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다, 『가로세로 세계사』 낸 이원복 교수
『가로세로 세계사』, 우리가 외면했던 제3세계에 눈을 돌리다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영국에서는 세 집에 한 집 꼴로 『해리 포터』가 꽂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에도 몇 집에 하나 꼴로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이원복 교수의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다.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영국에서는 세 집에 한 집꼴로 『해리 포터』가 꽂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에도 몇 집에 하나꼴로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이원복 교수의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다. 1987년에 출간된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는 지금까지 무려 1000만 독자가 읽었다. 개정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는 작년 1월 완간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 이원복 교수의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바로 『가로세로 세계사』다.
『가로세로 세계사』, 우리가 외면했던 제3세계에 눈을 돌리다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읽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교양만화로 장수한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가 선진국의 역사를 담은 반쪽의 세계사였다면, 『가로세로 세계사』는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가 다루지 못했던 나머지 반쪽을 다루고 있다.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하면서 이 시리즈를 계속 해야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미국편’을 마지막으로 끝을 내고 그와 상응하는 작업을 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80년대에 우리가 부러워했던 선진국들의 이야기라면 『가로세로 세계사』는 이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나라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앞선 문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관심이 없었던 미국과 서유럽 이외의 국가들과 공존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 두 시리즈는 서로 다른 것을 다루고 있지만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세상을 폭넓게 제대로 보자는 것이죠.” 기획은 2~3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오래전부터 이원복 교수는 『가로세로 세계사』를 쓰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틈틈이 여행을 가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외국에 나갈 때마다 언젠가 필요하겠다는 생각해 다양한 책을 많이 사왔습니다.”
특히, 그동안 서양 중심적인 시각의 편협성을 고민해 왔다고 했다. “왜 서양인들의 역사가 세계사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들의 시각으로 본 세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아예 누락된 역사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제대로 밝혀서 균형 있게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제3세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1세기의 화두, 민족주의
『가로세로 세계사』에서 이원복 교수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열린 민족주의로 가자’라는 것이다. 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유고슬라비아가 모여 있는 발칸반도를 다룬 『가로세로 세계사』의 첫 번째 권은 닫힌 민족주의가 얼마나 처절한 비극을 부르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20세기가 이념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민족주의의 대결입니다. 독도 문제,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이 좋은 예죠. 민족이 이렇게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민족’의 개념도 잘 모르고 있지 않나요? 그저 신성하고 가슴 뛰는 어떤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민족을 이용하는 정치가들에게 휘둘릴 뿐이죠. 정치가들에게 폐쇄적 민족주의는 좋은 장사 수단이니까요.”
민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신성하고 오래된 단어가 아니다. 민족은 영어 단어 nation을 번역한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말이다. nation은 흔히 민족과 국민으로 번역된다. 서구인의 시각에서는 민족과 국민이 같은 개념이었던 것이다. “세계에 대한 안목이 좁으면 ‘민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원복 교수가 생각할 때, 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지난 세기에 폐기되어야 할 것이었다.
“발칸반도는 참 ‘센’ 민족들이 사는 곳입니다. 발칸반도의 사람들이 민족 중심으로 뭉쳐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미 지구상에 그들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정학적으로도 발칸은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짓밟힐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하고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도 혈통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집에 불이 나면 옛날 어른들은 족보부터 챙기시잖아요.”
