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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에드워드 권 “손님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 에드워드 권

나는 에드워드 권이다, 나는 요리사다, 요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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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드워드 권이다. 나는 요리사다. 나를 둘러싼 말도 많지만, 나는 내 요리로 평가받는 요리사다. 미국, 두바이 등 다른 나라에도 있어봤지만, 한국의 코스요리는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요리사는 분명 주방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일이지만, 그 창조된 예술이 그렇게까지 비싸야할 이유는 없다.

지난 9월1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열린,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의 저자, 에드워드 권이 이날의 초대 손님.
셰프 에드워드가 독자들과 함께 레시피의 향연을 펼쳤다. 능수능란하게 좌중을 요리하는 셰프 에드워드와 그의 레시피에 조응하고 교감하는 동반자인 독자들.

자, 이날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이날, 폭풍강연이 작렬했고, 스타 셰프를 향한 반응도 불꽃박수와 폭죽함성, 그 자체였다. 이날 강연을 토대로, 약간의 소스를 버무려 기사를 재구성했다.


“당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당신의 주방으로 들어선다.
하얀 셰프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며 열정을 불태울 준비를 한다.
첫 번째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이제 당신을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1초 단위로 달라지는 맛을 눈과 코와 손끝으로 느끼며 당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당신은 예술을 창조하는 요. 리. 사. 다.”(p.16)


그렇다. 나는 에드워드 권이다. 나는 요리사다. 나를 둘러싼 말도 많지만, 나는 내 요리로 평가받는 요리사다. 미국, 두바이 등 다른 나라에도 있어봤지만, 한국의 코스요리는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요리사는 분명 주방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일이지만, 그 창조된 예술이 그렇게까지 비싸야할 이유는 없다.

2년여 전, 강남의 어느 레스토랑을 갔다. 코스요리가 1인분에 20만원이었다. 재료나 분위기를 따져 봐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운 이 가격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만한 만족도를 제공했다면 모르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결심했다. 거품을 빼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요리를 제공하자.

‘에디스 카페’가 그렇고, ‘더 스파이스’가 그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입맛에 거품이 껴선 안 된다. 가격 거품은 요리를 지나치게 높은 곳으로 올려다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이자 법관이었던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마.” 요리에, 입맛에 거품이 낀다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가 없다. 거품 낀 음식을 먹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없다. 거품이 실체를 가린다.

“에디스 카페는 좋은 식재료를 통해 주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곳이다. 신선하고 고급스런 서양요리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이 에디스 카페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권의 약속이다.”(p.18)

이런 원칙을 가진 ‘에디스 카페’를 담은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는 준비기간이 길었다. 첫 번째 요리책(『에드워드권's Kitchen』)은 저작권 등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먼저 시장에 나왔다. 독자들이 에드워드 권의 책이구나, 했을 텐데, 레시피 한 번 보지도 못하고 나온 책이었다. 화도 나고 실망도 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다른 요리책을 통해 편하게 인사하고 싶었고, 기존 요리책과 다른 요리책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국내 요리책 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요리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음에도 많은 책이 사장되는 감이 있다. 또 셰프 입장에서 너무 많은 요리책이 우후죽순 나와서 독자들에게 혼돈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 책을 쓸 때 마음가짐이 그랬다. 대한민국 요리책 중에서도 뭔가 다른 책을 만들자. 다른 요리책도 만들 때도 고생했지만 이 책, 굉장히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다. 레시피만 보여주는 게 아니고 글도 좀 썼다. 솔직히 가격이 비싼 데, 외국서적과 비교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다.

안타까운 건, 학생 독자도 많은데 돈을 꺼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인세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쓰는 것은 죄스러워서, 책을 내면서 앞으로 내는 모든 요리책은 기부를 하자고 다짐했다. 네이버와 연계해서 인세를 적립한다. 어떻게 쓰일 지 최종 판단은 내리지 않았으나, 해피빈을 통해서 하게 될 거다.

