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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석 기자, 좋은 ‘어른됨’을 고민하는 따뜻한 시선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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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면의 성찰보다 겉으로 보이는 성공을 더 좇도록 사회에서 길러지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고 늦게나마 자기 자신의 삶의 모양대로 살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랍니다. (2022.05.25)

남형석 저자

우리는 어릴 때 꿈꾸었던 어른과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왜 ‘잘 살고 있니?’라는 물음에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까. MBC <엠빅뉴스> 브랜드와 <로드맨>, <앵커로드> 포맷을 기획한 남형석 기자가 첫 산문집을 출간했다. 신문사에서 방송사 기자를 거쳐오며 생겨난 어른살이의 의문과 반성을 눌러 담아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써온 지 2년 만이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 작가는 원고를 먼저 읽고 “이 책은 꼭 자기계발서의 반대말 같다. (...) 집요하리만치 세상과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남형석 저자는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의 부끄러움을 쓰면서 더 나아지려고 애쓴다. 성공을 좇는 시대 가운데서 끊임없이 좋은 ‘어른됨’을 고민하는 남형석 저자와 서면으로 만났다. 



얼마 전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소감과 제목 『고작 이 정도의 어른』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모든 ‘첫’들이 그렇듯 설레고 두려웠어요. 굳이 한쪽에 무게를 싣는다면 두려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올릴 때는 가명을 썼는데, 제 이름 석 자가 인쇄된 두꺼운 책을 받고 보니 이 안의 수만 개 활자들이 다 걱정덩어리 원소들처럼 보이더군요. 게다가 어른이 나아가야 할 길을 멋지고 단호하게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그저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한 글을 누가 읽어줄까 싶기도 했고요. 명확한 지향을 갈구하는 시대에 섬처럼 떠 있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컸어요. 

그러나 분명한 정답을 제시해주는 사람 말고도, 당신이 걸어왔던 길에서 당신만의 삶의 해답을 찾길 응원하는 사람도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간에 동의했어요. 책 제목은 책의 내용과 결을 대변하고 있어요. 잘나고 성공한 어른이어서 쓴 글이 아니거든요. 20대에 꿈꾼 대로, 배운 대로 살지 못한 채 30대를 흘려보낸 한 인간이 앞으로는 어떻게 살지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한 기록이에요. 그래서 ‘고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알맞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작 이렇게 살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지지만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지요. 

책이 출간되기 전 100주 동안 자기 반성을 담은 글을 써오셨다고 들었어요. 반성의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일기를 쓸 때의 내가 가장 나아 보였거든요. 여덟 살 때부터 스물여덟 살까지 일기를 써왔어요. 그러다가 취직을 하면서 쓰지 않기 시작했지요. 언론사라는 치열한 경쟁 체제에 함몰되어 명확한 방향 설정도 없이 그저 삶을 질주했고, 자아성찰보다는 자기 확신과 자기애가 삶에 에너지를 공급해주었어요. 그러다 문득 괴물처럼 변해가는 저 자신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반성하며 살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살면 혹시 성공하더라도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고, 진짜 내 모습을 찾는 과정을 천천히 거쳐보기로 결심한 거지요. 일기는 사람을 성공보다 성장으로 이끌고, 성장보다 성숙으로 이끄는 마법이 있으니까요. 100주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한 온라인 플랫폼에 빠짐없이 ‘공개 반성문’을 올렸고, 다행히 많은 분이 공감해준 덕에 출간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본업인 기자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이 인상적입니다. 기자란 나쁜 어른을 많이 보는 직업일 텐데, 작가님께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지키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부족하다는 감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사는 거죠. 어른이 되면 어느 순간 배울 것보다 가르칠 게 많다는 생각이 들고, 귀를 여는 시간보다 입을 여는 시간이 길어져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보다 자기 확신이 강해지지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그래서 무언가 단정 짓거나 단언하고 싶을 때마다 한 번 침을 꾹 삼켰어요. ‘내가 몰라서 이렇게 예단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요.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은 상대 혹은 조직을 앞으로 못 이끌지는 몰라도,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잘못된 생각을 전파하지는 않지요. 그게 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 아닐까요? 물론 ‘부족하다는 감각’이 자존감 결여로 이어져서 내면을 파괴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하겠지만요.

