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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상반기 출판계 결산]매력적인 자기계발서, 비법을 듣는다 -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

‘오리진’한가. 리마커블(remarkable)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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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출판사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은 예상 외로 그리 많이 나뉘지 않았다. ‘쌤앤파커스’였다.


‘상반기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출판사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은 예상 외로 그리 많이 나뉘지 않았다. ‘쌤앤파커스’였다. 지난 해 빅뱅의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로 주목받았던 그 출판사로 기억이 났다. 찾아보니 이뿐이 아니었다. 2006년 11월에 문을 연 이후 『이기는 습관』(2007)이 있었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일본전산 이야기』(2009), 『혼창통』(2010), 『오리진이 되라』(2010) 등 출간된 책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타 출판사들의 추천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뛰어난 기획력과 내용의 충실함, 국내 자기계발 저자들의 지속적인 발굴, 저돌적인 마케팅, 컨셉이 분명한 경제경영서의 지속적 출간, 독자를 독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기획 등. 전반적으로 쌤앤파커스 책의 기획력, 컨셉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 자기계발 분야에서 쌤앤파커스만의 인상을 남겨온 그 비결을 듣고자 했다. 마포구 동교동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박시형 대표를 만났다.


독자들에게 필요성마저 일깨우는 책

쌤앤파커스의 많은 책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쌤앤파커스가 다른 출판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분야든 비슷한 책이 나올 수밖에 없고, 특히 자기계발 분야는 중복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보다 반 박자 정도 빨리 간다고 할까요? 독자들이 어떤 책을 필요로 할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당한 주제와 알맞은 필자를 찾는 식이에요. 타 사의 베스트셀러를 신경 쓰지 않고, 남을 따라 하지 않는 편이고요. 집중력 있는 기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렌드에 반 박자 빠르다는 말은?

“독자들이 스스로 필요를 인식하고 있는 책을 내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봐요. ‘아, 내게 이런 게 필요했었구나.’ 독자들이 미처 필요한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 그래서 읽어야겠구나 싶게 만드는 책을 내려는 거죠. 그러면 식상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이 반응을 합니다. 대형 베스트셀러는 그렇게 만들어졌죠.”

남을 따라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서 특별히 쌤앤파커스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전사적으로 기획회의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서점에서 시장조사를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출판 이외의 상황을 신문 기사 등으로 지켜보는 편이에요. 어떤 것이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주제일까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요. 저도 출판계 동향보다는 광고라든가 다른 분야의 기사를 더 유심히 보는 편이고요.”

쌤앤파커스의 책은 무엇보다 컨셉이 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얘기합니다. 활성화되어 있다는 기획회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전사 기획회의를 진행합니다. 대부분 편집자나 기획자가 움직이기 마련인데, 우리는 디자이너든 총무과 직원이든, 마케터든 모두가 회의에 참여합니다. 러프하든 구체화된 아이디어든 그날 발표를 하고, 다수결로 결정해요.(웃음) 30명 직원 중 5명 이상이 다시 논의해볼 주제라고 손을 들어주면 다음 회의나 기획팀 안건으로 상정이 되고요.

책 한 권 한 권에 따라 PM(Project Manager) 제도를 운영해서, 마케터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편집자 한 명이 그 책의 PM을 맡아요. 한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이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조사를 하고, 컨셉을 구체화시켜요. 맨 마지막에는 오래된 선수인 제가 검증을 해주는 식이요. 서점에 자주 나가서 데이터를 분석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토론을 많이 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편이에요.”


쌤앤파커스 출판사가 원고를 검토하거나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책의 주제가 굉장히 ‘오리진’한가를 중요시해요. 이 사람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는가 없는가. 굉장히 화장 잘한 것처럼 매끄러운 원고도 많아요. 수술 잘한 미녀보다는, 원석이더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주목해요. 가장 중요시한 것은 이 이야기가 독자들을 깜짝 놀래 킬 무언가가 있는지 보죠. 내부에서 쓰는 말로 리마커블(remarkable)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데에 집중을 하죠.”

