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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 이동진을 만나다

영화팬을 위한 영화감식자,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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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의 로망 중 하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곳에 직접 가 보는 것이다. 글로 묘사되었던 풍경을 눈과 귀, 손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별한 즐거움이다.

책 읽는 사람의 로망 중 하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곳에 직접 가 보는 것이다. 글로 묘사되었던 풍경을 눈과 귀, 손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별한 즐거움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의 로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던 영화 속 그곳에 가 영화를 음미하는 로망.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어봤을 것이다. 그 로망을 실현시킨 책이 한 권 나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필름 속을 걷다』가 바로 그 책이다.

『필름 속을 걷다』는 이동진이 14년간 해왔던 기자생활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낸 첫 번째 책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기자 생활을 14년이나 했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가 되었으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었다는 이동진을 영화팬들이 만났다.

독자들과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만나기로 한 날은 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 11월의 금요일이었다. 약속 시간인 4시가 되자 광화문 성곡미술관 앞 커피스트의 커다란 테이블이 속속 참석자들로 채워졌다. YES24 독자들을 대표한 김한규 님(한긋맨//blog.yes24.com/zzack08 ), 진계원 님(방콕맨//blog.yes24.com/mrz1974), 이준수 님(사유리와 히로키//blog.yes24.com/jslyd012) 세 분 모두 영화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애정도 역시 풍부했다.


1인분의 삶을 흘리지 않기 위해

“새치가 많이 느신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하는 일이 작년보다 많아요. 몸은 힘든데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어떻게 편하신데요?”

“조직 생활 하신 분은 알겠지만 스트레스의 절반이 인간관계잖아요. 조직생활을 안 하니까 스트레스가 1/10 정도밖에 안 돼요. 지금 힘들긴 하지만 이건 내가 자초한 상황이에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책임이죠. 뭘 해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싫은 사람 안 보고, 안 만나고. 좋아요. 앞으로 직장생활은 다시 못할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셨는데도 직장생활을 14년이나 하셨네요. 14년은 꽤 긴 시간이죠.”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부정하고 싶긴 한데 제가 범생이에요.”


“책에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언급하시면서 ‘1인분의 삶을 흘리지 않을 수 있길’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그 말 참 좋아해요. 1인분을 흘리지 않기 위해 저도 노력해요.”

“오늘 같은 자리는 스트레스 아니신가요?”

“이런 자리는 스트레스 아니에요. 제가 인터뷰를 하는 게 스트레스죠. 배우나 감독들 사이에서도 제 인터뷰는 진을 뺀다고 알려져 있어요. 일단 양이 가공할 만하고. 인터뷰가 사실 피곤하죠. 연기잖아요. 그래도 상대방이 인터뷰에 의미를 둘수록 저도 인터뷰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당하는 건 하나도 어려움이 없어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데. 아주 이상한 인터뷰어만 아니면 괜찮아요. 오늘 같은 자리는 재밌죠.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질문하고 대답하다 보면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거든요. 인터뷰보다 이런 자리가 더 좋아요.”

“빨간 안경테에 빨간 옷이 잘 어울리시는데요. 코디를 직접 하셨나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안경테를 여러 개 샀어요. 동네 안경점에서 샀어요. 별로 비싸지도 않더라고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라고 할까. 그날 쓰고 싶은 안경을 쓰고 거기에 옷을 맞춰 입어요. 여자들이 꾸미는 거 좋아하잖아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글쓰기에 부과하는 제한이 창의적인 동력이 된다

“작년까지는 주로 지면을 위한 글을 쓰셨는데, 요즘은 웹에서 활동을 많이 하시잖아요. 글 쓰는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크게 변하진 않았습니다만 초고를 덜 버려요. 저는 똑같은 스타일을 반복하는 걸 지겨워해요. 그래서 이상한 글을 써요.”

“어떤 글을?”