그러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기능을 하던 시대도 있었다. 민족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발칸반도의 국가들도 한국도 지금 지구상에서 사라진 국가와 민족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핏줄만을 민족의 기준으로 삼는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용납되는 것이 아니다. “민족은 핏줄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와 역사, 문화를 공유하는 그룹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도 방어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지요. 이제 군사력에 의해 국가의 힘이 결정되는 시대는 갔습니다. 국가의 힘은 경제력과 국가 이미지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발칸반도의 문제를 비롯한 지구상의 민족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승적으로 껴안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만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종청소와 같은 끔찍한 범죄들은 자기 민족 이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것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공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가끔 이원복 교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비판을 받는다. 거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좌파가 아니죠. 한국은 이상하게도 좌파는 진보와 동일시되고, 보수는 우파와 동일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보적인 우파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보수적인 좌파도 있을 수 있죠. 저는 ‘중도 우파’입니다. 유럽에서 10년 정도 살면서 사회주의도 경험했고, 소련과 동구권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것은 역사는 잘 익은 과일처럼 스스로 열매 맺고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그것을 인간의 계획에 따라 익게 하고 열매 맺게 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서양과 동양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신에 대한 개념’입니다. 서양에서 신과 나의 관계는 수직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신 앞에서 평등할 수 있지요. 그에 비해 동양에는 기독교의 신과 같은 개념이 없었습니다. 인간관계가 중요시되다 보니 서열이 생기는 거죠. 한국만 예를 들어도, ‘나이’를 무시하긴 힘들잖아요. 자연히, ‘평등’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어렵습니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정착되기에는 문화적 풍토가 다르죠.”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정치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100년 동안 겪었던 것을 한꺼번에 겪었다. “군사 독재에 민주주의, 극우에서 극좌까지 모두 겪었습니다. 이런 것은 한 번은 겪어야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한국 사람들 참 대단한 것이 이렇게 혼란이 지속되지만 그것을 다 극복하고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애를 쓴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한다. “극우에 있었다가 극좌로 확 끌어당겨지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의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결국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정치 이야기를 우리와 비슷한 정치적 부침을 겪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이야기들과 함께 『가로세로 세계사』 2권에서 할 예정입니다.”
독일에서 배운 ‘왜’의 정신
이원복 교수의 일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10년간의 독일 유학 경험이다. “제가 75년에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컬쳐 쇼크가 바로 ‘왜’라는 것이었어요. 그때까지 우리는 ‘왜’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독일에 가니 말끝마다 ‘왜’를 붙이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엄청 짜증이 나더군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것을 요구하니까요.”
그도 점점 말끝마다 ‘왜’를 붙이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부터 ‘왜’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흥미도 생겼다. “제가 유학 올 때, ‘독립문’을 도로 때문에 이전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발전 논리에 문화 논리가 밀리던 시절이었죠. 그런 시절이었기 때문에 역사는 죽은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70년대의 한국은 역사보다는 먹고살 문제가 시급했다.
“그런데 독일에 가보니 작은 동네에도 박물관과 기념관이 있더군요. 작가나 음악가들의 생가도 모두 그대로 보존되고 있고요. 건물들도 거리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네들에게 역사는 살아 있는 것이구나, 도대체 역사가 어떤 것이기에 그렇게 보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궁금해 하면서 자연히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독일 유학 동안 학교 공부보다는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온몸으로 유럽 문화를 체험한 것도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독일은 자유롭고 복지가 잘된 사회였지만 동시에 영원히 자신이 이방인임을 깨닫게 한 곳이기도 했다. “체류 허가를 받으러 관청에 가야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고압적인 자세로 이것저것 치사하게 많이 묻습니다. 너 왜 여기 아직도 있느냐, 돈은 얼마 가지고 있느냐, 언제까지 있을 것이냐 등등 이런 질문에 답하다 보면 ‘아, 나는 이곳에서는 영원한 에트랑제구나.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한국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됩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
이원복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정치 지도자는 아일랜드의 전 대통령 메리 로빈슨이다. 800년 동안이나 영국의 지배를 받아 황폐해진 아일랜드는 1980년대에 급기야 국가 파산 상태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국민들은 나라를 등지고 이민을 떠났고, ‘유럽의 병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었다. 그런 아일랜드가 지난 2005년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을 넘어섰다. “메리 로빈슨은 아일랜드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과감하게 바꾸었습니다. 신시장주의를 도입해 아일랜드를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죠.”
그는 지도자에게는 비전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잘한 것을 하나하나 감독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가 가야할 길을 용기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라고 보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한국의 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한’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가 볼 때 지금까지의 정치는 ‘한’을 품고, 그 한을 푸는 악순환이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등장하기를 원했다.
