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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손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마법 - 『효재처럼 손으로』 이효재

‘손으로 만드는 단순한 일은 내면의 나와 동무가 돼서 자기 성찰의 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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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분들의 가방이 한쪽에 쪼르륵 열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도 눈치는 있었는지 나도 그곳에 슬쩍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속속 도착한 사람들이 얼추 모이자 남의 집에 초대되어 가면 먼저 가방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를 물어 그곳에 가지런히 가방을 두어야 한단다. 그렇게 강연은 시작되었다.

볕 좋은 날, 하얗게 빨아 바삭하게 마른행주에서 맡아지는 햇볕의 냄새를 온몸으로 느낄 때, 예쁜 그릇에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담아 낼 때의 행복은 주부가 누리는 최고의 기쁨 중의 하나. 그런데 같은 손이라 하더라도 어떤 이(이효재)는 하찮아 보이는 것조차 명품이 부럽지 않은 물건으로 뚝딱 변신시키는 마법의 손을 가졌고 또 어떤 이(바로 나!)는 좋은 물건도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드는 희한한 재주를 가진 이도 있다. 솜씨라는 게 원래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덜 담겨서 그런 것인지……. 그러니 살림에 크게 맛을 들이지 못하는 필자는 천 한 장, 바늘 하나로 마법을 부리는 그녀가 궁금하기만 했다. 주부들은 살림 잘하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거나 방문할 일이 있으면 가슴 설렌다.

북악산 자락의 성북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한복집 효재는 복잡하고 스트레스와 매연에 찌든 심신을 달래주듯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달랐다. 수도 계량기를 기와를 이용해 가린 아이디어는 역시나 탁월한 감각과 센스를 발휘하였다. 어느 곳 하나 저자의 애정이 담긴 눈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음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한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분들의 가방이 한쪽에 쪼르륵 열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도 눈치는 있었는지 나도 그곳에 슬쩍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속속 도착한 사람들이 얼추 모이자 남의 집에 초대되어 가면 먼저 가방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를 물어 그곳에 가지런히 가방을 두어야 한단다. 그렇게 강연은 시작되었다.

수수한 들꽃이 더 아름답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싫다는 저자는 뭐든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적인 것을 선호하여 그것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이에서는 오죽할까 싶기도 했다. 일부러 목이 아프더라도 날것(?)의 목소리를 선호한다는 그녀는 넓은 광장에서조차 사람들을 앞으로 당겨 앉게 하여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그것이 오히려 대중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전에도 수차례의 강연을 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불편하여 독자와의 만남만큼은 이렇게 집에서 강연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출출한 배를 먼저 달래줄 요량으로 떡볶이를 준비해주었다. 먹는 기쁨까지 더해지니 다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더 반짝거린다. 먼저 젓가락 잡는 법, 그 상태에서 어떻게 그릇을 잡으면 좋은지를 시범을 통해 알려주었다. 이 방법은 뷔페에 가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 나무젓가락을 선택한 것은 첫 방문이니만큼 나무젓가락이 가볍고 익숙하기 때문이라며 세세하게 방문자를 배려하였다. 맛은? 한마디로 끝내줬다. 밖에서 사 먹는 보통의 떡볶이들에서 느끼는 달곰함 없이 적당히 매운맛과 깔끔함, 그리고 처음 맛보는 뽕잎 차를 들고 맨발로 마당에서 마시니 그야말로 가을에 취하고 맛에 취할밖에.


휘~ 마당을 둘러보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옹기종기 항아리를 모아놓은 장독대, 널어놓은 엄나무……. 크게 눈에 띄는 꽃나무가 없어도 나름의 운치와 편안함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화려하게 핀 장미보다 작고 이름 없는 수수한 들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나이여서일까.

우리에게도 문화 스타가 필요하다

만원이란 돈을 가치 있게 쓸 때 책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거라고 한다. 꼭 자신의 책이 아니더라도 책은 밤하늘의 별처럼 마음에 새길 수 있는 보물이 들어 있음을, 책 읽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책을 내고 독자를 만나는 일이나 전시회를 할 때가 가장 기쁘다는 그녀는 다른 어떤 것보다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50년간의 노하우를 담아 낸 이번 책 『효재처럼 손으로』슴 이전의 책들보다 글의 양이 적다. 책을 낼수록 점점 쉽게, 체에 거르듯 간결한 글로 썼고 마지막엔 시(詩)로 쓸 계획이라고 한다.

저자인 효재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인사동은 물론 우리나라 관광지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산이 판치고 우리나라만의 문화적 상품이 없어 씁쓸하고 속상했던 기억이었다. 지난해 여름엔가 미국에 사는 친구 선물을 고민하며 찾다가 한글 글씨체 문양을 이용한 수젓집이 눈에 띄어 포장을 부탁하려는 찰나 조그맣게 붙어 있는 스티커의 ‘made in China’란 글씨를 발견하였다. 그것이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우리에게도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문화 스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사람 효재는 어떨까? 보자기 하나로 세계를 쌀 수 있고, 햇것보다 묵은 것이 훨씬 깊은맛을 내듯 나이가 들수록 빛이 나는 사람, 보자기 아티스트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 이름을 날릴 날이 머지않았다. 그녀는 2012년 보자기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 이 책이 더 잘 팔리면 계획에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란 말을 농담처럼 했지만 알록달록 화려한 색의 보자기로 못 싸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이미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꾸민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의 보자기가 더불어 한복이 세계를 주름잡을 날을 기대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때론 독자가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고 유행을 좇으면 문화스타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주부’라는 자리를 스스로 당당히 여기자

효재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한복 디자이너나 보자기 아티스트 말고 한국의 타샤 튜더니 자연주의 살림꾼이니 하는 말들은 결국은 살림 잘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효재’란 이름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온 세상의 주부를 홀리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단순한 일은 내면의 나와 동무가 돼서 자기 성찰의 길이 됩니다.’

손으로 하는 동안에 머릿속에 일어나는 것을 열매 맺게 하는 작업을 하는 그녀는 강물에서 사금을 체로 걸러내듯 쓸 것을 당부했다.


제멋대로 사는 것, 살림을 즐겁게 행하는 게 기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녀의 말대로 살림도 ‘놀이’로 즐기는 그녀는 이야기 도중 주방에서 떡볶이를 만드는 것도 ‘주방 놀이’란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저렇게 살림을 즐기면서 하고, 모든 상황을 놀이로 여기니 저렇게 행복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는가 싶었다.

옥에 티가 아니라 티가 옥으로 바뀌는 손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갖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시키고 습관이 일생을 지배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듯, 주부라는 것에 주눅이 들지 말고 스스로가 당당히 여기고 지금이라도 살림에 재미를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말처럼 ‘오늘은 어떻게 남편을 감동시킬까?’ 하고 그릇장에 깊숙이 들어앉은 그릇을 꺼내 예쁘게 음식을 담아내어 볼까?


(저자의 강연이 끝나고 냉장고에 붙여진 스티커 가리개로 쓰라며 엽서에 일일이 밥상 모양의 사인과 기념촬영을 활짝 웃으며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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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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