YES24 집계에 따르면, 쌤앤파커스 책 가운데 『혼창통』이 가장 반응이 좋더군요. 책에 따라 어떤 역할이 주요했는지 성과 판단을 한다고 들었는데. 『혼창통』 같은 경우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다른 출판사에 비해서, 내부 편집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혼창통』은 그렇게 힘을 많이 들여서 낸 책은 아니었어요. 저자 필력도 좋았고, 컨셉도 명확해서, 편집부에서 크게 할 일이 없었거든요. 다만 마케팅과 디자인 쪽에 초점을 맞췄죠. 책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이 책이 에피소드를 잘 섞어놓은 비빔밥처럼 보일 수 있고, 대가들의 핵심을 모아놓은 책으로 보일 수 있어요. 내세워야 할 키워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디자인, 마케팅을 진행했죠. 이 책은 전사적으로 협력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새로운 단어를 제시한다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깃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다. 독자들의 타깃을 정하는 일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타깃을 잘 잡느냐는 건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민하는 수밖에 없어요. 자기를 떠나서 고민하기도 하고, 자기 안으로 들어와서 고민을 하라는 말을 많이 해요. 기획자나 편집자들에게 ‘타깃층을 생각하면, 이 책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면, 초보자들은 보통 ‘자기가 읽고 싶다, 안 읽고 싶다’는 데에서 판단해요. 경험이 조금 쌓이고 나면, 자기는 없어져버리고,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객관화 시켜버려요.

하지만, 내가 읽고 싶지 않은데, 독자는 읽고 싶은 책은 없고, 나는 읽고 싶은데 독자는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있기 마련이죠. 그 경계가 어디인지 꿰뚫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책의 내용, 콘텐츠는 자기가 읽어도 재미있어야 돼요. 그런데 컨셉을 정할 때는 자기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1, 2년 가지고는 좀 어렵죠. 많이 공부도 하고, 실패도 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알아가는 건데, 다만, 계속 고민하고 성장하는 사람에게만 그게 보이겠죠. 세월이 가도 같은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거예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요.”


최근의 자기계발서의 트렌드는 뭐라고 보시나요?

“우후죽순?(웃음) 쏟아져 나오죠.”

그 속에서 쌤앤파커스는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내고 있습니까?

“저희는 계속 새로운 단어를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리진’이라는 제목도 단순히 창의성을 어필하기보다, 하나의 새 단어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고요. ‘이기는 습관’도 새로운 단어를 주고, 이 자체를 하나의 트랜드로 만들어주는 것까지 하려고 해요.”

제목을 쭈욱 나열해보니까, 『이기고 시작하라』 『오리진이 되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식의 명령어입니다.(웃음) 제목을 짓는 데에 어떤 원칙이 있나요?

“저희도 명령어 싫어요.(웃음) 제목 지을 때는 사람들에게 아주 생경하게 다가가거나, 혹은 한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요. 아예 낯설어서 ‘오리진이 뭐야?’라고 물을 수 있는 것이거나, 익숙하지만 들었을 때 명쾌하고 기분 좋은 단어를 제목으로 삼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임팩트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죠. 명령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많아요. 반응이 있었다면, 명령어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앞에 쓰인 단어 때문에 그런 걸 거예요.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라는 제목도 익숙한 말이라 거부감이 들지만, 문장의 음율 때문에 반응이 있었고, ‘오리진’은 ‘그게 뭐야?’라고 두 번 생각하게 하지만, 우리가 그 단어를 인식시키는 데까지 마케팅에서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그렇게 지을 수 있었죠.”

