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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두근거리는 따뜻한 일렉트로니카 - 4집으로 돌아온 캐스커

어딘지 36.5도의 체온이 느껴지는 그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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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캐스커가 4집 앨범 『Polyester Heart』로 돌아왔다. 이전 앨범들이 실험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노래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머리에 떠오른다.

캐스커는 이준오의 원맨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2003년에 데뷔 앨범 『철갑혹성』을 냈다. 1집을 내기 전부터 보컬을 찾고 있었는데, 원하는 목소리를 찾을 수 없어서 보컬 없이 혼자서 앨범을 냈다. 2집(『skylab』)을 준비하면서 이융진을 만나 지금까지 세 장의 앨범을 함께 냈다. 이융진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공부(작곡 전공)하다가 캐스커의 보컬이 되었다.

2년 만에 캐스커가 4집 앨범 『Polyester Heart』로 돌아왔다. 이전 앨범들이 실험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노래를 듣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머리에 떠오른다. ‘밋밋하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지만, 4집의 노래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느 날 문득 찾아낸 아름다움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약간 흐릿하면서도 디지털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이 있다. 어딘지 36.5도의 체온이 느껴진다.

어떤 식으로 음악 작업을 하는지 궁금하다.

항상 같이 작업하진 않는다. 내가 대부분의 곡을 쓰고, 융진이 노래를 부른다. 가끔 악기 연주를 도와주기도 하고. 곡을 만들면, 융진이 거기에 목소리를 얹는다.

얼핏 보면 융진이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요리를 예로 든다면, 무를 썰고, 파를 다지고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게 과연 공동 작품일까? 융진이 하는 건 어떤 요리를 만들 건지 같이 생각하고, 요리의 간을 맞추는 걸로 비유할 수 있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공동 작업의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캐스커 다운 게 어떤 건지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간다. ‘이런 스타일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괜찮을까?’ 의논을 많이 한다. 가사를 쓸 때도 상의하고.


앨범을 3장이나 냈으니, 서로 굉장히 편하겠다.

음악적으론 크게 의지가 된다. 처음엔 둘이 굉장히 서먹했다. 반년 동안 말을 놓지 못했다. 지금도 융진이는 말을 놓지 않고 있고. 정신적으로는 놓고 있나? 가끔은 내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느낌도 든다.(웃음)

융진
융진 씨 목소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처음 융진이의 노래를 들었을 때 굉장히 신선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이 잘 된, 기교를 부리는 목소리를 싫어한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기 개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목소리다. 음치, 박치가 아니면 된다. 그런데, 융진이는 약간 박치다.(웃음) 융진이의 목소리는 사람들이 ‘캐스커’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색깔이다. 나는 캐스커 외의 다른 작업도 많이 한다.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데, 딱히 그걸 듣고 ‘캐스커’가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더라. 캐스커의 색깔이나 개성에서 이융진의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다. 뭐, ‘신비한 보이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들에게는 딱히 그렇게 들리진 않는다.

『Polyester Heart』에 무려 16곡이나 실렸다.

많은가?

요즘 추세로는 많지 않나? 보통 10곡 정도가 대다수니까.

우리 어릴 때 CD 사면 보통 열두 곡, 열세 곡이 실려 있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릴 때부터 CD를 샀을 때, 곡이 많으면 기분이 좋았다. 책도 두꺼우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나? 오랫동안 이것을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런 기분을 CD를 사는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우리 앨범에는 항상 곡이 많다. 같은 값인데 곡이 많으면 왠지 횡재한 기분이지 않나?(웃음) 이런 즐거움은 음원 단위로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은 못 느끼는 즐거움이다.

보통 앨범 작업하는데 2년 정도가 걸린다. 그 사이에 만든 곡들 중에서 일부만 앨범에 들어간다. 그러니 더 들어갔으면 더 들어갔지 이것보다 적긴 힘들다. 곡이 많으니까 앨범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게 힘들긴 하다.


앨범에 실리지 못한 곡들이 다음 앨범에 실리는 경우도 있나?

누락된 곡들이 정규 앨범에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다. 정규 앨범을 만들 때는 온전히 그 앨범을 위해 새로 만든다. 정규앨범에는 그 앨범을 작업하는 기간 동안 - 약 2년 정도 - 의 변화가 앨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만든 곡과 나중에 만든 곡은 정서적인 차이가 있다. 앨범을 만든다는 건 살아온 시간들의 반영이다.

