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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이 40살 연상 남친과 결혼한다면?

연극 <너와 함께라면>의 웃음 선봉, 서현철 & 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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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학로까지 찾은 관객들에게는 웃을 마음의 준비가 더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로든 강남이든 극중 코이소 가족의 단란한 집은 곳곳이 웃음 지뢰밭.


진선규 “대학로보다는 관객들의 연령층이 좀 더 높고, 의자가 편해서인지 처음에는 무게중심이 뒤로 살짝 젖혀 있어요(웃음). 그걸 앞으로 조금씩 끌어와야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가 그날 무대를 풀어가는 실마리인 것 같아요.”

서현철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극장 분위기라는 게 있어요. 관객들의 호응도 조금 다르고요. 포인트를 정확하게 찍어줘야 웃는 관객들이 있고, 그렇지 않아도 흐름에 따라오는 관객들이 있는데, 강남 쪽은 좀 더 친절하고 당위성이 있어야 웃는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는 더 긴장되고 힘을 들여야 하는 거죠.”

공연을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학로까지 찾은 관객들에게는 웃을 마음의 준비가 더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로든 강남이든 극중 코이소 가족의 단란한 집은 곳곳이 웃음 지뢰밭. 이렇게 배우들과 무대에 앉아 있자니, 벌써 극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게다가 서현철 씨는 잠옷으로만 갈아입으면 분장도 필요 없어 보인다.

서현철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다른 배우들은 다 분장을 하는데 저만 안 해요(웃음).”

공연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 서현철 씨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입소문이 나 있지만, <너와 함께라면>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난 관객들은 웃음주머니를 능수능란하게 쥐락펴락하는 그가 누구인지 새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 역시 전작들을 통해 그의 개그 본능을 감지한 터라, 무대 밖의 모습이 더욱 궁금했다.

서현철 “내가 평소에도 재미가 있나?! - 주위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 결국은 타이밍과 호흡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코믹연기가 탁월하다기 보다는 방법 면에서 작전을 세우고 기습공격을 하는 거죠. 그쪽에 계속 관심을 갖고, 타이밍과 호흡을 찾아가는 거예요.”


오랫동안 웃음 포인트를 찾고 관객들과 호흡한 서현철 씨의 내공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아버지 역을 맡은 진선규 씨는 다소 부담스럽다.

진선규 “워낙 잘 하시고 또 잘 만들어 놓으셔서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죠. 너무 못 미칠까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와 보니까 어떻게든 흘러가더라고요. 현철 형의 연륜이 묻어나지는 않아서, 살짝 가볍고 날라 다니는 면이 있지만, 저는 아직 젊으니까 지금 이 분위기가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요, 현철 형 나이가 되면 좀 더 무게 있고 견고한 아버지가 될 수 있겠죠(웃음).”

하지만 서현철과 더블 캐스팅이라면 진선규에게도 그만한 매력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서현철 “겸손해서 그러는데 이 친구도 잘해요. 예전에도 몇몇 공연을 봤는데, 다른 친구들에게도 칭찬을 많이 했어요. 감각 있고 자기 것에 대한 확신도 있고, 배우들이 갖기 쉬운 나쁜 버릇도 없어서 다양한 변신도 가능하고요.”


강남 공연에 합류한 진선규 씨에게 부담이 앞섰다면, 같은 배역으로 너무 오래 무대에 선 서현철 씨의 경우 관객들을 웃기고는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무덤덤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서현철 “관객들이 웃고 반응하는 게 저의 즐거움이잖아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반응이 올 때면 또 깨어나는 거죠. 후배들에게도 얘기하는 게 나중을 생각하면 공연도 연습이에요. 관객이나 동?들 모르게 상황을 조금씩 바꿔보고 연구하려면 무대에서도 할 게 너무 많은 거죠. 장기공연일수록 신경을 쓰면 얻는 게 훨씬 많고, 그런 재미를 찾아가면 먼 훗날 무르익은 연기를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버지로서 매일 무대에서 생각하는 것, 바로 ‘실제 나라면?!’ 일 것이다. 극중 첫째 딸은 40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하는데,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서현철 “당연히 반대하겠죠, 잡아다놓고 설득할 거예요(웃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딸이 정말 사랑한다면,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내 가치관에 혼란과 포기는 있겠지만, 잘 살기를 바라면서... 그래도 아빠라면 딸을 그렇게 보내고 싶겠어요?”

