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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문학과 과학의 유례없는 만남! 30년 뒤의 서울을 상상하다

『눈먼 시계공』 기자 간담회 30년 뒤의 서울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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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 뇌 과학자 정재승 씨가 합심하여 장편소설 『눈먼 시계공』을 출간했다. 30년 뒤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문학의 상상력과 과학의 치밀함이 결합되어 새로운 미래소설로 태어났다.

소설가 김탁환, 뇌 과학자 정재승 씨가 합심하여 장편소설 『눈먼 시계공』을 출간했다. 30년 뒤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문학의 상상력과 과학의 치밀함이 결합되어 새로운 미래소설로 태어났다.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하여, 프레스 센터에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정보 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2049년의 서울, 시민들은 첨단 기술이 제공하는 가상공간과 로봇 사창가에서 욕망을 좇는다. 지상 최강의 로봇을 가리는 로봇 격투기 대회가 열리던 미래의 어느 날, 서울 뒷골목에서 뇌를 탈취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특별 수사대 검사 은석범은 연쇄 살인범을 추적해 나간다. “타락과 파멸의 근원은 과학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정재승은 덧붙였다.

과학에 관심 많은 소설가와 소설을 좋아하는 과학자의 만남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이루어졌다. 2006년 김탁환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당시, 정재승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 것. 평소 과학의 상상력으로 흥미로운 콘텐츠를 꿈꾸던 정재승 교수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문학적인 살을 붙이고, 과학적 검증을 더했다. 김탁환 작가는 “로봇도 살고, 사이보그도 있는 시대지만, 공상 과학 소설과는 달리, 미래 사회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래에 어떤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

“유래 없는 사건이지만, 앞으로도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정재승 교수는 덧붙였다.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기를 바랐다.” 이 작품은, 형식적인 협업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오랜 시간 글과 의견을 나누고 고치며 썼다.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쓴 부분이 낯설고, 김탁환 소설가가 쓴 부분이 친숙할 정도”라며 정재승 교수는 웃었다.

30년 후의 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소설 속 다양한 소재나 풍경들이 있음직한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과학적 정보들이 칼럼, 인터뷰, 사전 등의 형식으로 전달되어 흥미를 유발하고, 김한민 씨의 삽화는 볼거리를 더해 준다. 두 저자는 “이번 작업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시도, 새로운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뢰로 가능했던 작업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정재승: “1990년대 초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동물원에서 사랑을 증명해 보이라며 손수건을 사자 우리에 던진 사건이었다. 사자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남자가 우리 안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덤벼들었고, 10여 분의 격투 끝에 남자가 사망했다. 당시, 여자가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에, 토막 기사가 났는데 남자를 부검해 보니 사자 갈기에 있는 털이 입속에서 발견되었다는 거다. 10분의 격투 동안 남자도 사자의 목을 물어뜯고 있던 것이었다.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생존 본능이 우리에게 어떻게 부여된 것일까, 고민했었다.

우리 뇌에는 전전두엽이라는 단기 기억 저장소가 있다. 전전두엽을 복원해, 최근 10분 기억을 되살려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기계 ‘스티머스’를 상상했다. 이 기계를 이용해서 범인을 잡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피해자의 뇌가 사라진다. 누군가 단기 기억 재생 장치의 존재를 알고 뇌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 범인을 대뇌 수사팀이 쫓아가는 내용이 하나의 축이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은 2049년 서울에서 로봇 격투 대회와 관련된 것이다. 과연 로봇이 생존 본능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결국 인간의 폭력성을 로봇에 넣는 것은 과학자다. 타락과 파멸의 근원은 과학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김탁환: “2006년도에 카이스트에서 여러 과학자들과 만났다.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정재승 선생님과 공동 랩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명칭이 디스코 랩이다. 그곳에서 함께 뒹굴며 연구하고 가르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소설의 기본적인 문제는 시간이다. 혜초 이야기를 쓰려면 통일 신라 시대를 잘 알아야 하듯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정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놓은 것을 기반으로 미래 사회를 만들어 보았다. 세부적으로는 청소는 누가 하는가, 세계 체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사람과 로봇이 살고 사이보그도 살고. 일반적인 공상 과학적인 상상과 달리,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현실이 가능할지 고민했다.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가. 실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섬뜩했다

김탁환: “우리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2049년까지 살 수 있으니까.(웃음) 이야기와 실재가 얼마나 맞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정재승: “실제 SF 장르가 탄탄한 토대가 없다. 영미 문학권에서 조금 수입되는 정도인데 한국 문학은 SF의 경험이 많지 않다. 미래의 서울을 고민한 적이 없었고 이것은 영미권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터전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였다. 그래서 우리의 바람을 잔뜩 담아냈다.”


구체적인 집필 과정은 어땠나?

김탁환: “‘절대로 이렇게 하지 말자’ 했던 원칙이 있다. 말만 융합이고, 형식적으로는 반반 나눠 짜 맞추기식의 프로젝트는 되지 말자고 했다. 문장 단위, 단어 단위로 서로의 분량을 체크했다. 인문학과 과학적 지식이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들게 했다. 그래서 퀄리티가 높다. 융합의 정도(定道)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작업 시간이 반으로 줄지 않고 4배로 늘었다.

소설가는 상상력을 뻗치고, 정재승 선생이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지적했다. 소설가의 몽상 중에서 타당성을 검증해 줬다. 구상 단계에서 1년 동안 계속 그런 과정을 거쳤다. 실제 집필에 들어가서는 이메일 등으로 체크하며 진행했다.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은 서로 신랄하게 빨간 줄을 그었다. 과학자의 말을 대중들이 못 알아들으니 쉽게 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대의 삶의 스타일과 방식을 알기 때문에, 작업이 가능했다고 본다.”

정재승: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기를 바랐다. 어떤 파트는 초고를 김 선생이, 어떤 파트는 내가 초고를 진행했다. 전체 쓴 분량은 비슷하지만 번갈아 체크하는 사이에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작업하기 어려울 거다. 굉장히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나 세계관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중요했다. 과학자는 과학적 엄밀성을 중요시하고, 작가는 자신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탁환 선생님은 제 제안을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받아 주었다.”


공동 작업을 계속할 계획인지?

정재승: “아직 구체적인 계획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또 나오면 자연스레 작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과학 용어가 쓰여 문학 독자가 읽기에 소설이 어렵지는 않은가?

정재승: “과학 용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절반 정도는 진짜 근거를 지닌 이야기고, 2010년 이후에는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이다. 실제 과학 정보들을 많이 사용했다. 책 내에서 대체로 설명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 용어 정리 파일도 올라갈 거다. 궁금한 내용은 홈페이지나 위키피디아를 통해 검색해 보면 된다. 적극적인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거다.”

향후 영화화할 계획이 있나?

김탁환: “희망 사항으로는 그렇다. 영화로 만들어진 걸 보고 싶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웃음) 제작비가 많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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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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