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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억대 연봉 강사들의 뒤통수를 치던 강연

“2010년, 당신의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였나요?” 채널예스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특별한 만남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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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채널예스에 알찬 기사들을 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기자 분들께 물었습니다. “올해 당신의 특별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채널예스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특별한 만남 ② 바로가기

한 해 동안 채널예스에 알찬 기사들을 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기자 분들께 물었습니다.
“올해 당신의 특별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취재의 매력이란 매일매일 다른 만남의 현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새로운 만남은 마력에 가깝지요. 백 명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도, 유난히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기 마련, 기자님들, 마음속에 남은 그 소중한 만남은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만남이었다면, 그 떨림을 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적으셨을 테니까요. 아래 기사들을 다시 한번 추천합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이 시간에 당신의 마음까지 닿을. 좋은 말 소중한 한마디가 거기 담겨 있을 겁니다.

아래 내용은 채널예스 기자 분들의 작은 고백이기도 하고, 내년, 새롭게 이어질 많은 만남에 당신을 초대하는 작은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연들께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연말이잖아요. 한해, 모두들 감사했습니다.

■파란흙 박은영 님의 그 만남

『생각의 좌표』 홍세화

2010년 1월 28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그저 막연히 이쪽도, 저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그쳤던 나의 정치성향이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후 한쪽으로 굳어졌습니다. 두 시간의 강연은 처음으로 정치적 확신이라는 걸 갖게 되는 ‘유레카!’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야 내가 이 사회에서 처한 위치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내 생각’인 줄 알았던 ‘내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니라 주입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마치, 사람인 줄 알고 살았던 인조인간이 자기의 정체성을 깨닫는 그런 느낌과도 흡사했습니다.

강연이든 책이든, 그때 그 순간에 내게 오는 것이 인연이고 운명이라 여기는데, 홍세화 선생님과 『생각의 좌표』는 바로 그 순간에 내게 와서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 놓은 인연이자 운명이었습니다.



『거짓말』 노희경

2010년 3월 27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강연을 들으며, 강연자가 너무 멋있어서 전율한 경험은 딱 세 번이었어요. 그 중 한 번이 노희경 작가 강연이었습니다. 이분의 작품이 매우 내 취향이거나 감동의 물결인 것은 아니고, 그보다는 사람이 멋있었어요. 남자라거나 여자라거나 그런 생각 이전에 멋진 사람, 멋진 작가라는 느낌이 강연 내내 풍겨져 나왔습니다. 사람에 홀릭해서 멍하니 귀와 눈을 열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강연 들으며, 언제 한 번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물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떤 분이 ‘식사 같이 하실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단번에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마저 멋졌습니다. 공수표 남발의 사회 분위기에 일침을 놓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멋있어졌어요.

『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2010년 4월 30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어쭙잖은 카리스마나 어쭙잖은 지식을 뽐내는 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는 차도아(차갑고 도도한 아줌마)인데요, 이분에게서는 매우 어쭙잖지 않은 지식과 교양이 뿜어져 나왔어요. 철학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다 하는 그 의미를 몸에 문신처럼 새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죠.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장터의 차력사 같은 분위기로 사람들을 휘어잡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창이더군요. 인문학적 소양이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고 하는 주제의 강연을 매우 강한 어조로 해주었는데, 당장 집 책장을 갈아엎고 인문고전으로만 채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어요. 점잖다, 교양 있다는 것이(이분의 표현에 따르면 noble) 옷차림이나 말투에 있는 것처럼 여기는 세태를 온몸으로 비꼬고 계셨습니다. 정말 강남 대치동의 일 억원 연봉 강사님들의 뒤통수를 치는 강연이었어요.



■ 김이준수님의 그 만남

『사진책과 함께 살기』최종규

2010년 7월 17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한 작가의 독자만남이었지만, 한 작가가 아니었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 세 사람, 즉 한 가족의 합작물이 『사진책과 함께 살기』였으며, 그들이 함께 한 자리가 “최종규 작가와 ‘사진책 함께 보기’”였다.

지난여름 토요일 오후의 이야기에 나는 마음을 빼앗겼다. ‘우리 시대의 우직한 바보’라는 별명 답게, 그는 이른바 ‘시대착오적’이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머리띠로 고정시켰으며, 그닥 멋있게 자리하지 못한 수염이 숭숭 뒤엉켜 있었고, 농사짓다가 부랴부랴 올라온 것 같은 그의 옷매무새와 고무신이 유독 눈에 띄었고, 어눌한 그의 말투는 도시의 여름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 첫 모습부터 좋았다고 고백해야겠다.
아무렇게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은 그가 이 획일적인 도시의 풍경에 예속되지 않는 사람임을 알려줬고, 그 옷과 고무신은 노예적 편안이 주는 자장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어눌했지만, 그의 말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고운 다리는 누구한테나 튼튼히 있다고 느낍니다. 이 고무며 튼튼한 다리로 씩씩하게 내 즐거운 길을 걸어가면서 눈물과 웃음을 고루 맛보고 껴안는다면, 나와 나를 둘러싼 살붙이한테 두루 기쁠 테지요. 고맙습니다.”

한 줄 책에 실린 글귀에 위안을 받고, 누군가의 위로 한 마디에 살아갈 힘을 얻으며, 퇴근하는 저녁 길, 머리 위로 떠오른 초승달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인 나는,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가 내게 건네준 그 마지막 한 마디에 울먹이고 말았다. 그렇다. 지난 여름, 집으로 가는 버스안, 그 글귀를 보면서 울먹이던 나를 기억하고야 만다.

그(들)는 내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삶이 정화받는 느낌을 받는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 참 좋은 사람들이다.

참, 최종규의 새책이 나왔다. ‘우리말 지킴이’라는 별명도 가진 그답게, 『사랑하는 글쓰기』라는 책이다. 당신에게도 권한다. 나도 사 볼 참이다. 아울러, 그처럼 좋은 사람을 만났던 기억들이 내겐 선연하다. 윤구병 선생님이 그랬고, 문숙 선생님도 그랬다. 그러고보니 그들 모두 도시가 아닌 ‘시골’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엔, 좋은 사람이 참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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