"취향은 결핍을 채운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 말속에는 ‘나는 이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속뜻이 내포해 있다고 생각해요. 제겐 취향이 그랬어요. 원목과 가죽과 금속 같은 날 것들을 좋아하고, 흐릿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장르가 불분명한 음악과 예술 작품을 좋아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는 정반대되는 사람이더라고요. 날 것의 나를 보여주기 꺼려하고, 모든 게 분명하고 선명해서 피곤한 인간이거든요. 

그래서 내 취향은 나를 닮은 게 아니라 결핍을 가리기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취향과 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 취향을 빚은 거지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조금씩 꿈이 생겼어요. ‘그래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그런 사람이 되고픈 꿈이요. 취향이 결핍을 가려주는 게 아니라 채워주고 있었던 셈이죠. 그 생각의 변환 과정을 글에 담았어요.



책에서는 '진짜 나'의 모습을 찾으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사회적 가면과 '원래 내 모습' 사이의 괴리가 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우선 ‘원래 내 모습’이 뭔지 알아가는 데 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였어요. 학창시절, 아니 유치원부터 사회적인 내가 길러졌으니 그게 진짜 나인 줄로만 착각하며 살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도 닦고, 가족이랑 친구들과 외롭지 않게 잘 살아가는 데도 뭔가 완전하게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나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해했는지’ 거슬러 오르다 보니 진짜 나와 사회적 나 사이의 간극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간극 사이에서 한참 어슬렁거리다가, 40대부터는 진짜 나로 한 번 살아보기로 결심했지요. 일단 긴 휴직계부터 내고 춘천으로 내려와 공유서재를 차렸어요. 60년 묵은 폐가를 고쳐서 나의 살아옴을 꼭 닮은 공간으로 바꾸었어요. 이곳에서 스무 달 동안 실컷 읽고 쓰고 사색하고 교류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지금은 완전히 행복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책의 마지막 글만 경어체로 쓰셨어요. 존댓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을까요?

독자들은 전부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책이 일방의 지식 전달이 아닌 소통의 매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이제껏 쓴 일기 형태의 글을 다 경어체로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마지막 글에 편지 형태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자고 생각했어요.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는데 그나마 조촐한 진심이라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의 삶 가운데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를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책이 독자의 고민을 완벽히 해결해줄 순 없을 거예요. 삶의 정답이나 성공담을 일러주는 책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렇게 해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선택지 정도의 역할은 해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누구나 나 자신보다 타인과 더 비교하도록, 내면의 성찰보다 겉으로 보이는 성공을 더 좇도록 사회에서 길러지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고 늦게나마 자기 자신의 삶의 모양대로 살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랍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쓴 이와 읽는 이가 함께 자라거나 익어가는 감각을 느꼈으면 합니다.



*남형석

신문기자로 시작해 방송기자를 거쳐 뉴스기획PD로 30대를 마쳤다. 세 곳의 언론사에서 800여 편의 기사를 썼지만 세상을 뒤흔든 특종을 낸 적은 없다. 그나마 <엠빅뉴스> 브랜드와 <로드맨>, <앵커로그> 등 새로운 뉴스 포맷을 팀원들과 함께 기획해 세상에 내놓긴 했다. 희망과 절망, 야망과 잔망이 범벅된 다망한 직장 생활을 잠시 벗어나, 마흔 살부터는 회사에 긴 휴직계를 낸 뒤 아무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떠나왔다. 그리고 오래된 도심의 60년 묵은 폐가를 고쳐 시한부 공유서재 '첫서재'를 차렸다. 이곳에서 주어진 스무 달 동안 실컷 읽고 쓰면서, 오염된 마음을 정화하고 태생적으로 모난 기질을 세공해가는 중이다.




고작 이 정도의 어른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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