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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리포트 - 도서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핵심 목적은 세계 각국의 출판물의 문화적, 상업적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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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열린 세계 최대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여 더욱 그 의미가 깊었던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그 현장을 찾아간다.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여 더욱 그 뜻 깊었던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이모저모를 탐색하고, 도서전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짚어본다.



What is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하 도서전)은 매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마임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장 중요한 도서 박람회. 5일간의 도서전 기간 동안 약 164,000 평방미터 규모의 다섯 개 전시관에서 약 6,700개의 출품자(세계 각국의 출판사)들이 부스를 차려 자사의 출판물을 전시?홍보하며, 아울러 도서 업계의 다양한 관계자들과 저작권 및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다. 즉,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도서 업계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방문객, 공급업체를 위한 만남의 장이 되는 것이다. 출판업자, 에이전트, 서적상, 사서, 학계, 일러스트레이터, 서비스 공급업체, 필름 프로듀서, 번역가, 인쇄업자, 전문 또는 교역 협회, 각종 단체, 예술가, 작가, 고서적 수집가, 소프트웨어 또는 멀티미디어 공급업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도서전을 통해 정보를 얻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무엇보다도 최적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말하자면 도서전의 핵심 목적은 세계 각국의 출판물의 문화적, 상업적 교류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이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하여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도서전에서의 만남은 더 이상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발맞추어, 또는 이러한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여, 도서전 조직위가 만든 것이 바로 이 도서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주빈국 제도이다

<포토스케치 1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모저모>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Messe Frankfurt)의 아고라 광장. 멀리 주빈국이 한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보인다.



아고라 광장 중앙에 위치한 책 조형물



박람회장에 눈에 잘 띄게 설치한 현대자동차의 홍보물. 현대자동차는 삼성 핸드폰과 함께 독일 사람에게 사랑받는 2대 아이템 중 하나다.



박람회장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 포럼. 텔레비전으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히트 상품, 주빈국 제도

단지 출판관계업자들만의 잔치로 자리매김될 수도 있었을 도서전이 ‘문화 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그 위상이 높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빈국 제도 때문.

도서전 조직위는 해마다 한 나라를 선정해 주빈국으로 삼는다. 주빈국으로 선정된 나라는 도서전 전시공간 중 연면적 2,700평에 자국 문화의 진수를 전 세계에 뽐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셈. 1976년부터 시작된 주빈국 제도는 라틴아메리카를 시작으로 1980년 아프리카, 1988년부터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의 국가들이 참여하여 출판뿐 아니라 자국의 문화, 경제, 사회 전반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대 주빈국은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출판문화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한 초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 한국 Korea Guest of Honor Presentation

<직지에서 U-Book까지>라는 슬로건이 내세워진 프랑크푸르트 메세 포룸관 2층 주빈국관. 10월 20일 오전에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다소 뜸하던 주빈국관은 도서전 폐막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찾는다는 한 독일인에 의하면 이는 역대 주빈국과 비교해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빈국관은 모두 5개의 Zone으로 구성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인 ‘직지’, 단 한 자라도 오?탈자가 없는 팔만 장의 대장경 등 출판의 역사를 보여주는 Zone 1, 요즘 한국의 출판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과 전 세계에서 출판된 한국에 관한 책 1,500여권이 전시된 Zone2, 한국에 대하여 거의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고 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한국의 책 100권을 전시한 Zone3. 특히 이곳은 주빈국관 전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으로서 책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형태로 전시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거석 유적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한국의 책 100권을 유비쿼터스 텍스트의 형태로 가공하여 PDA와 노트북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것. Zone4에서는 박경리, 고은, 최인훈 등 한국문학의 거장 12명이 시원한 전신사진과 소개글과 함께 전시된 곳. Zone 5 이벤트 홀에서는 매일 문화 포럼, 작가와의 만남 등 각종 행사가 있었다. <직지에서 U-Book까지>라는 슬로건이 시사하는 바대로 과거와 현재가 적절히 균형이 맞추어진 모습으로 꾸며진 것.

<포토스케치 2 : 주빈국관 풍경>



주빈국관 풍경. 한국의 거석 유적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한국의 책 100권을 유비쿼터스 텍스트의 형태로 가공하여 PDA와 노트북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컨셉이다.



조선왕조실록 등 한국 출판의 역사에 관한 전시물을 보고 있는 방문객들



한국 문학의 거장 전시물을 보고 있는 방문객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Books on Korea’. 전 세계에서 출판된 한국에 관한 책 1,500여권이 전시되었다.



U- book을 시연해 보고 있는 외국인. U-Book은 주빈국관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전시된 U- book. 오른쪽의 책을 노트북으로 볼 수 있다.



