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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록,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까지!

뮤지컬 배우 신성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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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공연을 앞두고 있는 신성록 씨를 만나기 위해 남산창작센터를 찾았다. 드라마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남아 있던 기억 때문일까, 반갑게 웃는 그의 모습이 예상과 달라 그새 성격이 바뀌었느냐고 물어본다.


뮤지컬 <영웅> 공연을 앞두고 있는 신성록 씨를 만나기 위해 남산창작센터를 찾았다. 드라마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남아 있던 기억 때문일까, 반갑게 웃는 그의 모습이 예상과 달라 그새 성격이 바뀌었느냐고 물어본다.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살아왔으니까(웃음).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활발한 성격이에요. 가끔은 툴툴거리고 예민하기도 하지만요.”

기자는 지난 2007년 여름 뮤지컬 <댄싱 섀도우> 때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이 있다. 데뷔와 함께 굵직굵직한 작품의 주역만 맡았지만, 무대 안팎에서 그는 신인 냄새가 났다. 숙련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무대에만 서왔던 탓인지, 인터뷰 내내 중압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서는 여유가 보인다.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까 무식하게 덤비거나 몰라도 그냥 했다면, 그동안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나아졌을 테고 노련함이 조금 생겼겠죠. 그러면서 무대를 좀 즐기게 됐어요. 예전에는 부담감 때문에 즐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부담도 무대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여 만에 신성록은 어엿한 ‘스타’가 됐다. 데뷔 초부터 그를 지켜봐왔던 관객들은 실제로 그가 하나하나 작품을 늘려갈 때마다, TV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 이론’이 틀리지 않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도 연기의 맥락에서는 같다고 생각해요. 인지도가 높아진 면은 있죠. 특히 주말드라마를 하니까 어머니들도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전라도 장성댐에 낚시하러 갔는데, 구멍가게 아주머니가 저를 알아보셨어요. ‘드라마의 힘이 이런 거구나’ 실감했죠.”

엄청난 드라마의 힘은 그를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도 한다.
“저는 타고난 연예인 기질은 없나 봐요. 보통 때도 신경을 좀 쓰고 다녀야 하는데, 편한 게 좋고 다른 사람 신경 쓰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행색이 안 좋을 때고 있고, 연기 때문에 예민할 때도 있는데, 알아봐주시고 반가워해주시면 때로는 불편할 때가 있더라고요.”

많은 관객들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성록을 보며 무대를 훌쩍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라는 말은 아니고요(웃음). 뮤지컬 배우, 탤런트… 저는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업이 뮤지컬 배우고, 무대라는 공간으로 초대해서 함께 느끼는 현장성, 그 매력은 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역시 매체와 무대의 다른 시스템 때문에 고생은 했다. 드라마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미세한 정서까지 보여줄 수 있는 반면, 넓은 무대에서는 호흡과 감정을 폭발해야만 하기 때문에, 드라마 쪽에서는 ‘왜 이렇게 오버하니’라는 말을, 무대에서는 ‘왜 드라마처럼 살살하니’라는 말을 번갈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시스템에 대처하며 덤비고 깨지다 보니, 기량은 자연스레 쌓였다. 덕분에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제가 항상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라고 말씀드리는데, 뮤지컬 배우는 갖춰야할 요소가 있잖아요. 무언가를 표현하려 해도 요소별로 부족한 게 있으면 옥에 티로 보여 지니까 노력을 많이 했죠. 특별히 레슨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작품 때마다 좋은 분들과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소하게는 목이 잠기지 않게 하려고 담배도 끊고요.”

물론 드라마에 이 많은 무대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그는 특별히 욕심을 내 쉼 없이 뛰고 싶었다.
“바빴죠. 그런데 올해 제가 29살이기도 하고, 내년에 군복무도 예정돼 있고, 그래서 체력을 최대한 쏟아서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다행히 올해 했던 작품들이 다 잘 돼서 후회 없죠.”

올해 했던 많은 작품 중에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몬테크리스토, 가장 기대되는 인물은 안중근이다. <몬테크리스토>가 배우로서 전환점이었다면 <영웅>은 그 정점이 될 것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하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졌어요. 이번 작품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는 큰 역할을 맡을 수 없겠다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몬테크리스토>가 전환점이 돼서 올해 뮤지컬은 지금까지 잘 됐고, 이제 <영웅>이 어떨지 기대하고 있죠. 송구한 말씀이지만 제가 한 작품만 올인한 건 처음이에요.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뜨거움을 함께 느끼고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안중근 역에는 신성록 외에도 지난해 인간미 넘치는 안중근을 선보였던 정성화와 연기파 배우 양준모가 함께 캐스팅됐다. 상대적으로 신성록의 이미지가 겉돌지만, 그는 지난해 또 한 명의 안중근, 류정한이 말한 대로 이미 안중근 의사가 빙의한 상태다.
“저는 잘 맞는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해요. 안중근 선생님의 감정이나 생각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제가 그 이미지에 부합되고 이 인물을 어떻게 할지가 아니라, 제가 그냥 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연습할 때 보면 성화 형은 노래나 연기에서 쳐지는 게 없으니까 강한 군인 같은 모습이 보이고, 준모 형은 우직함, 내면적인 강함이 보여요. 저는‥ 키는 큽니다(웃음). 제가 그려내는 안중근은 관객들이 평가해 주셔야죠.”


물론 역사적인 인물인 만큼 완벽한 빙의까지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역사적인 위인이니까 인물을 대입하는 게 힘들었죠. 처음에는 ‘나라면 어땠을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나라면 이런데 안 선생님은 어땠을까’ 타협하는 과정이고요. 다행히 서로 느끼는 것에서 일치하는 점을 많이 찾아내서, 초반에 답답한 것에서는 많이 벗어났어요. 느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심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죠. 연습의 성과입니다.”

20대를 보내는 마지막 달.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신성록은 이제 ‘배우’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한다.
“20대를 생각하면 ‘잘했다 잘살았다’ 그런 게 아니라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긍정적인 편이라서 30대에도 행복할 거라 믿고 있어요.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니까,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고요. 지금도 이렇게 동료들과 뜨겁게 울고 웃으면서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거든요. 앞으로도 무대에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마디, 제 걸음걸이, 휑한 눈빛에서도 진실한 감성이 표현돼서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그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3년 전에 썼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그때도 그는 “무대에서 시작했고 무대 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마지막에는 ‘뮤지컬 배우’로 불리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신성록이 무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자의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이리라. 그제야 뮤지컬 <영웅>을 준비하고 있는 신성록이 그토록 행복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화려한 필모그래피나 모두가 알아보는 인지도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로서 연기하는 맛을 알게 된 데 따른 행복이기도 할 것이다. 인터뷰 내내 유독 눈에 띄었던 여유 역시 배우로서 자신감과 만족감이 허락한 것이다. 그러니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큰 키를 감추느라 하얼빈 역에서 다리를 벌리고 서 있을 새로운 안중근, 배우 신성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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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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