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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부활> 멤버들과 나눈 드라마 같은 인터뷰

전설의 그룹 <부활>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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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히트곡과 기라성 같은 보컬,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주가들이 모였지만, 몇 번이나 해체위기를 겪어야 했던 그룹 <부활>


요즘 부활 멤버들은 4명이 모두 모이는 것이 예전만큼 힘들다. 예전만큼?

채제민 : “예전에는 못 만났죠, 일이 없어서(웃음). 그래도 요즘은 공연도 많고, 행사도 많으니까 같이 모일 일이 많아졌어요. 각자 활동은 하고 있지만 부활이 중심이기 때문에 부활 스케줄을 항상 우선적으로 챙겨요.”

김태원은 잘 알듯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고, 채제민은 실용음악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베이스 서재혁은 대학 강의와 영화 음악에 참여하고 있고, 정동하는 드라마 OST 작업 등으로 부활 활동 외의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이렇게 멤버 각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데다 멤버들의 연령층마저 다양해, 부활의 팬 층은 가히 방대하다.

채제민 :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은 잘 몰랐어요, 부활이라는 팀을. 그런데 김태원 씨가 예능을 하면서 전국 어디를 가도 알아보더라고요. 예능의 힘이 막강하구나! 또 공연을 보러 와서는 꽃미남 정동하 씨에게 어린 학생들이 지지를 보내줘요. 1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가는, 이런 그룹이 없죠(웃음).”

예능의 힘! 하지만 록 밴드의 손꼽히는 기타리스트인 김태원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리라고는, 그리고 이렇게 긴 시간 계속 출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태원 : “예능이라는 게 그만두는 게 아니라 할 게 없으면 그만두게 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마음먹고 예능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부활의 오래된 기타리스트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데, 제 일상의 모습을 사랑해주시니까 배터리의 고갈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기타리스트와 예능은 어쩐지 괴리감이 있다. 파급효과 역시 부정적일 수 있었다.

김태원 : “맞는 건 하나도 없었죠, 다 모험이었어요. 하지만 만들어진 멋은 가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멋은 저절로 풍겨야 하니까요. 지금은 결과에 만족합니다. 부활을 알리는 데 성공했어요. 사라질 위기였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더 부활했거든요.”

채제민 : “태원 형이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예능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부활 팬들은 아량이 넓어요. 저희 팬들은 예능을 나가도 다 박수쳐주니까 오히려 힘이 되고, 지금 시점에서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김태원의 이야기는 급기야 모 방송사의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 ‘락락락(락 Rock 樂)’이라는 제목 아래 그의 음악 인생을 되짚는다. ‘락락락’은 김태원을 시작으로, 1980년대 뮤지션들의 험난한 음악인생을 그릴 예정이다.

김태원 : “제의가 들어왔을 때 영광으로 생각했죠. 위대한 선배들이 사라져가고 있잖아요. 선배들의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도록 제가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록계의 계보가 그려질 테고, 그룹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힘이 될 거예요.”

이쯤에서 부활의 9대 보컬 정동하에게 시선을 옮겨본다. 1980년생, 리더인 김태원 씨와는 강산이 한 번 반이나 바뀔 세월의 간극이 있다. 그냥 그룹 부활과 같이 자랐다고 하는 게 빠르겠다. 게다가 김종서,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등 기라성 같은 역대 보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동하 : “처음 부활에 들어올 때는 무척 부담스러웠어요. 너무나 쟁쟁한 보컬 선배님들인지라. 선배님들마다 색깔이 다르지만, 비슷한 코드는 있어요. 일단 3집의 김재기 선배님 음색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사실 제가 부활에 들어올 때는 지금의 소리가 아니었는데 만들어졌죠(웃음). 요즘은 선배 보컬들과 비교해서 비평도 해주시는데, 좋은 채찍질이 됩니다.”

김태원 : “공연 때 와서 보세요. 얘가 부담스러워하나(웃음). 우리는 지켜봤고, 스스로 만들었죠. 정동하 군은 부활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은 잘 표현하고 있지만, 강렬함에는 아직 수련이 필요하죠. 레슨 중입니다.”