우리나라 요리책 시장은 저평가돼 있다. 비싼 요리책을 만들어도 그만한 값어치를 가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이번 책, 화보집 같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더 화보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다음 책도 준비하고 있다. 알다시피, 식당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레시피 북이자 레스토랑을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 건지, 음료, 와인 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더 스파이스’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가진 책이다. 연말 쯤 나올 것 같다. 욕심이 많아서, 쓰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레스토랑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일부 독자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데,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책을 통한 바람? 이 책을 통해 출판업계나 독자들이 셰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색깔 있는 셰프를 찾아 그들이 책을 낼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다. 좋은 음식과 비주얼, 요리공부를 위해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진 않았는데 재밌는 건, 레시피를 카피하는 레스토랑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두 군데를 발견했는데, 한 군데는 통째로 카피했더라. 베끼라고 쓴 책이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레시피를 공개한 이유가 있다. 스스로 위압감을 느껴야 한다. 레시피를 답습하는 게 아니고, 자극을 받아 또 다른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셰프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다 베끼면 어떻게 하느냐. 나는 답했다. 베끼라고 하지. 나는 새로 만들면 되지. 메뉴 만들기가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카피하는 것이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똑같이 담는 건 인간적으로 아닌 것 같긴 하다.

“열정만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는 없다. 인내하고 노력하지 않는 열정은 쉽게 휘발된다. 육체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열정은 비등점을 갖지 못하는 물과 같다. 열정 하나만 믿어달라는 말이 갖는 무책임을 난 알고 있다. 열정만으로는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p.28)

요리사는 이젠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군이 되고 있다. 10만원으로 동네 슈퍼에 가서 장 보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한 달 공부에 50~60만원이고, 돈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안타까운 건, 돈이 없어서, 그토록 하고 싶은 요리를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도 많다는 거다.

일부 부모님들이 내게 그런 메일을 주신다. 아이가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여력이 안 돼서 고민이 많다고. 그렇게 서포트를 해주다보니 지금 6명의 학원비를 보태주고 있다. 안타까운 건, 에드워드 권이 부자라는데, 그렇지 않다. 나, 월세 산다. 사실 집(소유)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외국 생활할 때는 집을 제공받았다.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을 못한 거지.

부가 인생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요리할 때부터 몇 억씩 받은 것도 아니지만, 일부 오해 섞인 얘기에 속상할 때도 많다. 현재만 보고 지나온 과정을 보지 않는 건 안타깝다.

어쨌든 요리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 중에는 열정만 갖고 사는 이들도 많다. 처음 ‘에디스 카페’를 오픈했을 때, 놀란 게 있었다. 백화점 푸드 코트에 있는데, 이력서가 무려 1200장 정도가 왔다. 그런 와중에 한 친구가 찾아와서, 무조건 나를 만나겠단다. 첫마디 그랬다. 인생과 열정을 불태워 주방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왔다. 피똥을 싸도 좋으니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하게 했다. 그렇게 말한 다음날, 점심때가 돼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나한테 힘들어서 죽겠다더니, 점심이 끝나고 안 오는 거다. 갔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전날 죽을 각오가 됐다고 했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서 라커에 가보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실질적으로 열정만 많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나는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배우는 이들에게 나를 밟고 일어서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그 꼴을 보고 어떻게 살아. 그래서 나도 죽을 똥 살 똥 노력한다. 그 사람도 나를 밟고 일어서겠다는 각오로 요리를 해야 한다. 나처럼 되고 싶다고 하면, ‘에이, 못난 놈’하고 생각한다.

