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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우리 사회의 수상한 죽음들, 누구의 책임인가?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 임성순 기자 간담회 변화 위해서는 자각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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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컨설턴트』의 임성순 저자의 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연출부, 시나리오 작가 등의 이력을 지니고 있는 저자에게, ‘회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는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뭘 컨설팅하는 건데, 정확히?”
“별 거 아니야, 구조조정”(p.16)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임성순 씨의 『컨설턴트』는 한 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이자 구조조정을 자문하는 킬러의 이야기다.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는 킬러는, 회사가 청탁한 암살자를 시나리오에 따라 ‘티 안 나게’ 완벽한 우연을 가장하여 암살한다. 관료주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는 회사가 자행하는 구조조정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상한 죽음들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은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 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4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컨설턴트』의 임성순 저자의 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연출부, 시나리오 작가 등의 이력을 지니고 있는 저자에게, ‘회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는 『컨설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변화 위해서는 자각이 우선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뿐이다.(p.23)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소개를 해 달라.

“처음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설계하는 킬러에 대해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킬러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에피소드에 현재 사회의 모습을 가미해 이야기를 발전시켜서 이 소설을 완성했다.”

킬러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닮아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닮아 있나?

“자본주의, 관료제 사회가 되면서 의사 결정이 분산되어, 결국 누구의 책임인지 말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 누군가의 피치 못한 결정 때문에 소외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거다. 이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자연스러운 죽음처럼 받아들이지만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일까, 의문이 들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실서증’을 앓았다고 들었다. 실서증이 뭔가?

“문장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증세다. 철자가 이상하게 써진다거나 주어, 동사가 이상하게 배치된다.”

이 소설이 등단 작품이다. 그간 영화 연출부에서 일을 했는데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나?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께서 소설 공부를 시키셨다. 영화 <여자, 정혜>의 원작자 우애령 씨가 엄마 친구이신데 두 분이 소설 공부를 했다. 그때 소설을 읽고, 따라 습작하면서 국문과를 가게 되었다. 전역 후에 곽경택 감독님이 함께 일해 보자 해서 영화 쪽 일을 하게 되었다.

영화 일을 어느 정도 하고 소설을 쓸 생각이 있었는데, 어머님이 영화 <우리 형>을 찍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 무렵에 글을 썼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문장을 완성할 수가 없었다. 소설은 안 되겠구나,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기로 했다. 영화 시나리오는 지시문, 단문, 짧게 구성되어 있잖나. 내 소설이 단문 위주인 게 아직도 그때 일로 긴 문장으로 완성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자본에 종속된 작업인지라, 쓰고 싶은 글을 맘대로 쓸 수가 없었다. 쓰고 싶은 글을 원 없이 써 보자고 마음을 먹고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완성되지 않는 문장을 계속 다듬어서 첫 소설을 쓰게 되었다. 소설을 쓰고 나니 (실서증은) 오히려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실서증은 어떻게 극복했나?

“작업하는 방식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쓴 이상한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바꾼다. 4~6시간 정도 글을 쓰고, 나머지 2시간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문장으로 조립한다. 그런 식으로 누적해서 문장을 볼 수 있는 형태로 고쳐 나간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 아침과 오후에 고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책날개를 보면, ‘회사’ 3부작 중 첫 번째라고 되어 있는데, 어떠한 내용을 구상 중인가?

“2부 ‘문근영은 위험해’는,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 사회지만, 돈이 있다고 소비의 자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디어 자체에 집착을 하면서, 그것으로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문근영 팬클럽의 부회장 친구와 오타쿠 친구 하나, 우리 사회 전반이 어떤 음모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 친구 셋이서, 우연히 문근영의 꿈을 똑같이 꾼다. 그들은 문근영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여기고 납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3부 ‘전락’은, 한 신부가 병원에 찾아가서 고해성사를 듣는다. 자살을 하려고 했던 여자인데, 이상한 소리만 하는 거다. 다음날 여자는 사라진다. 추적해 보니, 그 병원에서 몇 번이나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거다. 신부가 알아보니, 그 병원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 장기를 전부 이식시켜 살 사람은 살리고 죽고 싶은 사람들을 죽게 하는 거다. 자본주의가 공리주의를 토대로 이뤄진 건데, 그 공리라는 것을 사람들이 흔히 ‘선’으로 받아들인다. ‘그걸 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소설 중 어떤 대목이 가장 맘에 드는지?

나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 평범한 비겁함이 날 살아남게 했다. 자랑스러웠다.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점점, 점점, 내 안으로 밀려들어가 작은 고치만 남아 버릴 것 같았다. 아니, 작은 점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왔다.

변명하겠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것들 중 하나니까.

“모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p.278)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소설이 답을 주지는 않지만 의문을 던져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구조라는 것은 개개인들의 동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뭔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소설 주인공도 상당히 비겁한 사람이지만, 바뀌기 위해서는 상태를 자각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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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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