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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에서 작가로 변신한 김C와의 유쾌한 수다

“일한다는 생각, 직업을 가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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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닙니다. 책을 낸다고 해서 글을 수정하거나 새 글을 덧붙인 것도 아니고요.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으로 글을 썼다면 ‘엿’ 같은 글이 나왔을 거예요.”

3월, 김C의 팬들에게 두 가지 즐거운 소식이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낸 작은 깨달음들, 나뭇잎 하나에 담을 만큼 짧고도 경쾌한 글들이 펼쳐지는 책, 『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와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3집 앨범 <연기年記>가 바로 그것이다.

『날아다니는 김C의 휴지통 비우기』는 김C가 진행하는 MBC FM '김C 스타일'의 인터넷 코너 '날아다니는 김C'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모아 낸 책이다. “책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닙니다. 책을 낸다고 해서 글을 수정하거나 새 글을 덧붙인 것도 아니고요.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으로 글을 썼다면 ‘엿’ 같은 글이 나왔을 거예요.”

자신의 책이 나온다면 좀 더 협조할 만도 한데, 그는 좀 더 긴 글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을 거절했다. 원고가 책으로 묶인 후에 새로운 글을 몇 개 더 써서 게시판에 올렸다고 했다. 삐딱하다고 해야 할지, 오히려 올곧다고 해야 할지. 책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그림들이 더해져 좀 더 특별한 것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의 삶을 정리한다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해 봤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요.” 노래도, 방송도, 글도 모두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만 해 온 것을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마치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리를 깔고 자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정말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죽 그렇게만 살아서 그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프로 의식이 발동할 때다. “어느 무대에 올라가도 무대에 올라간 이상 최선을 다하고 내려옵니다. 그럴 때는 가끔 이런 느낌이 일을 하는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돈은 벌지 못했다. “최근까지 수입이라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결혼 후 몇 년 동안 생계는 ‘색시’가 직장에 다녀 책임졌다. “사실 부부들이 돈 때문에 많이 싸우잖아요.” 현명한 옛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가난이 방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밖으로 나간다고. 그렇지만, 그들은 돈 문제로 싸운 적이 없다고 했다. “다 색시 덕이에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던 아내는 지금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직장을 그만둔 것에 미련은 없어요. 가장 중요할 때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것에는 자신의 유명세가 한몫을 했다. “제가 좀 유명해지면서 CF도 하고 방송에도 나오니까, 주변에서 그러는 거예요. 남편이 김C인데 왜 부인이 직장에 다니느냐 그러면서요.” 그런 관심은 반갑지 않다고 했다. “제 일상은 아주 평범해요. 아침에 아가가 아빠를 깨워주고, 뽀뽀도 하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는 척하고, 책 읽고 음악 듣고 그렇게 살아요.”

이제 27개월이 된 딸아이 우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야기와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사실 저는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았어요.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이제 저도 아버지가 되고, 나이를 먹어가니까 아버지가 나름대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쩌면 우주도 자라서 제가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에게 실망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고지식하지 않고 넓게 생각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책에 보니까 정치인을 무척 싫어하시던데, 만약 우주가 자라서 정치를 하겠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가 대답을 생각하는 사이 옆에 앉은 그의 기획사 사람이 대뜸 말을 던졌다. “그럼 선거 로고송을 만들어야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면 참 신기해요.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우리 사회는 참으로 엄격한 틀이 있잖아요. 아이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이 틀에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싫을 때가 많아요. 이미 자아가 생기고, 조금씩 겁도 배우고 있어요. 점점 더 세상의 상처로부터 부모가 보호해줄 수 없는 게 더 많을 텐데… 그런 것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 것에 대해서요.”

그에게 세상에서 제일 신기한 일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돈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직업을 가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가수는 직업이 아닌가요?”
“가수는 직업이 아니죠. 노래를 부르는데 왜 돈을 줄까요? 정말 이상한 일 아닌가요? 정말 가수라는 것은 희한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사람들은 밥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하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인데 정말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어요. 그리고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세요? 동사무소에서 매일 복사만 하고 있어요. 그렇게 매일 살다 보면 정말 바보가 될 것 같지 않나요?”

김C를 만난 사람 중에서 그에게 ‘무성의하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집중하는 척’하는 인터뷰이는 아니었다. 적당히 의자에 몸을 기대고, 몸 근육의 70% 정도는 이완시킨 듯 흐물흐물하게 퍼져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그의 반응은 아주 빠릿빠릿했다. 질문을 던지면 ‘계산’하지 않은, 검열을 거치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솔직해서 글로 옮길 수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성의하다’라는 평판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야구 선수 중에 ‘이순철’이라는 분이 있어요. 해태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지금은 감독으로 계신데 혹시 경기하는 것 혹시 본 적 있으세요? 이분은 방망이를 질질 끌고 타석에 나와요. 게으르고 성의없어 보이죠. 근데 야구를 정말 잘해요. 저 역시 어떤 일에도 제가 하는 일에 무성의한 적은 없어요. 성의가 있고 없고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에 안 맞는 사람들을 다 틀렸다고,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죠.”

