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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카피라이터 키키봉, 카페로 낭만적 밥벌이를 꿈꾸다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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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좋아하면 몸이 고달프다. 원하는 낭만을 실현시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홍대 근처에 카페 ‘리앤키키봉’을 오픈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조한웅 씨가 그 좋은 예다.

살다보면 어른들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다. 분하게도 말이다. 어른들은 누누이 말한다. 그저, 몸 편한 게 최고라고, 낭만이 밥 먹여 주냐고. 하지만 밥만 먹고 못 사는 게 인생이다. 맨밥 같은 삶, 가끔 밥술에 장아찌도 얹어주고, 게딱지에다 비벼 먹어줘야 한다. 그런 반찬 중 가장 호사스러운 것이 아마 낭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낭만을 좋아하면 몸이 고달프다. 원하는 낭만을 실현시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홍대 근처에 카페 ‘리앤키키봉’을 오픈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조한웅 씨가 그 좋은 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야근이 지겨워서,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뭐 폼 나고 근사한 부업거리 없을까 두리번거리다 20년지기 친구 ‘곤’과 함께 조한웅 씨는 카페를 시작하기로 한다. 낭만적 밥벌이를 꿈꾸며 시작한 카페. 그러나 문외한이 치러야 할 수업료는 만만찮고 아직도 그는 그 과정 중에 있다.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한 시행착오들의 기록이 『낭만적 밥벌이』라는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딴 생각이 많이 나는 삼십대 중반의 아저씨 둘, 카페를 오픈하다

『낭만적 밥벌이』를 펴낸 카피라이터 겸 카페 ‘리앤키키봉’ 주인장 조한웅
“카페가 참 예쁘네요. 카페 초보자가 오픈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예요.”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에요.”

“카페를 열게 된 계기가 뭔가요? 카페를 열기 전까지 카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이었잖아요.”

“너무 심심했어요. 30대 중반이면 딴 생각이 많이 날 때예요. 일이야 매일 똑같이 하는 일이니까 재미가 없죠. 애인이 있거나, 부인이나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이 엄청나게 고수익인 것도 아니고. 삶에 애착 가는 것이 별로 없었어요. 카페를 열면 지금보다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6개월이 넘었는데 어떤가요?”

“겨우 자리 잡았다는 느낌? 처음엔 손님이 너무 적었어요. ‘카모메 식당’처럼 한 달 동안 손님 하나 없었던 건 아니지만.(웃음)”

“나름의 경영 원칙이 있다면요?”

“한 번 온 손님 다시 오게 하자. 돈 몇 푼에 손님 드실 음식에 장난치지 말자.”

“작업도 여기서 많이 하시나요?”

“저기(구석 자리를 가리키며)가 제 지정석이에요. 저기서 카피도 쓰고 글도 쓰고 그래요.”

“어쩌면 카페를 빙자한 굉장히 비싼 작업실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죠.(웃음)”


“카페 컨셉이 글 쓰는 분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였는데, 어때요? 여기서 작업하시는 분들 많으신가요?”

“네, 저도 여기서 글을 쓰고, 고정적으로 오셔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꽤 돼요.”

“오픈하시면서 겪은 어려움 중에 제일 힘든 건 뭐였나요?”

“너무 많은데.”

“역시 인테리어인가요?”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게 너무 많았으니까요. 커피를 모르고, 와인을 모르고, 음악도 모르면서 시작했고, 동업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동업하면서 친구 분과 많이 싸우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많이 싸웠어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동업하면 열쳀면 열, 다 깨져요. 그런데 우린 ‘카페보다 우정이 먼저’라는 원칙을 정했어요. 카페보다 20년 친구가 더 소중하니까. 카페 때문에 20년 친구를 잃는 추한 모습 서로 보이기 싫었죠. 그런 원칙이 있으니까 서로 목소리 높여 싸워도 걱정이 덜 돼요.”

“친구 분은 직장 다니시는데 카페엔 언제 나오세요?”

“저는 주중에 나오고 친구는 주말에 나와요. 카페의 전반적인 일은 매니저가 맡고 음료 만들기나 서빙은 아르바이트가 하죠.”


“그럼 나와서 어떤 일을 하세요?”

“얼핏 듣기엔 별로 하는 일 없어 보이죠?(웃음) 근데 카페는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매일 매일 신경 쓸 일이 생겨요. 관리, 유지, 보수, 카페의 컨셉 잡기부터 화장실 휴지 갈기, 사소한 고장 수리하고, 또, 자잘한 일들을 많이 해요. 매니저나 아르바이트가 신경 쓰기 힘든 일들이요. 아무래도 고용된 입장과 주인 입장은 다르잖아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바닥에 작은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고용된 사람은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주인은 신경이 쓰이죠. 자기 카페니까.”

“자잘한 일인 것 같은데 굉장히 신나 보이세요.”

“오픈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경험들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자잘한 일들이지만 카페를 돌보는 일이 즐겁고 신나요. 그전까지 제 삶은 지루했어요. 애인도 없고, 별다른 취미도 없고. 주말에는 PC방 가서 오락하고, 순대국밥 먹고, 술 마시고…… 그러다 카페를 오픈하니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야근이 지겨워 회사를 그만두다

“카피 일은 하신지 오래되셨나요?”

“한 8년 정도. 그때 사귀던 여자친구한테 반지 사주려고 ‘서울시 정도 600년 캐치프레이즈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상을 받았어요. 그 계기로 카피라이터가 됐죠.”