“저는 형식주의자적인 측면이 있어서 스스로 형식상에 제한을 두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부메랑 인터뷰’는 스스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하는 거예요. 자유로운 글쓰기도 어려운데 왜 그런 제한을 둘까. 이상하죠? 그런데 그런 제한이 오히려 창의적인 동력이 될 때가 있어요. 시가 그렇죠. 제약에서 재밌게 논다고 할까. 십몇 년을 영화 리뷰를 썼는데 가끔 (영화평론을) 요리 레시피로 쓴 적도 있고, 약 설명서로 쓴 적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미친 짓을 해요.”

“《씨네 21》에서 하고 있는 ‘메신저 토크’도 그런 것인가요?”

“그런 편이죠. 그런데 ‘메신저 토크’도 그렇게 새로운 형식은 아니죠. 저는 메신저를 안 하지만. ‘메신저 토크’를 하면서 처음 했어요. 나름의 재미는 있더라고요.”

“정말 메신저로 하시나요?”

“참 이상한 게 사람들이 ‘메신저 토크’라고 이름을 박아놓고 써도 ‘메신저로 하느냐?’고 많이 묻네요.”

“저는 정말 궁금했어요.”

“코너명이 ‘메신저 토크’인데 메신저로 안 하면 사기죠.”

“오타가 하나도 안 나던데요. 통신용어도 없고.”

“김혜리 씨나 저나 오타를 내기엔 자의식이 너무 강하죠.”


“블로그(//blog.naver.com/lifeisntcool)에서 만나는 분들을 잘 챙기시는 것 같던데요.”

“음. 제 인간관계의 오래된 원칙이 ‘약한 것이 오래 간다’는 건데. 전 친한 사람도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않아요. 바쁘기도 하고. 저는 인간관계는 최소한의 거리-최대한이 아니라-가 있어야 하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착하다는 건 착하다는 의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엔 착한 사람은 없어요. 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제 사이트에 오시는 분들은 착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좋아해요. 그래도 자주 만나는 건 아니에요. 1년에 한 두어 번?”

“기자 생활을 그만두시고 하신 첫 일이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 코멘터리를 다신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아, 무척 좋았어요. 코멘터리하면서 즐거웠어요. 코멘터리는 되게 하고 싶은 일이에요.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업으로 삼긴 힘들죠.”

“어떤 점이 겁이 나나요?”

“영화 글 쓰는 사람이 누굴 제일 두려워할 것 같아요?”

“독자,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그런데 그건 이상론이에요. 현실적으로 가장 두려운 건 그 영화를 찍은 감독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코멘터리를 했어요. 박찬욱 감독이 그걸 읽을 거 아니에요? 그럴 때 두려움이 있죠. 당연히. 다행히 왕가위는 한국말을 모르지만.(웃음) 영화를 신 바이 신, 숏 바이 숏으로 설명하면서 지금 내가 제대로 해설하고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두려움이 있어요.”

“영화 리뷰 때문에 감독에게 항의 받으신 적 있으세요.”

“많진 않지만 있어요. 그런데 그게 일반적인 기준과 많이 달라요. 누가 봐도 그건 이상한 영화인데 항의하는 감독도 있고. 최악은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나만 안 좋다고 할 때. 그럴 땐 용기가 필요해요.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남들이 다 옳다고 해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반대도 마찬가지고.”

“《무비위크》가 뽑은 ‘2007년을 빛낸 창조적 엔터테이너 50인’에 뽑히셨는데요.”

“그거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재밌기도 하고. 왜 내가 뽑혔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니까 뽑았나.”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책에 15군데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선정 기준이 뭔지 궁금한데요.”

“왜 거길 갔느냐고요?”

“네. 개인적인 취향에서인지 아니면 다른 기준이 있는 건지.”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영화가 좋아서 간 곳이고, 두 번째는 거기에 가고 싶어서 영화를 끌어다 붙인 것이고. 첫 번째 경우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고 두 번째 경우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사실 영화에서만큼 좋지 않아요. 영화가 아니었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그런 곳이죠. 사실 해운대가 더 멋있어요. 거기를 간 이유는 ‘조제’를 제가 정말 좋아했어요. 앞으로 칠레의 이스터 섬에 꼭 가고 싶은데, 거기서 찍은 영화가 없네요.(웃음) 근데 꼭 갈 거예요.”