채제민 : “다들 특성이 있는 보컬들인데, 예를 들어 박완규 씨 때 했던 노래를 다른 친구들은 꺼려하는 부분이 있어요. 음색도 안 맞고 키도 높아서. 그런가하면 박완규 씨는 발라드를 잘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거의 전곡을 소화하거든요. 태원 형한테는 한참 모자란 친구지만 저는 합격점을 주고 싶어요.”

대선배들인 만큼 불편할 법도 하다. 특히 음악적으로 세대 차이를 느끼지는 않을까?

김태원 : “우리가 불편해 죽겠는데(웃음).”

정동하 : “태원 형이 선배님들께 굉장히 깍듯하게 대하세요. 그런 걸 보며 어디 제가… 그리고 80년대 나온 부활의 1~2집을 지금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어요. 시대와 상관없는 음악을 하시고 지금도 깨어 계시기 때문에, 불만은 없고 늘 감탄합니다.”

채제민 : “불편할 거예요. 나이도 얼마 안 되는 애가 같이 들어 보이니까. 어딜 가도 인사 받거든요(웃음). 하지만 음악은 사실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기 때문에, 태원 형에게 배울 게 너무 많아서 불만이 있어도 말 못할 거예요.”

지금 자리에는 없지만 베이시스트 서재혁 씨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김태원 : “부활의 26년 전통에서 어떤 한 부분 때문에 부활이 계속 붕괴됐어요. 서재혁 씨는 저의 기도로 부활에 시스템을 갖고 나타났죠(웃음). 사실 록 그룹은 80년부터 지금까지 두뇌가 없어서 붕괴됐어요. 다 뺏기고, 다시 라면 끓여먹고 지하로 내려가고. 그런 상황에서 엘리트적이고 체계적인 완벽한 베이시스트가 부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거죠(웃음).”

채제민 : “서재혁 씨는 부활의 역대 멤버 중에 가장 머리를 많이 써요. 말싸움도 잘해요(웃음). 이 친구가 있어서 우리는 앞으로 어려운 일을 겪지 않을 거예요.”

천재 기타리스트, 우직한 드러머, 체계적인 베이시스트, 그리고 모든 영역의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보컬이 모여 12월 24일과 25일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름하야 ‘네버 엔딩 드라마(Never Ending Drama)'.

정동하 : “저희가 원주에서 전국투어를 시작했는데, 관객분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도 투어 중인데, 아마 공연의 정점을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제민 : “가수들이 크리스마스에 공연을 한다는 건 자부심이거든요.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만큼, 훨씬 풍성한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저희도 기대됩니다.”

김태원 : “지난해보다 부활이 더 알려진 상황이라서 의미가 있어요. 공연 중에 ‘불운의 명곡’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혼신을 다해서 작업했던 곡들도 들을 수 있고요.”

26년의 희로애락을 맛본 부활. 하지만 그들은 계속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김태원 : “부활은 한 번의 행복으로 10년의 어둠을 참았어요. 무너질 때쯤 또 한 번 행복이 왔었고, 지금도 이렇게 행복이 왔습니다. 앞으로 10년의 아픔이 오더라도 이 행복으로 계속 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13집을 만들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밝은 곡이 나올까봐 걱정하세요.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희망과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곡을 부활이 더 만들어 내겠습니다. 그런 미래를 기다리고 있어요.”

채제민 : “가요계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 멤버 그대로 오랫동안 음악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대중음악, 그룹 음악에 조금이라고 일조하고 싶습니다.”

정동하 : “행복하게 음악하고 있고요.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부활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까지, 어떤 무대에서나 노래하고 싶어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참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재밌었다. 기자는 각기 다른 캐릭터의 3명을 응수하느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지만, 웃음꽃은 끊이질 않았다. 김태원 씨는 아직도 빨간 버튼이 볼록 튀어나온 ‘옛날 녹음기’를 사용한다. 그 낡은 녹음기만큼이나 부활의 노래에는 아날로그적인 색채가 짙다. 어쩌면 그 ‘아날로그적인 마음’ 때문에 부활이 사랑받을 수 있었고, 또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고, 또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마치 떨쳐낼 수 없는 첫사랑처럼 말이다. 다행인 것은 이제 모두가 그 마음을 아끼고 인정한다는 것. 그야말로 ‘네버 엔딩 드라마(Never Ending Dram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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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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