“야근이 지겨워서 프리랜서가 되셨다고 했는데 매일 야근을 할 만큼 바쁘셨어요?”

“왠지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분위기 있잖아요? 우정야근, 눈치야근, 대기야근…… 매일 야근이었어요.”

“우정야근이나 눈치야근은 알겠는데, 대기야근은 뭔가요?”

“카피라이터는 혼자 일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광고안이 바뀔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카피를 고쳐 써야 해요. 광고업계에서는 광고주들을 주님이라고 불러요. 그만큼 클라이언트들이 절대적이에요. 주님께서 바꾸라고 하시면 한밤중이든 새벽 두 시든 카피 바꿔 써야죠.”

“그중 제일 싫은 야근은 어떤 건가요?”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하겠지만 일도 없는데 분위기 때문에 야근해야 하는 거. 그런 게 되게 싫었어요.”

“조직생활이 싫어서 독립을 한 후 조직의 울타리가 그리워질 때는 없나요?”

“일이 떨어지는 게 제일 두렵죠. 그런데 그럴 때는 목표치를 확, 낮추면 돼요. 이백만 원 벌다가 백만 원 벌면 군대 있을 때 생각하면 되고. 와인 마실 돈 없으면 소주 마시면 되고.”


카페로 돈 번다는 생각 하지 않는다

“책에는 주로 카페 오픈 전에 겪었던 사건들을 주로 이야기하셨는데, 오픈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한데요.”

“힘든 걸로 치면 30 대 70. 오픈 전이 30, 오픈 후가 70. 자고 일어나면 카페가 생긴다고 할 만큼 홍대에는 카페가 많아요. 자리 잡는 게 쉽질 않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가 상권이 형성 안 된 곳이에요.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죠.”


“매출은 어디서 많이 나나요? 아무래도 와인 쪽 매출이 큰가요?”

“저요.”

“네?”

“제 카페에서 제가 제일 돈을 많이 내요.(웃음) 보통 사장 카드는 가게에서 안 읽힌다는데 신기하게 제 카드는 읽히더라고요.”

“카페를 오픈하고 난 후가 어쩌면 더 중요하잖아요. 매일매일 카페를 관리하는 일이 쉽진 않을 듯한데요. 낭만을 찾으려 했다가 현실에 부딪친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가게를 오픈한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돈 문제잖아요. 카페로 돈 번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되겠다는 건 많이 느껴요.”

“창업 동기가 부수입이 50만 생겨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셨잖아요. 지금 생각은 어떠세요? 부수입이 예상대로 생기고 있는지요.”

“아직은 아니에요. 이제 본전 수준? 제 친구랑 저는 6개월 동안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제 목표가 본전이 됐어요. 친구도 월급 받고 저도 카피를 써서 돈을 버니까 우리가 버는 돈을 카페가 뺏어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카페가 이루어준 작가의 꿈

“책 원고를 직접 출판사 사장님께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카페를 오픈하는 과정에 별별 에피소드가 다 있었어요. 이 정도면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매니저를 통해서 옆 건물에 출판사가 있는데, 거기 사장님과 직원 분이 우리 카페에 자주 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래서 매니저를 통해서 원고를 전해 달라고 했죠. 소심해서 직접 드리지도 못했어요.(웃음)”

“이전부터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는 알고 계셨어요?”

“아니요. 출판계 쪽은 다 몰라서. 계약하고 나니까 다들 부러워하더군요.”

“카피라이터 일도 하시는데, 책도 계속 쓰실 건가요?”

“이 카페가 저한테 준 가장 좋은 선물이 저를 저자로 만들어줬다는 거예요. 작가라고 하긴 아직 쑥스럽고 저자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도 일종의 창작 작업인데, 책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카피는, 저한테 일이에요. 글을 쓰는 건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이고. 카피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써야 하지만 책은 내가 원하는 걸 쓰는 거니까요.”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예전에 내가 쓴 글들을 보면 그저 웃기기만 하는 글이었어요. 그래서 좌절을 많이 했는데, 에프라임 키숀의 『개를 위한 스테이크』를 읽고 이런 식으로 웃기는 글을 쓰면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카페 덕에 소원이었던 작가가 되신 셈이네요.”

“네, 카페로 얻은 최고의 수확이 저자가 된 것 같아요.”

“카피와 카페, 일과 낭만이 삶에서 자치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카페는 30, 카피와 글은 70이에요. 카페에는 30 이상 나를 투자할 생각 없어요. 왜냐면 그건 어디까지나 부업이었으니까요.”

“이 책 읽고 ‘카페’를 저지르시려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카페’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인생을 위해 뭔가를 저지르는 분이라면 자기가 생각하는 걸 추진하라고 하고 싶어요. 단, 본업이 아니라 부업의 선에서요. 뒷감당은 각자의 몫이니 감당할 선에서 저지르세요.(웃음) 무언가를 놓아버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빈손이어야 뭔가를 잡을 수 있잖아요.”

“만약 카페가 생업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느끼는 재미를 절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저하고 친구는 최악의 경우 이 카페가 망해도 먹고사는 덴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내 전 재산을 여기에 쏟아 붓고 앞으로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면 그건 낭만이 아니죠. 그건 또 다른 일일 뿐이에요.”

“지금 행복하세요?”

“저는 행복이라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포스터에 씌어진 ‘너 행복하니’라는 카피가 떠올라요. 문득 던져진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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