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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연 “무결 캐릭터 장근석에 놀랐다” - 원수연『매리는 외박중』

웹으로 부활하는 우리 시대 순정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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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원작 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휴일 정오, 망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원수연 작가와 독자와의 따뜻한 만남이 있었다.

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원작 만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휴일 정오, 망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원수연 작가와 독자와의 따뜻한 만남이 있었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편집자가 그 날의 멤버였다. 참여한 독자들은 웹툰을 준비하는 작가 지망생도 있었고 대전에서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올라온 작가의 오랜 팬도 있었다.

며칠 전, 인터넷 연재를 위해 작가의 대표작인 풀 하우스를 다시 읽었다는 작가는 끝부분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만화의 스토리는 처음부터 정해지는 걸까. 그녀는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말한다. “강도하 씨는 꼼꼼하게 디테일까지 설정을 해요. 반면 저는 인물의 성격과 결말만 확실히 정해두고 가죠. 즉흥적인 편이에요.”『매리는 외박중』은 처음으로 결말을 고려치 않은 셈이다. 그녀는 이번 작품은 권수로 열 권이 조금 넘을 거 같다고 말한다. “매리와 누굴 연결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애착은 무결에게 가긴해요(웃음)”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할 때,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역시 인물이다. 그렇다면 원작자의 생각은 어떨까. “드라마 캐릭터 매칭은 무결과 아빠가 가장 잘되지 않았나 싶어요. 박상면 씨는 특히 그렇죠. 무결의 경우, 장근석 씨의 경우 처음에는 갸우뚱 했어요. 그런데 팬들이 올린 사진과 포스터를 보고 오히려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녀의 작품에는 항상 음악이 함께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데스메탈이다. “제 자신이 ‘락 매니아’이긴 하지만 데스메탈은 접근하기 쉽진 않은 게 사실이죠. 강도하 씨의 추천으로 데스메탈로 정하게 되었어요.”

“어려운 만남이니 원망의 목소리도 듣고 싶다”는 작가. “가끔 저를 검색할 때가 있어요. 작품에 대한 일종의 원망의 목소리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그녀도 악플에 상처를 받을까. “빛과 어둠은 늘 공존하잖아요. 그래도 상처는 받습니다(웃음). 연재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하는 말이, 덧글은 읽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곳은 덧글이 아닌가 싶어요. 작품평 써놓으신걸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문하생들에게도 주지시키는 것이 객관성을 유지하라고 말하죠.”

『풀하우스』에서 『매리는 외박중』까지 오면서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죠. 독자들에게도 관성이 있는 거 같아요. 작가들은 작품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낯설고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자기 자신이 작품을 잘 알기 때문이죠. 끊임없이 마감과 싸워야 하니, 그럴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작가는 올해로 데뷔 24년차가 됐다.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사회 각층에 팬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이따금 놀라요. 반갑고요.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너무 좋습니다. 그들에게 일정 분야의 판타지를 드릴 수 있는 것도 좋고요. 『매리는 외박중』의 경우 식상함과 판타지 사이에서 불만이나 걱정을 나타내시는 분들이 말씀을 듣기도 합니다. 반대로 ‘다르게 할 수 있다’라고 힘을 주시는 분들도 있죠. 말씀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고맙더라고요.”


등장인물의 이름은 어떻게 태어날까. 작가는 작명에 앞서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정해놓는다고 한다. “‘매리’ 같은 경우는 ‘외박중’이라는 말을 이름 뒤에 꼭 쓰고 싶었어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외박’이란 단어가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은 여기 없다는 의미잖아요. 그런 ‘외박중’과 어울리는 이름이 ‘매리’였어요(웃음).”

하지만, 강도하 작가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었다고 한다. “제 결정을 바꾸진 않았죠. 무결은 한결같은 느낌을 갖고 싶었고, 정인은 아버지가 정해준 이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렵지 않게 결정했어요.”

작가의 인물은 얼굴 뿐 아니라 의상도 아름답다. 그저 예쁜 옷을 입고 있다기 보다 스타일이 산다. 작가의 만화를 청소년 시절부터 읽었다는 한 독자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저렇게 입게 되는 줄 알았다”며 작가에게 원망 섞인 물음을 건넸다. “소품 하나라도 예쁘게 그리고 싶어요. 힘들긴 하죠. 디테일이 하나 들어가면 터치가 오래 걸리니까요.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니트를 입었거나 목걸이가 등장한 페이지는 당연히 오래 걸리죠. 그래서 그 다음 페이지에서 자켓을 입히기도 해요(청중 웃음). 인물의 헤어스타일도 먹칠을 해야 하니 공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죠.”