“여행 때문에 집을 비우면 가족들이 싫어하진 않으신가요?”

“인생에서 행복해지는 테크닉은 포기를 잘하는 거예요. 저도 그렇고 가족도 포기를 잘해요.”

“한국 영화의 무대를 갈 예정은 없으신가요?”

“원래 기획 자체가 해외 영화 촬영지를 다닌 거였어요. 회사에서 먼저 고맙게도 제의를 해 주었죠.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죠. 한국은 기획 아이템이 아니었어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음, 외국에 가면 익명이 가능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게 힘들죠.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책의 열다섯 곳 여행지 중에 제일 좋았던 곳은 어딘가요?”

“쿠바 아바나. <행잉록의 소풍>의 호주도 좋았어요.”

“행간마다 외로움이 묻어나는 것이 혼자 여행을 한 느낌이 나던데요.”

“서문에서 썼는데, 저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제일 안 보는 책 중 하나가 여행서입니다. 여행서를 보면 대부분 ‘정말 좋다, 천국에 온 것 같다.’ 그런 내용이 대부분인데… 저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만큼이나 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공식적으로 소비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책도 그중 하나이지만. 저에게 여행은 일종의 아픈 상태예요. 환자 같은 상태.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약간 맛이 가요. 그런 상태에서 이런 글이 나오는 거죠. 맨정신으로 이런 글을 어찌 쓰겠어요. 저는 여행가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도 귀찮아요.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고, 영어를 쓰는 것도 싫어요.”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의 오버스러운 달뜸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인데요. 여행책을 제가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호들갑 때문이에요. 또 여행지를 이상화하는 것도 싫고요. 뉴욕 사람에게든 파푸아뉴기니 사람에게든 다 그들의 삶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나치게 파푸아뉴기니 사람을 이상화하고, 뉴욕 사람을 멋지게 보고. 그런 게 싫어요.”


닮고 싶은 영화 글쟁이

“기자님이 쓰신 영화 글은 예전부터 관점이 남달랐어요. ‘어떻게 저런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철이 들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다른 평론가들처럼 영화에 대한 신비가 없어요. 씨네필은 아니었죠. 제 리뷰는 ‘내 감정에 책임을 지자’는 원칙을 지키려고 해요. 예술 영화든, 오락 영화든 보고 나면 뭔가 ‘벅찬 느낌’이 있잖아요. 그것이 제 리뷰의 시작이에요. 내 느낌을 탐구하고, 스스로 찾아가는 거죠. 내 감정에 논리적 근거를 대는 것이 리뷰라고 생각해요.”

“씨네필이 아니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영화에 ?한 애정은 어떤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진짜로 좋아해서 좋아하는 것이 있고, 좋아할 필요가 있어 좋아할 때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저는 영화를 좋아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그렇잖아요. 근데 저 자신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전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 영화를 좋아함의 일정 포션은 ‘영화를 좋아할 필요가 있다.’예요. 그걸 구분하기가 힘들어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스무 살 넘어서 대학생 때 잉마르 베르만 영화랑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연달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그때까지 문학을 신봉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영화를 보면서 ‘장난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의 미학적인 표현 가능성에 매료가 됐어요. 그게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시발점이에요.”

“이동진 기자님은 예술 영화뿐 아니라 장르 영화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요.”

“예술 영화를 받아들이다 보니까 장르 영화도 좋아하게 돼요. 저 사실 장르 영화도 재밌어요. <총알 탄 사나이> 같은 영화 정말 재밌지 않나요? 영화를 좋아하게 되면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영화를 덜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술 영화, 장르 영화 따지고 그러죠.”