류랑도, 전옥표, 김성호, 이지훈 등 무명의 자기계발 저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작가 섭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자들이 숨어있으니까 잘 몰라요. 이미 다른 회사에서 키워놓은 필자는 손대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무명 저자들은 투고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 되신 분이 꽤 많고요. 그중에는 사람 자체는 유명했으나 책을 안 써본 분도 계시고요. 컨셉이 정해지면, 적합한 작가를 찾는 순서로 진행되지, 작가를 따라다니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이 자기계발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제가 20대 때는 자기계발서라는 게 없었어요. 읽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살았거든요. 제가 이런 책을 내지만, 지나치게 자기계발서적인 삶을 사는 것은 지양해요. 다만 본인들이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양서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 정도 적용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마음속에는 누구나 자기계발 의지가 있거든요. 살다 보면 내가 좀 나태해졌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삶의 각성제, 격려제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뭐든 1등 해본 사람, 뽀대 나는 사람

회사의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귀

『오리진이 되라』의 카피를 따서 질문해보겠습니다. 쌤앤파커스는 무엇을 파는 회사입니까? 이 출판사의 컨셉은 무엇입니까?

“아직 직원들과 공유된 이야기는 아닌데요. 편견을 깨뜨리는 책을 팔고 싶어요. 가장 상식적인 책을 내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모순이지만,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콘텐츠를 내고 싶어요. 비록 자기계발서지만, 저희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생각의 경계들이 넓어질 수 있다고 봐요. 궁극적으로 저희 책을 통해 생각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사람들과 살고 싶고요.”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인재상이 흥미로웠습니다.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1등을 해보신 분(과목/종목은 안 따짐), 자신은 뽀대 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 분’을 찾더라고요. 1등, 뽀대가 중요하다는 말이죠?(웃음)

“정말 우스꽝스러운 것도 있겠죠. 딱지치기나 게임에서 1등한 것도 있을 수 있겠는데, 저는 그것을 근성이라 봐요. 뭔가 작은 것이라도 성취를 해본 사람들이 긍정적인 힘으로 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뽀대라는 건 자부심이죠.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이 점을 중요시해요.”

여기 계신 분은 다 1등을 해보신 분이겠네요.(웃음)

“예. 무슨 1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직원들을 보면 놀 때도 극성스럽게 놀고, 게임도 극성스럽게 해요. 그런 친구들이 일도 잘 합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그렇다기보다, 승부근성이 있고 자신의 프라이드가 강한 친구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대충 살지 않잖아요. 부끄러운 행동이나 남한테 흉잡힐 행동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좋아요.”

출판의 기본 자질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대부분 신입사원 인터뷰를 하면, ‘책이 좋아서’라고 하는데 저는 출판 일이 그것과는 다르다고 봐요.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머릿속에 하루 종일 일을 달고 다녀야 해요. 뭘 보더라도 늘 업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또 즐거워야 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즐겨야 하죠. 그러려면 머물러 있는 삶이 싫어야 하고, 이런 일에 지치지 않는 근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요. 이런 것들이 중요한 자질이라고 봐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편집자들은 기본적으로 독서력, 논리력, 사고력이 있어야 하고, 디자이너들은 미적인 감각이 필요하죠.”

쌤앤파커스의 신입사원들은 사명선언식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회사의 비전이 ‘우리가 무엇을 향해서 가야 하는가’라면, 미션은 ‘왜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이거든요.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 말고 내 주변 사람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이에요. 처음에는 사명선언식을 생경해하기도 하는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고 나서는, 직원들이 좀 더 진지해진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해서 아쉽죠.”

회사 규모를 떠나 어떤 조직이든 나름의 문화나 분위기가 있는데, 쌤앤파커스의 회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평소엔 도서관, 회의 때는 깔깔깔(웃음). 회식을 가거나 노래방에서는 거의 프로급의 무도회장.(웃음) 저희가 ‘쌤스데이’라고 해서, 일년에 한 번씩 파티를 해요. 출판계에서 좀 알려진 얘기인데 저자, 출판사 관계자, 서점 관계자를 초청해서, 노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사이판으로 3박4일 전사가 함께 놀다 왔는데, 얼마나 잘 놀았는지 거기 가이드 하는 분들이 다 우리 회사 오고 싶다고.(웃음) 이렇게 잘 노는 팀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어요. 놀 땐 확실하게 놀자는 주의죠.”