PDA로 시연되고 있는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났어요!- 주빈국관에서 만난 Rhee 부부와 제인

주빈국관에서 전시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독일 여성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재밌게도 그 분의 남편은 재독 한국인(한국 이름 이종현 씨, 독일에서 인터넷 서비스 관련 일을 한다)이었으며, 둘은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어에 서툰 영어를 섞어가며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이번 도서전에 관하여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옆에 있던 제인도 대화에 참여했는데 그 역시 재독 한국인이었다. 제인은 독일에 온지 올해 7년 째이고, 독일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다음은 이들 셋과의 인터뷰이다.

인터뷰어: 주빈국관을 둘러 보니까 어떠세요?
이종현 씨 : 놀라워요. 특히 중앙에 설치된 U-book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기사를 독일에서도 자주 접한 편이었는데, 이 정도로 발전했을지는 몰랐습니다.
Miss. Lee. : 예. 저는 남편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그나마 많이 알고 있는 경우인데, 솔직히 제 친구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거든요. 주빈국관에 전시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책이라고 하는 직지를 보고 다들 놀랬습니다. 그런데, 여기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석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인터뷰어 : 전시된 한국의 책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가요?
제인: 책의 디자인이 매우 훌륭합니다. 특히 그림책이 훌륭해요. 전 특히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문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곳 독일에서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을 에세이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Miss. Lee. : 그래도 한국이 주빈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홍보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전히 한산한 한국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

10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경, 한국관 포럼인 리브리에서 치뤄진 한국관 개막식에는 이해찬 국무총리, 위르겐 보스 도서전 조직위원장을 비롯하여 조정래, 이문열, 고은, 신경림 등 한국 유명 작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개막식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으나 마이크의 볼륨이 너무 적다든가, 개막식의 주인공이 되었어야 할 유명 작가 등 저명 인사들이 미쳐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객석이 다 차버리는 등, 진행의 미숙함을 보인 것은 옥의 티.

무엇보다 가장 아쉬었던 점은 도서전 기간 중 한국관을 찾는 외국인들이 그다지 없었던 점이다. 국내 유수 출판사 중 하나인 랜덤하우스중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관을 찾는 방문객은 예년보다는 분명 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스를 지키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한다. 매우 바쁘게 각종 비즈니스 미팅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하퍼콜린스, 펭귄북스 등 여러 영미권 출판사들과 비교해 봤을 때 분명 대조가 되는 풍경이다. 이것은 도서전의 가장 큰 의미가 자국의 출판물을 외국에 소개하고, 비즈니스 기회 창출 및 책 거래에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국 출판이 세계 속으로 스며들어가기까지의 길이 아직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화보집에서 본 내용이 고작이었지만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이 구텐베르크 이전에 금속활자를 발명한 훌륭한 문화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서전 조직위원장 위르겐 보스의 말이다. 이는 이번 도서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잘 대변해 준다. 즉 분단국가, 핸드폰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 국가’, 내지는 일본과 중국 사이 어디쯤에 있는 정도의 나라로만 막연히 인식되어 온 한국이 이제서야 한국만의 문화적 정체성이 있는 나라로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이제부터 시작이다. 19세기 서세동점 이래 “받아들이기”만 했던 문화의 흐름을 커다랗게 한번 꺾는 역사적인 역류까지는 욕심부리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에 폴 오스터가, 괴테가, 그리고 권터 그라스가 스며들었듯이 한국의 저서들이 그네들의 마음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우선은 우리 출판 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 출판물의 내실이 갖추어져야 하고,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을 누가 하겠는가? 정부의 정책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그리고 좋은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의 마음일 것이다.


<포토스케치 3 : 한국관과 외국 출판사 부스 풍경>



한국관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각 출판사마다 비슷한 면적으로 부스를 만들어 전반적으로 공간의 탄력성이 약하다는 느낌이다.



미니어쳐 도시로 제작된 파주 북시티와 이를 촬영하고 있는 독일 방송관계자.



한국관 개막식에 참가한 소설가 조정래. 소설가 조정래는 도서전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소설가 중 한 명이었다.



미국의 타임 워너 북그룹 부스. 미국 주요 출판사 부스는 이처럼 널찍한부스 공간을 확보하여 중앙에 미팅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는 점이 특징이다. 출판사 로고와 함께 출판사를 대표하는 작가의 사진을 크게 배치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비주얼적인 면이 먼저 다가가게 하는 것은 이번 도서전에서 확인한 부스 디자인의 큰 트렌드이다.



영국의 펭귄 북스사 부스. 페이퍼백을 최초로 탄생시킨 이 출판사의 거대한 펭귄 로고는 그 어떤 출판사의 로고보다 크고 눈에 잘 띄었다. 그네들의 자사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미팅으로 분주한 미국의 한 출판사 부스. 영미국가권의 출판사 부스는 대부분 이렇게 비즈니스 미팅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딕 브루너 출판사의 대표 캐릭터 미피. 태어난지 올해로 50년이 된다.



Macmillan Children's Books 의 대표 캐릭터 snow bear. 우리나라에도 이런 세계적인 캐릭터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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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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