진선규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다들 반대하다가 끝에는 허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자식한테 이기는 부모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형 말대로 ‘그래도 아니야!’ 라는 생각이 계속 들 것 같아요(웃음).”

‘만약’의 현실성을 좀 더 높여 봤다. 두 사람 모두 남자 배우이고, 배우자 또한 배우(서현철 -정재은, 진선규-김보경)다. 자녀가 배우가 된다고 하거나 배우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떨까?

서현철 “그것도 반대하겠죠(웃음), 그런데 그것도 굳이 한다고 하면(웃음)... 사실 집사람과도 그 얘기를 하는데, 배우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람 만나는 게 인력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일반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힘들기 때문이죠. 일단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고. 우리 아버지만 해도 일찍 일어나서 저녁에 일찍 들어오길 바라시는데, 배우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사니까요.”

진선규 “저도 배우와 결혼했지만, 일단 반대를 기본적으로 하겠죠(웃음). 하지만 무언가 큰 것을 향해 계속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저의 아이도 그렇게 할 마음이 있다면 허락할 것 같아요.”

서현철 “절실함의 문제인 것 같아요.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이 절실한지, 겉멋에서 출발한 것인지.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면 못하면 병나거든요. 물론 그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반대입니다(웃음).”


기본적으로 반대가 깔리는 배우라는 직업. 그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설 수밖에 없는 무대의 매력은 무엇인가?

서현철 “관객들의 반응이죠. 나의 언어나 감성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게 느껴졌을 때, 사실 연극이라는 건 내가 거짓말을 하는데 그 안에서 진실성을 보고 관객들이 따라와 주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배우가 긴장과 설렘에서 즐기는 단계로 넘어가고, 마치 지휘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무대를 지키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절실함이 모라자면 그 깊이까지 못 가고 무대의 겉만 훑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선규 “무대 뒤에서의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마약 같아요. 일상에서는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별로 없잖아요. 내가 아빠로서 화를 내고 있는데 한쪽에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리고 그 설레는 맘을 안고 무대에 나왔을 때는 내가 한 만큼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죠. 관객과의 주고받음이 자꾸만 무대에 서고 관객들을 만나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것 같아요.”

배우들은 작품을 하는 동안 공연장 밖에서도 그 배역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역의 서현철과 진선규는 밝고 편안해 보인다. 물론 배우이기에 금세 변화를 꿈꾸고 있지만 말이다.

진선규 낡오늘 인터뷰에서도 조용하고 착한 이미지로 남았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많이들 생각하셔서 다음에는 나쁘고 강한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어요.”

서현철 “저는 몇 년째 코미디를 해서 계속 즐거웠어요. 그래서 조만간 ‘싸가지 없는’ 역할을 하려고요. 사실 제가 웃길 때는 관객이 재밌고, ‘싸가지 없을 때’는 스스로 재밌거든요. 아무튼 저는 곧 짜증나는 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웃음).”

확실히 요즘 연극은 재밌는 작품에 관객들이 몰린다. 물론 깔깔대고 웃는 작품에만 관객들이 몰리는 데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개그가 아닌 연극이 100분 동안 사람들을 웃기자면 그만큼 탄탄한 드라마와 치밀한 구성,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서현철과 진선규는 모두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은 사람들이 모여 사람을 만나는 것인 만큼, 관계가 좋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대학로까지 나들이가 힘들었다면 강남으로 이사 간 <너와 함께라면>을 이번 기회에 만나보자. 100분간 박장대소하면서 서현철과 진선규를 비롯한 배우들이 얼마나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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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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