“음악가는 연주를 통해 사람들의 귀를 열어준다.
화가는 영혼을 화폭에 담아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요리사는 소리로 귀를 열어주고 향으로 코를 자극하며 담음새로 눈을 즐겁게 하고 맛으로 혀를 통치한다.
누가 가장 훌륭한 예술가인가.”(p.36)


네이버 지식인에, 요리사의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 답변을 썼는데, 난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사람들이 너무 쿨 한 척 한다고. 왜냐. 남의 자식이 요리한다 그러면, 대부분 아트니 예술을 얘기한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나 요리할래요’하면, 공부나 하지, 우리 가문에. 진짜 그런다. 그게 현실이다. 부모 세대에는 더 이상 쿨 한 척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는 셰프가 좋은 직업이라 하면서…

내게 오는 이메일의 95%가 부모 반대에 부딪히는 아이들의 것이다. 진로에 대한 상담도 있지만, 부모가 요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내용이 많다. 진짜 싫은 메일이 있다. 부모들이 보내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요리사 되겠다고 깝친다. 아이가 매일 당신 이름을 얘기한다. 그래서 부탁하는데, 아이에게 지금은 공부할 때라는 전화 한 통화만 해줘라. 진짜로 그런 부모의 메일이 많은데, 정말 싫다.

답장은 당연히 안 한다.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지만, 피부로 와 닿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5~7년은 지나야, 기능직이 각광 받지 않을까. 요리가 왜 예술인지, 왜 창조적인 일인지, 주방에서 해보면 안다. 그리고 요리와 맛을 알면, 행복해진다. 역시 브리야사바랭 왈.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 자, 누가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하는가.

“손님은 군림하는 왕이 아니다. 요리를 통해 당신의 세계를 경험하고 교감하는 동반자다. 그러니 절대로 끌려가지 마라. 당신의 세계로 끌어들여 새로움과 감동을 경험하게 하라. 그리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어라.”(p.22)

이건, 무서운 글이다. 손님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이면을 보면, 셰프를 꼬집는 얘기다. 단순히 손님에게 조아리는 식의 얘기가 아니다. 손님이 셰프를 존중할 수 있도록, 서빙을 해라. 즉, 피클이 안 당기는 음식을 주라는 얘기다. 셰프에게 하는 쓴 소리지.


맞다. 안티도 많다. 그것도, 상당수가 요리사라는 것. 나의 가장 큰 동료이자 적이 셰프다. 우리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 바꾸고, 현재의 인식을 넘어 우리가 아티스트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잘못된 부분도 있다.

비싼 식당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가 서울이다. ‘더 스파이스’에서 제일 비싼 코스요리가 5만7500원이다.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주 기분 좋게 돌려 말해서 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고 안 남나? 남는 장사, 한다. 거품이 심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 스스로 바뀔 수 있는 과도기를 주자는 의미다.

나도 주방을 나서면 소비자의 한 명이다. 최근 서초동 한 레스토랑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알리올리오(주. 마늘과 올리브유가 들어간 파스타로 드라마 <파스타>에서 유명세를 탔다.)가 2만2000원이나 하는 거다. 그건, 파스타 중에서 가장 원가가 낮다. 한겨레에도 기사가 나왔다. 삥땅 뜯지 말라고.

소비자에게도 그런 얘길 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 나도 어느 순간까지는 비싸야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두바이에서 굉장히 비싸게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한 끼 500~600만원에 팔 순 없지 않나. 내가 당당하다면, 적어도 먹는 손님은 나를 명품 취급해주지 않을까. 그게 셰프로서 바람직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가. 맛으로 승부하는 굿 쿡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요리라는 종합예술의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굿 셰프가 되고 싶은가. 악기의 연주자가 될 것인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될 것인가. 결정은 당신의 몫이다.”(p.30)

몇 가지 인식을 바꿨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트위터(@chefedwardkwon)에 요즘 재미 들였는데, 최근 글 하나를 올렸다. 우리는 한국음식을 분식화 시키고 있지 않느냐는 내용이다. 비빔밥, 된장찌개 등을 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분식집이다. 우리는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아니라 분식화 하고 있다. 정통 한식음식점이 줄고 우리 스스로 우리 음식이 싸야한다는 고정관념도 있다.

또 패스트푸드가 곧, 정크푸드는 아니다. 빨리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게 패스트푸드라고 인식돼 있다. 하지만 콜라, 동물성 지방 음식을 곁들여서 정크가 되는 거다. 프렌치프라이도 제대로 된 우수한 감자를 제대로 튀기면 정크가 아니다.

