 시작할 때 시청자에게 가상의 설정과 약속을 제시한다. 시청자들은 그에 따라 가상의 세계에서 주인공과 한마음이 되어 마지막 회까지 이심전심으로 달려간다. 작가가 반전이란 이름으로 무리한 상황을 덧씌워버리면, 이제껏 가상의 룰을 지키며 초조해하던 시청자는 당연히 허망해지는 법. 그러니까 <나는 가수다>를 보며, 전부 훌륭한 저 가수 중 누가 탈락할까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재도전” 판정을 내린 거나 마찬가지. 네이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49일 결말’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작가의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스페인 작가 루이스 산체스 피뇰이야 말로 진정한 반전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총 열세 편의 단편이 묶여있는 소설집인데, 각 단편소설의 결말은 매번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 간신히 바다에서 구조되었는데 정신병자들의 배였다거나(「미치광이들의 배」), 화성의 노동자들이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에게 연대를 제안한다거나(「우주의 연대」) 어느 날 한쪽 팔이 코끼리 발이 되어버린 남자가 등장한다거나(「코끼리 발」) 우주적인 상상력을 펼치는 이야기는 서늘한 반전으로 진실에 날카롭게 접근한다.

이야기 속에서 반전이란 어떤 것일까?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반전의 좋은 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전이란, 말 그대로 미처 예상치 못한 이야기 흐름을 말한다. 그런 상황과 설정을 통해 이야기가 중심을 잃어버리는 경우, 이야기는 소위 말하는 막장으로 치달아가고, 오히려 뒤늦게 밝혀진 사실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확장시킬 때, 반전은 힘을 발휘한다.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브래드 피트가 다중인격자임이 밝혀지는 순간,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리도 유령으로 밝혀졌을 때! 이야기는 반전 이전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까지 ‘범인은 누구였나?’에 집중되던 이야기는, 이제 더 깊은 초점, ‘브래드피트의 숨겨진 욕망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무엇까지 믿을 수 있나.’ 좀더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그렇다고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을 그저 반전의 기수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스페인 문단의 대표작가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작가이자 문화 인류학자다. 그의 문화 인류학이 가장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은 인종의 문제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인물들은 흑인, 백인, 외계인, 동물, 허수아비 등 다양하다. ‘우리’라는 범주와 다른 존재들을 등장시켜, 역사 속에 공공연히 자행되어 온 편견과 배제가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이주자, 혹은 흑인 등을 떠올리게 하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그의 소설을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다. 스릴러, 판타지, 리얼리즘 등 여러 장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소설, 수필, 시나리오까지 활발하게 쓰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에 SF적 요소나 환상적이고 상상적인 설정이 등장한다. 이 설정은 현실 세계와 긴밀한 논리 관계를 가진 것으로, 허무맹랑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상징으로 읽힌다.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소재는 거침없이 끌어 쓰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자식’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단편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 어느 날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발견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들을 노동자로 값싸게 부린다. 하지만 이윽고, 우리들 역시 기억하지 못할 뿐, 원래 모두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과정이 상당히 재치 있고, 뒷덜미를 서늘하게 만든다. 통쾌함과 아찔함!

나는 어떤 기억을 잃고 지구에서 살고 있는 걸까? 적어도 작가는 분명, 자신이 달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잃은 기억을 기억해내려 밤새 뒤척여본 적 있는 사람이리라. 그에게 물었다. “당신, 달에서 떨어진 것 맞죠?” 그가 스페인에서 이메일로 대답을 전해왔다. “그렇다.” 아래는 달에서 떨어진 작가가 전해 온 소설 이야기다.


“때론 슬픔이 기쁨보다 현실을 잘 드러낸다”

한국에서 표제작으로 선정된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아버지는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착취하고 이용한다. 이 상황이 계급문제, 인종문제 등 여러 상징으로 읽혀서 흥미로웠다. 이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지적한 대로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여러 층위의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솔직히 그 작품을 쓸 때 이주자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장르를 사용하고 이주자들을 달나라 사람들로 대체함으로써 그 작품은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주제들을 언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널리즘에 대한 문학의 강점인데, 문학은 현실을 기술하기 위해 픽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 달에서 떨어진 사람 맞죠?”라고 작가에게 묻고 싶다. 우리도 결국 달에서 떨어진 사람이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우리 모두가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카탈루냐의 관점에서 카탈루냐어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바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의 작은 나라이고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문화 강국 사이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이러한 사실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의 영향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카탈루냐의 경우 그러한 정체성은 헭주민들 덕분에 유지되어 왔는데 그들은 카탈루냐의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흡수해 왔다.”

원제가 ‘열세 편의 슬픈 이야기’다. 열세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슬픔이란, 삶의 비애인가? 다 읽고 나니 나는 열세 편의 서늘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제목에서 말하는 ‘슬픔’이란 어떤 정서인가?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낙관적인 시선을 지닌 작품들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문학이 목표하는 바 중의 하나는 현실에 대한 각성이라고, 또 때로 슬픔이 기쁨보다 더 그러한 현실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은 것이 문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증거다.

매 작품마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흥미로웠다. 정말 예상치 못하는 결말이 벌어진다. 이것은 혹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야 마는 삶에 대한 비유인가?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인가?

“그렇다. 나는 예상치 못한 결말이 독자에게 만족을 준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 마지막 단어에서 갑자기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소설을 꾸준히 쓰고 있다. 당신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글쓰기를 자극하는 질문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이건 엄청난 분량의 질문이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단편, 장편, 수필,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쓴다. 나는 언제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스토리가 먼저 떠오르고, 그 이후에 그것이 이야기되는 장르가 결정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토리이다. 언제나 그렇다.”

스스로를 대중문화의 자식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어떤 맥락에서 한 이야기인지 듣고 싶다. 또 대중문화가 당신의 글쓰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문학에서는 “대중문화의 자식”이라는 표현이 좀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마치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텍스트의 수준이 낮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읽히기를 갈망하는 존재 아닌가. 독자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이 책으로 당신을 만날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카탈루냐의 관점에서 카탈루냐어로 씌어진 책이 한국에서 읽힌다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그것은 문학의 보편성을 드러내고, 결국 국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그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학은 그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도구이다. 서울을 다녀온 후 나는 한국인들이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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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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