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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절망을 이겨낸 건 삶의 희망이었다" -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저자 신달자

“영원히 싸우고 사랑해야 할 것은 오직 인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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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수필집 『백치애인』 등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렸던 감성의 문장가. 그녀가 삶의 내밀한 속내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작가 신달자를 넘어, 여자 신달자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불바다의 결혼 생활을 지나온 사람이지만 결혼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며 살아가고 어딘가 빛을 만들며 사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신달자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수필집 『백치애인』 등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렸던 감성의 문장가. 그녀가 삶의 내밀한 속내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작가 신달자를 넘어, 여자 신달자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오랜 시간 신달자의 삶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교수인 남편이 결혼 9년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그 병시중은 24년간이나 계속되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신달자가 시인이 되고, 에세이스트가 된 데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한몫을 했다. 삶이 준 수많은 고통과 시련은 그녀의 글에 더욱 깊은 진정성을 불어넣어 주었다. 『백치애인』 『물 위를 걷는 여자』 같은 베스트셀러가 탄생 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의 간극은 신달자를 어떻게 변화시켜 놓았을까. 지난 23일(금)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린 독자와의 만남 현장으로 향하는 심정은 갖가지 궁금증과 기대로 무척이나 설렜다.

“중학교 2학년, 사랑에 눈뜰 때 동네 아이들은 그렇게 촌스러워 보였어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시작됐다. 그녀의 고향은 경남 거창이었다. 그때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를 처음 보고는 ‘가슴에 폭탄을 맞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표준말을 쓰는, 얼굴이 하얀 아이였다.

마음을 전달할 방법을 궁리했다. 50년대 시골이었지만, 그녀는 한국 무용을 배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장구 치는 것을 뽐낼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연애편지란 걸 쓰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친구의 오빠가 준 김소월의 시집을 읽었다.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고 말하는 작가 신달자

연애편지는 그렇게 썼지만, 한 번도 보내지는 못했다. 차마 보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편지를 보냈다면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되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멋진 남자아이는 나중에 친구의 여동생하고 결혼했다.

“열 받데.” 강연회장에 폭소가 터졌다. 단아한 모습에 경상도 사투리가 약간 섞인 말투에다 한 번씩 툭툭 던지는 유머에 강연장은 싱그러운 웃음이 묻어났다.

“그리움이 글을 쓰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내 글쓰기의 시작은 시를 베껴 쓰는 데서 시작했지요.”

그녀는 이번에 나온 신간에 대한 얘기보다는 학창 시절 얘기를 주로 했다. 아마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20대 여성들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아니, 싱그러운 젊음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왜 전학 왔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바다가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지겨운 바다였겠지만, 그녀에겐 그러했다. 이후 그녀는 숙명여대 국문과에 입학하게 된다. 한 남자아이에 반해 쓰기 시작한,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가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소녀적 감성을 가진 그녀이기에 시샘도 많았었던 듯하다.

“대학 3학년 때 한 친구가 미스코리아 진을 했는데,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미스 유니버스대회에서 5위에 입상을 했어요. 그러니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웃음)”

폭소가 터졌다. 솔직함 때문이었다. 그런 솔직함이 독자들을 그녀의 작품으로 이끌었으리라.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기도 한 작가답게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했다. 솔직함과 유머가 곁들여져 분위기는 재미로 흘러넘쳤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반신불수의 남편을 24년간이나 수발하고, 9년 동안은 시어머니의 병구완을 한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긴 세월을 이겨낸 후에는 그 끈질긴 병마는 자신에게 덮쳐왔다. 암이었다. 절망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나락의 늪에서 그를 건져낸 건 무엇이었을까? 그건 단순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이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여성이 취업할 곳이 없었어요. 정말 꿈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미래도 불투명했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여도 없는 대학원 조교를 시작했다. 대학원을 무료로 다닐 수 있어서다. 그 당시에 함께 조교 생활을 하던 친구가 현재 숙명여대 총장으로 있는 이경숙이었다. 이후의 삶은 갈렸다. 친구는 미국으로 유학을, 자신은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집에서 살림만 살던 때, 그 유학 간 친구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변변찮은 외출복조차 없어 옷이며 핸드백을 친구와 여동생에게 빌렸다. 당시에 유행하던 ‘후까시’ 머리(앞머리를 한껏 위로 띄우는 스타일)를 위해 미장원에도 갔다.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의 구차함을 지우려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모습으로 김포공항에 들어섰다. 그때 아주 수수하게 차려입은 친구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생머리에 청바지를 한, 화장조차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친구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이려 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때 결심했다. 가짜로 살지 않겠다고. 괴로웠던 시절이었다. 친구와의 비교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내 위치에서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의 내 현실에 대해 당당할 수 있어야죠. 1960년 올림픽에서 이디오피아의 ‘아베베’란 선수가 맨발로 마라톤 우승을 했는데, 기자들이 ‘왜 당신을 맨발로 뛰는가?’라고 물었어요. 그때 그는 ‘이것이 조국에 대한 내 나름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아베베는 한 번 더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고, 그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교통사고를 당해 하체 마비인 상태에서도 후배를 우승하게 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다음 올림픽에 양궁에 출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이다. 그녀는 이 얘기를 통해 자신이 살아왔던 삶도 그것에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 사례를 보면서 지옥 같은 상황을 견뎌냈는지도 모른다.

“하루 1시간을 투자해서 10년을 하면 무언들 못하겠어요? 꿈이 있다면 그걸 이루게 돼요.”

그녀는 요즘 여성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이전 시대 같으면 여성들은 광목 짜는 시간이며, 보리 빻아서 밥하는 시간이며,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할 만큼 여가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세탁기며, 전기밥솥이며, 햇반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사노동에서 번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는 것이다.


자신은 틈만 나면 강연회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한번은 톰 피터스 강연에 갔는데, 기업 경영과 관련한 내용이 태반이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다가 한마디를 건졌다고 했다. 그것은 “한국 사람들은 금방 무슨 결과를 보려고 한다”는 말이었다. ‘멋진 실패에는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엔 벌을 주라’고 한 어떤 경영자의 말처럼, “자기가 자기 인생의 경영자가 되라”고 말했다.

운동이라고는 좋아하지 않는데, 지난 월드컵은 남달랐다.

우연히 본 경기 때문이었다. 전반에 5 대 0으로 뒤진 팀이 가망 없는 후반 45분을 절망하지 않고 뛴 끝에 5 대 7로 이기는 기적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망 없는 남편을 24년간 병시중을 하면서도 절망하지 않았던 것도 그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강연을 마무리 하며,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에서 나오는 ‘누님’의 나이가 얼마겠느냐”고 물었다. 여러 대답들이 나왔다. 그녀는 “아마 마흔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고 했다. 이번 신간의 제목처럼 그녀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기 때문에 이 시가 남다른 모양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국화 옆에서」란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강연회를 마무리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국화 옆에서」,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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