알리올리오도 원재료만 놓고 보면 1000원도 안 되는데 2만원 넘어 팔리는 건, 정말 안타깝다. 좋은 우리 음식을 먹으면서 이거 왜 비싸냐고 항의하고. 인식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김치찌개는 5000원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알아보니, 이런 깨달음이 왔다. 우리 음식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구나. 우리 음식에 대해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에드워드 권에게 묻다, 에드워드 권이 답하다

파스타 원가가 비빔밥보다 저렴한데, 비빔밥이 비싸면 대개의 사람들은 안 먹는다. 비빔밥 나물 하나하나에 손이 더 가는데도,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인식 말고 한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로 해야 하나.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한식 전문가에게 욕 들어먹을 수도 있는데, 각자 셰프마다 몫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며칠 전 김치 홍보대사가 됐다. 나는 한식 전문가가 아니라서 한식 세계화를 논하기엔 어폐가 있지 않나 생각은 드는데, 안타까운 게 있다. 외국 생활하면서 느낀 건 좀 더 (한식이) 포용적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집에서 구절판 드시나? 신선로는? 어머니도 내게 이런 걸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으시다.

그런데 외국에선 이런 음식들을 알아준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지만, 우리도 살면서 평생 못 먹어본 것을 외국인에게 가르쳐주는 걸, 과연 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냐는 거지. 전통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나, 더 중요한 건 현실을 인정하고 가자는 거다.

두바이에서 비빔밥을 하려면 굉장히 힘들다. 도라지는 당연히 없고, 척박한 땅에서 자란 시금치는 어린 아이 키만 하다. 살짝 데쳐서 씹어봐라. 이빨도 안 들어간다. 이걸로 비빔밥을 어떻게 만드나. 콩나물은 중국산이고 고추장도 구하기 힘들고. 말 그대로 비빔밥이면 갖가지 채소가 조리돼서 비벼먹는 밥인데, 비빔밥에 정석이 있나. 이건 꼭 들어가야 돼, 이거 아니면 비빔밥이 아냐, 이런 건 없잖나. (웃음)

전문가들이 전통이라고 너무 고수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독일을 예로 들자. 독일의 호프집에선 소시지 등을 먹는데, 한국의 안주로 순대나 족발을 갖다 주면 장땡이다. 안 되는 구절판을 주고, 칼 잡고 1cm씩 잘라서 주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식보다는 실리적으로 순대나 족발을 먹여주고, 너네는 소시지가 있지만, 우리도 그런 게 있어 하면서 주는 거지. 순대를 경상도에선 쌈장에 찍어먹는데, 그 쌈장을 우리나라에선 이게 머스타드 소스야, 하면서 먹어보라고 하는 거지. 독일인이 어떻게 알아. 머스타드인지, 아닌지. (웃음)

쉽게 말하면, 접근의 차이다. 단, 우리나라엔 원래 이러이러한 것이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먹으면 비빔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요즘 한식하시는 분 중에는 깨어 있는 셰프도 많은 것 같다. 잔소리는 아니지만, 글로벌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주셨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추세는, 한 음식의 전문가보다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는 셰프를 요구하고 있다. 영어공부도 좀 하시고. 정통 한식을 하면서 영어도 능수능란하면 스타가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영국 BBC 등도 그런 셰프를 원하고 있다.

사실, 걱정이다. 서양식을 하는 내가 한식을 보여줘야 하니. 얼마나 많은 한식 셰프가 날 욕하겠나. 그래서 글로벌한 한식 셰프가 나와 줬으면 정말 좋겠다. (웃음)”


“요리사가 봤을 때 아니라고 생각되면 접시를 내보내선 안 된다. 요리는 요리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p.25)

지금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외국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입사 하려면 경력이나 학벌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고 싶다.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본인의 마음가짐이고, 둘째 영어다. 그러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리에 대한 기본은 어디에서든 공부해도 상관없다. 다만, 언어만 따라주면 된다. 한국에선 취직이 안 된다는데, 전 세계를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직장이 있나. 영문이력서를 만들어 200군데 이상 뿌리면 10군데 이상은 답이 올 것이다.

