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시작은 늘 어렵다. 하지만 종종 “처음이 어렵지, 막상 해보면 정말 쉬워”란 말들을 듣곤 하는데, 새로운 시작에 직면한 이들에게 약간의 용기와 힘을 주는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생초보’들의 시작은 엉성하게 마련이고, 시행착오는 물론 두려움까지 함께 한다. 초보 딱지를 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초보티 나지 않을 때까지 공부하고 부딪히며 끊임없이 알아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 터. 하지만 준비 없이 열정만 갖고 들이대는 초보들은 제 풀에 지쳐 무너지기 십상이다.
열정만 있는 초보들에게 위험한 곳이야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위험한 곳을 찾으라 한다면 바로 주식 시장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주식붐이 불어오던 그 때 내 주변 친구가, 동료가, 후배가 주식으로 돈 좀 만졌다는 소식 하나에 혹해 배짱 좋게 주식에 뛰어들었던 사람들 꽤나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멋모르고 덤벼든 주식 생초보에게 주식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것. 주변을 둘러보면, 주식하다 상처입고 실의에 잠긴 이들이 더러 있다.
주변에 실패 사례를 보아와서일까. ‘주식’을 해보고 싶긴 한데 용기도 안 나고, 뭘 해야할지 몰라 시작도 못한 채 포기해버리고 마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주식. 이거 정말 아무나 못하는 걸까? 이렇게 아무것도 못해보고 지레 겁먹고 있는 생초보들을 위해 위풍당당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김수희. 주식의 ‘주’자도 몰랐던 왕초보가 증권부 기자가 되어 좌충우돌하다 마침내 주식투자에 성공하며 보무 당당히 우리 앞에 나타났다.
주식을 시작하면서 써왔던 작은 메모들이
『초보주식 다이어리』라는 알토란 책으로 탄생한 것. 그녀가 말하는 안전하고 통장 빵빵해지는 주식 투자법은 과연 무엇일까?
주식으로 한몫챙기겠단 생각이라면, 주식하지 마라!
지난 10월 2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 한 켠에서 진행됐던 김수희 기자의 워너비 토크. 항상 여성 회원들로 북적였던 워너비 토크장은 여느 때와는 달리 남성 회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역시 주식 투자라는 주제는 남녀 모두에게 최고의 관심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혹시 여기자의 강연이란 것도 한 몫 했던 것일까.
아담한 체격, 고운 외모. 겉으로만 봤을 때는 주식과는 왠지 인연이 없어 보였던 그녀지만, ‘아, 역시 기자구나’ 싶은 쾌활한 말솜씨와 박식함이 ‘그래, 이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겠어’싶은 신뢰감까지 주더라는 것. 그녀는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을 들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들을 설명했다.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그거에요. 이미 오를대로 오른 종목에 투자하거나 언론에서 ‘이게 뜰거야’ 라고 말하는 종목에 투자하거나. 하지만 가장 실패할 확률이 큰 게 그런 방법이죠. 그래서 우르르 몰려갔다가 우르르 피해보는 일들이 많이 생기구요. 정말 성공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해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데,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은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찾아서 공략하는 거죠.”
김수희 기자가 말하는 주식투자는 바로 ‘가치 투자’다. 수익성만 노린 사행성 투기가 아닌 그 기업의 가치를 보고, 그 가능성에 투자해야 성공적이고 안전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 즉, 요행 심리나 주식으로 한몫 해보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10년 이상 투자할 생각으로 느긋하게, 주가 하락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 역시 가치 투자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수익률 좋기로 유명한 투자가 피터 린치, 워렌 버핏 모두 이런 관념으로 투자한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사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코스피는 뭔지, 코스닥은 뭔지. 주식을 사려면 무엇부터 개설해야 하는지. 업종과 종목은 어떤 차이인지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무작정 가장 잘 나가는 것만 알고 시작했다간 낭패보기 쉽죠.”
그녀가 주식 초보였던 시절, 그녀 역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뭘까’를 두고 고민이 많았단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는 모 증권회사에 전화를 걸어 무엇부터 해야할지 물었더니, 가까운 지점을 방문해 증권계좌를 개설하란 안내를 받았다고. 그녀는 바로 증권사로 달려가 증권계좌를 개설했고 비로소 주식 투자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계좌 개설 후, 바로 친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HTS(Home Trading System/홈 트레이딩 시스템). 고객 전용 증권거래 시스템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투자자의 분신과도 같고, 각종 투자정보들이 가득한 시트템. 증권사 직원을 통해서도 매매가 가능하지만,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HTS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아무리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증권사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망주는 지금 잘나가는 주식? 절대 No!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어느 주가 가장 유망한가를 찾기 위해 각종 리포트며 기사, 정보들에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정보는 사실상 정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인 법. 따라서 스스로 유망주를 발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궁극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제가 아는 지인 중에 전업 투자가 한 분이 계세요. ‘행복한 주주포럼’을 통해서 소액 주주 운동을 펼치고 계신 분이기도 하구요. 이 분의 신념은 이렇습니다. 내가 ‘주주’다. 내가 기업을 ‘사는 것’이다. 이 기업 가치에 투자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장기 투자를 하시는 거죠. 이렇게 발굴한 주식이 나만의 유망주가 되는 겁니다. 유망주는 남들이 유망하다고 평가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투자 신념과 원칙이 만들어 내는 셈인거죠.”
그녀는 한 방을 원하는 투자보다는 ‘저축’할 돈으로 꾸준히,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에 중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했다. 가치 투자, 소액 투자, 장기 투자는 미래의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투자 환경까지 더욱 좋아지도록 만들 수 있다. 그 뿐인가, 각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국내의 경제 상황도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굳은 의지의 개미 투자자들이 더욱 당당하게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여러분 스스로 투자할만한 기업, 좋은 기업을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거에요. 하지만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 결국 남들따라 투자하고 남들처럼 손?보는 거죠. 조금만 노력하면 여러분이 얼마든지 기업 정보들을 얻으실 수 있어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라던지, 기업 IR팀에 전화만 걸어도 여러분이 원하는 기업 수익 정보나 기업 관련 뉴스들을 얻을 수 있답니다. 처음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시면 재밌어 지실 거에요.”
주식 투자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결코 게으르고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열매를 주지 않는다는 것. 꾸준한 기록도 주식 생초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방법 중 하나. 내 기록이 결국엔 나의 노하우가 되고 이것이 채화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수희 기자가 전하는 ‘생초보 주식투자 원칙 4가지!’
1. 확실히 아는 기업에 투자해라
2. 선물, 옵션 등 투기적 거래는 절대 금물!
3. 본연의 일에 집중하고 주식은 부차적으로 생각할 것.
4.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시작할 것.
“저도 3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러던 것이 백 만원이 되고, 또 그 돈이 장기 투자를 통해 천 만원이 되는 것을 보면서 처음부터 욕심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여러분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주식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고, 그들보다 더 뛰어난 분석가, 투자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리고 꼭 멋진 투자로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주식 투자 앞에서 마음 졸이고 있다면, 김수희 기자의 투자 원칙을 발판 삼아 과감히 시작해볼 것. 그리고 가장 가치있는 나만의 유망주를 발굴하는 재미에 푹 빠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