비전을 줄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싶다

박시형 대표는 25년간 출판업종에 종사한 프로 선수다. 첫 직장이었던 출판사에는 달랑 사장님 한 분이 계셨단다. 그렇게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이었지만, 직원 이상의 마인드로 일을 하게 되었고, 이런 자세가 대표의 자리까지 오르게끔 했다. 무엇보다 비전이 있었다. 출판업종에 오래 몸담으면서, 바꾸고 싶은 것, 더 잘 해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을 쌤앤파커스에 와서 구현하는 중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비전을 주고, 성과를 통해 독려한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직원들을 대접하고자 한다. 시장에서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만큼 스스로는 철저하게 페어플레이로 임한다. 이것이 쌤앤파커스의 힘이고 자부심이었다. 출판사 내부의 비전은, 출판인들과 독자들이 눈치 챌 만큼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 쌤앤파커스의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했다.

쌤앤파커스를 통해 개선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개인들이 일찍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 조직에서 비전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제적 이유든 무엇으로든 머리가 크면 떠나게 만드는 악순환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어설프게 오너로 독립하기보다는 우리 회사에서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만들어서, 훨씬 유리하게 CEO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게 제 바람이었고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거나, 희망이 있고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이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다거나,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오너가 될 수 있는 터전을 다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회사와 일할 때 그런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전을 직원들에게 선언문을 작성하게 하거나, 복지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계신 거죠?

“막연한 미래만 두고 ‘나중에 너 이거 해줄게’ 보여지는 게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철저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려고 해요. 다른 곳에 비해 복지가 나쁘지 않다고 보고요. 정말 내 회사이고, 그런 비전을 갖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어요.”

25년 동안 출판계에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한 직종에서 근무할 수 있는 동력이라면 무엇이었나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다시 태어나서도 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고요. 한 직장에서 오래 있었던 건, 책임감 때문이었어요. 경영자와 같은 생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나 필자를 바라보면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회사를 팽개치고 나올 수가 없었어요. 또 지금 쌤앤파커스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이루고 싶은 바람도 있었고요.”

출판 일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계속 머리를 가만 놔둘 수가 없어요. 새로운 걸 계속 수혈받는 기분이거든요. 수혜자의 느낌이 들어요. 저자의 가장 따끈따끈한 첫 원고를 받고, 이 세상의 온갖 지식들을 돈 벌면서 접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웃풋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책을 내는 것이거든요. 방송이나 다른 곳에서 뭔가 하려면 엄청난 결제라인과 과정이 있는데, 우리는 게릴라화하잖아요.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걸 읽고, 반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굉장히 짜릿하죠.”

너무 이상적으로 들리는데요.(웃음) 반대로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요?

“경영자로서는, 욕심인가 열정인가 구분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요. 편집자나 출판자로서 어려운 점은, 머릿속을 한 번도 놓을 수 없는 점이 그렇죠. 즐거움이기도 하면서 고통이기도 해요. 창조에 따른 고통 이외에 출판계라서 특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출판 시장 전반에 있어서는 조금 힘들어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거든요. 출판업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책만 잘 파는 건 상관이 없는데, 엉뚱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실망하고,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당당하게 독자들 앞에 나온 책들이 순위 목록에서 밀려나가게 되고요. 엉뚱한 책이 쭉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사이에 선량한 출판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 이런 일이 범람하고 있어서 걱정이죠.”

출판업종에 비전을 가진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기와 일이 잘 맞아야겠죠. 안 해보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해보면 느껴져요. 자기에게 잘 맞고 재능도 있다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죠. 스포츠에 비유하면, 경영자는 구단주 역할일 수 있고, 감독의 역할이기도 해요. 경영하던 사람이 아니라, 에디터나 마케터 출신으로 경영자가 된다면, 스타플레이어가 감독이 되는 셈이죠. 다만 자기가 스타플레이어였다고 하더라도 감독 입장과 구단주의 입장을 겸해서 사고하는 훈련을, 평소 남의 돈 받을 때 해두면 나중에 훨씬 잘할 수 있겠죠. 그 덕목을 키워놓지 않으면, 자기 혼자 잘해서 출판사 대표가 되더라도, 직원들을 통솔하거나 여러 면에서 힘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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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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