그는 모든 집단적인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그가 볼 때 대한민국은 무엇이든 통일을 시키려고 애를 쓰는 나라다. “전 본능적으로 통일시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요. 그런 집단적 광기가 싫어요.”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났지만 학교와 군대를 거치면서 그런 성향은 더욱 확고해졌다. 특히, 문화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것이 싫단다.

“천만이나 든 영화, 그런 것 정말 징그러워요. 저는 사람들이 많이 봤다고 하는 영화는 ‘절대’ 안 봐요. 책도 베스트셀러는 절대 안 읽고요. 천만이라는 숫자 징그럽지 않나요? 그 중에서 도대체 몇 사람이 그것을 ‘제대로’ 봤을까요? 천만 명이 모두 하나같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 무섭기까지 해요.” 그는 솔직히 그런 것이 가식처럼 보일 때도 있단다. 그리고 그런 집단적인 움직임 속에 자신이 속해있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집집마다 있는 백과사전 같은 거죠. 집에 잘 꽂아두고 있다가 컵라면 김새지 말라고 덮어둘 때만 가끔 쓰는 그런 책 같은 거요. 예술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에요. 이 영화가 정말 걸작이거든요. 근데 이 영화 한 5만 들었나? 그래요.”

“본인 앨범이 많이 팔려도 별로 기쁘지 않겠네요.”
“저는 제 앨범이 천만 장 팔리면 정말 죽어버릴 거예요. 정말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하루키도 자기 책이 밀리언셀러가 된 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내 책이 만 권 팔릴 때는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백만 권이 팔린 후에는 모두 나를 미워하는 것 같다. 내 책이 왜 그렇게 많이 팔리는지 모르겠다.’고요.”
“그 사람이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라도 사실 만도 징그러운 숫자죠.”

“어째선가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본 적 있으세요?”

“아뇨. 왜요?”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 중압감이 상상을 초월해요. 제가 선 가장 큰 무대가 약 만 명 정도가 모인 거였어요. 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 그 부담의 밀도가 대단해요. 그런데 그 열 배, 백 배, 천 배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자기 앨범을 많이 듣는 것이 싫으신가요?”
“싫다기보다는 무섭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숫자가 아니면 부담스럽다 못해 무서워요.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음악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난 몇 년간 그는 사회가 이상해서 기분이 나빴다.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느꼈던 감정을 이번 앨범에 다 쏟아 부어 만족스러워요.” 최근의 음반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역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 뮤지션들이 한동안 공황상태였어요. 지금 시장이 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뮤지션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죠. 이건 누군가가 중간에 더 챙겨먹고 있거나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거죠.”

그는 특히 음반을 들어보지 못하고 사야 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았다. “지금 음반을 사는 사람은 도박을 하는 거죠. 들어보지 않고 어떻게 음반을 사나요?”

“듣고 안 살 수도 있잖아요.”
“전 제 음악에 자신이 있어요.”

“한국 음반 시장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불법 복제 때문인가요?”
“일본은 CD 대여점이 있어요. 근데 한국 사람이라면 그랬을 거예요. ‘CD를 뭐 하러 빌려? 컴퓨터에서 그냥 다운받으면 되지.’”

“일본 음반 시장은 발매 첫 주에 몇십만 장이 나가는 앨범이 꽤 있다던데요. 그쪽 시장은 한국만큼은 죽지 않았나 봐요.”
“저는 솔직히 한국 음반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일본 시장 운운하는 거 기분 나빠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일본은 세계 2위의 음반 시장이에요. 한국이요? 몇 위인지도 몰라요. 그런 시장과 비교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한국 사람들 특히 일본에 대해 이상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일본 음반 시장은 이런데, 우리는 왜 이러느냐 그런 말 하는데 그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일본하고 한국을 비교하면 ‘뇌 구조’가 다른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의 의식은 ‘CD는 돈을 주고 사서 듣는 것’입니다. 한국은요? 뭐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어떤 예술가가 가장 행복한 예술가일까요?”
“돈 걱정 안 하는 예술가요. 아이 병원비, 방값, 쌀값 걱정하면서 무슨 예술이 나오겠어요. 나라에서 돈 안 되는 순수 예술 하는 분들에게 보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창작된 작품들이 결국 나라의 문화가 되니 이익이 되지 않겠어요?”

“그럼 국가나 어떤 기관에서 본인에게 돈을 준다면 어떤 것을 해보고 싶으세요?”
“영화요. 영화 찍고 싶어요.”

김C는 노래를 부르고, 광고에도 나오며,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가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춘다. 어떤 사람은 그를 가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를 연예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질문을 했다. “자신이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나요?” 금방 답이 돌아왔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방송에도 나오고, CF에도 출연하니까 사람들은 연예인이라고 불러요. 거기다 대고 나는 아티스트니 아티스트라고 불러달라고 말하는 것은 좀 웃기지 않아요? 그렇다고 불러주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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