2년 전, 셰프라는 직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학원이 성행했다. 나는 명문 요리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6주 코스를 듣고 수료했는데, 유학원에서 이를 졸업했다고 이용해 먹기도 했다. 나중에 들은 게 왜 허위로 졸업했다고 하느냐, 였다. 내가 잘못 처신한 부분도 있지만, 난 전문대를 나왔고, 창피한 건 하나도 없다. 누구보다 영어 잘 한다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더 많은 지식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둘 있다. 큰 아이가 열 살인데, 요리에 관심 많다. 4개국에서 살았는데, 한국말이 어눌하다. 한국에 온 이유 중의 하나다. 아빠가 셰프다보니 요리 먹으러 좋은 데만 다녔다. 아이 입맛을 완전히 버려놓은 거지. (웃음) 아내에게 저 아이가 요리하겠다면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유학 보내겠다고 했다. 7~8년 배우고, 한국 와서 검정고시 치게 하겠다고. 그러면 중학교 졸업하고 한국 들어와도 현장 경력이 10년이다. 그것도 해외에서 했다하면 제2의 에드워드 권이 되는 거지. (웃음)

한국은 눈에 보이는 학력만 중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해외취업을 하고 싶고, 유명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면, 언어만 해결하면 된다. 자리는 많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 음식을 전파하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재료로 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책을 만들 생각이나 계획은 없는지.

“솔직히 계획은 없다. 가만 들어보니, 괜찮은 아이디어다. 정부가 그런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권역별, 대륙별 식자재 리스트를 뽑는 등 그런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으로 나올지, 정책 자료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나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 다만, 두려운 부분이 없잖아 있다. 그렇게 책이 나오면 한국음식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여기서, 김치찌개 정석을 알고 있는 분 있나? 그렇다면 내게 김치찌개 정석을 알려 달라. 우리 스스로도 정석을 잘 모른다. 정통적인 것이 분명 있겠지만, 생활에서 좀 더 포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안티가 더 생길 수 있지만, 서양음식이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화 된다. 이탈리아 요리에도 마늘이 들어가지만, 우리만큼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 이탈리아 여행을 간 분들이, ‘이탈리아 음식이 맛없어’라고 하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지극히 현지화 된 음식을 먹고 있었던 까닭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우리 음식이 밖으로 나가는 건, 서양음식이 우리나라화 되듯, 우리음식이 밖으로 나가면 현지화 돼야 한다. 이제는 좀 더 포용력 있는 음식과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세계화가 가능하다.”


‘에드워드’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었나.


“미국에 갔더니, ‘권’이라는 성을 발음하기가 쉽지 않더라. 당시 셰프가 발음하기 힘들다며 지어준 이름이 에드워드다. 우리 주방에 없는 이름이 뭐가 있나 살펴봤더니, 에드워드가 없었던 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다음날 출근해서, 스케줄을 봤는데, 영민이라는 이름이 사라져서 잘렸나 급긴장했다. (웃음) 동료에게 물어왔더니, 내 이름이 에드워드라더라. 그렇게 에드워드가 됐다. ‘넌 앞으로 에드워드야’ 그래서, ‘예, 셰프’한 거지. 한국 왔으니 한국 이름을 써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외국에서 생활한 게 많고, 외국인들은 나를 에드워드로 다 알고 있으니, 그 이름을 계속 쓰고 있다.”

컴퓨터 전공 학생이다. 요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3년 뒤 군복무 마친 뒤 시작해도 될까? 최고의 셰프 기준은 정직함, 테크니컬, 유명도 등에서 어디에 기준을 두나?