작가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만약, 아이가 만화를 그리겠다고 한다면, 그녀는 찬성할까. “애들이 하고 싶다는 건 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계속 말릴 거 같습니다(웃음). 저도 계절을 느끼고 싶거든요. 책상 앞에서, 방안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거 같아요. 사실 만화가가 되면서, 진짜 작가다운 삶을 살게 되리라 했으나, 다른 장르의 작가보다 가장 시간이 없는 거 같아요. 노동시간이 가장 길죠. 흐름이 있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고요. 초등학생인 아이를 양육하면서 한동안 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십대가 매리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에 대해서 물었다. 이십대 초반의 독자가 답했다. “복 받은 아이이죠(웃음).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작가도 따라 웃었다. “상대적으로 삼십대는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덧글을 읽으면서 가장 고마운 것이, 결혼한 아주머니가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였어요. 작가들은 그 두근거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현실의 애정표현이 작품에서 보면 닭살 행각으로 변하기도 하잖아요.”

작가는 매리와 무결의 관계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녀간의 영원한 평행선이 있잖아요. ‘결혼은 어떤 것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독자들은 웹 연재를 어떻게 볼까.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도 보는 맛이 있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말이다. “개인적으로 웹 연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종이를 넘기는 느낌이 좋아요. 독자로서 작품을 읽을 때의 호흡도 지면에 가까운 거 같아요. 모았다 보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시대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웹의 장점은 노출이 용이하다는 점이죠. 연령별 차이가 분명히 있을수록 새로운 독자를 끌어드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될 거 같아요.”

순정만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원수연 작가를 비롯해 인기 작가들의 그림이 붙어 있는 각종 제품이 팬시 계를 휩쓸기도 했다. 한 독자는 작가의 팬시 제품을 사두고 잘 쓰지 못하겠더라고 말한다.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샀는데 너무 예뻐서, 제 글씨가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생각 했었죠(웃음). 쓰지 못하던 편지지를 이제는 딸이 가지고 놀더라고요.” 그 시절 그녀는 어떤 작품을 좋아했을까. “저는 강경옥 작가의 『별빛속에』 를 특히 좋아했어요. 그리고 유시진 씨 작품, 천계영 씨 작품들을 좋아했죠. 그 시대 너무 좋은 작가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상대적으로 그 다음 세대 작가,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어요. 당시가 만화계의 황금기였던 거 같아요. 한국 순정 만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죠.”

“순정 만화라고 하면, 현실 보다는 로망을 그리는 장르라는 인식이 큰 거 같아요. 강도하 씨는 자신을 순정 만화가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순정만화’란 용어에 대한 논의는 여러 차례 있어왔어요. 확실한 건, ‘여자 만화’는 아니라는 거죠. 순정이라는 테두리가 작품을 가두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워요. 강풀 씨도 순정만화란 제목으로 작품을 그렸잖아요(웃음). 순정이란 테두리 안에는 SF, 무협, 연애까지 담을 수 있는데, 선입견이 많은 거 같아요. 프랑스 대혁명은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배우고, 각종 발레 용어는 『유리 가면』을 통해서 배우신 분들이 많죠(청중 웃음). 돌이켜보면 순정 만화가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지 않았나 싶어요. 웹에서 좀 더 순정 작가들이 활동하면 좋겠어요.”

작가 지망생에게 그녀가 전하는 말은 이렇다.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봐야 해요. 멀티적인 재능이 필요한 작업이다 보니, 특별한 소양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요. 작가라고도 하고, 화백이나 화가라고도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작가’에 가까운 거 같아요. 작가라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창작’이죠. 그림은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많은 문화를 접하기를 바라요. 내 안에 축적된 게 많을수록 작품에 담을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초심을 잃지 말고 가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웹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연재할 것 같아요. 백퍼센트 만족스러운 작품은 없죠. 늘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매리는 외박중』은 부족한 점을 최소화하면서 가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가 연인이 될 필연적 인생의 DNA구조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음을… 데스메탈, 스키조이드맨, 영혼의 안식, 무책임, 뻔뻔한 게으름 따위 알게 뭐야. 다만 이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이 순간은 내게 다시 올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일 테니까.
                      (1권 마지막 페이지, 무결의 손을 맞잡은 매리의 독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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