“유럽은 지도자의 운이 좋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아데나워와 드골, 폰 바이츠재커 같은 지도자들이 있죠. 아데나워와 드골은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죠. 지금도 그래서 프랑스인과 독일인들은 사이가 좋아요. 폰 바이츠재커 전 독일 대통령은 불어가 아주 유창했죠. 프랑스 의회에 가서 깜짝 놀랄 만큼 유창하게 불어로 연설을 했을 때, 독일 국민들은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만약 우리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 가서 유창한 일본어로 연설을 했으면 어땠을까요? 모르긴 해도 정치 생명이 위험해지지 않았을까요? 다음 세대에는 이런 것이 극복되었으면 합니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 이원복 교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볼수록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열린 사고를 하게 되죠. 우리가 가진 것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닙니다. 협소한 자기 자신을 벗어나 진정한 세계인이 되려면 우리 밖의 사람들이 어떤 역사를 지녔고, 어떤 문화를 향유하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타자의 역사를 아는 것이 우리가 가진 독선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입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 느리게 살라
이원복 교수는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제2외국어 공부를 당부했다. “영어는 이제 must입니다. 80년대에는 컴퓨터를 하는 사람을 모두 대단하게 봤지만 이제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영어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영어를 한다는 것이 전혀 메리트가 되지 않게 될 겁니다. 불어든, 독어든, 일본어든, 중국어든 하나 이상의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스타트 라인은 앞당겨 지는 것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언어를 알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도 늘어난다. “언어는 어장입니다. 영어가 태평양 어장이라면 불어는 지중해 어장이죠. 어장마다 다른 고기가 잡히는 것처럼,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정보의 원천을 가질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원복 교수도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과 다채로운 정보를 담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에는 외국어 실력도 한몫했다.
그 다음으로 당부하는 것은 ‘느리게 살라’는 것. “지금의 젊은 세대는 우리보다 2배를 살 수 있을 겁니다. 평균 수명이 훨씬 길어질 것이니까요.” 학생들에게도 학교를 1년 정도 휴학하고 어학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가라고 자주 권한다고 했다. “우리는 빨리빨리 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길게 보고 느리게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물리적 나이가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포지티브하게, 낙천적으로, 즐겁게 산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 교양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 이원복 교수는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는다고 했다. “원래 태어나기를 그렇게 낙천적으로 태어났습니다. 가급적 포지티브하게, 누가 뭐라고 해도 ‘So What?’ 하고 잊어버리죠.” 그런 그에게 제일 재미있는 일은 역시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교수가 일이라면, 만화는 취미죠. 그러니까 재미있을 수밖에 없죠. 체력의 한계가 올 때까지 만화는 계속 그릴 생각이에요. 이야기하고 싶은 테마는 무궁무진하니까요.”
그의 독자는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폭넓기 그지없다. “만화라면 다들 어린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책은 어린이부터 보는 책입니다.” 쉬우면서도 깊이를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비결은 ‘큰 맥락을 잘 잡는 것’에 있다고 했다. “시시콜콜한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보다 큰 맥락을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제 관심사도 하나하나의 사건에 있다기보다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는 데 있습니다.”
자료 조사를 위해 책을 읽을 때도 정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 몇 가지만 확실하게 짚고 있으면 책들은 필요한 부분들만 스킵해서 읽으면 됩니다.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있나요?” 문화를 아는 데는 책보다는 영화가 더 좋은 도구가 되어 준다고 했다. “영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뒷부분들, 배경이나 건물이나, 등장인물들의 생활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피부에 와 닿게 이해됩니다. 책은 아무래도 구체성이 떨어지니까 직접 보는 것만 못하죠.”
그러면서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이야기를 했다. “<미션 임파서블 3>를 보면 배경 건물로 루마니아의 인민궁전이 나옵니다. 방이 무려 3800개나 되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멋있는 건물입니다. 세계에서 펜타곤(미국 국방성) 다음으로 큰 곳으로,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지었죠. 지금은 문화궁전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이런 것이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라고. 이원복 교수는 희귀한 유럽 영화들을 많이 구해서 본다고 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고요, 러시아, 스페인 영화들도 많이 구해서 봅니다.”
이원복 교수는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가 반생을 행복하게 해주었고, 『가로세로 세계사』 작업이 여생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으면서 선진국, 우리가 정말 되고 싶었던 나라를 꿈꾸었던 독자들은 이제 『가로세로 세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진정한 ‘세계인’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될 것이다. 가로세로로 자유롭게 세계 구석구석을 휘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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