“당연히 괜찮다. 스물 대여섯에 시작해도 괜찮다. 나도 그 나이에 시작했다. 스무 살 엔 가출도 했는데, 요리하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당시, 신부가 되고 싶었는데, 안 되길 정말 다행이다. 가톨릭의 이단아 됐을 수도 있다. (웃음)

지금 신부가 되고 싶냐, 고 물으면 과감하게 ‘예’라고 한다. 원래 꿈이 요리사는 아니었다. 먹고 살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엔 웨이터를 했다. 두 달 정도 하니까, 주방에 함께 있던 형이 꼬드기더라. 월급에서 2만원을 더 준다고. (웃음) 바로 주방에 가겠다고 얘기했다. 당시 주방에 사람도 필요했고. 그때도 요리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주방 선배가 곧잘 한다고는 했다.

그리고 군대 가기 싫어서 전문대를 입학했다. 거기 가서도 어떻게 놀 수 있을까 머릴 굴렸다. 1학년1학기 중간고사 직전에 휴학계를 내면 나중에 다시 1학기로 복학할 수 있고, 등록금 안 내도 되는 거다. 참 한심한 놈이었지. (웃음) 두 달을 정신없이 놀고 군대를 갔다. 전문대도 요리하려고 간 것이 아니었다. 당시 조리과에 입학할 때 이유가 있었다. 여자가 굉장히 많았다. 꽃밭이었지. 좋았지. 88올림픽이 끝날 때였는데, 남자들이 요리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TGIF 등도 생겼다.

그때 들어가니 남녀비율이 반반이었고, 제일 약한 과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조리과가 만만치 않다. 여하튼, 가보니 2학년1학기를 마치면 취직해야 하는데, 6개월 놀고 사회 나가는 건 너무 짧은 거다. 적어도 1년 반은 놀아야지. (웃음) 군대 안 가려고 전문대에 갔는데, 군대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는데, 대학 동기들은 취사병으로 갔는데, 난 공군에 가서 행정병을 했다. 편하게 생활했는데, 말년 휴가를 나와 학교를 갔더니 육군 간 친구들은 (요리)도사가 된 거다. 아, 이건 아니다. 복학하면 쪽 팔리겠구나.

그래서 전화를 돌려, 두 달만 주방생활 하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용평스키장에서 일했다. 복학하기 2주 전인가, 야간조를 하고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별은 쏟아지고, 급센티멘탈 해지면서 뭘 먹고 사나 등의 생각과 어차피 요리하는 거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가 스물다섯이었고, 취직한 게 스물여섯이었다.

테크닉, 즉 기교는 보이는 것 밖에 안 된다. 요리는 기본적인 테크닉만 갖고 있으면 나머지는 아이디어 싸움이다. 내가 똑똑하지 않으면 책에서 보고, 많이 먹는 수밖에 없다. 학원을 죽을 똥 살 똥 다닐 필요는 없다. 색다른 식당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도록 해라.

요리를 잘 하고 못하는 건, 딱 한 가지 차이가 있다. 간을 볼 수 있느냐 없냐. 간을 볼 수 있으면 된다. 그 시점에서 커버를 해주고 못해주고의 차이는 아이디어의 차이다. 길 가다 떡볶이를 보고 난 이렇게 만들 텐데, 거리의 레깅스 입은 여자를 보고 올해 복고가 유행하겠구나 생각하고, 이를 요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은 여성지다. (웃음)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색감 등 모든 것이 필요하다. 단순 기교에 충실한 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말하지 말고, 속으로 평가하고, 난 이렇게 만들어볼 텐데, 왜 튀기고 볶으면 안 될까, 하는 의문도 갖고, 자신의 노트에 오늘 보고 먹은 음식 그림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자신의 요리책이 만들어진다. 실험적인 정신을 갖고 노력하면 된다.”


“접시는 당신의 정성과 영혼을 담아내는 거울이다. 당신은 그 거울을 얼마나 소중히 하는가. 이제 시작이다. 당신만의 빈 접시를 채워라. 당신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p.238)

자격증이 외국에서 쓰임 있나.

“아니, 필요 없다. 외국은 자격증이 없다. 자격증은 아시아적인 관습이다. 일본과 한국, 중국 정도? 물론 유럽이나 미국에도 자격증은 있지만 그닥 신경을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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