그럼 3집 앨범과 비교할 때 4집 앨범은 어떤 정서적인 변화가 있었나.

정서의 변화라는 게 말로 표현하긴 힘든데…… 뭐 굳이 말하자면 사랑 노래를 거의 부르지 않게 된 것 같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음악 작업을 하나?

집(이준오)이 작업실이라 생활과 음악 작업이 분리되지 않는다. 침실에서 나오면 바로 작업실이니까. 집에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작업실에서 기거한다는 게 맞다.

4장의 앨범 중에서 2집 『skylab』을 최고로 꼽는 팬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중에는 1집이 더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듣는 사람들은 아티스트가 자기가 좋아했던 그 때의 음악으로 있어주길 원한다. 다른 것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찾으면 되니까. 팬들이 캐스커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데, 그것이 2집의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원한다고 해서 2집의 스타일만 고수할 수는 없다. 우리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그건 벌써 5년 전의 이야기니까. 발전하고 변화하는 건 당연하다. 3집에서 2집과 아주 다른, 극단적인 방향으로 갔던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기본적으로 캐스커는 ‘하고 싶은 건 다 한다’는 주의다. 특별한 방향성을 고수하진 않는다. 열린 마음으로 캐스커의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이준오
‘하고 싶은 건 다 한다’는 건, 얼핏 보면 자유롭고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하고 싶은 걸 다하는 게 굉장히 힘든 거 아닌가? 주위에 신경을 쓰진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별로 주변에 안 휘둘린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웃음). 2~3년 전부터 옛날만큼 주변의 말들 - 예를 들어 평론 - 에 상처받지 않게 됐다. 어, 생각보다 오래되진 않았네. 3집 앨범을 내고 나서 별로 무서울 것이 없었다. 1집, 2집, 3집 세 장의 앨범으로 우리 능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세계를 다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집부터는 그것들 중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발전시켜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 방향성을 찾았다는 느낌도 있고.

4집 『Polyester Heart』는 가장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만들었다. 4집에 들어갈 곡을 만들면서 굉장히 편안했다. 뭔가 확고한 바닥에 땅을 디딘 듯한 기분. 어떤 형체를 가진 단단한 무언가가 손에 쥐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기분 좋고 안정되긴 힘든데, 이번 작업은 편안했다. 우리 둘 다. 뭐, 이러다가 5집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웃음)


앨범을 낼수록 편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

어떤 예술 분야도 그렇겠지만 뮤지션이라는 게 누가 보호해 주는 직업이 아니지 않나. 회사랑 계약을 하면 조금 낫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외로운 직업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그런 고독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예전에는 누가 내 음악을 들어줄까, 음악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만두려면 지금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서른 살 때 그런 고민이 피크였다. 이때 그만두지 않으면 영영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계로 못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시기를 넘기고 편해졌다. 서른을 넘기고 나서 일종의 ‘긍정적 체념 상태’에 들어갔다. 마음도 안정이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고,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언제까지 음악을 할 것 같나?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계속 음악을 할 것 같나?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모르고 할 것 같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야망이나 욕심이 없어서 만족하면서 우리 음악을 계속 할 것 같다. 뭐, 영감이 떨어져서 고민하지도 않을 것 같고. 어떤 사람은 음악적인 영감을 얻으려고 자학도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우리에겐 음악은 삶의 반영이다. 지금 이 나이에 느끼는 감성을 정직하게 음악으로 옮기고 싶다.


2월 20일에 공연(상상마당)에서 한다고 들었다.

앨범 발매 공연이다. 공연 타이틀이 ‘Hearts VS Beats’다. 1부는 Hearts, 우리 음악 중에서 Hearts에 가까운 것들을, 2부는 Beats, 신나고 어울려서 놀 수 있는 것들을 노래할 생각이다. 2집 내고 처음 공연할 때, 곡이 너무 적어 고생했다. 단독으로 하려면 20곡 정도는 선곡해야 하는데, 우리 노래로 다 채울 수가 없었다. 이제 앨범이 4장 나와서 이번 공연에서는 뭘 빼야 할 지 고민했다. 이렇게 곡이 쌓인 걸 보니까 굉장히 흐뭇하더라. 어쿠스틱한 무대도 보여줄 거다. 아주 재미있을 거다.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신나게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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