“정성일 씨가 ‘영화를 더 잘 보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이동진 기자님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저는 정성일 씨를 무척 존경해요. 훌륭한 평론가고. 그런데 저는 그분과 가는 길이 달라요. 다행스럽게요. 저는 정성일 씨에 대한 열등감이 없어요. 영화를 잘 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영화를 더 잘 봐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영화를 잘 보고 싶다는 욕망은 완벽하게 영화를 보는 100이 있고, 예컨대, 영화의 신이 있다면 말이죠, 60에서 70, 80, 93에 가깝게 영화를 보고 싶다는 소리잖아요. 근데 제 생각은 ‘그런 게 과연 있을까?’ 쪽이고 ‘매번 영화를 100에 가깝게 보는 게 과연 영화를 재밌게 보는 걸까?’ 하는 쪽이거든요. 지금보다 영화를 잘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그것이 저에게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에요. 제가 영화평론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영화를 잘 보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영화감독이 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못 만들 걸 뻔히 아니까.”


혼자 놀기를 즐기는 아웃사이더

“기자님은 왠지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듭니다. 책에서 ‘동창회에 안 간다’고 쓰셨잖아요 중?고등학교 때는 어떠셨어요?.”

“좋게 이야기해서 아웃사이더인데. 사람은 누구나 의외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를 보러 온 모임, 제가 이끌어 가야 하는 모임이 있어요. 평소 제 성격으로는 그런 모임을 잘 못 이끌어야 맞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키면 잘해요. 잘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어떤 술자리에 가면 8시간 동안 있으면서 한 마디도 안 할 때가 있어요. 그 모든 게 다 저라는 거죠. 지금 이 자리에선 제가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위장하는 거냐고 하면… 아니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다 양면성이 있으니까. 두 번째는 혼자 노는 게 편해요. 어릴 때 저는 딱지놀이도 혼자 했어요.”

“딱지놀이를 혼자 하셨다고요?”

“혼자 머릿속으로 편을 가르고 리그전을 벌이는 거죠. 딱지월드컵.(웃음) 노트에 기록도 해가며. 제가 지리에 빠삭한데 그 이유가 옛날에 딱지월드컵을 해서 그래요. 150개국의 가상의 팀을 짜고 대전표를 그려놓고 하는 거예요. 그거 한 번 하면 1년 반쯤 지나거든요. 너무 바빠요. 하루에 세 게임 정도 소화하는데 학교 갔다 오면 방문 걸어 잠그고 딱지를 하는 거죠.”

“그럼 중?고등학교 때는 뭘 하고 노셨어요? 딱지를 할 순 없었을 텐데.”

“역시 혼자서 놀았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번역을 하거나 그러고 놀았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10대 때는 김승옥 씨 좋아했고, 20대 때에는 이승우 씨를 좋아했어요. 이승우 씨는 지금도 좋아해요. 제가 별로 안 떠는 성격인데 기자생활 하면서 이승우 씨를 만났을 때 무척 떨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날 제가 뭘 입었는지도 기억이 나요. 제가 이승우 씨를 너무 좋아하니까 같이 있던 기자가 ‘사진이라도 찍어.’ 그래서 사진을 찍었어요. 열댓 장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진이 너무 이상하게 나온 거야. 손을 계속 파리처럼 비비고 있는 모습밖에 없는 거예요.(웃음) 제가 그 앞에서 표정관리가 안 된 거죠.”

“이건 말도 안 되는 질문인데요.”

“아, 그런 질문 좋아해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질문인데, 영화가 좋으세요, 문학이 좋으세요?”

“둘 다 비슷하게 좋아해요. 정말로, 진짜로. 말하고 보니까 그래서 다행이다 싶어요.”


영화팬을 위한 영화감식자로 남아주길

“이동진 기자님은 평론가라기보다는 영화 감식자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자님의 그 감식안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고맙습니다. 감식이라고 하니까 왠지 장갑을 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그 말에 동감하는데요. 기자님이 재미있다고 한 영화는 다 재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참 좋아요.”

“제가 평론가인지, 기자인지, 감식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 리뷰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제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제 글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좀 더 재밌고 좀 더 잘 볼 수 있는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좋은 영화를 살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둘 다 이루기 힘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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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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